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728
하비의 중심가에서 조금 떨어진 곳으로 향한 나는 깜짝 놀랐다.
분명 여기에는 고급진 장원들이 많았었는데?
내가 놀라자 진군은 싱글거렸다.
“많은 명사분들께서 협력을 해주셨습니다.”
서주의 명사들이 머무르며 지식을 쌓고, 또 교류하던 곳이 사라지고 커다란 장원 하나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이정도면 관청보다 큰 것 아닌가?
“비용이 상당히 들었겠습니다?”
“하하… 어쩔 수 없었지요. 시중께서 만들어 놓으신 여유자금과 기반을 좀 이용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군요.”
진군 전의 서주목인 하후연은 따로 사업을 하거나 도시를 확장하거나, 다른 일로 서주목에게 배정된 자금을 사용 하지 않았다.
그는 그저 내가 만들어 놓은 제도와 정책을 유지하는 정도만 했을 뿐.
그렇기에 자금이 꾸준히 모일 수 있었고 그 자금을 진군은 시원하게 써버린 것이다.
좋은 결단력이다.
돈이나 물자는 모으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쓰는지도 중요하다.
이렇게 써가면서 돈이 돌아야지 사람들의 삶이 나아진다.
상업이 발달하고 백성들이 다른 일을 하게 되며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된다.
지방관으로서 가장 중요한 덕목인 돈을 쓰는 방법을 진군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정서장군께 서주목 자리를 맡기길 잘한 것 같군요. 허유가 맡았더라면… 그 자금이 엄한데 쓰일 뻔 했습니다. 생각만해도 끔찍하군요.”
어깨를 으쓱이며 진군이 말하자 난 동의했다.
“그러게 말입니다. 어쩌면 이런 상황이 만들어지지 않을 수도 있었겠지요.”
서주목의 자리를 노리던 허유였다.
그가 진짜 서주목이 되었다면 태학은 커녕 황제의 힘이 더욱 강해졌겠지.
어쩌면 그 자금을 유장이나 유화, 혹은 공손가에 가져다 바쳤을 수도 있겠다.
“하후가의 사람이기에 이만큼 모았을 수도 있겠군요.”
하후연이 돈에 미쳐서 모아 놓은 자금을 횡령할 이유는 전혀 없었다.
지금 위국에서도 명가 중에 명가라고 불릴 만한 조가와 더불어 명망높은 가문이 바로 하후가다.
그런만큼 돈은 별 의미가 없겠지.
하후가에 배속되어 있는 봉지도 상당하니까.
거기에 하후연이 관심을 가지는 것은 자신의 무기나 병사들의 장비 정도 뿐이다.
그리고 그것은 그의 녹봉과 지원금으로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고.
진군의 말대로 가진 사람이기에 오히려 이만큼 모을 수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서주의 자금은 태학의 설립, 그리고 지금은 유주목이 되신 조 장군께서 모아 놓으신 자금을 이용해서 태학에서 공부하는 이들을 지원하고 있지요.”
“그럼 태학에 입학하는 이들은 전원 무상으로 교육을 받는 것 입니까?”
“네. 입학부터 시작해서 공부를 하는 것, 그리고 그들을 위한 교재, 스승이 되어주실 분들의 삶까지. 그만큼 태학에서 공부를 하는 것은 명예이며 이득이 되는 것입니다. 또… 태학은 철저한 실력제입니다. 매년 시험을 보게 되고 그 시험에서 통과하지 못하게 된다면 가문을 막론하고 바로 배출됩니다.”
살벌하기 그지없구만.
하지만 돈은 없지만 재능이 있는 이들이라면, 그리고 배우고자 하는 이라면 반드시 들어가고 싶겠다.
지금까지 배운다는 것도 결국 있는 집 자식들의 전용이라고 볼 수 있었다.
당연한 것이다.
일반 백성들에게 중요한 것은 하루하루 살아갈 수 있는 식량이 중요할 뿐이니까.
“서주이기에 태학의 설립이 가능했을지도 모르지요.”
서주는 풍요로운 땅이다.
기수와 사수가 지나가고 있어 비옥한 토양이 많고 물이 모자르지 않아 농사를 짓기에도 편하다.
뿐만 아니라 평원이 많은데다가 토양의 질이 좋아 농사를 짓기도 좋다.
바다가 근처에 있기에 염전을 활용할 수 있고 근해에서 어부들이 물고기를 낚을 수 있을 정도의 환경이 구성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초지가 많아 우마를 키우기에도 아주 용이했다.
그런 곳에 지렁이, 콩, 순무를 심어가며 토양의 질을 더욱 높인데다가 멘델의 법칙을 이용한 종자개량법, 우경과 심경의 적극 도입까지.
산양군에서 개발한 생산성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이란 방법은 죄다 쏟아부어 그 성과를 시험하고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어낸 곳이 바로 서주다.
당연히 백성들은 풍요로울 수 밖에 없었다.
그 풍요로움을 기반으로 백성들이 스스로를 발전시키기 위해 배움을 청한다는 것에 대해서 생각했다.
사마의와 이야기를 했을 때 백성들의 머리가 굵어지는 것을 막고자 했었던 것을 떠오른다.
“하… 아무리 막고자해도 사람이 배우고자 하는 욕망은 나로서도 막을 수 없나보군.”
배우게 되면 많은 것을 얻을 수 있게 된다.
단순히 권력이나 재산의 문제가 아니다.
명예를 얻게 되는 것이다.
많은 이들에게 칭송받고, 많은 이들에게 공경받는 삶을 살 수 있다는 것.
배부른 백성들이 스스로를 더욱 발전시키고, 또한 관리들을 동경하여 그렇게 되고자 하는 모습을 보이려 한다.
“나쁘지… 않은 건가.”
먹고 살기 힘든 상황에서 머리가 굵어진다면 사회에 불만을 가지고 다 뒤집어 엎으려 할 것이다.
나와 사마의가 경계한 것이 바로 그런 상황이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다르다고 볼 수 있었다.
풍요로운 상황에서 머리가 굵어진 이들은 천하를 어떻게 생각할까?
나는 진군을 보았고 진군은 빙긋 웃었다.
“다른 곳은 몰라도… 서주의 백성들은 다릅니다. 이들은 전하의 치세에 만족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관리의 모습이 바뀌지 않는다면.”
그는 나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이들이 자신들의 힘을 위국에 겨눌 날은 없어질 것입니다. 오히려 위국의 천하가 더더욱 강성해지길 바라고 그것을 위해 자신의 재능을 바치려 하겠지요.”
진군은 한이 아닌 위국이라 말했다.
그의 말에 난 피식 웃었다.
“그거 아주 좋군요. 그나저나 백성들이 나서서 배우려 한다라…”
“삶이 나아진 백성들은 스스로 나서서 서당을 설립하고 명사들을 불러 스승으로 모시길 바라더군요. 백성들이 배움에 대한 열의가 대단하였습니다. 그렇기에 태학을 만드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시중께서 걱정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압니다만.”
아까 내 표정을 읽었나보다.
내가 걱정하는 바를 예측한 그는 나를 달래기 위해 한마디 했다.
진군의 뜻대로 된다면 좋으련만.
하긴 지금처럼 인재가 부족한 상황이라면 이런 식으로라도 많은 인재를 모으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
태학에서 잘만 교육을 시켜 놓으면 한이 아닌 위국에 대한 충성을 바치는 인재들이 늘어날테니까… 지금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려나?
“각 현에서 어느정도 검증을 받은 인재들을 모아서 태학에 입학하게 하고… 그곳에서도 검증을 한다?”
“예.”
진군은 여유롭게 웃은 후 커다란 장원의 문으로 향했다.
장원 입구에는 서주병의 무복을 입은 병사들이 굳은 얼굴로 무기를 든 채 서 있었다.
“주목! 어서 오십시요!”
진군을 알아 본 그들은 더더욱 긴장하며 창을 모았다.
그런 그들을 향해 웃어보인 진군은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가시지요.”
태학의 안은 꽤 넓었다.
태학원생의 수가 몇이나 될까?
깨끗하고 정갈한 건물들에서 아이들의 낭랑한 목소리가 들린다.
“태학에는 몇살부터 입학할 수 있습니까?”
“시험만 통과할 수 있다면 나이따위는 관계없습니다.”
“그래요?”
“지금까지 태학에 들어 올 수 있었던 이 중 가장 어린 사람은… 충이겠지요.”
“충이라면…”
“예. 위왕의 아드님이십니다. 그는 훌륭하게 시험을 통과했습니다. 어린데도 재지가 대단하지요.”
조충이라면 충분히 가능하겠다.
아직 어림에도 불구하고 재지가 대단하다 싶을 정도니까.
“그 외에 괜찮은 인재들이 있습니까?”
“글쎄요…”
진군은 턱을 쓰다듬은 후 웃었다.
“아직까지는 뭐라 말씀을 드리기가 어렵습니다.”
“음?”
“사람을 키우는 것은 난을 키우는 것과 같은 법. 처음의 싹이 좋다 하여 끝까지 좋은 것은 아니니까요. 물론 기대되는 이들이 몇 있기는 합니다.”
진군은 빙긋 웃은 후 걸었다.
넓은 태학을 걸으며 만나는 이들의 나이대는 다양했다.
적게는 대, 여섯살 쯤 되어보이는 아이부터 시작해서 많게는 조식과 비슷한 나이대까지.
“같은 옷을 입고 있군요.”
“예.”
진군이 작정을 했나보군.
아무리 싼 옷이라고 하더라도 저들에게 맞춰 줄 정도의 옷이라면 비용이 만만치 않았을텐데?
내 시선에 진군은 볼을 긁적거렸다.
“말씀드렸잖습니까. 상당히 많은 자금을 쓸 수 밖에 없었다고.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 이 태학에서 배출한 인재들은 위국의 발전에 큰 영향을 끼칠 것입니다.”
“나무라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하하. 큰 결심을 하셨군요.”
진짜 태학에 돈이 얼마나 들어간 것인지 궁금할 정도다.
내가 웃자 진군은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이지 쉬운 결정이 아니었습니다. 아! 걱정마십시요. 중앙에 보낼 세금을 뺀 것은 아니니까요.”
“그런 걱정은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태학의 상태에 따라 지원금이 생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습니까? 하하. 이거 시중께 잘 보여야겠군요!”
진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쉰 후 건물 하나를 가리켰다.
“이곳에 대스승님들이 계십니다.”
“그렇습니까…”
채옹이나 정현은 무척이나 오래간만에 만나는 것이다.
그런만큼 나도 몸가짐을 바로 해야지.
계단을 올라간 진군은 건물 앞에 있는 병사들에게 가볍게 인사한 후 외쳤다.
“대스승님!! 서주목입니다! 들어가보겠습니다!”
기별을 한 진군과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향기로운 묵향이 코끝을 간지럽힌다.
마련되어 있는 문 앞에 선 나는 담담히 말했다.
“채 태보 어르신. 접니다. 유하.”
“…유하가? 들어오거라.”
문이 열린다.
검은색 옷을 입은 무관은 말없이 고개를 숙였고 난 성큼성큼 안으로 들어갔다.
탁자에 앉아 있는 두 노인은 자리에서 일어나 웃으며 날 반겼다.
“이거 오래간만이구만.”
“자네가 여기까지 무슨 일인가? 시중씩이나 되는 사람이 자리를 비워도 되는 건가? 하하.. 아무튼 잘 왔네.”
채옹, 그리고 정현.
태학의 대스승이자 나와도 깊은 친분을 가지고 있는 명사들은 웃으며 나를 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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