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693
지금 근위군이 하는 훈련은 신병훈련소 뿐만 아니라 지휘관 양성소에서도 시행하는 훈련이다.
즉 분명히 도움이 되는 훈련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이 근위병에게도 도움이 되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그냥 글쎄요? 라고 밖에 답할 수 없다.
애초에 반란을 제외하고 근위병이 전투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면 그냥 다 망했다고 보는 것이 맞았다.
황제가 있는 곳은 본진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 본진이 뚫린다는 것은 지금의 체계에서 말이 안된다.
조조부터 시작해서 순욱, 순유, 그리고 정욱까지.
그 외에 곽가도 나서서 중시 여기는 것이 바로 보고체계였다.
어딘가가 공격받으면 그에 대응하며 그 즉시 본진이라 할 수 있는 허도에 보고가 되어야 한다.
그 상황을 지켜보며 적의 움직임을 살피고, 그 움직임에 따라 군사배치를 하고 전면전을 펼친다.
그리고 황궁이 있는 본진은 전투를 하는 대신 피난을 가야 하고.
그렇게 생각한다면 과거 황제가 이각에게서 도망칠 때처럼 쓸데없는 전투를 할 이유는 전혀 없다고 볼 수 있었다.
그런데도 내가 이런 훈련을 시키는 이유는?
근위군을 굴리기 위해서다.
군대를 굴리는데는 역시 훈련이 최고지.
그리고 황실의 땅을 이용하는 명분으로도 좋고.
교육장을 만드느라 꽤나 사용한 황실의 땅을 둘러보았다.
화려했던 정원이 이렇게 교육장이 되다니.
음음.
뿌듯하다.
정원보다는 이런 교육장 몇개를 더 만드는 게 보기도 좋다.
난 하후상과 함께 외줄타기 교육장으로 느긋하게 향했다.
“똑바로 해!”
“통나무 떨어진다!!”
선착순에 따라 그 안에 들어 온 이들은 앉아서 쉬고 있지만 늦은 이들은 통나무를 들고 있었다.
두터운 통나무를 들고 이리저리 움직이는 이들을 보던 나는 담담히 말했다.
“교육 시작 안하나?”
“설명은 이제 끝났습니다. 시범도 끝났고.”
외줄타기 훈련은 혹시 모를 산악지대를 지나갈 때를 대비한 훈련이다.
산악지대 같은 경우 길이 제대로 나 있지 않을 때가 많았다.
그때 줄 두개를 연결하여 그 줄을 타고 건너는 훈련이다.
“부상자가 없게 주의해라.”
“예!”
뒷짐을 지고 구경을 했다.
병사들이 피땀 흘려 만든 단상 위로 올라간 근위군 중 하나가 줄을 타고 잘 가다가 중간에 떨어진다.
그것을 본 조교는 훈훈하게 웃으며 말했다.
“열외.”
“한번만 더 기회를 주십시요!”
“지금 교육생은 사망했다. 교육생이 떨어져 죽음으로써 폐하와 다른 신료들은 공포에 질렸고 그 공포 때문에 교육생의 동료들 뿐만 아니라 폐하의 옥체는 상하게 되었다!!”
안절부절하지 못하는 근위군을 향해 소리친 장합은 몸을 돌렸다.
“본 교관이 그토록 중요시 한 것이 바로 두가지! 교육생들이 하고자 하는 열의! 그리고 목소리 뿐이다! 지금 저 실패한 교육생이 왜 떨어졌다고 생각하나!!”
“…..”
“하고자 하는 열의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단순한 교육이라 생각하기에 생각없이 발을 내딛고 움직인 것이다!! 아까도 말했을 것이다!!”
근위군들은 입을 다물었다.
그들을 말없이 바라보던 장합은 되었다 생각한 후 떨어진 근위군에게 다가갔다.
“열외.”
“끼야아아악!”
세상 다 산 표정으로 절망하던 근위군 하나가 구석으로 끌려간다.
그런 그에게 시행되는 육체훈련체조 십사번.
실패하면 어떻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된 다른 근위병들은 긴장하며 천천히 줄을 넘어가기 시작했다.
딱히 어려운 훈련은 아닐거다.
솔직히 집중하면서 하면 되는거고 높이도 그리 높지 않다.
여기서 떨어져서 부상당하면 진짜 그놈은 자질이 없는 놈이지.
훈련을 받는 근위군들을 잠자코 지켜보던 나는 피식 웃었다.
“이거 이대로 가면 진짜 정예병이 만들어질 수도 있겠군.”
“그래봤자 신병훈련소 수준입니다만.”
“기초체력과 무력은 이미 보장되어 있잖아. 하하. 이거 참. 본의아니게 충신 짓을 하고 있네.”
“장군님이야 원래 충신이시지 않습니까.”
하후상이 웃으며 말하자 난 어깨를 으쓱였다.
그렇게 첫번째 훈련이 종료되고 열외되었던 이들마저 교육을 통과하자 목봉훈련을 마친 이들이 교육을 시작했다.
“통과한 이들은 휴식을 취하되 아직 교육을 받지 못한 동료들을 응원한다!”
쉴 틈 따위는 주지 않는구나.
명령대로 철저하게 근위군들을 굴리는 것을 보며 흐뭇해하던 나는 하후상이 내 팔을 잡자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저기…”
연병장의 끝에서 철갑보병대가 다가온다.
그것을 보며 하후상은 똥씹은 표정으로 입술을 우물거렸다.
“저러다가 자빠져서 철갑보병대한테 좀 밟혔으면 좋겠는데.”
동감하긴 한다만 그거 누가 들으면 너 반역죄로 잡혀간다.
“속내를 너무 보이지 말려무나.”
대놓고 투덜거리던 하후상은 뒤로 한걸음 물러났다.
조조가 나에게 이런 일을 맡긴 이유는 황제를 적당히 자극하면서도 규정이나 정치적인 문제를 최대한 줄일 수 있기 위해서였다.
어중간하게 대응할 경우 그쪽이 공격할 빌미를 제공하게 된다.
아예 손도 못쓰게 하려면 내가 혼자 황제를 상대하는 것이 낫지.
황제가 공격의 기회를 놓칠 정도로 바보는 아니다.
솔직히 시류를 못 읽고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것을 보면 바보같긴 하다만.
그나저나 저 인간은 진짜 할 일 없나?
왜 자꾸 기어나오나 몰라.
이래서 황제한테도 일을 시켜야 된다.
철갑보병의 호위 아닌 호위를 받으며 그가 오자 난 크게 외쳤다.
“황제 폐하를 뵙습니다!!”
그와 동시에 교육이 멈춰지고 모두가 무릎을 꿇었다.
하지만 그는 내가 예를 표하든 말든 관심이 없는 듯 보였다.
나에게 온 황제는 이를 드러내며 싸늘히 외쳤다.
“봉군도위!!”
“말씀하십시요. 폐하.”
“이게 무슨 짓인가!”
“무슨 짓이냐고 말씀하셔도… 근위군을 교육시키는 겁니다만.”
“네놈의 그 말도 안되는 변명은 집어 치워! 교육!? 무슨 교육을 하겠다는 것인데!”
“하아… 이거 참. 폐하에게 기억폭행을 하고 싶지는 않았는데.”
“뭐?”
황제가 희번뜩 눈을 뜨며 날 노려보자 난 웃으며 말했다.
“이각에게 쫓기던 때. 제가 알기로 폐하께서는 험지에 험지를 돌아다니셨다고 들었습니다만.”
“큭.”
“그때… 폐하께서는 힘든 행군으로 무척이나 고생하셨다고 했지요? 거기다가 산적들에게 도위직까지 줘가면서…”
“그 이야기를 왜 하는 것이냐!”
황제의 얼굴이 붉어졌다.
부끄럽겠지.
자기에게 있어서는 동탁과 이각에게 굴복하고 있을 때 이상의 흑역사일테니까.
살아남기 위해서 도적들에게 관직까지 줘가면서 보리 한주머니를 얻었다고 들었는데 말야.
난 황제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
“그때 근위군들이 험지나 산악지대에서도 제대로 움직일 수만 있었다면 폐하께서 그리 고생하지 않으셔도 되었을 겁니다. 산악지대 뿐만 아니라 절벽, 그리고 도하부터 시작해서… 많이 고생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왜 지금 그 이야기를 꺼내냐고 물었네만!!”
“언제 또 무슨 일이 터질지 누가 압니까. 근위군들은 그야말로 최후의 보루. 저들을 제대로 훈련시켜놔야 폐하의 안위를 지킬 수 있지 않겠습니까? 또다시 폐하께서 그런 고난의 행군을 하셔야 할지 누가 알겠습니까. 어떤 간신과 간웅들이 폐하를 ‘보호’ 하고 있는 승상을 공격할지 모르는데. 준비는 해두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내 말에 황제는 고개를 돌려 교육장을 보았다.
흥분하려던 그는 크게 숨을 들이마쉰 후 말했다.
“좋아. 그렇다고 치더라도 교육장을 왜 이곳에 만들었지? 이곳은 황실의 땅인데? 분명 이곳은 황후를 위한 정원이지 않았나? 왜 저딴 흉물들을 들여놓느라 정원을 망친 것이냐!”
“황실을 수호하기 위한 근위군들의 교육장입니다. 흉물이라니요. 또한 근위군 뿐만 아니라 천하의 모든 것이 폐하의 것이지요. 폐하께서 그리 말씀하신다면 교육장을 만들 곳은 천하 어디에도 없을겁니다.”
“큭!”
천하는 황제의 것이다.
물론 나는 동의하지 않지만.
난 황제를 향해 밝게 웃으며 말했다.
“뭣하시면 폐하께서도 한번 해보시겠습니까? 좋은 경험이 될 겁니다.”
그에게 살짝 다가간 후 주변에 들리지 않게 말했다.
“옛 추억도 떠올리시고 말입니다.”
“크으으으!!”
열받아라.
열받아.
네가 열받아야 내가 움직이기 편해지니까.
씩씩거리던 황제는 간신히 화를 꾹 억누른 후 천천히 말했다.
“…시중부를 언제까지 그렇게 둘 생각인가?”
“시중부라면…”
내가 이곳의 땅을 이용해서 교육장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이 시중부의 협력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황제가 모를리 없었다.
임시 시중은 나지만 실제 시중부 업무를 보는 것은 가 사형이다.
둘이 한편인데 이깟 땅 쓰는게 뭐가 힘들겠냐.
황제도 바보는 아니다.
그는 자신의 손과 발이라고 할 수 있는 시중부와 근위군을 되찾기 위해 나에게 싸늘히 말했다.
“시중과 시중부 중직에 있는 이들을 언제까지 근신시킬 생각이냐고 물었네!!”
“검열과 감찰이 끝나는 즉시 근신을 풀 생각입니다.”
“자네에게 그들을 근신시킬 권한이 있는가? 봉군도위로서 도가 지나친 것 같은데.”
“그들에게 근신명령을 내린 것은 임시 승상부주인 양수이고 상서령인 종요이며 장군부의 하후돈입니다. 저는 그저 검열과 감찰 결과를 보고했을 뿐이지요.”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건가?”
“그리고 검열과 감찰은 아직 안 끝났습니다만… 조사 결과에 따라 근신이 아니라 다른 처벌도 받을 수 있을 겁니다. 폐하의 곁에 있는내관들이나… 궁녀들 중에도 그들과 연관되어 있는 이들이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까득.”
어금니 조심하라니까.
황제는 주먹을 꽉 쥐고 부들부들 떨었다.
“으아아!! 이 개…!!”
황제는 내 얼굴을 향해 또다시 주먹을 날렸다.
그리고 난 피했다.
아니 내가 맞아 줄 이유가 없잖아?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 사람을 왜 때릴라고 하는걸까 몰라.
허공을 쳐버리고 기세에 밀려 넘어질 뻔하던 황제를 잡은 나는 황급히 무릎을 꿇었다.
“불경하게도 소인이 폐하의 옥체에 손을 대고 말았습니다. 용서해주십시요.”
“큭! 그래! 네놈이 그토록 떠들어대는 규정에 따라서…”
“그 규정에 따르자면 폐하의 안위를 위하는 긴급시는 옥체에 손을 대는 것에 대해서는 괜찮다고 합니다만. 그래도 뭐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황제의 몸에 손 좀 댄다고 처형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황제의 옥체를 보호하기 위해서 이런 식으로 잡아 주는 것으로 처벌을 할 수는 없다.
그러면 누가 위기시에 나서겠냐?
규정이나 법령가지고 날 어떻게 할 생각 마라.
나는 지금 충분히 규정과 법을 따르고 있는 거니까.
나도 진짜 사소한 법령과 규정 다 외우느라 머리 터지는 줄 알았다.
열받은 황제는 부들부들 떨다가 나에게 말했다.
“일단 다 제쳐두고. 저들을 이용해서 날 막아내는 이유가 무엇이냐.”
나름대로 화를 참아내는 걸까?
난 그를 향해 웃었다.
“막다니요. 저들은 정북부 뿐만 아니라 한의 군에서도 정예 중의 최정예라 할 수 있는 이들입니다. 그런 이들인만큼 충성심도 대단한 이들이죠. 그들이 어찌 폐하를 막겠습니까?”
“막고 있지 않느냐!”
“지금은 검열 중입니다. 폐하를 알현할 수 있는 것은 시중부와 근위군의 허가를 통해야 하지만. 그것이 힘든 지금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폐하에 대한 암살이 없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근위군이 지금 훈련과 교육 때문에 폐하를 지킬 수 없으니 말입니다. 그 틈을 암살자가 노리면 어찌 막겠습니까.”
“크…네놈.”
“비록 철갑보병대가 저희 군 내 무력과 판단력으로는 최강이라고 하나 어쨌든 하던 임무가 호위보다는 적을 박살내는 것에 더 집중되어 있다보니. 폐하의 안위를 돌보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지근거리에서 호위를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 모든 것이 폐하의 옥체와 한 황실의 안녕을 위함이니 부디 돌보아 주시기 바랍니다.”
“이익…!! 저들 말고 다른 이들을 호위로…!! 근위군 모두가 훈련을 받을 필요는 없지 않은가!”
“근위군과 비견해서 전혀 뒤지지 않는 충성심과 무력을 가지고 있는 철갑보병들이라면 폐하의 안위를 충분히 돌볼 수 있을 것입니다.”
황제의 입김이 닿는 근위군은 구르고 있고 시중부는 쫓겨난 상태다.
그런만큼 황제는 고립될 수 밖에 없었다.
“승상을 불러라!!”
“죄송하지만 근위군과 시중부의 검열기간이라… 승상 역시도 황궁에 출입할 수 없습니다.”
“그 허가를 내리는 것은 네놈 아닌가? 황제의 명령이다. 승상의 출입에 대한 허가를 내려라.”
“알겠습니다. 훈련이 끝나는 대로 돌아가 즉시 그 명령에 대한 검토를 시행하도록 하겠습니다.”
나한테 말해봤자 씨알도 안먹히니 조조를 부르시겠다?
내가 생각했던 대로 황제는 천천히 유도되고 있었다.
고개를 숙인 채 난 히죽 웃었다.
나는 고개를 숙이며 답했고 황제는 그나마 만족한 듯 돌아가버렸다.
“뭘 봐!? 교육 계속해!”
검토는 하겠지만 불가 명령을 내리는 것은 내 마음이다.
원래 말이라는 것이 하기에 따라 다른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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