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737
“항상 생각하는 것이지만 노 가주께선…”
“멋있다고?”
“장난하십니까?”
노숙을 향해 싸늘히 말한 육손은 한숨을 내쉬며 물었다.
“왜 직접 찾아오셨습니까?”
“이제 슬슬 우리와 함께 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니까. 더 이상은 늦장 부릴 때가 아니거든.”
노숙은 여유로운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가진 자의 여유.
강자의 여유.
웃음을 짓는 그의 얼굴에 주먹이라도 한대 날려버리고 싶지만 육손은 초인적인 인내력으로 꾹 참아내었다.
“하시고 싶은 말씀이 무엇입니까?”
“모르는 척 하는거야? 아니면 진짜 모르는거야?”
“모릅니다.”
사실은 모르는 척이지만.
지금까지 노가의 연락은 꾸준히 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그것을 그저 무시하거나 피했을 뿐이다.
당연한 것 아닌가.
다른 가문도 아니고 손가라니.
육강을 공격하여 그의 죽음에 간접적인 원인을 제공한 것이 바로 손책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손가로 밑으로 들어가는 것.
굴욕도 이런 굴욕이 따로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 그럼 다시 한번 똑똑히 말해주지.”
육손의 거짓말에도 노숙은 별반 기분나쁘지 않은 듯 보였다.
그는 여유롭게 웃은 후 다리를 꼬으며 말했다.
“오의 밑으로 들어와.”
그럴 줄 알았다.
육손은 눈쌀을 찌푸린 후 고개를 저었다.
“죄송합니다만 저는 오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왜? 좋다고. 이런 촌구석에 있는 것보다는… 함께 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왜 이런 말도 있잖아.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티끌은 모여봤자 티끌이라고 생각됩니다만…”
“육가의 상황을 보면 오의 밑으로 들어오는 것이 더욱 좋을텐데? 아니면… 다른 곳에 손을 대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
노숙의 미소에 육손은 한숨을 내쉬었다.
다른 곳에 손을 댄다.
그것이 의미하는 것이 무슨 말인지는 알고 있었다.
조조와 협력중이냐는 말이겠지.
육손의 입장에서는 무척이나 아쉬운 일이지만 아직까지 조조와 연은 없었다.
‘네놈이 이렇게까지만 하지 않았어도 벌써 조조와 손을 잡았겠지만.’
비록 촌구석에 있는 작은 가문에 불과했지만 자신의 의형이라 할 수 있는 방통이 형주목으로 재임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양양으로 가 그를 만나고 그에게 합류의 의사를 밝히려 했거늘.
‘젠장… 형님은 왜 그때 자리를 비워가지고.’
호숙현이 포위되지 않았을 때 한번 형주에 갔었지만 그때 방통은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결국 그를 만나지 못하고 돌아 올 수 밖에 없었던 육손은 천금같은 기회를 날려먹은 것이 너무나도 아쉬웠다.
‘아무튼 시간을 벌어야 한다.’
노숙이 이곳까지 찾아 온 이상 육가가 오에 흡수되는 것을 막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그렇다면 자신이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의 시간을 가져야 했다.
“이유가 필요합니까?”
“당연하지.”
히죽 웃은 노숙은 탁자를 톡톡 친 후 말을 이어나갔다.
“이제부터 큰 일을 해야 하거든.”
“….”
“그런데 말야. 너도 알다시피 내가 겁이 많아서 말이야. 뒤가 불안하면 잠을 못잔다고.”
웃기는 소리.
겁이 많은 인간이 지금 천하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는 위국과 대립의 구도를 만들려고 하나?
육손은 가소롭다는 듯 노숙을 보며 입꼬리를 끌어 올려 비웃었지만 노숙은 그저 싱글거릴 뿐 이었다.
“왜?”
“제가 오를 인정하지 않는 이유 정도는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알기는 아는데 이해는 못하겠다는 거지.”
“이해를 못하시겠다면 다시 말씀드리지요. 일단 처음부터 잘못되었습니다.”
그의 냉정한 말에도 노숙은 웃음을 지우지 않았다.
애초에 이런 말을 꺼낼 것은 예상하고 있었으니까.
육손을 설득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만약 육손이 오에 들어왔을 것이었다면 자신이 이렇게 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애초에 거짓된 명분으로 만들어진 집단에 불과한 오에 참여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거짓된 명분이라…”
“전에는 강남 연합이라 불렸었지요?”
“으흠.”
“십상시와 하진, 그리고 동탁과 이각. 그 이후 조조와 원소의 대립.”
“….”
“그로 인하여 중앙에서 파견나온 관리들의 영향력은 유명무실해지고 강남은 피폐해졌습니다. 힘있는 호족들이나 명가들은 명분을 내세운 도적떼나 다름없게 되었고.”
“맞아.”
“강남은 혼란스러워졌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유표는 강남으로 자신의 세력을 움직이려 했지요.”
“그렇지.”
“그런 그들의 움직임을 막기 위해서 강남의 뜻 있는 명가들이 힘을 합치기로 했습니다. 그것이 강남 연합이 만들어진 대의지요.”
아무리 이런 시골에 처박혀 있었다지만 귀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육가의 보전을 위해서 늘 귀를 열어두고 바깥의 소식을 찾아왔었던 육손이다.
그렇기에 강남연합이 만들어지게 된 배경 정도는 알고 있었다.
“유표의 침입을 막고 백성을 돌보며 강남의 정의를 세운다… 말은 좋지요.”
“후후후…”
육손의 싸늘한 어조에 노숙은 낮게 웃었다.
“실제로 강남 연합이 만들어진 배경은 결국 이권을 위한 추악한 발버둥 아니었습니까?”
조조와 원소의 대립.
그리고 그를 틈탄 유표의 남진.
유표는 황가의 일원이며 강남에 있는 많은 호족들과 연을 맺은 이였다.
중앙이 힘을 잃음으로써 혼란스러운 강남을 그가 안정화시킨다면 유표는 강남 전역을 손에 넣게 될 것이고.
그리 된다면 자신에게 호응하지 않는 호족들과 명가들은 혼란을 이유로 숙청을 시작할 것이 당연했다.
그리고 그 숙청의 대상에는 손가와 노가 역시 포함되어 있었다.
“기존에 힘을 가지고 있던 호족들의 입장에서는 짜증스러운 일이었겠지요. 기껏 마련된 기반, 그리고 자산을 모두 빼앗길 위험에 쳐해졌으니까. 호랑이 없는 곳에는 여우가 왕이라고 했지요? 여우들 입장에서는 산에 호랑이가 들어오는 것이 영 달갑지 않았을 것입니다.”
서로 마음에 들지 않은 것은 사실이었다.
유력 가문 하나, 유력 호족 하나가 사라지면 자신들에게 들어 올 이득은 커질테니까.
하지만 그것은 자신들끼리 싸울 때의 이야기.
유표 정도 되는 거대한 세력이 강남에 들어 온다면 따로따로 떨어져 있다간 반드시 각개격파 당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런만큼 선택해야 했다.
그렇기에 노숙은 강남의 명망높은 가문인 손가를 내세우며 말했다.
오랜 시간 강남에 있었던 호족들이여.
정의와 명분의 깃발 아래 뭉치자.
우리 스스로 강남을 지켜내는 것이다.
“유표가 강남으로 내려 오기 위한 명분은 단 하나. 도적, 그리고 기근으로 고통스러워하는 백성들을 돌보는 것. 그 명분을 받아치기 위해서는, 그리고 그의 움직임을 막기 위해서는 하나의 거대한 연합이 필요했을겁니다.”
“재미있는 의견이구만.”
“그 재미있는 의견 아직 안끝났습니다. 결국 당신은 손가를 내세워 연합을 만들고, 연합 내의 규정을 통해 형주 이남을 다스리게 되었지요. 그와 동시에 강남에서 거대한 세력이 된 연합에 많은 호족들이 참여하기를 바랬고.”
“흐음. 뭐 그렇지.”
“하지만 우습게 되었습니다.”
“뭐가 그리 웃긴가?”
노숙의 입가에 걸려 있는 미소를 마주하며 육손은 한점의 웃음기도 띄우지 않은 채 말했다.
“조조가 원소와의 싸움에서 승리하게 되었다는 것.”
“….”
“그로 인해서 유표는 불안해 질 수 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왜? 원소를 지지하며 조조를 공격했기 때문에.”
조조와 원소의 싸움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원소의 승리를예상했다.
당연한 것 아닌가.
비록 조조가 황제를 데리고 있고 연주와 서주, 사예주, 예주 일대를 손에 넣고 있다고 하지만 사예주는 옛부터 원소를 지지하던 청류파 인사들이 대부분이던 곳이다.
그 뿐만 아니라 예주 역시도 마찬가지.
실질적으로 조조의 영향력이 강한 곳은 연주와 서주 뿐이었다.
누가봐도 원소의 승리가 명백한 상황.
그런 상황에서 원소는 흑산적들까지 끌어들이고 북방의 공손찬과 유우를 꺽어 하북의 패자로 군림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유표는 조조를 공격하여 원소와 화친을 노렸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조조는 승리했고 원소는 패배했습니다. 아니, 그런 수준이 아니지요. 원소의 뒤를 이어야 할 후계자들 역시 뭐 하나 제대로 건지지도 못한 채 물러날 수 밖에 없었으니까.”
“그렇지. 만약 조조가 패배했더라면 유표 입장에서는 아주 재미있는 상황이 만들어졌겠지.”
“아무튼. 원소를 이긴 조조는 원소의 잔존세력마저도 물리치게 되었습니다. 그로 인해서 유표는 더 이상 남쪽에 자신의 야심을 드러낼 수 없게 되었지요.”
유표가 강남을 노릴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조조에 대한 경계를 최대한 낮춘 것 덕분이었다.
등 뒤에 막강한 늑대가 있지만 그 늑대의 옆에는 호랑이가 있었다.
그 호랑이를 철썩같이 믿고 있었던 유표의 입장에서는 당황스러울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들이 가지고 있던 전력을 돌린다… 하지만 유표 입장에서는 그럴 수도 없었겠지요. 강남을 향해 전력을 돌린 것 때문에 그에 동조한 유장 역시 병력을 형주 방면으로 돌렸고, 또한 강남의 연맹이라는 거대한 세력까지 만들어졌으니까.”
“맞아. 유표 입장에서는 쉽게 병력을 뺄 수 없었지.”
“그 결과 유표는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한 채 조조에게 패배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음.”
“하지만 이제부터가 진짜지요. 유표의 패배, 그리고 강하 일대에 주둔 중이던 유표군의 힘을 대거 흡수한 강남 연맹은 고민 될 것이었습니다. 강남 연맹의 대의. 그것은 단 하나였으니까.”
강남 연맹이 만들어진 배경과 대의.
그것은 단 하나.
유표에 대항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유표가 조조에 의해 주살당하고 유표군이 와해되어 그의 힘이 대부분 익주나 강남으로 흡수되어버렸다.
그런 만큼 더 이상 강남 연맹의 유지에 대한 의미가 사라져버렸다.
“조조에게는 쉽게 대항할 수 없겠지요.”
“후후후…”
그의 말대로다.
강남 연맹에서 손가가 우세하며 대표자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조조에 의해 받은 손가의 관직 덕분이었다.
손책이 받아낸 관직을 내세우며 강남 일대에서 많은 호족들이나 명가들보다 앞서 나갈 수 있었던 것이다.
만약 손가가 그 관직을 유지한 상태로 조조에게 대항한다면 그들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명분을 버리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렇기에 당신들은 조가와 싸우기보다는 적절한 협정을 맺으며 뒤로 물러났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아직 남아 있습니다. 바로…”
“호족들이지.”
내부의 힘을 합치기 가장 좋은 방법이 무엇일까?
바로 외부의 적을 만드는 것이다.
강남 연맹이라는 거대한 세력이 만들어지게 된 배경은 유표라는 명분조차 제대로 가지지 못한 이가 강남을 차지하려는 것 때문이었다.
하지만 더 이상 세력을 모으고, 또 유지할 수 있는 명분은 없다.
또한 자신들은 이제 황제라는 자신들보다 더 거대한 명분 뿐만 아니라 막강한 힘을 가진 이들과 마주해야 했다.
연합이라는 구성인 이상 연합에 소속되어 있는 호족들과 명가에서는 당연히 이런 말이 나올 수 밖에 없었다.
“굳이 조조와 반목할 필요가 있는가.”
유표와는 달랐다.
스스로 황제인 양 나대고 있는 유표와 황제를 데리고 있으며 하북의 패자라 불리는 원소와 싸워 이긴 조조는 근본적으로 다를 수 밖에 없었다.
그런만큼 강남 연합 내부에서는 의견충돌이 생길 수 밖에 없었다.
조조는 유표와 다르게 스스로 황제인 양 나대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연주와 서주를 훌륭히 다스리며 많은 이에게 칭송을 받는 이였다.
강남에 있는 호족들 중에서도 그를 좋게 보는 호족들도 꽤 있었다.
당연히 강남 연맹에 가입되어 있는 호족들 중에서도 조조를 긍정하는 이들이 있었다.
“그 문제를… 어찌 해결하셨습니까?”
더 이상 외부의 적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대로 내버려 뒀다간 기껏 만들어진 거대한 세력이 다시 분해되어버릴 수 밖에 없는 상황.
노숙은 선택을 했다.
“어쩔 수 없었다… 라는 말 따위를 하실 생각은 아니시겠지요?”
육손의 지적에 노숙은 대답을 하는 대신 어깨를 으쓱였다.
“조조가 유표를 쓰러트리는 동안… 많은 명가들이나 호족들이… 연락이 끊기거나 멸문하는 경우가 생기더군요.”
“뭐… 아직까지 강남은 혼잡스러우니까 말야. 호족끼리 싸울 수도 있지. 원래 싸워가면서 크는 것 아니겠나?”
“그럼 한가지만 더 여쭙겠습니다.”
노숙을 향해 육손은 싸늘히 말했다.
“강하에서 흡수한 병력들… 유표가 대 강남 연합을 위해 마련해 둔 그 군대. 당신이 반준을 받아들이며 끌어들인 그 군대…”
“훗.”
“그들은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육손의 질문에 노숙은 히죽 웃었다.
“하하. 이거 참.”
너스레를 떨던 노숙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너처럼 눈치빠른 녀석은 역시 좋아할 수 밖에 없단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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