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704
기절한 맹달을 보며 감녕은 싱글벙글 웃었고 그를 마주하던 방통 역시도 즐거워했다.
기쁠 것이다.
“전에 와류곡에서 놓쳤을 때 얼마나 가슴이 아팠는데.”
“그러게 말이야.”
조조군이 양양을 차지한 이후에 익주의 공격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물론 대규모의 전투는 아니었지만 소규모로 이루어진 전투는 있었고 그때마다 감녕은 출진할 수 밖에 없었다.
아무리 싸우는 것을 좋아한다고 하더라도 집요한 공격이 짜증날 수 밖에 없었던 감녕이다.
특히나 결혼까지 하여 이제 애를 만들어야 하는데 매번 그렇게 공격해들어오니 짜증은 극대화 되어 있던 상황이었다.
그리고 몇달 전.
다 잡았다고 생각한 와류곡 전투 때 맹달을 놓쳤었던 감녕으로서는 여기서 이렇게 맹달을 만나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 못 했었다.
그를 놓치고 얼마나 이를 갈았던가.
싱글벙글 웃고 있는 감녕의 등을 툭 치며 방통은 씩 웃었다.
“역시 비싼값을 하네.”
“그러게 말이야. 나중에 나랑 영기의 애는 언제쯤 나올지도 점치러 가봐야겠네.”
“아이 참~ 오래비도~”
방통과 감녕, 여영기는 싱글거리며 떠들었다.
무척이나 기분 좋아보이는 그들 사이로 성문 경비병이 다가왔다.
“저. 형주목 나으리.”
“뭐냐?”
“그… 이 사람이 누굽니까?”
“익주목의 부하인 맹달이다. 그나저나… 뭔가 좀 분위기가 어수선한데? 뭔 일 있냐?”
꽤나 사람들이 모여 있다.
예전에 허도에 있을 때 이정도로 성문이 혼란스럽지는 않았었던 것을 떠올리며 방통이 묻자 병사는 볼을 긁적거렸다.
“그, 글쎄요?”
병사가 당황하고 있을 때 시가지쪽에서 호표기들이 다가온다.
그들을 본 방통은 팔짱을 낀 채 쓰게 웃었다.
“호표기가 이렇게 성내에서 움직이는 걸 보면 뭔 일이 나기는 했나본데?”
“음. 그렇구만. 이거 잘 맞춰서 온 건가?”
“가는 날이 장날이래잖아.”
여영기는 자신의 창을 가볍게 잡았다.
그런 그녀를 향해 웃은 방통은 경비병에게 말했다.
“밖에 있는 병사들 통과 좀 빨리 시켜줘.”
조조군의 주요 인물 중 하나인 방통이 아무리 안정된 길을 통해서 온다고 하지만 감녕과 여영기만 호위로 데리고 올리 없었다.
지금 바깥에서 대기하고 있는 정예병들을 가리킨 그가 느긋하게 말하자 경비병은 황급히 달려갔다.
잠시 기다리고 있을 때 호표기가 다가왔다.
“어?”
“어어?”
호표기를 이끄는 이들 사이를 보며 방통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척이나 익숙한 얼굴이 보인다.
딱딱히 굳어 있는 그의 얼굴을 마주하던 방통은 손을 흔들었다.
“여어!”
“오래간만이우!”
“도련님~”
방통과 감녕, 그리고 여영기는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굳어있던 얼굴의 주인.
진유하는 그들을 발견하고 황당해하며 다가왔다.
“뭐냐? 너희들. 왜 여기 있어?”
“정례보고.”
“정례보곤데 왜 네가 온거야?”
원래대로라면 정례보고때 형주목이 직접 올라 올 이유는 없었다.
대체적으로 주목 휘하의 별가종사나 치중정도가 올라오는 것이 기본적이다.
지금 방통을 도와 형주 쪽을 다스리고 있는 순유나 만총이 오는 것이 맞았고 전에도 만총이 왔었다.
그것 때문에 진유하가 의아해하자 방통은 어깨를 으쓱였다.
“그야 할 일이 있으니까 온 거지. 그보다 무슨 일이냐?”
“음… 그게.”
설명을 하려던 진유하는 감녕의 옆에 포박되어 쓰러져 있는 사내를 가리켰다.
“저건 뭐냐?”
“응? 아아. 선물… 이라기보다는 방금 주웠어.”
“누군데?”
진유하의 질문에 방통은 씩 웃었다.
“익주목 유장의 부하인 맹달이다. 꽤 사람 귀찮게 하는 놈인데 여기서 이렇게 잡다니.”
“이야~ 하늘이 도우셨지~”
“그러게 말이에요.”
셋이 팔자 좋게 말하자 그들을 지켜보던 진유하는 성큼성큼 걸어 방통을 끌어안고 감녕과 여영기도 한번씩 안아주었다.
“아 뭐야.”
“징그럽게.”
“도련님. 저는 이미 결혼을 한 몸인데…”
“고맙다! 잘했어!”
얘는 왜 이럴까?
방통은 어리둥절해하며 그를 보았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딱딱히 굳어 있던 그의 얼굴이 기쁨과 안도로 가득 차 있다.
그것을 본 방통은 떨떠름히 물었다.
“도대체 뭔 일인데?”
“가면서 이야기하자고. 그리고… 얘들아!”
“예!”
“성문을 포위하고 허가 받은 이를 제외한 그 누구도 성문의 출입을 금해라! 하후상! 너는 이곳에서 정리를 하도록.”
“알겠습니다!”
상업의 발달을 꾀하며 도시의 출입을 자유롭게 하길 권장하는 진유하가 내릴 만한 명령은 아니다.
방통과 감녕, 여영기는 서로를 보며 어리둥절해 있었고 그들을 향해 진유하는 즐겁게 웃었다.
“가자. 가면서 얘기해줄게.”
****
황궁에서 나오며 난 진가로 돌아가기보다는 교사원으로 향했다.
사실 진가로 가고 싶었다.
당장 내 집이, 내 부인들이, 내 아이들이 있는 곳이 공격당한다는데 집으로 가고 싶지 않은 놈이 누가 있겠는가.
떨리는 손을 꽉 잡았다.
그런 나를 보던 하후상은 조심스레 말했다.
“저. 장군님. 진가로 가시는 것이.”
“유혹하지 마라. 안그래도 진짜 가고 싶으니까.”
그래도 가지 못하는 이유는 단 하나였다.
내가 가봤자 큰 도움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규모 인원이 있어 전략과 전술이 반드시 필요한 전투라면 내가 가는 것이 맞았다.
하지만 진가를 습격하는 이들은 아무리 많이 잡아도 이백이 넘지 못할거다.
그렇다면 그곳에서의 전투는 전체를 통괄할 수 있는 지휘력보다는 무장과 병사 개개인인의 무력과 전술을 쓸 수 있는 전력이 더 중요하고 맞았다.
즉 내가 가봤자 큰 도움은 되지 못하고 오히려 적들이 칠 수 있는 곳만 늘어나게 될 뿐이다.
그렇기에 가슴이 찢어질 것 같으면서도 나는 진가로 가지 못했다.
“전위와 허저가 있으니까 괜찮아. 그리고 주령 무시하지 마라.”
“물론 주 형님을 무시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지금 장군님의 상태가 그리 좋아보이지 않습니다.”
“내 상태?”
손을 들어 얼굴을 만져보았다.
축축하기 그지 없다.
긴장과 두려움으로 땀을 흘리고 있는거다.
솔직히 무섭지 않으면 거짓말이겠지.
허저와 전위라는 막강한 무장과 함께 흑귀대와 주령이 있는 곳이 바로 진가다.
즉 진가는 적들에게 있어서 사문(死門)이며 호랑이굴이나 다름없는 곳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내 가족이 위험한 곳에 있다는 것은 바뀌지 않았다.
“고맙군.”
하후상이 건네 준 손수건으로 얼굴을 닦았다.
참아라.
이정도는 버텨낼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을 위해서 이렇게 판을 만들어 놓은 것 아니냐.
“역시 난 책사 짓은 못해먹겠군.”
피도 눈물도 없는 책사라면 책략의 성공을 위해 가족들을 미끼로 내놓는 일에도 아무렇지 않아하겠지.
그것이 아무리 완벽한 책략이고, 함정이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난 역시 글러먹었다.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며 토할 정도로 심각해진 긴장감을 억눌렀다.
“준비됐습니다.”
교사원의 문이 열리며 대기하고 있던 호표기들이 나왔다.
“허도 서문 쪽에 있는 장원에 적들이 모여 있다는 교사원의 정보가 있습니다.”
“확실하겠지?”
“예. 방금 전까지도 왕충과 시중부의 몇 관리들이 그곳에 들어갔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내 땀으로 축축해져 있는 손수건을 하후상에게 돌려준 후 난 말에 올랐다.
“가자!!”
최대한 빠르게 상황을 정리하자.
그리고 진가로 돌아가 내 가족들의 안위를 살피자.
그리 생각할 수 밖에 없다.
“샅샅히 뒤져!!”
왕충, 그리고 맹달.
이 둘을 잡아야 한다.
내 명령에 건물을 포위한 호표기들이 안으로 들어갔다.
그들이 건물 내부에 들어가 사람들을 끄집어내는 것을 지켜보던 나는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이야아압!!”
가급적 생포를 명령했기 때문일까?
포박되어 있던 시중부의 관리 하나가 나에게 달려들었다.
그런 그의 복부를 걷어찬 하후상은 의천검을 뽑으며 외쳤다.
“생포라는 것이 털끝하나 대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반항한다면 팔 다리 하나 쯤은 잘라내도록 해!!”
“예!!”
관리를 놓친 호표기는 수치로 얼굴을 붉히며 쓰러져 신음하는 관리를 질질 끌고 갔다.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던 나는 팔짱을 끼며 긴장감을 억눌렀다.
“왕충을 잡았습니다!”
“됐습니다!”
창 너머로 들려오는 외침.
그것을 들은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왕충은 잡았다고?
왜 걔 하나만 잡아?
교사원의 보고에 의하면 맹달 역시도 여기에 있다고 들었다.
“맹달은!?”
“어, 없습니다!”
빌어먹을.
설마 실패한 것을 눈치채고 도망친건가?
하지만 맹달이 도망쳤다면 왕충을 잡을 수 있을리 없었다.
어쨌든 그들은 서로 공모를 한 몸.
이제와서 갑자기 갈라진다?
정탐을 하던 교사원의 보고에 의하면 분명 이 건물에 함께 들어갔다고 했었는데?
난 입술을 깨물다가 떠오르는 것이 있어 일갈했다.
“주변을 뒤져!!”
예전 일을 떠올렸다.
태산군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지.
그렇다면 멀리 가지 못했을 것이다.
내 외침에 주변을 포위하고 있던 호표기들이 수색을 시작한다.
호표기가 주변을 수색하는 사이 포박된 왕충이 끌려나왔다.
저항하던 그가 날 마주한 순간 그의 얼굴이 파랗게 질린다.
“진유하…! 어째서 여기?”
“음… 이렇게 보니 또 정말 재수없는 얼굴이네.”
공포, 놀람, 그리고 증오.
일그러져 있는 왕충을 향해 난 차분히 말했다.
이제 여유를 가장하며 재수없는 놈한테 웃을 필요는 없겠지.
“이봐. 왕충.”
“네놈!! 설마 폐하를… 해한 것이냐!”
“아무리 나라고 해도 그러겠냐…”
크게 몸을 비틀며 나에게 달려들려고 했지만 왕충의 양 팔은 호표기에게 잡혀 있었다.
격렬하게 저항하는 그를 마주하던 나는 손을 들었다.
그리고 그의 뺨을 힘껏 후려쳤다.
어느정도 속이 풀리는군.
몇대 더 때린 나는 피를 흘리고 있는 왕충의 머리를 꽉 잡았다.
날 증오의 눈으로 바라보는 그를 향해 나는 천천히 말했다.
“무슨 생각으로 이따위 짓거리를 계획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건 뭐 천천히 알아가면 되겠지.”
“네놈!! 이 간신 모리배가!! 네놈이 한을 망하게 할 악이구나!! 동탁따위보다 네놈이 더한 악이구나!”
“무슨 그런 심한 말을 하나? 나 같은 충신이 어딨다고.”
힘껏 외치는 것 외에는 할 수 없는 왕충을 마주하며 난 피식 웃었다.
“힘은 좀 아껴두는게 좋을거야. 이따가 원하는 만큼 비명을 지르게 해줄테니까.”
고문을 받으면 싫어도 소리를 지르게 될걸?
난 그를 보며 웃은 후 말했다.
“그 전에… 맹달 그 새끼는 어디갔지?”
맹달의 이름을 들은 왕충의 몸이 딱딱히 굳었다.
그런 그를 향해 난 천천히 말했다.
“내가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했나?”
“너…!”
“뭐. 네 말이 맞을 수도 있겠군. 네가 움직여 준 덕분에…”
난 그의 귓가에 속삭였다.
“한 황실은 그저 이름만 남게 될테니까.”
축 늘어진 왕충이 끌려가는 것을 본다.
이제 없는건가?
하지만 아직까지 맹달을 잡지 못했다.
“젠장. 성문으로 가! 아직 성문을 빠져나가지는 못했을거다! 너희들은 주변을 더 수색하고!”
만약 허도에서 그가 탈출했다면 잡는 일은 쉽지 않아진다.
그들이 허도에 들어왔다는 것은 출입에 어느정도 자신이 있다는 것이다.
나는 맹달의 얼굴을 모른다.
잘생겼다고 하지만 세상에 잘생긴 사람은 널려 있었다.
이유하의 세계가 부럽다.
그곳에는 사진이라는 것으로 내가 한번도 보지 못한 놈의 얼굴을 완벽하게 알 수 있는데.
혹시라도 그가 탈출한 것은 아닐까 싶은 불안감에 휩쌓인 채 성문으로 향했다.
이곳에서 가장 가까운 곳은 서문이다.
상식적으로 탈출을 한다면 서문을 택할 터.
지금 허도 내부에는 경계가 강화되어 병사들의 순찰이 지속되고 있다.
그렇다면 허도를 가로지는 위험을 택하기보다는 맹달은 빠르게 허도를 빠져나갈 길을 선택하겠지.
서문으로 간다.
병사들을 이끌고 서문으로 향한 나는 서문에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무슨 일이지?
싸움이라도 난건가?
혹시 이 싸움을 이용해서 빠져나간 것은 아닐까 싶었던 나는 발걸음을 바삐 놀렸다.
“여어!”
“오래간만이우!”
“도련님~”
그리고 벌어진 사람들 틈 사이에서 나는 발견했다.
싱글벙글 웃고 있는 세 남녀.
다들 익숙한 얼굴이다.
그리고 건장한 사내의 밑에 포박되어 깔려 있는 남자까지.
저놈들이 여긴 왠일이지?
“뭐냐? 너희들. 왜 여기 있어?”
방통, 감녕, 그리고 여영기.
양양에 있어야 할 이들이 허도에 있는 것에 난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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