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782
“쯧쯧. 그리 좋나?”
“어휴. 좋죠. 실무경험 있는 젊은 인재를 얻은 셈인데.”
실무 경험을 가진데다가 가문까지 좋은 사람은 귀하다.
특히 밑바닥에서부터 일한 사람은 더욱 그렇지.
내 입장상 쉽게 밑에 있는 사람들과 어울리기 힘든 만큼 아래부터 차근차근 경험을 쌓은 인재를 챙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내가 싱글거리자 하후돈은 짧게 혀를 차며 말했다.
“뭐… 네가 데려간다고 한다면 묘재도 크게 뭐라고 하지는 않겠지만.”
“그렇습니까? 그래도 옆에서 지원해준다면 더 마음을 놓을 수 있겠지요.”
내 말을 들은 하후돈은 작게 한숨을 내쉰 후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좀 땡깡이나 다름없는 부탁인데도 이렇게 들어 준 것을 보니 확실히 내가 예쁨받고 있기는 한가보다.
느긋하게 웃은 하후돈은 탁자를 가볍게 친 후 말했다.
“음. 아무튼 축하하네. 자네 가족들은 장안으로 데리고 갈 생각인가?”
“예. 굳이 허도에 남길 이유는 없으니까요.”
“하하하… 그렇군. 알겠네. 내 다른 이들에게도 말해두도록 하지.”
하후돈의 허락을 받고 난 곧장 조가로 향했다.
오늘은 궁궐에 들어가는 대신 조가에서 머물기로 했는지 조가 앞에는 근위병들이 서서 조가를 지키고 있었다.
“엇? 시중께서 여긴 무슨 일이십니까?”
“내가 처가에 온 것이 문제라도 있는건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드시지요. 전하께서는 안에 계십니다.”
“그래.”
조가 안으로 들어가 내원에 있는 조조의 방으로 향했다.
내가 왔다는 이야기에 조조는 웃으며 나를 반겼다.
집에서 쉬는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의 자리에는 꽤나 많은 죽간들이 있었다.
저게 쉬는 건가?
“어서오게나. 무슨 일로 여기까지 찾아왔나?”
“사위가 장인어른을 찾는데 이유가 있어야 합니까? 그냥 뵙고 싶어서 왔습니다.”
“거짓부렁도 잘하는구만.”
예리한데!?
정확히 내 심정을 파악한 조조는 장난꾸러기처럼 웃은 후 보던 죽간을 내려 놓았다.
“이것 참. 업무를 집에서도 보려고 하니 문서들을 들고다니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군.”
“업에는 궁전도 만들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업으로 도읍이 변경되면 그때는 좀 편해지시겠지요.”
“그러게 말이야. 하… 이거 참. 조가의 장원을 만들고 나서 꽤나 정이 들었는데. 아쉽군.”
자신의 방을 가볍게 둘러 본 조조는 짧게 혀를 차고 나를 바라보았다.
할 말 있으면 빨리 하라는 것이겠지?
난 그의 시선에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완이와 희아가 임신했습니다.”
“오! 그거 정말 축하할 일이군. 그 두 아이들이 빨리 아이를 갖고 싶다고 했던 것 같은데 말이야. 참 힘도 좋아. 나도 질 수 없지. 요새 야관문주를 밤마다 한잔씩 먹는데… 슬슬 새로운 부인을 맞이해야겠어.”
“어머님들이 계시잖습니까.”
“너무 늦게 임신을 하게 되면 부인들의 몸도 상하기 마련이네. 아무리 화타가 있다지만 괜한 무리는 하지 않는게 좋아. 물론 그들을 내가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
씩 웃으며 조조는 가볍게 턱수염을 쓰다듬었다.
그런 그를 나는 말없이 바라보았고 조조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 더 할 말이라도?”
그 말을 기다렸다.
조조는 웃으며 물었고 나는 당당히 요구했다.
“좋은 소식을 들으셨는데 주실 것 없습니까?”
“허허. 사위. 이거 너무 날로 먹으려고 하는구만.”
아니!?
날로 먹으려는 사람이 누군데!?
휴가라는 이름의 출장을 보낸 사람이 할 소리는 아닌 것 같다만.
내가 어이없어하자 조조는 킬킬 웃었다.
“거 참. 위왕의 앞에서 그런 표정을 짓다니. 벌주 세잔으로는 모자르겠는데?”
“벌주는 나중에라도 마실 수 있는 것 아닙니까. 당장 삼보 지역을 복구하는 것을 마무리 짓고 서량과 익주 방면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인원이 더 필요합니다.”
“뭐, 틀린 말은 아니지. 앙이나 비, 가후가 잘 해주기는 했지만 옛날만큼 삼보를 복원하지는 못했으니까 말이야. 흐음… 축하 선물이라.”
그는 난감해하더닌 입맛을 다셨다.
“돈이나 보물이 필요한 것은 아니겠지?”
“예.”
돈은 나도 많다.
보물은 딱히 필요도 없고.
“몇명이나 필요한 건가?”
“두어명 정도만 더 있으면 될 것 같습니다.”
지금 내가 필요로 하는 것은 삼보를 다스리기 위한 인재였다.
무관은 하후돈에게 받으면 된다.
하지만 문관 같은 경우는 상서령인 종요나 승상부주인 양 사형의 허락이 필요한데 그들에게 허락을 받는 것보다는 조조의 허락을 받는 것이 더 빠르다고 볼 수 있었다.
그렇기에 조조를 찾아 사적으로 부탁을 한 나는 조조가 손쉽게 허락하자 만족하며 웃었다.
“승상부주에게는 내가 말하겠네. 승상부에서 몇명 차출하가도록 하게나. 안그래도 상서부와 승상부에 이야기를 해놓기는 했는데… 상서부에서는 도저히 뺄 인력이 없다고 하더군. 낭관 한두명이라면 모르겠지만… 그런 인원이 필요한 것은 아닐 것 아닌가?”
낭관 두어명 받으려고 종요에게 부탁을 하느니 그냥 경험없는 명가의 자제 두어명을 데리고 가는게 낫다.
어차피 걔들의 실적이나 경험은 비슷할텐데.
내 생각을 잘 알고 있는 조조는 웃으며 말했고 나는 감탄했다.
이야~ 역시 사위 사랑은 처가에서 해준다더니!
“오오! 감사합니다!”
승상부에서 데려갈 만한 사람이 누가 있으려나?
내가 싱글거리며 웃자 조조는 입맛을 다신 후 천천히 말했다.
“쩝. 자네가 한 일들이 적지 않으니 이정도 무례로는 나무라기도 힘들군.”
“그동안 열심히 일했잖습니까. 출장도 다녀왔고.”
“예끼! 이 사람아. 휴가 아닌가. 휴가.”
“…진심으로 그리 생각하시는 겁니까?”
직무지에서 떠난 것을 휴가라고 생각하는건가!?
내가 질린 눈으로 바라보자 조조는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푸하하핫! 이거 무서워서 사위와 얘기나 제대로 하겠나. 그래. 그럼 바로 승상부로 가보게나. ”
“감사합니다. 장인어른.”
“자네에게 걸고 있는 기대가 아주 커. 자네가 경조윤이 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는 알고 있겠지?”
잘 안다.
서량, 혹은 익주 일대에 대한 문제를 슬슬 해결하자는 것이겠지.
익주야 맹달의 일로 완전히 적대관계가 되었다지만 서량은 마등과 조앙이 꽤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동가의 힘을 이어받은 동백이 조앙을 돕고 있는 만큼 강족과의 사이도 나쁜 편이 아니었고.
가끔씩 몇몇 강족이나 저족들이 반란을 일으키고 문제를 발생시키기는 했지만 마등을 회유할 수 있다면 그 문제는 금방 가라앉힐 수 잇을 것이다.
“예. 잘 알고 있습니다.”
“떠나기 전에도 이야기를 하겠지만…”
조조는 입맛을 다신 후 천천히 말했다.
“이번 일은 아주 중요한 일이 될거야.”
“중요한 일이 될 것이라면…”
“자네는 앙이가 후계자가 되기를 원하고 있지. 그리고 그 후계자 수업을 위해서 앙이가 이제 허도로 오게 되는 것이고.”
“그렇지요.”
“다만… 아직까지 모두가 앙이를 지지하는 것은 아니야. 그들 중에는 여전히 비나, 식이를 좋아하는 이들도 있어.”
“….”
이게 뭔 소리야?
내가 당황하자 조조는 부드럽게 웃었다.
“만약 앙이가 후계자 자리에서 밀려나게 된다면… 비나 식이를 좋아하는 이들 입장에서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테니까 말이야.”
이미 완전히 후계자 구도는 조앙에게 넘어간 것 아닌가?
조조가 조앙을 후계자로 알리고 그의 교육을 위해 부른 정도라면 이미 시합은 끝났다고 생각하는데?
내가 당황하는 얼굴을 보며 조조는 재밌다는 듯 웃었다.
“으음… 혹시 누가 누구를 지지하는지에 대해서는 알고 계십니까?”
“자세한 것은 교사원에 문의해보게나. 적절하게 세력도를 만들어 놔서 나에게 보고를 했으니까. 물론 앙이를 지지하는 세력이 압도적이기는 하지. 하지만… 예주목은 비 녀석을 더 좋아하는 것 같더군.”
“예주목?”
“얼마 전에 예주목의 자리에 오른 인물이지. 곽영이라고 하네. 그의 딸과 조비 녀석의 혼담이 오고가고 있더군. 다만 곽영은 자기 보신을 중히 여기는 사람이야. 그런 만큼 함부로 비를 지지한다는 말은 하지 않겠지만.”
조조는 쓴웃음을 지었다.
“자신이 신뢰할 수 있는 부하와 아들을 보낸 만큼 조비를 은근히 지지한다는 티를 낸다고 볼 수 있어.”
“…그렇습니까… 감사합니다.”
생각치도 못한 곳에서 의외의 정보를 얻어내었다.
북방으로 떠난 조비에게 이런 후원자가 있었을 줄이야.
예주목이라니.
물론 서주나 연주, 사예주와 기주에 비한다면 그 중요도는 크게 떨어진다.
하지만 예주는 조조의 친족들이 살고 있는 초군이나 패군을 포함한 만큼 예주목이 차후 대놓고 조비를 지원한다면 나로서도 크게 출혈을 입으면서 그를 쳐내야 할지도 몰랐다.
“끙… 왜 그런 사람을 예주목에…”
“비 녀석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만 뺀다면 꽤나 괜찮은 사람이니까. 청렴한데다가 일도 잘하고, 또한 예주 내의 백성들과 명가, 호족들에게 인망이 좋지. 그거면 된 것 아닌가?”
“그렇기는 합니다만…”
솔직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조비가 예주목을 등에 업고 움직여봤자 세력적인 측면에서 조앙을 이길 수는 없지만.
괜히 후계자 다툼을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내가 인상을 쓰자 조조는 피식 웃었다.
“그를 쳐내고 싶겠지만… 아무런 이유 없이 쳐내기는 힘들거야.”
“근거야 만들면 되는 것아닙니까?”
“그런 방식은 오히려 자네의 목을 조를 수도 있지.”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조조는 의미심장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그리고 앙이는, 그리고 하후가도, 순가도. 종가와 양가 역시도 자네를 돕고 자네를 지지하겠지. 또한 수경원의 인재들 역시도 자네를 지원할거야.”
“그렇겠지요?”
“하지만 나머지 명가들이나 신료들이… 과연 자네를 끝까지 좋아하며 따를지는 의문이군. 특히 자네와 함께 일을 하지 않은 가문들에서는 말이야.”
조조의 말에 나는 입을 꾹 다물었다.
“…제가 너무 많은 공을 세운 겁니까?”
“뭐. 그렇다고 볼 수 있겠지. 아직까지는 별다른 불만을 보이지 않지만… 한가지는 알아뒀으면 좋겠어. 사람은 기본적으로 잘나가는 사람의 실패를 아주 좋아하지. 그것이…”
조조는 탁자를 톡톡 친 후 웃었다.
“한정된 권력을 놓고 싸워야 하는 상대라면 말이야.”
“하지만 저는 궁극적으로 바라는 것은 권력을 놓고 살아가는 것입니다. 태사의 자리에 오르는 것이…”
“그 태사의 자리에 다가가기 위한 행보를 하는 것을 불만스러워하는 이들이 없다고 할 수 있을까? 태사는 권력에서 초탈한 자리이지만 그 자리에 앉기 위해서는 많은 권력을 손에 넣어야 하지. 동탁이 어떻게 태사의 자리에 올랐다고 생각하는건가?”
“….”
황궁을 차지하고 많은 신료들을 죽이거나 권력을 빼앗은 후에 올라갔지.
내가 입을 다물자 조조는 차분한 시선으로 날 보며 말했다.
“이제부터 자네가 선택해야 할 방법은 단 하나 뿐이야.”
“…절대 실패하지 않는 것입니까?”
“그래. 자네가 실패를 경험하게 되면 그 실패를 가지고 득달같이 달려들 이들은 생겨날거야. 그리 된다면 자네는 무척이나 피곤해지겠지.”
나 역시도 생각하고 있던 일이고, 항상 염두하는 일이 바로 이것이었다.
삼국지에 나오는 인물 중에 제갈각이라는 인물이 있다.
제갈각은 제갈근의 아들로 오의 권력 중추에 있으며 많은 성공을 경험하고 많은 이들의 존경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합비 신성 공략에서 처참하게 패배했고, 그 패를 규탄하는 이들을 압박하며 자신의 실패를 부정해왔다.
그러다가 결국 손준에게 죽음을 맞이하고 말았고.
“권력을 쥐는 것은 칼날 위를 걷는 것과 같지. 그 자리에서 내려오든, 아니면 끝까지 건너든.”
조조는 싱글거렸다.
마치 나를 시험하듯이 말이다.
결국 나는 내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역설적으로 나를 칠 수 없을 정도의 권력을 보유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가진 자만이 버릴 수 있다는 것을 조조의 충고에 새삼스럽게 되새겼다.
“뭐, 자네 옆에는 꽤나 많은 지원자들이 있으니 쉽게 칼날 위에서 떨어질 것 같지는 않지만… 많은 성공을 이룬다는 것은 그만큼 자네를 질시하는 이들이 늘어난다는 것만 알아두게. 만약 내가 천년만년 살 수 있다면 막아 줄 수 있겠지만.”
어깨를 으쓱이며 조조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불로불사하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으니 말이야.”
그의 말에 나는 입을 다물고 눈을 감았다.
확실히 조조가 있을 때라면, 그리고 조앙이 멀쩡하다면 나를 공격하는 이들을 막아주려 하겠지.
그렇기에 내가 조앙을 방패로 삼아 후계자로 만들려고 한 것이니까.
그의 말은 내가 앞으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 좋은 지침이 될 수 있었다.
눈을 뜬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조조는 만족한 듯 작게 숨을 내쉬었다.
“이래서 자네가 좋단 말이지. 자존심보다는 실리를 택해서 받아들여야 할 충고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것. 자네만큼 성공을 경험한 이들 같은 경우는 충고를 그냥 귓등으로 넘겨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말야.”
“누구 충고라고 넘겨버리겠습니까.”
조조의 칭찬에 나는 힘겹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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