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763
목욕을 두시진이나 하게 될 줄이야.
물론 두시진 중에 청이를 만족시켜준게 한시진 반이기는 하지만.
청이와 내가 기분 좋은 피로를 느끼며 나오자 바깥에서 기다리고 있던 시녀들은 홍조를 띄운 채 우리를 지켜보았다.
“저…”
“아아. 미안. 욕실 안을 좀 청소해줬으면 좋겠군.”
“네에…”
차마 나를 보지도 못한 소녀들이 고개를 푹 숙이며 쥐죽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그녀들을 향해 청이는 부드럽게 웃었다.
“미안하네. 부부끼리 들어가면…”
“아, 아니요. 다른 분들도 그러시는 분들이 많아서… 다, 다만 이렇게 오래까지는…”
다 들렸나보다.
하긴 청이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서로 쾌감을 참지 않고 신음성을 열심히 터트렸으니까.
하지만 부끄러울 것이 뭐 있나.
부부끼리 애정행각하는게 잘못될리는 없잖아?
이런 면에서는 나나 청이나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
소녀들이 머뭇거리다가 안으로 들어갔을 때 아까 나에게 금을 받은 소녀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저… 서주목께서 목욕이 끝나시면 모시라고 했는데..”
“음?”
“목욕이 끝나시는대로 태원장의 식당으로 와달라고 하셨습니다. 전각의 이층이 식당이니…”
“알았어. 고맙네.”
소녀를 향해 부드럽게 웃어보인 청이는 그녀가 건네 준 비단 옷을 살짝 걸쳤다.
“갈까?”
“네.”
청이와 깍지껴 손을 잡고 밖으로 나왔다.
아까까지만 해도 해가 떠 있어서 꽤 더운 편이었는데 지금은 해가 지고 있어서 그런지 시원한 바람이 분다.
“기분 좋네요~”
홀가분한 얼굴로 청이는 즐겁게 말했다.
홀가분하시겠지.
꽤나 욕구가 쌓여 있었던 모양이다.
그것을 어느정도는 해소한 듯 청이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걷다가 나를 보았다.
“후후~ 오늘 저녁은 뭐가 나올까요?”
“글쎄? 아무래도 귀빈들을 대접하는 곳이니만큼 좋은 음식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된다~”
이런 모습을 보면 참 천진난만한데 말이지.
욕탕에서 날 잡아먹으려던 청이의 모습과 엄청나게 대비된다.
즐거워하는 청이와 함께 전각의 이층에 있는 식당으로 향했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진군이 자리하고 있었다.
“어?”
그의 옆에 있는 이를 보며 나와 청이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태사형이잖아?
태사자의 아들이 왜 여기에 있지?
나는 의아애하며 그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오래간만이군.”
“아! 시중!”
태사형은 나를 보자마자 황급히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그의 인사를 받아주고 자리에 앉자 태사형은 품에서 죽간을 꺼내었다.
“이게 뭐지?”
“시중께서 지시한 일입니다.”
내가 태사형에게?
곰곰히 생각을 해보니 팽성군의 특산품인 목화와 솜을 훔친 도적들을 조사하라는 명령이 떠올랐다.
잘 처리한 건가?
태사형의 얼굴에 뿌듯이라는 글자가 적혀 있는 듯 싶다.
“어디보자…”
죽간을 펼쳐 내용을 읽어보았다.
황하 인근에 숨겨진 본진을 만들어 놓고 그곳을 기점으로 활동.
본진에는 꽤나 많은 목화와 솜이 있었음.
수는 약 오십여명.
그 중 절반이 기병으로 기마솜씨가 대단…
“어?”
난 마지막에 적혀 있는 글귀를 읽은 후 태사형을 보았다.
“예. 도적단을 이끄는 두령과 부두령이… 강족이었습니다.”
“…강족?”
이건 뭔가 이상한데?
강족이 왜 거기 있어?
아니 그걸 떠나서 강족이 왜 수적질을 하지?
강족은 뛰어난 기마민족이지 수적질을 할 만한 이들이 아니다.
아니, 그걸 떠나서 강족이 사는 곳은 서량과 북방 일대지 서주가 아니다.
잘 봐줘도 병주 일대에서나 나와야지 여기서 나올 이유가 없는데?
진군은 심각한 표정으로 나에게 말했다.
“그들을 단순한 도적이라고 치부하기는 조금 어려울 것 같습니다.”
“왜 그럽니까?”
“팽성군수인 진등의 보고에 의하면… 그 도적들의 본진을 발견하여 습격, 그곳을 점령했을 때 발견한 몇몇 문서 중에 농서군수의 인장이 새겨진 문서들이 발견되었습니다.”
“농서군수?”
농서군이면…
서량이잖아?
양주(凉州)에 포함되어 있는 군 중 하나인데?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청이는 내가 쥐고 있던 죽간을 보며 말했다.
“농서군수는… 한수 아닌가요?”
“맞습니다.”
이것만으로는 이해가 되질 않는다.
진군이 건네 준 죽간을 읽어 보았지만 파자가 된 것인지, 아니면 특별한 암호문으로 작성된 것인지 알아볼 수 없었다.
“해독은 불가능합니까?”
“태학에 요청을 해놨습니다만… 아직까지는 성과가 없는 듯 합니다.”
“흐음…”
이거 뭔가 되게 찝찝한데.
내가 신음하자 진군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무튼 이 일은 일단 허도에 보고를 드리는 것으로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단순한 도적이라고 보기는 좀…”
“알겠습니다. 그럼 저희도.”
“아. 시중께선 오늘은 태원장에서 푹 쉬십시요. 시녀들에게 듣자하니 많이 피곤하실 듯 싶은데. 하하하. 온천이 많이 마음에 드셨나봅니다? 두시진이나 계실 줄이야.”
“후후~ 서주목께 감사드려요~”
진군이 짖궃은 웃음을 지으며 놀리자 청이는 오히려 마주 웃어보이며 활달히 말했다.
그녀의 말에 진군은 어깨를 으쓱였다.
“이거 참. 조 부인의 넉살에는 저도 못 당하겠군요. 조리장에게 말하여 시중께 아주 좋은 음식들로 오늘 저녁식사를 준비하라 명했습니다. 그럼 오늘은 푹 쉬시기를.”
나도 데려가!
진군이 태사형과 함께 나가자 청이는 요사스레 웃으며 내 손을 꽉 잡았다.
“좋은 음식이래요.”
나도 들었어.
저녁식사는 꽤나 만족할 만한 수준이었다.
물론 영이가 만든 보양식에는 비교할 수 없지만 그래도 꽤나 고급스러운 맛이었다.
둘이 배부르게 먹고 나서 누각에 마련된 방으로 들어갔다.
넓직한 침상과 화려한 방.
청이는 침상에 벌러덩 누우며 한숨을 내쉬었다.
“우와~ 배불러~”
“그래?”
“네. 후후. 영이 언니의 솜씨만 못하지만 그래도 맛있었어요~”
확실히 영이가 가사 전반에 능하지.
도대체 어렸을 때부터 뭘 어떻게 배웠나 싶다.
벌떡 몸을 일으킨 청이가 침상에 걸터앉아 발을 흔드는 것을 보던 나는 의자에 앉은 채 차를 마셨다.
약간 식은 찻물이 들어오니 머리가 조금 맑아진다.
“농서군이라.”
“무슨 생각을 하시는거에요?”
“아니. 아까 진군의 이야기가 계속 걸려서. 농서군. 한수의 직인이 찍힌 문서가 왜 여기서 발견된 걸까? 그리고 강족이라니.”
“태사형의 이야기에 따르면 두령과 부두령은 끝까지 저항하다가 죽어버려서 심문이 불가능했다는데…”
태사형이 준 보고서는 청이도 읽어 본 지라 내용을 알고 있었다.
그녀의 말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문제는 그들이 훔친 내용물들이야. 금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금보다는… 오히려 뭐랄까. 특산품들을 집중해서 훔친 것 같아보였어.”
“아. 그렇죠. 화신주도 있고, 또 목화에 솜까지.”
“왜 그랬을까?”
“비싸서 그런 것 아닐까요? 화신주 한병은 금 열냥까지도 거래될 정도라고 하던데요.”
“그렇긴 하지만 화신주는 술이야. 또 거래가 쉽지 않은 품목이지.”
화신주는 누구나 쉽게 마실 만한 그런 술이 아니다.
흑귀대나 진가, 조가에서 막 마셔서 그럴 뿐이지 어지간한 가문은 구경조차 할 수 없는 술이 바로 화신주다.
당연한 것 아닌가.
화신주는 황가에 상납되는 술이다.
그런 술을 누구나 마실 수 있겠는가.
다른 가문이 화신주를 마시려면 조가나 진가를 통하거나, 혹은 황제에게 어사주 형태로 받아야만 마실 수 있었다.
“즉. 이건 예전에 태산군 때의 밀주와는 비교가 달라. 이제는 잘못 마시면 반역죄까지 갈 수 있는 거라고.”
“음… 그런가요? 하지만… 호기심이 많은 이들은 많아요. 그리고 주당들 중에는 어떻게든 귀한 술을 혀에 담궈보려고 하는 이들도 많고.”
“그렇다면 목화와 솜은? 비록 팽성군의 특산품이라고 하지만 목화와 솜은 다른 군에서도 얼마든지 구할 수 있어. 그걸 훔칠 바에는 그냥 금을 훔치는게 나을거야.”
“피해를 입은 이들 마을에서 돈 대신 목화와 솜을 빼앗긴 곳도 있다고 하지요?”
“물론 어떤 집은 세금으로 준비한 금까지 빼앗겼다고 하지만… 숨겨 놓은 이들은 빼앗기지 않았다고 했어.”
“찾지 못한 것일까요?”
“그렇다기보다는 찾을 의욕이 없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주요한 목적이 목화와 솜이고, 돈은 부차적인 것이라고 생각되는군.”
“하아… 왜 하나 끝나면 문제가 발생하는 건지.”
“그러게 말야.”
한숨을 폭 내쉰 청이를 향해 난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의 엎에 앉았다.
“머리를 굴려봐야겠네.”
“한수가 다른 마음을 품고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인가요?”
“응.”
“설마…”
“설마… 라고 생각하다가 발등 찍히지. 비록 지금은 자수 형님 덕분에 양주와 사이가 괜찮다고 하지만 그 사이는 언제든지 틀어질 수 있는 거라고.”
어제의 적이 오늘의 친구가 되듯, 오늘의 친구가 당장 내일의 적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과거 장양의 군을 막을 때 협력도 하고, 지금도 장안과 소극적이나마 교역과 거래를 하고 있는 것을 생각한다면 머지 않아 양주의 문제도 해결 될 듯 싶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양주 쪽을 손에 넣기 전까지는 안심할 수 없었다.
휴가를 받기 전 확인한 양주에 대한 보고에 따르면 양주는 마가와 한가가 거의 대등한 관계로 둘이 나뉘어져 지배하고 있다고 했었다.
“지금은 양주목으로 마등이 자리하고 있기는 하지만… 양주 같은 경우는 너무 오래 전부터 황실의 지배력이 약화된 곳이라. 마등과 한수의 영향력이 강하지. 비록 마등이 양주목이라는 명분이 있기는 하지만… 몇몇 군에는 오히려 한수를 따르는 이들이 더 많기도 하니까.”
“그럼 한수가 마등보다 더 강하다는 건가요?”
“관점에 따라 그럴 수도 있지.”
“관점?”
“개인의 무력을 따진다면 무가인 마가가 더 강해. 하지만… 그 외의 부분에서 생각한다면 한수를 무시할 수 없어. 한수 같은 경우는 강족이나 저족과 꽤나 깊은 관계에 있어. 그 뿐만 아니라 사막에 있는 민족들과도 엮여 있고 더 나아가면 서역과도 손이 닿아있다고 하니까.
“그런데 왜 마등이 양주목인가요? 그정도면 한수가 나설 만할텐데?”
“나야 모르지. 그저 보고에 불과하니까. 나중에 자수 형님을 만나면 자세한 내역을 알아보고 싶네. 나도 양주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거의 없거든. 기본적인 보고에 따를 뿐이야.”
“음…”
청이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인 후 맥빠진 한숨을 내쉬었다.
“아버님께 들었어요. 휴가가 끝나고 복귀해서 화 대부에게 시중직을 넘기면 경조윤이 되셔야 한다면서요?”
“말이 경조윤이지 아마 삼보 전체를 다스려야 할거야. 실질적으로 지금 우부풍과 좌풍익 전부 자리에 없으니까.”
전 우부풍이었던 가 사형이 병주목으로 발령을 받았고 좌풍익이었던 조비가 북방으로 가버렸다.
지금 좌풍익에서 일하고 있는 이들은 조비의 수하들이다.
만약 내가 부임하게 되면 그들은 조비를 돕기 위해 북방으로 갈 것이 분명했다.
“자수 오라버니의 부하들이 도와줬으면 좋겠지만…”
“너무 기대하기는 힘들겠지.”
지금 자수 형님을 따르는 것이 왕창과 동백 정도였던가?
고순 정도라면 나를 돕기 위해 남겠지만 고순 하나 가지고는 삼보 전체를 돌보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리고 문직과 문흠이 장안으로 갔는데… 그들이 아직까지 나를 더 따를 것인지도 의문이다.
이정도로 오랫동안 장안에서 자수 형님을 따랐다면 내 사람이라기보다는 자수형님의 사람이 되고도 남았을 것 같은데…
“쳇. 그렇다고 서복을 불러 올 수도 없는 노릇이고. 어디 남는 인간이 없으려나…”
정북장군으로서 북방에서 전체적인 군사들의 움직임을 조율해야 하는 서복을 불러 올 수도 없었다.
그가 빠지게 된다면 당장 북방에서 일이 터졌을 때 그것을 메워 줄 사람이 없으니 말이다.
내가 난감해하며 입맛을 다시자 청이는 빙긋 웃었다.
“한명 더 있잖아요?”
“누구…? 아! 아아아! 그렇지.”
나는 청이를 꽉 끌어안았다.
내가 놓치고 있는 것을 발견하다니.
제법인데?
그녀의 가슴에 얼굴을 파뭍으며 난 히죽 웃었다.
“아주 일 잘하는 인간이 하나 있었지…?”
========== 작품 후기 ==========
안녕하세요! 레데에요!
오늘 뭘 잘못먹었는지 계속 설사하네요ㅠㅠ
상한 걸 먹었나…
으으..
언능 대댓글 쓰고 자야겠슴다ㅠ
리수진 // 감사합니다~
파란병아리 // 진유하가 여자보면 눈돌아가는 캐릭터는 아니죠 ㅋㅋ
명량이 // 오옷!!
새벽산책 // 훈훈한 결말이 ㅋ
Annaka // 그건 또 다음기회에 ㅋㅋ
천공의행검 // 과연!?
트릭스타 // 그런 당신에게 오금희를 추천!
나물 // 늘 감사드려요~
dleifna // 아직 멀었습니다ㅠ 아직 등장시키지 않은 고위 장군들도 많고 하후가도 쟁쟁하고… 진유하가 주인공이라 부각되었을 뿐이지 다른 힘있는 장군들도 많네요우~
Pandemonic // 인생실전이야!!
신지영 // 권력이 짱짱이시다!
류미연 // 어디서 나올 것인가!
슈비듀비 // 정사에 비하면 매우 얌전한 편입니당!
인핀 // 세상을 지배하는 것은 남자! 남자를 지배하는 것은 여자!
황녀아리샤 // 네 ㅋㅋ 그렇죠 아주 그냥 인성이…!
페어리블러시 // 청이 귀여워!
암천회류 // 늘 감사드려요~
CS플레이아데스 // 네 ㅋ 맞습니다. 정치권이라면 모를까 군부는 아직 좀 힘들죠ㅠ 좀 높은 장군이래봐야 서복 밖에 없으니까…
돔페리뇽 // 매우 훈훈!
Bobbylow // 와ㅠㅠ 감기 조심하세요ㅠ 설마 이 설사가 감기 때문인가!
은하수2000 // 균형있는 분노!
허니앙쥬 // 으앙…ㅠㅠ 유하만 기빨리는…!!
백발마인 // 늘 감사드려요~
sanh800 // ㅋㅋㅋ어쩌면 청이에게 잘보이기 위한 행동일수도!?
바이러스 // 감사합니다~~
LiMEZ3Z3 // ㅋㅋㅋ갑자기 여자보고 눈 돌아갈 이유는 없잖아욬ㅋㅋㅋ
마스터칼솔럼 // 넵 청이!
철의노래 // 군량이나 금이나 상업적 이권이 큰 의미가 없죠 ㅎㅎ 일단 남군을 얻은 것만으로도 엄청난 이득이니까요. 금이나 군량은 꽤 여유가 있는 편이니…
한혈이 // 어…? 손부인과 H씬은 없는디요 ㅋㅋ 청이랑!
Danke // 늘 감사드려요~
Guaaaak // 고도의 정치적인 수!
현실과소설 // 이것이 소의를 따르는 자의 힘!입니당
그럼 내일 만나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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