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714
이야기가 끝났다.
긴 이야기를 마친 내가 술로 목을 축이자 심각하게 그것을 듣던 방통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것도 그거냐?”
“응? 아. 응.”
팔을 걷어 올린 방통은 자신의 팔에 난 우두 자국을 보였다.
방통에게도, 그리고 서복에게도.
그들에게 우두를 이용한 접종 정도는 해주었다.
처음에는 투덜거리던 놈들이었지만 그래도 얌전히 받아들였던 것이다.
“신벌이라 불리는 마마조차 정복한 세계라는 건가.”
“정복이라고 보기는 어렵지. 실제로 걸리면 답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니까.”
“흐음…”
방통이 생각을 하는 동안 서복은 차분히 물었다.
“그리고 농법에 관련된 것도?”
“응. 물론 내가 가진 것은 그 시대의 모든 지식이 아니야. 오로지 이유하가 가지고 있던 지식에 불과해. 당연히 불안정할 수 밖에 없지.”
“이유하는 상인… 그런 거였나?”
“농사와 관련된 상업을 했으니까. 상인이라고 보는게 좋아.”
고개를 끄덕인 서복은 쓴 입맛을 다셨다.
“아깝네. 이왕이면 제대로 된 농부였다면 좋았을 것을.”
“그러게 말이야.”
지렁이와 오줌액비, 그리고 심경 등을 제외하고도 농사를 위한 기술은 많이 있을 것이다.
그것을 생각한다면 아쉽기 그지 없었다.
“뭐. 없는 걸 가지고 투덜거릴 필요는 없겠군.”
“다른 기술 같은 건 없냐?”
“석회 같은 거?”
석회를 이용하여 콘크리트를 만드는 방법 역시 이유하의 기억을 이용했던 것이다.
내 대답에 서복은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런 거. 뭔가 전투라든가 다른 것에 쓸만한 것.”
“글쎄…? 말했지만 대부분의 기술은 기반 기술이 필요한 것들인지라… 맨땅에서 만들만한 것은 그리 많지 않은데. 아니 이정도면 된 것 아닌가?”
“쯧. 아쉽네. 그 총이라는 것도 만들 수 있으면 좋을 것을. 아니면 화약이라든가.”
“아서라. 그건 잘못 건드리면 오히려 독이야.”
서복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전쟁을 대비한 신무기들에 대한 것이었다.
특히 총과 화약.
만들수만 있다면 천하를 통일 하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쉽게 만들겠냐.
애초에 이유하의 시대에 활용되고 있는 총은 물론이거니와 초기 형태의 머스킷이라는 것을 만드는 것 조차도 엄청난 기술과 제련술이 필요하다.
“서주에서 선인들과 연합한 곽가가 새로운 제철기술을 만들고 좋은 철을 양산할 수 있다면 혹시 모르지만. 그래도 화약을 만드는 것도 쉽지가 않아. 아니, 만들어도 문제겠군.”
화약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흑색화약은 초석과 숯, 황을 일정 비율로 혼합하여 만들어내는 것이다.
일단 초석은 어디서 구하냐.
황과 숯은 어찌어찌 구한다고 하더라도 당장 초석은 내가 어떻게 생겨먹은지도 모른다.
그리고 구했다고 치더라도 흑색화약의 비율은? 그리고 총을 만들기 위한 총열은?
아무리 총이 훈련을 시키기 편하다고 하더라도 당장 위험은 존재할 뿐더러 훈련을 하는데도 화약이 소모된다.
그렇게 하다가 기술이 유출되지 않을 것 같은가?
우리가 만든 총이 우리에게 겨눠지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을까?
굳이 총 없어도 우리가 유리한 상황이다.
괜히 긁어 부스럼 할 이유는 없다.
“총은 만들어지지 않는 것이 오히려 나아.”
“흐음… 쩝. 뭐 아쉽네.”
서복은 아쉬워했지만 내 강경한 태도에 어깨를 으쓱이며 물러났다.
책사인 서복의 입장에서도 다른 세력들이 총을 사용하기 시작하면 전체적인 전술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것을 알것이다.
그리고 사고의 문제 뿐만 아니라 다른 문제들까지.
당장은 편하겠지만 십년, 이십년 후를 보면 오히려 골치만 썩힐 것이라는걸 눈치챈 듯 보였다.
“그럼 농사에 관련된 기술은?”
“아. 논농사가 있는데. 그건 나중에 기주에서 한번 시험해보려고. 사실 지금 상황에서는 별 의미가 없을 것 같지만… 병주와 유주 일대를 생각하면 수확량을 좀 더 늘려야 할 것 같거든.”
사실 논농사에 대해서는 예전부터 한번 도전을 해볼까 생각했던 것이다.
지금 우리는 콩과 순무를 휴경지에 항상 심고, 또 지렁이를 양식하며 심경과 우경을 추천하고 철제 농기구를 보급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멘델이라는 학자의 우성의 법칙을 이용. 씨알 좋은 놈들로만 농사를 지었다.
이게 통한 것인지, 아니면 다른 영향 때문인지 추수기에 곡식들은 꽤나 씨알이 굵었다.
그렇지만 병주와 유주를 손에 넣고 그곳을 안정시킬 때까지는 더 많이 생산해야 한다.
산양군과 기주 일대 몇곳에 봐둔 곳이 있으니 거기서 한번 시험을 해봐야지.
잘되면 밭농사에 비해 몇배 이상의 성과가 나올테니 기대감이 크다.
“그리고 물고기 양식이라든가 염전장을 만든다거나. 해보고 싶은 것은 많아.”
“흐음… 나쁘지 않네. 그 논농사라는 것에 대해서 나중에 잘 말해줘. 내가 한번 해볼테니까. 너도 직접 해본 적은 없을 것 아냐?”
“알았어.”
나와 서복이 대화를 나누는 동안 잠자코 있던 방통은 손가락을 튕긴 후 말했다.
“야. 그럼 이거 잘만 이용하면 신벌인 마마도 병기로 이용할 수 있는 것 아니냐? 그 우두를 이용한 접종을 통해서 마마에 걸리지 않는다는 것을 이용하면 마마가 퍼졌을 때 적들을 공격할 수 있는 것 아냐.”
“뭐 그렇겠지? 하지만 천연두를 어떻게 퍼트릴려고?”
“방법이야…”
“그렇게 하려면 전 병력에게 우두를 접종해야하는데 우두를 구하는 것은 어떻게 해야 하는데?”
“그야…”
“화타 어르신이 마마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쓸 우두나 우리와 가까운 사람들에게 우두를 접종하는 것도 벅차. 전 병력에게 접종을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고. 그리고 우두로 접종을 했다고 하더라도 끝이 아니야. 짧게는 5년. 길게는 십년 사이에 다시 접종을 받아야 해. 우두를 양산할 수 없는 이상 의미는 없어.”
“으음…”
아쉬워하는 것이 뻔히 보인다.
그들을 향해 난 웃었다.
“일, 이백년 후의 기술도 아니고 이천년 정도 후의 기술이야. 그 기술을 제대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그 전대의 기술이 필요하고, 또 그 전대의 기술을 이용하려면 전대의 기술이 필요하고.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거지.”
“그래도 그 조금의 기술을 쓴 것만으로도 굉장한 이득 아닌가?”
“그렇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지금 내가 도입한 허접한 비누라든가, 아니면 농법이라든가.
이것만으로도 막대한 이득을 볼 수 있었다.
비누를 각 지역에 거의 무상에 가까운 값으로 보급하고 백성들에게 위생의 중요성을 강제했다.
그 결과 백성들이 병에 걸리는 것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또한 연이은 풍작으로 하루 두끼를 먹으면 정말 풍족하게 먹었다고 생각하던 백성들에게 하루 세끼를 먹게 해주었다.
고작 십년에 불과하지만 십년 전의 어린 아이와 지금의 어린 아이를 비교하면 그 건강이나 발육 상태가 보통이 아니다.
제대로 챙겨먹던 사족이나 상가의 명가의 자제들 수준으로 백성의 아이들이 건강해진 것이다.
“네가 백성이 중요하다고 하는 이유를 이제 좀 알 것 같군.”
“그들은 훌륭한 노동력이야. 잘만 키우면 강한 병사가 될 수 있고, 또 많은 식량을 만들어 낼 수도 있지. 그렇다면 제대로 나눠주고 키우는 것이 좋아. 개개인은 모르겠지만 대다수의 경우 결코 은혜를 잊지 않으니까. 우리가 베풀면 베푸는 만큼 그들의 호의는 돌아온다. 사부님도 그러셨잖아?”
“흐음…”
“결국 더 이상 써먹을 기술은 없다는 건가?”
방통의 질문에 나는 대답 대신 어깨만 으쓱였다.
써먹을 기술이야 많겠지만 뭘 써야할지 모르겠다.
“당장 가용한 기술은 없지. 이래저래 내가 판단했을 때 괜찮겠다 싶은 것들은 있지만… 그래도 부족한 것이 많아. 예를 들자면 지금 곽가가 하고 있는 새로운 철을 만들어내는 것이라든가.”
“아. 들었어. 거대한 화로를 만들고 있다면서?”
“좋은 철을 만들기 위해서는 철광석에 섞여 있는 불순물들을 제거할 필요가 있으니까. 그… 의천검 같은 경우를 보면 그 검은 운철로 만들어져 있지.”
“응.”
“운철은 운석… 즉 먼 우주에서 떨어진 조각이야. 이 세계로 들어오면서 엄청난 열을 받게 되고 그 열 덕분에 좋은 철이 만들어진 것이지. 그만큼의 열을 만들어내려면 연료와 더불어 거대한 화로가 필요해.”
“쉬운게 하나도 없구만.”
방통은 투덜거리며 술을 단번에 들이마셨다.
이제 끝난건가?
서복과 방통이 입을 다물자 난 잠시 생각하다가 물었다.
“야. 그런데 너네는 반응이 왜 이러냐?”
“뭐가?”
“문제라도?”
“아니, 나는 분명히 삼국지에 대해서 말해줬는데. 왜 그거에 대한 얘기는 안하냐?”
아버지, 그리고 내 부인들.
모두 이유하의 이야기에서 집중한 것은 바로 삼국지였다.
그 삼국지에 대한 것을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얘들은 그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은 듯 보였다.
“아. 그거.”
“뭐 크게 중요한 건 아닌 것 같아서 말이지.”
“응?”
중요한 거 아닌가?
내가 당황하자 서복은 피식 웃었다.
“그 삼국지라는 것… 뭐 네 말대로 그것이 현재 우리 시대의 이야기라고 치더라도. 지금은 그 삼국지라는 것과는 많이 달라졌다면서?”
“응.”
방통은 빈 술병을 옆에 놓고 다른 술병을 가져왔다.
도대체 몇병이나 마시는거야?
“모든 일에는 원인과 결과가 있기 마련이지. 하지만 그 삼국지에는 나오지 않은 것이 있어. 바로 너다. 네가 나타남으로써 삼국지라는 것은 큰 의미가 없어지게 되었어.”
“그게 무슨…”
“애초에 삼국지라는 것도 삼국에 대한 이야기지? 위, 오, 촉. 하지만 그 촉의 대장인 유비, 그리고 그 촉을 이끌었던 대단한 책사인 제갈량은 죽었다.”
“….”
“그런만큼 이미 삼국지라는 것은 우리의 삶과는 별개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
방통의 대답에 서복은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했다.
“유비와 제갈량이라는 이들이 있기에 촉이 만들어진 것이라면, 결국 그들이 없다면 촉이 만들어지지 않겠지. 아비가 없으면 아들도 없기 마련이다. 삼국지의 세 나라 중 하나의 시조가 사라진 이상 삼국지는 그저 참고해야 할 정도에 불과해.”
서복은 시큰둥히 대꾸한 후 방통의 손에 들려 있는 술병을 받았다.
“굳이 그 삼국지에서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아직 주목받지 못한 인재들 정도에 불과할 것 같은데.”
“그렇…겠지?”
“등애라고 했던가? 네가 여남에서 주운 인재가? 하지만 그 외에는?”
“음… 글쎄다.”
삼국지에서도 몇몇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명가의 사람들이다.
그런만큼 굳이 삼국지를 참고하며 등용하지 않더라도 그들은 머지않아 두각을 나타낼 것이다.
“오나 파촉의 인재들을 지금 상황에서 끌어들일 수 있을 것 같아?”
“…그건 아니지.”
지금은 각 세력의 구도가 잡혀가는 도중이었다.
그런만큼 다른 지역에 있는 인재를 가서 영입 제안을 해봤자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삼국지에 나오는 인재라고 하더라도 그게 중요한 것은 아니야. 실제 그가 얼마나 제대로 일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지. 등용될 인재라면 내버려둬도 두각을 나타낼터. 굳이 삼국지가 없더라도 큰 의미는 없을거야.”
무덤덤하게 대꾸한 서복은 피식 웃었다.
“옛날처럼 우후죽순으로 군벌들이 있는 상황이라면 모르겠지만.”
“그렇구만.”
확실히 얘들은 책사라는 생각을 강하게 받는다.
필요한 것 외에는 관심이 없다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둘을 보며 난 웃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좀 걱정했어.”
“뭘?”
“이 이야기를 듣고 너희들이 열받아 하지는 않을까 싶었거든.”
“열받을… 뭐 그런게 있나?”
“글쎄다.”
“아니. 뭐랄까. 너희들이 삼국지에 나오는 인재라고 해서 친해지고, 뭐 그런 소리를 할까봐.”
“하긴. 솔직히 수경원이라는 구심점이 없었다면 너 뿐만 아니라 서복이랑도 친해지지 않았을 것 같긴 하다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제와서 유비니 뭐니를 따질 생각은 없어. 애초에 그 자와는 만난 적도 없고.”
“나는 잠깐 본 적이 있기는 하지만 그자를 주군으로 삼기는 좀 그래.”
하하.
절로 웃음이 나온다.
방통과 서복은 무덤덤히 대답한 후 나를 보았다.
“나는 솔직히 네가 무슨 신화에 나오는 이무기라든가, 아니면 진짜 신농이나 그런 건 줄 알았거든.”
“난 산해경에 나오는 요괸 줄 알았지.”
“…아니 날 뭘로보고. 난 사람이거든?”
“네가 지금까지 한 일들을 보면 대체적으로 그렇게 생각할거다. 아무튼 그런게 아니고 그냥 ‘이유하의 지식’ 이라는 너만의 특기를 가지고 행동한 것이라면 딱히 문제 될 것은 없지.”
“차라리 이무기였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그럼 촉이든 서량이든 오든, 한번에 해결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런 힘이 있었으면 좋겠다.”
뭐라고 해야하나.
이놈들은 내 비밀을 들어도 태평하기 그지없구만.
역시 보통 놈들이 아니다.
“아무튼 이게 다야.”
“그러냐.”
“됐어. 그럼. 아무튼 재밌는 얘기였다. 그리고…”
방통은 주변을 둘러 본 후 천천히 말했다.
“넌 이 얘기는 이제부터 절대로 다른 사람에게 하지 마라.”
“아. 응.”
“삼국지 따위는 알바 아니고, 그리고 관심도 없지만 네가 가진 그 미래의 기술들은 확실히 대단한 것이야. 기반기술의 유무에 따라 구현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갈리겠지만. 그 기반기술이라는 것은 결국 대체 가능하다는 것이지. 자고로 사람을 갈아 넣으면 뭐든지 만들어진다고 하잖냐.”
“음… 응.”
“괜한 짓으로 문제 일으키지 말고. 이걸 알고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되냐?”
“일단 아버지. 그리고 내 마누라들, 거기에 너희 둘.”
“됐어. 그정도면 제수씨들이 쓸데없이 말할 정도로 생각이 없는 것 같지는 않으니까. 이건 우리들끼리의 비밀로 하자.”
“하하… 응.”
확실히 머리가 좋은 놈들이라 그런지 내가 가진 비밀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알고 있구만.
서복도, 그리고 방통도.
그들은 서로와 몇마디 이야기를 나눈 후 말했다.
“아무튼 네 비밀을 이렇게 순순히 말해줘서 뭐라고 해야하나. 고맙다.”
“네가 뭐든, 무슨 지식을 가지고 있든. 뭐… 우리가 함께 한 시간을 생각한다면 나는 너를 형제라고 생각하고 있어. 그러니까 쓸데없는 생각은 마라.”
방통과 서복은 나를 향해 편안히 말했고 그들의 말에 난 안심했다.
“하하… 그래. 형제지.”
“그리고 큰 형은 나고.”
“닥쳐라. 애송아. 어딜 나서냐. 생일도 제일 늦은 주제에.”
“뭐 이 자식아? ”
서복과 방통이 투닥거리는 것을 보며 나는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 당연히 제일 큰 형은 내가 아니겠냐? 핫하! 인정할 것은 깔끔하게 인정하는 남자가 되지들 그러냐.”
“뭔 개소리야?”
“미친 듯.”
아아. 진짜 어쩔 수 없네.
역시 이 놈들은 내 친우이며, 형제라고밖에 할 수 없는 놈들이라는 것을 새삼스레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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