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6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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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으… 힘들어 죽겠네.”
“빌어먹을… 이게 도대체 뭐하는 짓이야?”
숙소로 들어 온 근위군들은 욱씬거리는 몸을 간신히 추스렸다.
여기저기 쓸리고 까진 것은 물론이거니와 근육통도 무시하지 못한다.
“젠장!!”
땀내음으로 쩔어 있는 옷을 벗은 근위군 도위인 갈중은 거칠게 손에 쥐어진 먼지투성이 상의를 빨래통에 던졌다.
“이제 옷도 없는데 미쳐버리겠군.”
“야야. 제대로 모아놔.”
던져버린 상의가 빨래통에 들어가지 못하고 바깥으로 떨어지자 정리하던 한 도위가 퉁명스레 말했다.
다들 신경이 곤두서 있는 것은 비슷했다.
그의 말에 갈중은 참던 화가 터져버렸다.
“으아아!! 제길! 이게 도대체 뭐하는 짓이야!? 이딴 일까지 우리가 해야 한단 말이야? 차라리 집에 보내주든가! 진유하 이 개새끼!!”
불만이 가득 차 있는 그를 보며 근위군 도위 양경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러다가 너 퇴소당한다. 그리고 너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 그 책임을 져야 한다고.”
자신과는 다르게 저 녀석의 가문은 나름대로 명가라고 불리는 가문이다.
가진 땅도 있고 자산도 많으니 저런 소리를 하겠지.
하지만 자신은 달랐다.
죽어라 고생해서 겨우 근위군이 된 자신이다.
자신이 일하며 받은 봉급으로 가족들이 생활하고 있는 것이기에 함부로 그만 둘 수는 없었다.
근위군은 정말 특수한 상황이 아니면 전장에 나가지 않는다.
최악의 경우 황궁으로 암살자가 침입한 경우가 아니라면 싸움도 별로 없다.
그 뿐만 아니라 다른 군사들에 비해 죽음의 위기에 처할 일이 극히 드물다.
가장으로서 어찌보면 최고의 직장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황제에 대한 충성심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충성과 가족을 먹여살리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그는 가족을 선택할 사람이었다.
퇴역 당하는 것만큼은 사양하고 싶었던 양경은 퉁명스러운 어조로 말했다.
“너 하나 때문에 우리 모두가 피해를 보게하지는 말라고.”
“젠장…”
“그리고 봉군도위의 세력을 잘 생각해. 잘난 네 가문도 봉군도위의 콧바람 한번에 날아가버릴 수 있으니까.”
자신이 성질을 내고 나간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과연 끝일까?
훈련 도중에 한번 쳐다 본 것만으로 노려봤다며 열외시켜버리는 놈들의 수장이다.
군문의 소문에 의하면 진유하는 자신의 사람에게는 막대한 지원을 한다고 하지만 자신의 사람이 아닐 경우 철저하게 배제한다고 했다.
거기에 자신의 적을 확실하게 끊어낸다는 이야기도 있고.
지금의 자신들은 시중부의 밑에서 오랫동안 꿀을 빨았었다.
규정을 조금 어기는 것만으로도 꽤 짭짤한 수입을 얻을 수 있고 시중부의 관리들의 편의를 봐준 것만으로도 집에 고기 두어근을 사갈 수 있었다.
좋은 상황은 항상 지속되는 것이 아니다.
시중부라고 하나 황제의 힘은 미약했다.
그런 상황에서 상승세를 타고 있는 조조의 파벌 중 가장 열정적이고 가장 강하다고 불리는 진유하가 자신들의 상관으로 왔다.
지금은 고생이겠지만 나중이 되면 오히려 더 편해질 것이다.
그의 세력에 속한 군이 된다면 나중에라도 적절한 콩고물이 떨어지겠지.
그것을 생각하며 양경이 입맛을 다셨다.
“물론 지금은 좀 힘들겠지만. 참고 참으면 그만큼 보상이 돌아오겠지.”
자신과 비슷한 환경에 있는 이들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갈중과 비슷한 환경의 도위들은 그의 말에도 궁시렁 거릴 뿐 이었다.
자신들과 다르게 그들은 근위군에서 한단계 더 나아가 멀리를 바라보던 이들이다.
나라의 중직을 맡기 위한 그 시작으로 근위군을 선택한 양경과 몇몇 도위들은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가득 찬 빨래통을 가리켰다.
“참는 것도 한계가 있지. 그래도 우리는 사족의 신분이라고. 사족의 신분에 스스로 빨래나 하는게 말이 되냐? 아니 그걸 떠나서 정비를 할 시간조차 주지 않잖아!”
험난한 훈련은 쉴새 없이 계속되었다.
정비할 시간이라도 주어진다면 모를까 그런 것도 아니다.
거기에 훈련이 시작되면 휴식일까지는 외부와 접촉조차 하지 못한다.
업무가 끝난 후 반주 한잔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생활이 벌써 십일째 계속되자 그는 이를 갈았다.
“젠장할…”
“허벅지에 살쪄가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거냐? 훈련이라잖아. 훈련.”
좋은 소리도 여러번이면 지겹다.
하물며 다들 불만인 것을 저렇게 투덜거리니 곱게 보일리 있나.
갈중의 말에 양경의 옆에 있던 사내, 주민은 그를 비웃으며 말했다.
그의 비웃음 섞인 발언 양경은 눈을 희번뜩 떴다.
“뭐 이 새끼야?”
“너는 허도에 들어 온 후에 근위군에 온 놈이지? 난 장안에서 폐하가 탈출할 때 끝까지 모셨던 사람이다. 진짜 고난과 괴로움은 겪어보지도 못한 놈이 무슨… 봉군도위님의 훈련은 이치에 맞아.”
그때의 끔찍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당시에는 그저 근위군의 병졸에 불과했지만 그 공로를 인정받아 도위가 된 주민으로서는 봉군도위의 훈련이 반드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만약 그 탈출 때 이런 훈련을 받았더라면 좀 더 수월하게 움직일 수 있었을테니까.
아무것도 모르는 애송이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 갈중을 마주하던 주민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자신과 마찬가지로 그 끔찍했던 피난에서 살아남아 도위가 된 몇몇 이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틀린 말 했냐?”
“야야. 참아. 아무것도 모르는 애송이가 저렇지 뭐.”
“자기가 한번 쫄쫄 굶고 벌레도 먹어가며 살아가봐야 정신을 차리지. 이깟게 뭐가 힘들다고.”
“이 씨발새끼들이!?”
“말이면 단 줄 아냐!?”
“그깟 피난 좀 했다고 잘난 척 하는거냐?”
도위 중에서도 패거리가 나뉘기 시작한다.
진유하의 훈련을 부정하는 파.
진유하의 훈련을 긍정하는 파.
하지만 몇몇은 그 둘에도 속하지 않은 채 한쪽에서 얌전히 빨랫거리를 챙길 뿐 이었다.
그리고 아무 곳에도 속하지 않은 양경은 두 파벌이 으르렁거리는 것을 무시한 채 정비의 준비를 하는 진일에게 다가갔다.
“진 도위님.”
“음? 왜 그러나?”
“봉군도위가 언제까지 이렇게 할 것 같습니까?”
“글쎄…”
장안에서 탈출할 때도 근위군 병사 중의 고참이었던 진일이다.
그 탈출 때 병사의 신분임에도 스스로 나서서 도적들과 싸우거나 황제를 지키며 많은 공을 세웠던 그였지만 그가 받은 직책은 도위직에 불과했다.
“진 도위께서 봉군도위가 되셨다면…”
“하하. 나는 공적이 적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시중부나 황제가 조금 더 챙겨줬다면.
도위가 아닌 적어도 중랑장 정도는 되었을 텐데.
양경은 아쉬움에 입맛을 다시다가 진일에게 말했다.
“그렇지만 진 도위님의 아버님께서는… 아. 죄송합니다.”
진일의 표정이 딱딱히 굳어버리자 양경은 황급히 사과했다.
진일에게 있어서 그의 아버지인 진번에 대한 이야기는 금기였다.
양경이 사과하자 진일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됐네. 어쩔 수 없는 일이지.”
“폐하께서도 너무하시지…”
양경의 말에 진일은 쓴웃음을 지었다.
지난 일을 가지고 떠들어봤자 좋을 것은 없다.
“그나저나 저번에 면담을 할 때 훈련만 잘 하면 바로 업무로 복귀시킨다더니… 이건 기약이 없잖습니까. 진 도위께서는 어찌 생각하십니까?”
황급히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양경은 거칠게 물었다.
그의 질문에 진일은 희미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내가 어찌 아는가. 하하…”
한가로운 이들과 다르게 두 파벌의 분위기는 점차 과열되가고 있었다.
서로 삿대질을 하며 욕을 하거나 당장이라도 주먹질을 할 분위기다.
그런 분위기를 본 양경은 진일에게 물었다.
“진 도위님. 말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내버려둬. 쌓여 있는 화는 풀어야지. 저런 식으로라도 풀리면 되는거야.”
“왜 이렇게 시끄러워!!”
벌컥 문이 열리며 흑의를 입은 사내 셋이 들어왔다.
백귀대와 흑귀대의 조교들이다.
그들의 외침에 서로 이를 갈며 싸워대던 이들이 천천히 뒤로 물러났다.
“정신 못차리지!! 밖에 나가서 좀 더 굴러야 정신을 차리겠나!? 응!?”
“큭…”
“아닙니다!”
그들의 대답에 흑귀대원은 콧방귀를 뀐 후 말했다.
“내일부터 이틀간. 훈련은 없다. 휴식주간이므로 그동안 밀린 개인정비를 실시하도록 한다.”
그의 말에 양경은 손을 들었다.
가족들이 보고 싶었던 그는 조심스러운 어조로 물었다.
“외출도 허락됩니까!?”
“허도 내부는 가능하다.”
흑귀대원의 말에 대부분은 군침을 삼켰다.
하루도 아니고 이틀이다.
하루는 개인정비를 한다고 치더라도 나머지 하루는 쉴 수 있는 것이다.
오래간만에 나가서 입에 기름칠을 좀 하겠구나라고 생각하던 그들의 모습에 흑귀대원은 피식 웃었다.
“그리고 봉급은 지급되었으니 근위군 지원청에서 확인하도록.”
“예!!”
다른 것은 몰라도 봉급의 문제가 가장 걸렸던 양경이었다.
지금 봉군도위는 시중부를 털어버리고 있었다.
시중부의 중직에 있던 관리들이 전부 근신형에 처해지고 개중에 몇몇은 죄상이 드러나서 파직되거나 혹은 하옥되는 경우도 있었다.
자신들의 봉급을 주는 것이 시중부였던지라 불안감에 빠져 있던 양경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을 때 진일은 천천히 물었다.
“전에 봉군도위님과 면담을 했을 때.”
“뭐냐?”
“훈련이 힘들어진 만큼 봉급이 더 많아질 것이라 들었습니다만… 그것이 사실입니까?”
“훈련수당을 말하는 것인가? 물론 지급은 된다. 다만 그 훈련에 열의에 따른 차등 지급이 되는 것이다. 각자의 봉급이 차이가 나니 그리 알도록.”
“그렇습니까…”
진일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고 그것에 대해 듣지 못했던 모두는 의아해하며 그를 보았다.
“진 도위님!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다들 면담을 하지 않았나? 봉군도위께 질문 한가지를 했을텐데…?”
“그게…”
그때를 떠올리던 도위들 중 몇몇은 얼굴을 붉혔다.
괜한 소리를 했다가 말빨에서 밀려 찍소리도 못했던 기억이 떠오른 것이다.
“저희들에게는 큰 죄가 없다는 정도만 들었을 뿐인데… 훈련수당이라니. 얼마나 나오는 겁니까?”
“글쎄…?”
양경의 질문에 진일은 어깨를 으쓱였다.
거기까지는 자신도 모른다.
자신은 그것보다 더 중요하고 심각한 이야기를 들었으니까.
“아무튼 외출을 할 사람들은 명단에 이름을 적고 나가도록.”
자기 할말만 마치고 그들이 나가자 아까까지만 해도 서로를 보며 얼굴을 붉히던 이들은 황급히 빨래를 들었다.
오늘 밤에는 훈련이 없다.
그렇다면 오늘 빨래를 다 해놓는다면 내일 밤에 나갈 수도 있다는 이야기잖은가.
그들이 기뻐하며 빨래통을 들고 나가자 양경은 짧게 혀를 찼다.
“단순하기는… 그나저나 진 도위님은 어찌 하실 생각이십니까?”
“글쎄…”
“그… 전에 면담을 했을 때부터 뭔가 고민이라도 있던 것 같은데. 괜찮으십니까?”
“흠… 음. 딱히 문제는 없어. 다만… 아닐세.”
진일은 입을 다물었고 양경은 그저 의아해할 뿐 이었다.
다음날이 되자 진일은 몸을 일으켰다.
이미 절반 가량은 벌써 밖으로 나간 모양이다.
홀로 숙소에 남은 채 진일은 고민했다.
어찌 할 것인가.
결국 자리에서 일어난 진일은 옷을 챙겨 입고 밖으로 나갔다.
숙소 앞에서 기다리던 흑귀대원이 종이를 내밀자 거기에 이름을 적은 진일이 나간다.
황궁 밖으로 나와 허도의 구석에 있는 허름한 자신의 집에 도착했을 때 진일은 입을 꾹 다물었다.
당고의 금 때 자신의 아버지가 고문을 당하고 처형당한 이후 가문은 완전히 망해버렸었다.
명사의 아내였지만 살아남기 위해서 고된 일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어머니는 그 고생 때문에 더욱 늙어버렸다.
또한 자신의 형 역시 마찬가지.
어렸음에도 불구하고 반역자의 자식이라는 이유 때문에 제대로 품삯도 받지 못하며 일을 하다가 사고를 당해 한쪽 다리를 절게 되었다.
그에 대한 보상따위는 없었다.
자신은 반역자의 자식이니까.
십상시가 몰락한 이후 그에 대한 괴롭힘이 사라졌지만.
자신들에게 별반 도움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멀찍이서 그들을 보던 진일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손에 들려 있는 소고기 두근.
진일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집을 향해 걸었다.
“진 도위.”
“…왕 시중 나으리.”
익숙한 목소리에 진일은 천천히 몸을 돌렸다.
근신중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의 차림을 한 왕충은 쓰게 웃으며 말했다.
“이번에 근위군들이 외출을 나왔다고 들어서 말이야. 고생하는 그들에게 내 한턱 대접하려고 하는데. 자네도 함께 가지.”
손에 들린 고기와 집, 그리고 왕충을 번갈아 바라보던 진일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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