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774
시장의 일을 마무리 짓고 형주목의 치소로 돌아 온 감녕은 서성과 함께 자리에 서서 손바닥치기를 하고 있는 방통을 보았다.
“남은 기껏 일하고 왔구만 놀고 있수!?”
“왔냐?”
“하아…”
씩 웃은 방통이 손을 들어 올리며 반기자 감녕은 맥빠진 한숨을 내쉬고 그의 앞에 있는 이에게 말했다.
“서성. 넌 언제 왔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순유를 돕기 위해 강하에 파견나가 있던 서성은 웃으며 감녕에게 고개를 숙였다.
“왔으면 나부터 찾아야지. 왜 저 사람하고 놀고 있어?”
“어허! 놀다니! 이것도 무예 훈련이다! 균형감각과 힘 조절을 익히는 거라고!”
뻔뻔한 얼굴로 방통이 말하자 감녕은 서성을 보았고 서성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럴리가 있냐.
저런 것으로 훈련이 되면 세상 천지에 무인 아닌 사람이 없겠다.
형주목이라는 인간이 저리도 태평하다니.
감녕이 짧게 혀를 차자 방통은 히죽 웃었다.
“영기야! 네 남편 왔다!”
“오오!”
방통의 외침에 뒤쪽에서 청아한 여인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큰 키의 건강해보이는 미녀는 고개를 휙 돌렸다.
보는 것만으로 웃음이 나오는 활발함에 감녕은 방통에게 짜증을 내려던 것도 잊고 웃음을 터트려버렸다.
“오래비~~”
마구 달려와 뛰어 자신에게 안긴다.
단단한 살결과 좋은 향기를 느끼며 감녕은 그녀를 꽉 끌어안았다.
“나 왔어.”
“에헤헤~ 감 오래비~”
“여보라고 하라니까.”
“그치만 입에 익지 않은걸? 오래비는 오래비지.”
“에휴.”
생글생글 웃고 있는 여영기가 자신에게 달라붙어 볼에 입맞추고 애정을 표현하고 있을 때 감녕은 뒤통수에서 느껴지는 따가움에 움찔했다.
“어… 저기. 아버님이 이리로 오셨어?”
“응. 나 데리러 오셨어. 이제 갈까? 오늘은 내가 맛있는 거 해줄게. 신 아가씨가 잘 가르쳐주셨거든!”
여영기는 아까 전까지 이야기를 나누던 청아한 미녀를 가리켰다.
그녀의 손 끝에 겨눠진 여인은 감녕의 시선에 빙긋 웃으며 살짝 목례했다.
‘왜 이런 시련을…’
방통의 아내인 신헌영.
진유하의 아내인 사마영과 비슷한 수준으로 요리솜씨 뿐만 아니라 다른 집안일도 대단히 잘한다.
감녕은 힐끔 여영기를 보았다.
태평하게 활짝 웃고 있는 여영기를 보며 감녕은 미소지었다.
“그래. 요리 좀 못하면 어떠냐.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헤에~ 금방 늘어날 거라고. 기다려봐. 나중에 사마 아가씨나 신 아가씨만큼 잘하게 될거니까!”
“그, 그래. 힘내렴.”
그 요리 솜씨를 위해서 자신과 여포가 고생을 하겠지.
그정도는 이해해주자.
“그런데… 영기야. 아버님이 자꾸 날 바라보시는 것 같은데. 맞니?”
“응. 저기.”
여영기의 말에 감녕은 힐끔 고개를 돌려보았다.
마당의 한 구석.
그곳에 쪼그려 앉은 채 여포는 어둠 속에서 무시무시한 눈으로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헹.”
옛날이라면 움찔하며 여영기와 떨어지겠지만 이젠 상관없다.
감녕은 여포를 도발하기라도 하듯 여영기의 늘씬한 허리를 더욱 강하게 끌어안았다.
뒤통수가 계속 따갑다.
“방 도련님! 그럼 난 이만 퇴청하우!”
“어? 야. 잠깐만.”
“잉?”
퇴근할 때 어지간해서는 잡지 않던 방통이다.
그런데 그가 잡는다?
감녕이 의아해하자 방통은 서성의 팔을 툭 쳤다.
“그거 가져와.”
“예.”
방통의 명령에 서성은 관청 안으로 들어갔다.
금방 나온 그의 손에는 두개의 죽간이 들려 있었다.
“뭔데?”
“읽어봐.”
고개를 갸웃거린 감녕은 방통이 건네 준 죽간을 펼쳐보고 기겁했다.
“헉!? 이게 진짜유?”
“그래.”
아까까지 서성과 장난을 치던 모습은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
그의 눈이 번뜩이는 것을 보며 감녕은 입맛을 다셨다.
“오에서 남군을 넘기겠다라…”
“강동에서 손권의 여동생인 손상향이 큰 죄를 지었던 모양이더군.”
“헤에… 간이 배밖으로 튀어나왔네.”
패악질을 부릴 상대가 따로 있지.
진유하가 있을 때 그의 아내인 조청에게 손상향이 큰 모욕을 주어 그 죄로 손상향이 교주로 유배를 가고 남군을 형주목의 지배로 넘긴다는 이야기가 적혀 있었다.
“와… 진짜 대단하다.”
감녕이 준 죽간을 읽은 여영기는 감탄했다.
여영기도 감녕만큼이나 진유하를 오랫동안 모셨었다.
그런만큼 진유하가 자기 사람을 얼마나 챙기는지 알고 있었다.
“이정도로 끝난게 용하네.”
“유하의 성격상 손권이고 나발이고 목을 날릴 것이라고는 생각했는데. 녀석도 나름대로 성장한 모양이군. 뭐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고.”
여영기가 돌려 준 죽간을 받은 방통은 감녕을 가리키며 말했다.
“남군으로 갈 생각 있냐?”
“없수.”
“그럴 줄 알았다. 그럼 누굴 보내는게 나을까? 무관 하나에 문관 하나를 보내야 하는데…”
“어디로? 남군으로?”
“남군으로 갈 사람은 이미 정해졌어. 다른 곳으로 보내는거야.”
방통이 건네 준 다른 죽간을 펼쳐 읽은 감녕은 살짝 눈쌀을 찌푸렸다.
“장안에 진 도련님이 가신거유?”
“그래. 그 녀석이 경조윤을 맡게 되었어.”
“조앙은?”
“허도로. 아마 이번에 정식으로 후계자가 되지 않을까 싶은데.”
방통의 대답을 들은 감녕은 작게 신음했다.
장안으로 가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가야 하는 이는 무관 하나에 문관 하나.
누군가를 정확히 지정한 것은 아니었다.
만약 진짜 필요한 사람이 있다면 이름까지 적어서 오라고 했을 것이고 그런 것이라면 군소리 없이 갔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아닌 이상 이곳의 안전을 무시하고 움직이는 것은 현명한 판단이 아니었다.
고민을 하던 감녕은 서성을 보며 물었다.
“으음… 서성. 네가 가는게 낫지 않겠냐?”
자신이 빠질 수는 없었다.
일단 익주에서 꽤나 자주 양양을 노리고 움직이고 있었다.
특히나 양양과 인접한 영안 같은 경우는 과거 형주목인 유표의 부하였던 황충이 담당하고 있었다.
형주로 들어오는 길목도 전부 알고 있을 뿐더러 궁술실력도 상당해서 양양에는 강한 장수가 반드시 있어야 했다.
그렇기에 자신이 간다는 말을 하지 못한 감녕이 서성을 보며 묻자 서성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죄송합니다만… 저는 남군으로 가야 하는지라.”
“끙. 그럼… 문빙! 문빙 괜찮지 않수!?”
“그를 제일 잘 쓸 수 있는 곳은 바로 형주다. 문빙은 양양에 계속 남아줘야 해.”
“그래도 꽤 강한 녀석인데. 어느정도는…”
“불가. 그는 양양에서도 할 일이 많아.”
방통이 일언지하에 거절하자 감녕은 인상을 왕창 찌푸렸다.
지속적으로 인재들을 꾸준히 수배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이렇다 할 인물을 모집하지 못했던 방통은 어깨를 으쓱였다.
“한 일, 이년 정도 시간이 있으면 괜찮겠지만 지금은 난감할 뿐이군.”
“끄응… 그럼 무관은 일단 제쳐두자고. 문관은? 문관쪽은 꽤 여유가 있지 않수?”
명사들이 많이 살던 형주이고, 또 방덕공의 도움을 받아 문인들을 대거 등용할 수 있었다.
꽤 많은 이들을 끌여들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감녕이 묻자 방통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문관은 생각해 둔 사람이 있어.”
“누구?”
“마량.”
“형주 마가의 그 녀석? 아직 애송이잖아.”
얼마 전에 관청에 들어 온 재능있는 꼬마를 떠올리며 감녕은 떨떠름히 물었다.
“벌써 스물이다. 자기 앞가림은 제대로 할 수 있는 녀석이야.”
“하지만 그래도 그렇지…”
“보통 놈이 아니니까. 내가 인정하지.”
사람을 보는 재주가 뛰어난 방통이다.
거기에 마량 같은 경우는 진유하도 눈독을 들였던 사람이라는 것을 감녕은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문관은 마량을 보내는 것으로 해결될 것이다.
“결국 문제는… 무관인데. 괜찮은 녀석을 한번 찾아봐야겠군.”
감녕이 입맛을 다시며 한숨을 내쉬었을 때 서성은 자신의 턱수염을 쓰다듬다가 조심스레 의견을 내밀었다.
“만 군수는 어떻습니까?”
현재 여남군의 군수직을 맡고 있는 만총을 언급하자 방통은 고개를 저었다.
만총 정도라면 확실히 훌륭하다.
그렇지만 그는 해야 할 일이 있었다.
“나도 당분간은 남군으로 갈 예정이야. 그런만큼 양양을 맡길 사람이 부족하지. 만 군수에게는 양양을 맡겨야 해.”
“순 대부는 강하. 방 도련님은 남군… 이제 대 오 전선이라도 구축하려는 거요?”
“그렇다기보다는… 익주의 움직임에 방비를 제대로 하려는 것이지. 지금까지는 남군 쪽까지 경계하느라 영안의 움직임을 막기 힘들었지만. 남군과 강하, 그리고 양양이 있다면 영안에서 들어오는 공격을 사전에 어느정도 감지하여 막아낼 수 있어.”
“그렇구만.”
“요 근래 황충의 공격이 없었지? 아마 그들도 힘을 모으고 있을거다.”
방통과 감녕, 여영기가 허도에 올라가 있는 동안 그의 자리는 만총이 대신했었다.
그리고 만총을 도운 것이 바로 여영기의 아버지인 여포였다.
“전에 장인어른께 된통 당하고 나서 그 이후로 큰 움직임이 없긴 한데… 어중간하게 건드려봤자 자기들이 당한다는 것 정도는 파악했겠지.”
“맹달이 잡힌 것으로 저들도 꽤나 경계하며 움직이게 될거야. 그것을 생각한다면 양양을 함부로 비워 둘 수 없어.”
“영안을 차라리 공격해서 먹는 것이 나을지도 모르겠는데? 병사들을 좀 모아볼까?”
“아서라. 지금 영안을 건드려봤자 좋을 것은 없으니까. 그리고 지금 병력으로는 택도 없어. 괜히 건드렸다가 손해만 생긴다.”
유표 때부터 대 형주의 방어선이나 다름없는 곳이 바로 영안이었다.
그곳을 치기 위해서는 지금 양양의 세배의 병력도 모자르다고 할 수 있었다.
특히나 황충과 엄안 같은 경우는 방어전에 능한 장수들.
그들이 대놓고 막기로 마음 먹는다면 오히려 자신들에게 손해만 생길 수 있었다.
방통은 쓴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아무튼 만 군수는 힘들어.”
“그럼 만 군수 말고. 만 군수의 제자인 학소는 어떻습니까?”
“흐음… 학소라.”
“예. 저번의 습격전에서 꽤나 활약했다고 하더군요. 어린 나이이지만 용맹한데다가 생각이 깊고, 또 만 군수에게 제대로 배운 덕분인지 지략도 괜찮습니다.”
“아직 어리지 않나?”
“그렇게까지 어린 것도 아닙니다.”
감녕의 질문에 서성은 고개를 저었다.
“서성이 이렇게 추천할 정도라면 한번 이야기는 해보는 것이 나을 것 같은데… 어찌 생각하시우?”
“나쁘지 않겠군. 만 군수에게 연통을 보내도록.”
“알겠습니다.”
“그럼 감녕. 퇴청하도록 해. 아. 그리고 내일은 아침부터 할 일이 많으니까 좀 일찍 오도록.”
방통의 말에 감녕은 대답 대신 가볍게 손을 흔들며 걸어가버렸다.
그가 가자 방통은 히죽 웃었다.
“자… 그럼 우리도 나머지 일을 하고 저녁이나 먹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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