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727
팽성군에서 하루를 쉬고 보급도 제대로 받았다.
딱히 힘든 여행길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지붕 밑에서 자는게 어딘가 싶었다.
병사들의 표정이 밝은 것을 보며 난 말에 올랐다.
“이제 가자고.”
“…저. 시중.”
“음?”
“왜 눈 밑에 기미가… 잠자리가 불편하셨습니까?”
“…아, 아하하. 그런 건 아니고.”
배웅하러 나왔던 진등은 미안해하며 조심스레 말했다.
미안해하지마라.
당신 때문이 아니니까.
난 내 옆에 있는 청이를 힐끔 보았다.
청이의 얼굴이 맨들맨들하다.
마치 빛이 날 것 같군.
“아, 아아.”
내 시선을 눈치챈 진등은 그제서야 감탄을 하고 씩 웃었다.
내게 다가 온 그는 품에서 작은 약병을 건네주었다.
“이게 뭔가?”
“체력회복제입니다. 하하하…”
“고, 고맙네.”
“별 말씀을.”
고맙다.
자세하게 안 물어봐줘서.
진등은 싱글거리며 뒤로 물러난 후 허리를 숙였다.
“그럼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그래. 아. 그리고 목화와 솜을 훔치려던 도적들에 대해서는 좀 자세하게 알아봐줬으면 하는데.”
“왜 그러십니까?”
“그냥 좀 마음에 걸려서. 단순한 도적이 솜을 훔칠 이유는 없을 것 같거든.”
“흐음…”
진등의 말대로 목화와 솜은 북방에 가져다 팔면 열배가 넘는 값으로 팔 수 있다.
하지만 솜은 부피가 상당하고 관리하는 것이 꽤나 귀찮다.
그런만큼 저거 가져다 파느니 차라리 금을 훔치는게 더 나을 것이다.
그런데도 솜을 노렸다는 것을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서주목에게도 요청을 할 생각이기는 하지만 말야. 한번 알아봐줬으면 좋겠네.”
“알겠습니다.”
“너무 무리는 하지 말고.”
진등은 고개를 끄덕였다.
태사자도 없는데 괜히 엄한 놈들 건드려서 피해를 키우는 것보다는 낫지.
진등의 뒤에 서 있던 태사형이 아쉬워하며 날 바라보는 것을 느꼈다.
그의 진한 시선에 난 웃었다.
“자네도. 무리하지 않아도 될 때 무리했다가 괜히 힘 써야 할 때 기회를 놓치지 말게나.”
“명심하겠습니다!”
태사형이 기쁘게 말하자 나는 고개를 끄덕인 후 말에 올랐다.
이제 출발할 때가 되었다.
“그럼 다음에 또 보지.”
“부디 무운이 있기를.”
배웅하는 이들의 인사를 받으며 하비로 가는 길에 올랐다.
잘 정비되어 있는 길을 통하는 것이니 사흘에서 나흘 정도면 하비성에 도착할 것이다.
“그때까지는 좀 쉬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다가 온 요화가 웃으며 말을 걸었다.
그렇게 상태가 안좋아보이나?
“진 군수가 마차를 빌려줬습니다. 그 마차를 타고 가시는게 나을 것 같군요.”
태사자가 가리킨 곳에는 빈 마차가 있었다.
내가 하비로 가는 김에 하비에 수송해 줄 금은이 들어 있는 마차다.
“음… 그게 낫겠군.”
확실히 다리가 후들거리는 것이 오늘 하루는 마차를 타고 가는 것이 나을 듯 싶었다.
내가 마차에 오르자 청이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마차에 따라 올랐다.
“왜?”
“어? 싫어요?”
“그런 건 아니지만. 너는 마차보다는 말을 타는 것을 더 좋아하지 않아?”
내 말에 청이는 베시시 웃었다.
“그렇지만 서방님께서 심심하시잖아요. 자자.”
금과 은을 수송하기 위한 마차라고 줬지만 실상은 나를 배려한 것을 알 수 있었다.
수송용 마차라면 이렇게 잘 만들 이유가 없으니까.
커다란 마차에 준비된 푹신한 긴 의자에 앉은 청이는 자신의 허벅지를 톡톡 쳤다.
“누우세요~”
“그래… 그래.”
병주고 약주고 하는군.
난 의자에 몸을 눕히고 청이의 다리에 머리를 기댔다.
“헤헤헤~”
“좋니?”
맨들거리는 그녀의 얼굴을 보며 내가 투덜거리자 청이는 한껏 기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 후 내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무척이요!”
“그래…”
“서방님과 이렇게 단 둘이 있는 경우는 드물잖아요? 있어도 항상 바쁠 때였고. 이렇게 여유를 가지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네요.”
“그렇겠… 아하아암~”
어제 제대로 잠을 못 잤더니 졸립다.
청이의 향기와 뒤통수에 닿는 포근함에 눈이 감기며 하품이 계속 나왔다.
그런 나를 향해 웃은 청이는 볼을 쓰다듬으며 속삭였다.
“눈을 좀 붙이시는게 어떠세요?”
“응…”
청이의 달콤한 목소리를 들으며 난 눈을 감았다.
꽤나 번화한 거리를 지나 하비성에 있는 서주목 치소 앞에 도착했다.
예정보다 하루 정도 일찍 도착했네.
치소 앞에 멈춘 마차에서 내린 나는 요화에게 물었다.
“서주목이 있다고 했지?”
“예.”
“그럼 가자고.”
마중을 나왔던 하비현 현령을 돌려보낸 후 곧장 치소로 들어갔다.
치소를 지키고 있던 병사들은 나를 보자마자 창을 거두며 외쳤다.
“시중께서 들어오십니다!”
“호오…”
기강이 제대로 잡혀 있다.
예전에 내가 다스릴 때 이상으로 병사들의 군기가 바짝 들어 있는 것에 감탄한 나는 치소 안으로 들어갔다.
예전과 크게 변한게 없구나.
꽤나 넓직한 치소의 앞마당에는 진군과 함께 서주목의 관리들이 서 있었다.
“하하하! 오래간만입니다!”
“그러게 말입니다. 잘 지내셨습니까?”
밝게 웃으며 진군은 바삐 걸어와 양 팔을 벌렸다.
그를 한번 안아주며 친분을 과시한다.
다른 관리들의 표정이 밝아지는 것이 보인다.
내가 감찰하러 온 것이 아니라는 것에 안도하는 듯 보였다.
“귀하신 분께서 이런 누추한 곳까지 오시다니. 이거 면목이 없습니다.”
“감찰하러 온 거 아니니까 아부는 관두십시요.”
너스레를 떨며 진군이 나를 반기는 것에 난 웃었다.
전에 봤을 때보다 한결 더 여유가 있어보인다.
“예. 자. 어서 안으로 드시지요. 연회… 는 준비하지 않았습니다. 연회는 별로 좋아하지 않으시지요?”
“하하하. 역시. 함께 오래 일한 덕분인지 쓸데없는 짓은 하지 않으시는군요.”
다른 감찰관이라면 모르겠지만 나는 연회 별로 안좋아한다.
애초에 술을 잘 안마시니 말이다.
거기에 청이도 있고.
병사들을 지휘하며 그들을 하비의 병영으로 보내는 이들을 가리킨 나는 진군에게 말했다.
“병사들이나 배부르게 먹여주십시요.”
“알겠습니다. 안그래도 병영에서 병사들을 위해 소 몇마리를 잡았다고 합니다.”
“그렇습니까? 하하. 잘 하셨습니다.”
날 반기는 진군과 함께 가려던 나는 태사자를 불렀다.
“자네는 청이와 요화를 데리고 병영에 가 있게나.”
“예. 나으리.”
태사자가 다른 이들을 통솔하며 가는 것을 본 진군은 빙긋 웃었다.
“팽성군으로 잠시 보내 놓았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제가 데리고 있을 걸 그랬습니다.”
“뭐 문제라도 있습니까?”
“그런 것은 아닙니다. 다만… 시중께서도 어느정도는 눈치채셨겠지요? 강동의 일을.”
“아… 예.”
진군도 예측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는 심각한 어조로 말한 후 나를 데리고 집무실로 향했다.
많은 죽간과 서책들이 쌓여 있는 집무실에 도착하자 그는 손수 차를 타 나에게 주었다.
“괜찮은 차를 구했습니다. 드시지요.”
“감사합니다. 음… 일단 제가 온 목적을 말씀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전령에게 받기는 했습니다. 서주의 태학, 그리고 곽 대부가 고구려의 선인들과 함께 만들고 있는 철제기술 때문이시지요?”
“거기에 강동에도 잠깐 가보려고 합니다. 엄 군수와 모르는 사이도 아닌데. 여기까지 와서 병문안을 가지 않을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흐음… 예. 준비시켜놓겠습니다.”
“준비? 어… 하비현에 있는 것 아닙니까?”
“태학은 하비현에 있지만 곽 대부가 제련을 연구하는 곳은 하비현에서 떨어진 곳에 있습니다.”
“그렇습니까.”
하긴, 제철을 하는 곳이 도심지에 있으면 골치아프지.
화재가 나기도 쉬울 뿐만 아니라 철을 녹이는 열과 소리가 주거 환경 및 전답을 상하게 할테니까.
그 뿐만 아니라 온도를 낮추기 위한 물을 구하는 것 까지 생각한다면 이래저래 준비할 것이 많을 것이다.
“하비의 철광이 나는 곳 근처에 있으니 함께 가시지요.”
“하하… 좋습니다. 역시 이야기가 빨라서 좋군요.”
확실히 진군이 일을 잘 하기는 했다.
내가 원하는 것을 정확히 잡아내 그것을 제시하는 것을 보면.
따뜻한 차를 홀짝이던 나는 진군의 여유로운 표정을 보며 씩 웃었다.
“전에 뵈었을 때는 꽤나 급박해보였는데…”
구품관인제.
지금까지 관직에 오를 수 있는 제도는 효심이 높다는 것을 중시하는 효렴, 그리고 재능이 있다는 것을 제시하는 무재였다.
그리고 그 효렴과 무재로 추천받기 위해서는 명가나 호족들의 의견이 아주 중요했다.
그로 인해서 관직의 청렴성과 능률에 문제가 생기는 만큼 진군은 관직의 품계를 정확히 나누고 추천제도가 아닌 시험제도로 바꾸자고 말했었다.
그것 때문에 한때 조비를 지지하기도 했었던 진군이다.
하지만 서주목이 되고 나서 그런 이야기를 하질 않았는데.
꽤나 여유로워보이네.
포기했나?
“태학 덕분입니다.”
“하하…”
“시중께서 전에 말씀하셨지요. 너무 빨리 하려고 하면 체한다고. 시중을 만나고 나서 돌아와 생각을 해봤습니다. 말씀하신대로 반발이 심하겠더군요.”
차를 한모금 마신 그는 천천히 창문 밖을 바라보았다.
나이어린 낭관들이 죽간을 들고 걷는 모습이 보였다.
“그래서 생각을 해봤습니다. 효심이 깊어 추천을 받는 것이라면, 호족들이나 명사들의 평가에 의해 재능이 인정받는 것이라면. 그것을 인정해주는 기관을 만드는 것이 낫겠다고.”
“오호…”
괜찮은 생각이다.
태학에서 자체적으로 검증을 하고, 그 검증을 끝낸 이들이 관직에 오르게 하겠다는 것인가?
진군은 씩 웃었다.
“그렇기에 채 대스승님과 정 대스승님을 설득했습니다. 그분들이라면 호족들이나 명사들이라고 하더라도 함부로 대들 수 없는 분들이지요.”
“하긴 그렇지요.”
당대의 대문호라고 불릴만한 채옹과 정현이다.
그들에게 자질을 검증받지 못한다면 명가라고 하더라도 자기 자식의 재능이 부족함을 한탄할 뿐이다.
억지로 효렴이나 무재로 추천해봤자 주변의 비웃음만 살 뿐이라는 것을 아니까.
“명가와 호족들은 명예와 체면을 아주 중요시여깁니다. 그것을 무기로 삼았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서주 태학의 제도는 서주목께서 제시하신 것입니까?”
“예.”
그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인 후 조용히 웃었다.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명가의 후손이라고 하여, 호족의 추천을 받는다하여 자질이 부족한 이가 관직에 올라 백성들이 고생을 하는 것은 이제부터 막을 수 있습니다.”
진군의 말에 난 쓰게 웃었다.
“왜 그런 표정이십니까?”
“아니요. 나쁘지는 않은 방법입니다. 나쁘지는 않지만…”
“뭔가 문제라도 있는 것입니까?”
진군의 말에 난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진군의 방법은 아주 훌륭하다.
호족과 명사들이 함부로 덤벼들지 못하게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태학에서 검증을 끝낸 이들이라면 최소한 쉽게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을테니까.
다만 그 태학이 문제일 수도 있다.
태학의 대스승인 채옹과 정현.
그들의 나이가 문제다.
많은 이들이 인정할 정도의 대학자인 둘이라면 괜찮겠지만.
다음 대의 대스승을 누구로 초빙해야 한단 말인가.
제도가 아닌 명사의 이름으로 다른 이들을 제압하는 방법인만큼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난 한숨을 내쉰 후 천천히 말했다.
“아무튼 일단 태학에 함께 가보시지요. 저도 제 눈으로 한번 보고 싶습니다.”
난 일말의 걱정을 안고 진군과 함께 밖으로 나갔다.
========== 작품 후기 ==========
안녕하세요! 레드에이어입니다!
축하 감사합니다 ㅋㅋ
이게 참 이렇게 되는구만요 ㅎ
히히
축하는 통합해서 감사인사를 드립니다용!
제가 늦게 들어와서ㅠㅠ 대댓글을 전부 쓰기는 힘들구만요… 양해 부탁드려용
그럼 대댓글 갈게요!
허클베리fin // 감사합니당 ㅎㅎ
은색실버 // 은근히 시간이 많이 지났…죠?
트릭스타 // 조식도 머리가 좋습니다! 나름 대단한 남자!
CS플레이아데스 // 과연 누가 나올 것인가! 뚜둥!
Combustion // 항상 감사드려용~
Annaka // 기념으로 2연참!? 가즈아!?
은하수2000 // 항상 감사드립니당 ㅎㅎ
인핀 // 과연 늘어날것인가 말것인가!
신지영 // 태사향이 아니라 태사형이라네요 기록상 향과 형이 글자과 비슷해서 향으로 오기된 것이라고…
Bobbylow // 으억ㅠㅠ 어쩌다가 다치셨데요ㅠㅠ 아이고 아프겠네… 몸조리 잘하셔유ㅠㅠㅠ
순수몰 // 오오오오! 감사합니다! 잘먹을게용!!
철의노래 // 그것은 여러분의 마음속에 있습니당(…)
ppk12 // 가끔씩은 잔잔해야죠 ㅋㅋㅋ
돔페리뇽 // ㅋㅋㅋㅋ 영이랑은 서주에서 돌아 온 후에!
환타지아 // 이당지와 화타가 하비에 있습니다!
반갈 // 있기는 있습니다 ㅋㅋㅋ 조비 말고도…
LimitZero // 응슷응?
천공의행검 // 왘ㅋㅋ 도교드래곤 2페이즈 또 있다네요 ㅋㅋㅋ
koreaabce // 과연 손상향일지!?
프리라스트 // 빠바밤!
Pandemonic // 오쪽 영토는… 이거한번 정리를 해야겠는데 지도를 뭘로 골라야 하나… 감사합니다 정리 한번 해볼게용
Kalon // 과연!? 우리의 왕원희양을 데려갈 복받은 남자는!?
가을을나는자 // 강동의 덕왕님이 가심…ㅠㅠ
날사랑한그대 // 보연사가 진짜 어우야스럽긴 하죠 ㅋㅋ
건필하십쇼! // 누굴까요!?
바이러스 // 늘 감사드려요~
류미연 // ㅋㅋㅋㅋㅋㅋ누가 나올 것인가!!!
마스터칼솔럼 // 항상 감사드립니다~
우중월야 // 엄여의 행방은 내일이나 내일 모레 쯤 나오겟네용
Danke // 늘 감사드려요~~~
현실과소설 // 과연 나올 것인가!!
Guaaaaaak // 조조 : 진유하가 일을 참 잘해…(뿌듯)
허니앙쥬 // 이때는 고용노동부가 설립되기 전이라…안습의 유하…ㅠㅠ
얼라이언스 // 오오오오옹ㅇ!!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그럼 내일 봅시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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