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705
“…이런 이야기지.”
“호오.”
놓쳤다고 생각한 맹달을 이렇게 잡게되다니.
그야말로 천운이 따랐다고 밖에 할 수 없었다.
만약 이들이 조금만 늦게, 아니면 조금만 더 빠르게 왔더라면 맹달을 놓쳤을 것이라 생각하니 나라고 하더라도 간담이 서늘해질 수 밖에 없다.
내가 안도하는 것을 들은 방통은 히죽 웃었다.
“그나저나 내가 없는 사이 아주 재밌는 일들을 하고 있었군. 히야~ 이거 참.”
“왜?”
방통은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
“올 초에 형주에 잘 맞추는 점쟁이를 만났는데 말이지. 올해는 내가 운수대통할거라고 했거든. 하하. 점 같은 건 믿지 않았는데 이거 가끔씩은 해볼만 한데?”
“그러냐… 아무튼. 잘 왔다.”
방통 뿐만 아니라 감녕과 여영기라면 바로 현장으로 투입할 수 있다.
아직은 주변의 정리가 끝나지 않은 상황이라 사람이 부족했는데 잘됐다 싶다.
“이제 막 온 사람에게 일을 시켜먹는 것이 좀 미안하지만 그래도 좀 움직여줬으면 좋겠네.”
“에이~ 우리 사이에 뭘 미안하고 그러슈.”
“그럼 저는 아가씨들을 호위하면 되는 건가요?”
“응. 서황이 진가에 있기는 하지만 계속 진가를 지키게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가까이에서 내 아내들을 지켜줬으면 해.”
“맡겨주세요!”
밝게 웃은 여영기는 감녕의 옆구리를 푹 찔렀다.
“오래비도 잘해. 도련님 반만 닮아봐.”
“난 원래 잘하거든?”
결혼을 했음에도 여전히 남매같은 녀석들이다.
그들과 함께 진가의 앞에 도착한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시체들이 즐비하다.
난장판이 되어 있는 입구를 지나간 나는 마당을 정리하고 있는 이들을 보았다.
흑귀대와 정북부의 병사들이 시체를 나르다가 날 발견하고 밝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오오~! 도련님! 어라!? 감 대장 아니유!?”
“언제 왔수?”
“핫핫! 오자마자 공을 하나 세웠지. 그나저나 이놈들이냐?”
“음.”
포로가 된 습격자들을 보며 감녕은 씩 웃었다.
그 중 하나의 멱살을 잡고 이리저리 살피던 그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이것만 봐서는 모르겠구만.”
“아직 허도에 얼마나 더 남아 있는지 모르니까. 최대한 순찰을 돌며 주변 탐색을 할 수 밖에.”
난 긴장감을 억누르며 말했다.
혹시 아내들이 다치거나 한 것은 아니겠지?
긴장하며 걷던 나는 화타에게 치료를 받는 주령을 발견했다.
여기저기 잔 상처가 나 있던 그는 나를 보자마자 몸을 일으키려다가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주군.”
“…고생했다.”
주령의 상처를 보니 가슴이 아프다.
어쨌든 그도 내 사람이다.
내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 이만큼 고생했다는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뭉클해진다.
“정말 고생했다.”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무뚝뚝하게 대꾸한 주령은 화타가 약을 다 발라주자 한숨을 내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제 임무는 주군의 가족을 지키는 거잖습니까.”
“하하하. 그렇지.”
믿음직스럽기 그지없네.
그의 무뚝뚝함에 오히려 더욱 마음이 놓인다.
“어르신은 괜찮으십니까?”
“나야 뭐. 다른 놈들이 고생했지.”
“으음… 어떻게 치료를 좀 하신 모양이군요.”
“그래. 나로서도 어떻게 할 수 없는 놈들이 있었지만…”
만약을 대비해서 화타를 여기 둔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저기에 치료를 받은 흑귀대원이나 병사들이 많았다.
만약 화타가 아니었다면 치료를 받지 못해 죽어버린 이들도 있을 정도로.
하지만 화타가 치료한다고 하더라도 모두를 살릴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주령이 저렇게까지 상처입을 정도로 격렬한 전투였다.
당연히 사망자가 나올 수 밖에 없지.
한데 모여있는 시체들을 보며 난 질끈 눈을 감았다.
사람을 치려는 자.
자신이 맞을 각오도 해야 하는 법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내 사람들이 저렇게 다치고 죽는 것은 가슴이 아플 수 밖에 없었다.
화타는 주변을 둘러보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약을 꽤 많이 써버렸네.”
“그 비용은 제가 다 지불해드리겠습니다. 그런데 혹시…”
마른 입술에 침을 발랐다.
내 질문에 화타는 피식 웃었다.
“네 가족들은 전부 무사하니까 걱정마라.”
겨우 긴장이 풀어진다.
화타의 확답을 들은 나는 간신히 다리에 힘을 넣은 채 버티고 서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안채에서 사람들이 나왔다.
허저의 호위를 받으며 여인들이 나오는 것을 본 나는 웃었다.
“얘들아.”
“여보~!!”
영이와 청이, 완이, 견희가 달려온다.
습격을 받은 진가이지만 다른 이들과 다르게 상처 하나 없는 모습에 안도감이 생긴다.
난 달려 온 내 가족들을 안아주었다.
“별 일 없어서 다행이다.”
“당신도요.”
“음… 미안.”
난 작게 말했고 영이는 의아해하다가 빙긋 웃었다.
“당신이 있어주지 못한 것 때문에 그런 거에요? 후후. 그런 생각 말아요. 적재적소라는 말이 있잖아요.”
다행히 이해해주는구나.
내가 있어봤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이해해준 영이는 내 볼을 잡고 쭉쭉 늘렸다.
“전 호위관님과 허 교위님이 잘 싸워주셨어요. 안채로 양동이 있기는 했지만… 두 분이 막아내셨거든요.”
“그래?”
허저와 전위에게 조조의 호위가 아닌 내 가족의 호위를 맡긴 것이 정답이었나보다.
역시 양동이 있었구나.
난 고개를 들어 허저를 보았다.
“진 장군. 무사해서 다행입니다.”
“오히려 제가 더 감사드려야지요.”
그에게 허리를 숙였다.
당연하겠지만 허저보다 내 직급이 더 높다.
그렇지만 그는 내 가족을 지켜 준 은인.
고개를 숙이는 것에 수치스러워하거나 망설일 이유는 없다.
내 인사에 허저는 쑥스러워하며 볼을 긁적거렸다.
“하하하… 아무튼 장군께서 여기로 오셨다는 것은 상황이 일단은 마무리 되었다고 볼 수 있는 겁니까?”
“예…”
왕충, 그리고 맹달을 잡았다.
혹시 법정도 있지 않을까 싶은만큼 탐색은 계속 해야겠지만.
난 허저에게 차분히 말했다.
“허 교위도 이제는 장군부로 복귀하셔서 다른 임무를 수행해주셨으면 합니다.”
“흐음… 알겠습니다. 그럼 전 호위관은 일단 여기에 두겠습니다. 만약을 대비해야 하니까요.”
“만약?”
“양동으로 왔던 이들 중에 꽤나 영악한데다가 강한 놈이 있습니다. 아쉽게도 그놈은 놓쳐버렸습니다.”
감히 내 집에 들어왔던 놈이 살아서 돌아갔다는 이야기에 나는 분노와 함께 아쉬움을 느꼈다.
내 표정이 어두워지자 허저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추격을 하고 싶었지만 또다른 양동이 없다는 보장은 할 수 없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아니요. 죄송할 것 까지야.”
허저는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에 충실했다.
바로 내 가족들을 지키는 것.
그것을 위해서 적을 놓쳤다는데 내가 뭐라고 하겠나.
오히려 훌륭히 임무를 수행해 준 것에 감사할 뿐이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그는 누구입니까?”
“위연이라고 합니다. 전에 유표의 밑에 있었던 이지요.”
“윽…”
위연이라면 유표의 상장 중 하나였던 놈이잖아?
그놈이 허도에 들어왔고, 또 양동으로 내 가족들을 노렸다는 말에 난 짜증과 동시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허저와 전위를 놓기를 잘했군.
지금 내 밑에 있는 이들 중 다른 이들을 놨다간 오히려 밀릴 뻔 했다.
내가 안도하자 허저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장군께서도 아시는 이입니까?”
“소문은 좀 들었습니다만… 아무튼 고생 많으셨습니다.”
“하하. 예. 그럼 저는…”
허저는 떠났고 난 내 가족들을 바라보았다.
정말 위험했구나.
앞으로는 이런 미친 짓은 하지 말자.
설마 위연이 왔을 줄은 몰랐던 나는 내 가족들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당신도 가봐야 하는 것 아닌가요?”
“어… 응. 가야지.”
“후후. 그럼 조심해요. 서 교위도 있고 주 도위도 있고, 거기에… 어?”
부드럽게 웃으며 날 안심시키려던 영이는 뒤쪽에 서 있는 이들을 발견했다.
방통과 감녕, 그리고 여영기.
셋을 본 영이는 환하게 웃었다.
“영기야!”
“아가씨이~”
환하게 웃으며 달려 온 여영기는 영이를 끌어안았다.
그러고보니 예전부터 둘은 꽤나 친했었지?
마치 친자매처럼 서로를 끌어안고 좋아하던 그녀는 다른 부인들에게도 인사하며 회포를 풀었다.
“영기도 있고, 또 청이도 있잖아요. 그리고 전 호위관님도 계시니까 당신은 가봐요.”
“괜찮겠어?”
“후후후. 적재적소라고 하잖아요? 괜찮으니까.”
영이는 날 안심시킨 후 방통과 감녕에게 살짝 목례한 후 안채로 들어갔다.
“전 호위관. 부탁드립니다.”
“목숨을 걸어서라도 장군의 가족들을 지키겠습니다. 그런데…”
“예?”
“창을 몇자루 좀 받았으면 합니다.”
창?
전위는 조조에게 받은 철극을 자신의 병기로 쓰고 있던 사람이다.
그 철극을 자신의 자랑이라고 여길 정도로 소중히 하던 사람인데 갑자기 창은 왜?
“철극은 어디가고?”
“그 망할 놈이 던져버렸습니다. 찾는데도 시간이 걸릴 것 같으니… 그렇다고 지금 그것을 찾으러 갈 수도 없으니까요.”
전위는 씁쓸한 입맛을 다셨다.
진짜 말썽이구만.
난 팔장을 끼고 생각하다가 손가락을 튕겼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내 방으로 들어간 나는 지금까지 얻은 전리품들을 넣은 상자를 열었다.
긴 상자 안에 들어 있는 것들 중에서 비단으로 감싸져 있는 창을 챙긴 나는 바깥으로 나왔다.
“전 장군.”
“이게 뭡니까?”
비단을 걷은 전위는 자신의 손에 쥐어진 창을 보며 감탄했다.
저 창은 바로 장비가 쓰던 사모다.
꽤 좋은 철로 만들어진 것이니 전에 쓰던 철극 수준은 되겠지.
좋은 무기는 맞는 사람에게 주는 것이 낫다.
나야 창보다는 검을 더 쓰는 사람이니까 의미가 없지.
사모를 받은 전위는 이리저리 그것을 살피며 말했다.
“이건… 예전에 유비를 따르던 자의 창 같은데.”
“제대로 보셨습니다. 그가 쓰던 것입니다. 북방에서 얻었지요.”
“허어… 이것 참. 그럼 잠시만 쓰고 돌려드리겠습니다. 그래도 귀한 창 같은데 제가 받기는 좀 그렇지요.”
“그러실 필요는 없습니다만.”
“하하. 저는 창보다는 극을 더 선호하는지라… 물론 이 사모도 좋은 사모이기는 하지만 저보다는 더 맞는 사람이 있을 겁니다.”
전위는 웃으며 사모를 받는 것을 사양했다.
싫다는 사람에게 억지로 쥐어 줄 수는 없는 노릇이지.
난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장군께서는…?”
“일단 황궁으로 돌아가려고 합니다. 해야 할 일도 있고. 또…”
“마무리를 지으시려는 겁니까?”
“예.”
전위는 나를 향해 빙긋 웃은 후 살짝 목례했다.
“부디 승상께 영광이 쥐어지기를 기대하겠습니다.”
“맡겨두시지요.”
전위와 여영기에게 진가를 맡기고 난 감녕, 방통을 데리고 밖으로 나왔다.
“장군.”
“아. 서황. 이야기는 들었어. 시기적절하게 와줬다면서?”
“예.”
뭔가 불편해보이는데?
그의 딱딱히 굳은 얼굴을 마주하던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괜찮아.”
“아니요. 괜찮지 않습니다. 허락해주신다면 저도 탐색을 하려고 합니다.”
도망친 위연에 대한 분노 때문에 서황의 눈은 무섭기 그지없었다.
그런 그를 바라보던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정북부에 가서 서복의 명령을 받아. 그 녀석이 총괄하여 탐색 작업을 하고 있으니까. 운 좋으면 네가 잡을지도 모르겠군.”
“감사합니다!”
분노로 똘똘 뭉쳐져 있던 서황이 병사들과 함께 걸어가는 모습을 보며 감녕은 입맛을 다셨다.
“위연이라…”
“아는 이름이야?”
“그야 당연히. 황충과 더불어서 귀찮게 덤벼들던 놈이거든.”
“허어.”
“싸움도 잘하는데 중요한 건 머리도 좋다는 거야. 약싹빠르게 치고 빠지는 것을 잘해서 번번히 놓칠 수 밖에 없었어.”
“그런가…”
감녕은 히죽 웃은 후 자신의 방천화극을 잡았다.
“그래도 제대로 붙으면 이긴다.”
“그러겠지. 그런데 너희 둘이 올라오면 양양은 누가 지키냐?”
내가 알기로 양양에 괜찮은 무인이 없는 걸로 알고 있는데.
내 질문에 방통은 피식 웃었다.
“순 대부가 있잖냐.”
“무관은?”
“무관? 아아.”
씩 웃은 감녕은 방천화극을 가볍게 들어보였다.
“내 장인어른. 나와 영기가 빠진 것을 알렸으니까 익주 쪽에서도 간을 보다가 들어오겠지? 한번 제대로 걸렸으면 좋겠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