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696
집에 고기를 가져다 주고, 근위군으로 생활하며 받았던 봉급을 주었다.
진일의 형인 진수는 묵직한 주머니를 만지며 물었다.
“평소보다 더 많은 것 같은데…”
“그… 봉군도위가 새로 와서… 조금 늘었습니다.”
“그래…”
진수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근위군의 수장으로 전 정북장군인 진유하가 왔다면서? 그 사람은 그래도 자신의 사람은 잘 챙긴다고 하더라.”
“…네.”
“고맙구나. 내가 몸이 이렇지만 않았어도… 너에게만 모두 맡기지는 않았을텐데.”
“…네.”
“그래. 밥은 먹었고?”
“아. 나가서 동료들과 먹을 것 같습니다.”
“그러니…”
무거운 분위기다.
형인 진수는 동생에게만 가문을 돌보게 하는 것 같아 가슴이 아팠다.
동생인 진일은 자신만 멀쩡한 몸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슬펐다.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진수는 애써 웃었다.
“그래도 다행이구나. 그 정북장군이 자기 사람은 잘 챙기는 사람이니… 분명 열심히 하면 더 높은 곳으로 올라 갈 수 있을거야.”
“하아. 그랬으면 좋겠군요.”
“…혹시 무슨 일이라도 있는 것이냐?”
“아닙니다. 형님. 그럼 저는 저녁을 먹고 바로 궁으로 들어가겠습니다.”
허름한 이 집보다는 숙소가 편할거다.
진수는 차마 그에게 자고 가라는 말을 하지 못했다.
이제 마흔에 가까워져가는 진일이다.
근위군의 도위라면 나쁜 직업은 아니지만 얼굴 여기저기에 나 있는 상처를 보면 가슴이 아프다.
고개를 숙인 진수를 두고 밖으로 나온 진일은 자신의 어머니가 터벅터벅 걸어와 무언가를 쥐어주자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머니. 이건…”
“가서 묵어…”
너무 고생을 해서 그럴까?
어린 두 아들을 데리고 억척스럽게 살아 올 수 밖에 없었던 그녀의 얼굴에는 자글자글한 주름이 있었다.
고목나무같은 손에 쥐어져 있는 작은 주머니.
그것을 본 진일은 눈을 질끈 감았다.
깨경단이다.
자신이 좋아했던 과자.
나이가 먹고 난 이후부터는 잘 먹지 않았지만 집에 올 때면 항상 어머니는 이것을 해주었었다.
그것을 받은 진일은 고개를 끄덕였고 그런 그를 향해 그의 어머니는 작게 말했다.
“너무 힘들면 그만둬… 느그 아버님도 윗사람들에게 끌려다니다가 그리 가신거여. 괜한 짓으로 너까지 잃고 싶지는 않구나.”
“…예.”
그녀의 말에 진일은 힘겹게 대답했다.
집을 나와 천천히 허도 시내에 있는 주점으로 향했다.
평소의 자신이라면 함부로 들어가기도 힘들 정도로 비싼 곳이다.
그곳에 진일이 들어가자 1층에는 익숙한 얼굴들이 있었다.
“갈 도위?”
“오~ 진 형님도 오셨수?”
가문이 그럭저럭 잘 사는 도위들만 모였다.
전부 모은 것은 아니었던 건가?
양경이나 다른 이들은 보이지 않았다.
진일이 고개를 갸웃거렸을 때 도위 중 하나가 말했다.
“형님은 위로 가슈. 시중께서 기다리고 계시니까.”
“음. 알겠네.”
오래간만에 좋은 술과 고기를 공짜로 먹는다는 것 때문일까?
궁 내에서보다 그들의 표정은 무척이나 좋아보였다.
그들을 지나쳐 2층으로 올라간 진일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은 왕충과 처음 보는 사람이었다.
꽤나 잘생긴 사람이다.
그의 모습에 진일은 의아해하다가 왕충이 자리를 권하자 앉았다.
깨끗하고 정갈한 음식.
상에 놓여져 있는 술잔을 본 진일은 한모금 술을 마시며 말했다.
“갑자기 이게 무슨 자리입니까?”
“아니 뭐랄까… 자네들이 너무 고생하고 있는 듯 보여서 말이지. 지금까지 시중부와 함께하며 벌어진 일들 때문에 봉군도위에게 밉보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어 내 사죄의 술을 대접하려는 것이네.”
그런 것 치고는 인원이 적은데?
왕충이 그런 의도로 술을 대접하려는 것이라면 근위군의 다른 이들도 불렀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일층에 있는 이들은 대부분 시중부와 친하거나, 혹은 좋은 가문, 혹은 부를 가지고 있는 이들 뿐이다.
진일은 떨떠름해하며 술을 한모금 마셨다.
좋은 술이다.
자신처럼 가난한 이들은 입에 대는 것 조차도 쉽지 않을 정도로.
“자. 일단 마시세. 기녀들도 부를까 했는데 말이야. 중요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말이지. 이야기를 좀 하고 나면 그때 기녀들을 부르도록 하세.”
“중요한 이야기? 무슨 이야기길래…”
“그래… 뭐랄까.”
왕충은 씩 미소지은 후 천천히 말했다.
“작금의 천하가 어떻다고 생각하는가?”
“…쓸데없는 소리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의 말에 자리에서 일어난 진일이 나가려고 하자 왕충은 담담히 말했다.
“진 상서령께선 최소한 불의에 고개를 돌리지는 않으셨다네!”
진 상서령.
진번.
자신의 아버지.
당고의 금 때 외척 두무와 함께 환관들을 몰아내려다가 실패하고 처형당한 자.
결국 많은 청류파 문인들이 금고형과 사형 등 처벌을 당하게 만든 사람.
아버지의 이름이 나오자 진일은 주먹을 꽉 쥐었다.
자신에게 있어서는 금기나 다름없는 말에 화가 치밀어 오른 진일이 문을 열고 나가려고 하자 왕충은 천천히 말했다.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지는 일단 들어보라는 거네. 자네에게도, 그리고 자네 부친께도 나쁜 이야기는 아니니 말이야.”
“….”
진일은 주먹을 꽉 쥐었다.
그가 열려던 문을 놓고 자리로 돌아오자 왕충은 희미하게 웃었다.
“작금의 천하는 문제가 많아. 자네도 알겠지만 이 천하의 주인은 누구인가. 폐하 아닌가.”
“그건…”
“거짓된 이가 나서서 천하의 주인인 양 떠들어대고 있네. 그것이 잘못되었다 생각하지 않는가?”
왕충은 차분히 술을 한모금 마신 후 말을 이어나갔다.
“왕망, 동탁, 그리고 이각. 모두 한의 황실을 억누르며 간신의 모습을 보인 이들이지.”
“…알고 있습니다.”
전한시대 망조가 들어 황제를 독살, 두살에 불과한 유영을 황태자로 책봉하고 스스로 섭정짓을 하여 권력을 독차지했던 왕망.
하진과 십상시의 죽음으로 인해 공중에 떠버린 권력을 잡고 소제를 폐위시킨 후 헌제를 즉위하여 한 황조를 자신의 멋대로 주물럭거렸던 동탁.
동탁 사후 집권하여 황가를 능멸한 이각.
그들 모두 역사에 둘도 없을 간신 중의 간신이었다.
왕충이 그것을 언급하자 그의 옆에 있던 잘생긴 사내는 고개를 끄덕였다.
“틀린 말은 아니지요. 틀린 말은…”
“하시고 싶은 말씀이 무엇입니까?”
“또다른 간신이 태동하고 있네. 왕망, 동탁, 이각. 이들에 비견해서 전혀 밀리지 않고, 아니. 오히려 그들보다 더욱 심한 간신이 말이야.”
“승상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진일이 싸늘히 말하자 왕충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승상이라는 이름을 가진 역적. 조조 말일세.”
“허나 승상은 간신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그는…”
“진심으로 그리 말하는 것인가? 십상시도, 그리고 하다못해 하진마저도 최소한 폐하의 숨통 정도는 열어두었지. 하지만 지금은 뭔가?
“딱히 승상이 폐하께 결례를 범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만.”
“진심으로 그리 생각하는 것인가? 폐하의 손인 시중부를 압박하여 자신의 사람으로 채우고, 또한 발인 근위군을 자신의 사위에게 넘겨 마음대로 굴리게 하고. 황실의 재산을 자기 멋대로 처분하지를 않나.”
“….”
“그리고 황족들을 처형하여 황가를 능멸하지 않나. 이것이 왕망, 동탁, 이각과 비교해서 뭐가 그리 다르냔 말이네.”
“그래서. 승상을 암살이라도 하자는 것입니까?”
“그럴 수 있다면 좋겠지만 지금 그래봤자 폐하의 안위에만 문제가 되겠지.”
“그래서…?”
“일단은 폐하를 이 허창에서 탈출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네.”
왕충은 차분히 말한 후 자신의 옆에 앉아 있는 이의 어깨를 잡았다.
“폐하를 황궁에서 모시고 나온다면 나머지는 이 사람이 도와줄 것이야.”
“그러고보니 저 분이 누구인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만.”
진일의 질문에 잘 생긴 사내는 자리에서 일어나 가볍게 목례했다.
“저는 한 황실의 종친이며 현재 익주목의 수하인 맹달이라고 합니다.”
“맹달이라면…”
일곡양주에 대한 이야기를 알고 있던 진일이 눈을 가늘게 뜨고 바라보자 맹달은 쓰게 웃었다.
“아버님께서 일전 십상시와 거래를 하신 것은 사실입니다만… 저 역시 진 상서령을 존경하는 문인입니다. 당시에는 그들에게 고개를 숙일 수 밖에 없었지요.”
황제를 따르며 십상시에게 적의를 드러내고 죽은 진번.
그 십상시에게 뇌물을 바쳐 양주를 얻어낸 맹탁.
그들의 아들들이 이렇게 모여 있다는 것에 왕충은 즐거움을 느꼈다.
“진 도위. 그렇게 화를 내지는 말게나. 비록 맹 군수의 아버님께서 한때 잘못된 일을 하셨지만 그 후 마음을 고쳐먹고 익주로 가서 황가와 황실을 위해 충심을 다하며 살아가고 있네.”
“…알겠습니다. 그래서. 시중께서 하시고 싶으신 말씀은 무엇입니까?”
“근위군이 내부에서 좀 움직여줘야 할 것이네.”
“내부에서…?”
“그래. 지금 황궁은 백귀대와 흑귀대에 의해서 봉쇄되어 있지. 그들이 자리를 비우는 사이 근위군이 폐하를 모셔주었으면 하는데. 어떤가?”
“제가 한다고 해서 그들이 움직이겠습니까?”
“이미 몇몇은 우리와 함께 하기로 했어. 하지만… 아무래도 수가 부족하더군. 근위군 중에서도 그저 자신의 욕심과 욕망 때문엔 군에 들어 온 이들이 있으니 말이야.”
“….”
“자기의 안위만 챙기면 된다는 이들이 있는데… 자네는 그들에게 높은 신망을 얻고 있지 않은가. 그들을 이끌어주게.”
“쉽지 않습니다.”
“자네들이 나서서 뭔가 할 필요는 없어. 그저… 우리와 뜻을 함께하는 이들이 움직일 때 그들을 막지 않아줬으면 하는 정도니까 말이야.”
진일을 마주하던 왕충은 빙긋 웃으며 말했다.
“부디 자네 아버지께서 이루고자 하셨던 것을 생각해서라도. 역적에게서 폐하를 구해내세나.”
“아버님께서… 무엇을 원하셨는지 아십니까?”
진일의 날선 말에 왕충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분께서 원하신 것은 단 하나. 천하가 원래의 주인께 돌아가게 하는 것. 그렇기에 간악한 환관들을 처내려 목숨을 거신 것이지.”
간단한 술자리를 마치고 기녀를 부르려 할 때 진일은 생각을 좀 더 해야겠다며 나가버렸다.
진일이 나가자 왕충은 희미한 웃음을 지었다.
그의 입가에 걸려 있는 미소를 힐끔 본 맹달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렇게 어거지로 움직여야 하다니.”
“어쩔 수 없지. 그 놈이 생각보다 잘해줘버렸으니까.”
도대체 뭐하는 놈인지 싶다.
일개 무관 정도라고 생각했을 뿐이라 안이하게 대처한 것이 실수다.
진유하가 시중부를 담당하게 되며 생기는 혼란을 이용하려고 했던 왕충은 오히려 더욱 안정되어져버린 것에 당황했다.
이대로 내버려 뒀다간 시중부까지 조조의 손아귀에 들어가게 될 것이고 그리 된다면 황제는 더더욱 고립되어버린다.
어쩔 수 없다.
이런 방식은 좋아하지 않지만 상황이 더 악화되는 것을 보느니 차라리 여기서 움직이는 것이 낫다.
그리 생각한 왕충은 맹달에게 차분히 말했다.
“그래서… 자네가 데려 온 병사들은 어디 있는가?”
“지금 허도의 성문 근처에 있습니다. 또 상인으로 위장하여 허도에 잠입한 이들도 있으니 그들이 합류하여 폐하를 모시고 허도 바깥으로 나가면 됩니다.
“그렇군.”
“문제는 허도에 혼란을 일으켜야 하는데. 가능하시겠습니까?”
“불가능하지는 않을거야.”
“그렇습니까? 하지만 시중의 사람들은 지금 근신 중 아닙니까.”
“세상에는 돈을 주면 움직여 줄 사람들이 꽤 있지.”
“하하… 그동안 열심히 지원을 한 보람이 있군요.”
맹달이 웃으며 말하자 왕충은 어깨를 으쓱였다.
“거기에 나만큼 지금의 황궁을 잘 아는 사람은 없어. 어디에 불을 지르고 공격을 해야 혼란이 커지는지는 잘 알지. 나인들이나 궁녀들 중에도 그에게 불만이 많은 이들이 있으니 적당히 포섭할 수 있을거야.”
“그렇군요…”
맹달은 빙긋 웃은 후 왕충에게 고개를 숙였다.
“왕 시중께서 많은 것을 알고 계시니. 앞으로 조조를 공략하는데 있어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부디 한의 기강을 다시 바로 세울 수 있기를 기원하겠습니다.”
“핫핫. 걱정말게. 자네는 자네의 사람들이나 잘 움직이게. 그보다 허도의 병력을 뺄 방법에 대해서는 좀 생각해봤나?”
“연락을 해뒀습니다. 아마 한중에서 군사가 움직일겁니다. 그들이 움직여 상용을 목표로 한다면 가까운 허도에서 병력을 보낼 수 밖에 없겠지요. 지금 병력의 여유가 있는 곳은 허도 뿐이니까요.”
북방원정군이 돌아와 머물고 있는 허도라면 상용이 공격받을 때 곧장 병력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때마침 정서장군인 하후연 역시 허도에 있지 않은가.
상용을 잃게 되면 골치아픈 일이 많이 발생할테니 허도에서는 분명 상용을 구원하기 위해 병력을 보낼 것이다.
“딱히 이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았는데 말이지.”
“익주목께서도 시중이 폐하와 함께 내려와주시기를 바라고 계십니다.”
“하하. 익주목에 대해서는 나도 익히 들어 알고 있네. 아주 훌륭한 분이시지.”
오랜기간 시중부에서 일하며 조조군 내의 기밀이라든가 요지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는 왕충이었다.
그가 익주로 가게 된다면 장안을 공략하여 위로 치고 올라갈 수 있는 방법을 알 수 있게 된다.
또한 황실의 재산이라 하여 관이나 다른 곳에서도 함부로 들어가지 못해 조조 측에서도 조사하지 못한 부분들도 알고 있다.
“드디어 다시 한이 일어설 때가 되었군.”
그의 말에 맹달은 빙긋 웃었다.
“그리고 한가지 더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뭘?”
의아해하는 그를 향해 맹달은 천천히 미소지었다.
“진유하가 함부로 움직이지 못하도록 그를 황궁에서 뺄 필요가 있습니다. 그는 뛰어난 지휘관입니다. 황궁에서 혼란이 발생한다 하더라도 그것을 쉽게 잡아낼 수 있을 겁니다. 그럼 폐하께서 움직이시기 힘드실 터.”
“하지만 그를 황궁에서 빼는 일은 쉽지가 않을텐데…”
떨떠름해하는 왕충을 향해 맹달은 즐겁게 웃었다.
“그는 소의를 따르는 사람입니다. 그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안다면… 그가 어떻게 움직일지는 대충이나마 예상할 수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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