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806
“허억…헉…”
거칠게 숨을 토해내며 마초는 아직 살아있는 기병에게 다가갔다.
복부에서 피를 흘리며 신음하는 그에게 다가간 마초는 그의 목에 창을 겨눴다.
“크륵… 큭…”
울컥거리며 피를 토해내는 그의 목에 창을 꽂아 넣는다.
움찔하던 그의 시체가 축 늘어진다.
그것을 본 마초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서량의 금이라 불리는 마초다.
그런만큼 기마술은 서량에 있어서 제일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멀쩡한 말이 있어야 뽐낼 수 있는 것이다.
방금의 교전으로 말의 다리가 부러져 제대로 서지도 못하는 것을 본 마초는 입술을 닦아내며 중얼거렸다.
“빌어처먹을.”
한마리라도 좀 멀쩡한 말이 있으면 좋을 것을.
하지만 추격자들의 말 역시 멀쩡한 말은 없었다.
“젠장…!!”
도망을 가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기동력을 잃었다.
“어쩐다…”
적어도 마철과 마휴와는 합류를 해야 한다.
그래야만 안정적으로 마등과 만날 수 있었다.
오늘만 해도 스무번도 넘는 전투를 치뤘다.
아무리 마초라고 하더라도 피로가 쌓일 수 밖에 없었다.
거기에 믿었던 친우의 배신까지.
마초는 상당히 정신적으로 몰려 있었다.
“….”
멀리서 노랫소리가 들려온다.
혹시 추격자?
아니면 한수의 협력자일 수도 있다.
마초는 황급히 근처의 수풀 쪽으로 몸을 숨겼다.
“말 중의 왕이라네~”
카랑카랑한 중년인의 노랫소리다.
그 노랫소리를 들은 마초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마중지왕가? 저건 서주의 목장에서 유행한다던 노래인데…’
장안에 갔을 때 서주에서 온 말장수들이 자주 부르던 노래다.
망아지일 때부터 못난이 취급을 받으며 유목민들에게 버림받은 말이 초원을 돌아다니다가 천제의 도움을 받고 늑대와 악독한 말들을 물리치며 초원의 왕이 된다는 노래.
흥겨운 가락과 함께 여러가지 의미들이 섞여 있는 덕분에 마초 역시도 아는 노래였다.
“….”
수풀에서 숨을 죽인 채 마초는 창을 꽉 잡았다.
대여섯마리의 말을 이끌며 사내는 가죽 주머니의 주둥이에 입을 가져갔다.
술이 잔뜩 담겨 있는 듯 보인다.
벌게진 얼굴로 느긋하게 트름을 한 그는 다시 한번 외쳤다.
“보여주시오~ 그대의 배짱~ 당신의 기찬 배짱~”
참 못 부른다.
마초 역시도 노래를 잘 부르는 편이 아니었지만 이건 정말이지 끔찍한 노래 솜씨다.
말들을 이끌던 사내가 전투가 치뤄졌던 자리에 도착한다.
시체들과 쓰러진 말들.
그것을 물끄러미 지켜보던 사내는 한숨을 내쉬며 투덜거렸다.
“이거 서량에 다시 돌아 온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끙. 중원에 있을 때가 역시 편했지.”
투덜투덜거리며 근처에 있는 바위에 말고삐들을 묶어둔 사내는 시체들을 한곳에 모아두었다.
초원에서는 따로 장례 절차를 치루지 않는다.
초원의 것은 초원에게.
시체들은 새와 동물들의 먹이가 되어 다시 초원으로 돌아가게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사내는 천천히 시체들의 몸에서 옷과 갑옷을 벗겨내었다.
피가 잔뜩 뭍어 있는 것들이지만 그것이 있으면 동물들이 먹다가 목에 걸릴 수가 있었다.
그것을 생각해서인지, 아니면 돈이 될만한 것들을 챙기는 것인지.
사내는 슬렁슬렁 시체들의 장비를 모두 해제시킨 후 그들을 한 곳에 몰아두었다.
그리고 난 후 쓰러져 있는 말들에게 다가간다.
사내가 다가오자 말들은 경계했지만 그 경계심도 금방 풀어졌다.
놀라운 친화력이다.
처음 보는 말을, 그것도 상처입어 쓰러져 있는 말에게 저리 쉽게 다가갈 수 있다니.
자신조차 쉽게 할 수 없는 재주를 술을 마시며 가볍게 해낸 사내는 바닥에 놓여져 있던 창을 들었다.
“좋은 곳에 가시게나. 마공.”
달릴 수 없을 정도로 다친 말은 초원에서 쉽게 살아날 수 없다.
내버려 둬봤자 늑대들, 아니면 다른 동물들에게 이리저리 괴롭힘당하다가 죽는 것일 뿐이다.
그렇다면 차라리 편히 보내주는 것이 나을지도 몰랐다.
사내는 들고 있던 창의 날을 말의 심장 근처에 가져다 대었다.
그리고 강하게 찔렀다.
단 일격만으로 말을 죽인다.
그것을 본 마초는 움찔했다.
말은 큰 동물이다.
결코 한방에 죽이기 쉽지 않았다.
그런데도 창질 한번으로 말을 죽이다니.
비록 다리가 부러지거나 허리나 엉덩이에 큰 상처가 있어 체력이 떨어졌다 하더라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초원의 전사…? 아니면.’
말에 대해 잘 아는 자이거나.
초원의 장례법이나 말을 잘 다루는 것을 보았을 때 강족으로 보인다.
마초는 창을 잡은 손에 힘을 넣었다.
상대의 실력을 정확히 알지 못하는 이상 고민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그가 데리고 있는 말들.
한마리만 얻을 수 있다면 탈주에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그렇지만 급하게 탈주하느라 돈 될 만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을 하던 마초는 사내가 창을 휙 짐쪽으로 던져 놓은 후 자리를 깔고 앉자 천천히 나섰다.
“말중의 왕이라네~”
다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 이를 보며 마초는 빠르게 달려나갔다.
상대가 실력자일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말을 구하는 것이 급선무다.
마초가 나오자 노래를 부르던 사내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오~! 초원의 방랑자이신가? 그런데 보아하니…”
창을 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내는 여유로워보였다.
그런 그를 마초는 싸늘히 바라보았다.
“저기 저 분들을 극락으로 보내주신 분 같구만. 혹시 도적이시오?”
“…그렇지 않소.”
“그럼? 입고 계신 갑옷은 꽤나 좋아보이는데… 상태는 그리 좋아보이지 않는구려.”
“날 두려워하지 않는거요?”
“만약 당신이 나를 습격할 생각이었다면 이렇게 대화조차 나누지 않았겠지. 그리고 말들이 얌전하잖소. 말 좋아하는 사람 중에 나쁜 사람은 없어~”
사내 주변에 있던 말들은 마초가 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힐끔 그를 보기만 할 뿐 풀을 뜯는데 집중할 뿐 이었다.
여차하면 사내를 공격하여 말을 빼앗을 생각까지 하고 있었던 마초는 얼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그 창으로 날 찌를 생각이우?”
“…그런 것은 아니오.”
“그럼 그런 흉흉한 것은 좀 내려놓으시구려. 그리고 좋은 술이 있으니 함께 합시다! 하하하하!”
진짜 태평한 사람이다.
그의 모습에 오히려 질려버린 마초는 머쓱해하며 창을 내렸다.
하지만 술을 즐길 여유 따위는 없었다.
마초는 천천히 그에게 허리를 숙였다.
“저는 서량 마가, 양주목 마 수성의 아들 마초라 합니다.”
“오…? 양주목께 대단하신 아드님이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댁이 그 금마초란 말씀이시우?”
“그렇습니다.”
마초의 대답에 사내는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그런 금마초께서 왜 여기서 도적 흉내나 내고 계신 거유?”
“…그…”
뭐라고 말해야 할까.
마초가 고민하는 동안 사내는 히죽 웃었다.
“뭣하면 이거나 좀 드시구려. 그리고 얼굴도 좀 닦고. 꽤나 피로한 모양인데 말이오.”
사내는 가죽 주머니를 내밀었다.
그것을 받은 마초는 가볍게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시하고 가죽 주머니에 입을 가져갔다.
약간 독한 맛이 일품인 증류주다.
중원 일대에 유행하고 있는 술을 마신 마초는 가죽주머니를 돌려주었다.
그리고 그가 준 육포를 받아 입에 넣고 꿀꺽 씹어삼켰다.
계속된 전투와 탈주로 인해서 지친 몸이 조금은 회복되는 듯 했다.
마초가 그제서야 작게 한숨을 내쉬자 사내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뭔 일이신지는 모르지만 마가에는 빚이 있으니. 부담 갖지 마시구려.”
“그러십니까? 혹… 아버님과?”
“아. 뭐 그런 건 아니우. 그냥 마가와 경조윤께서 내 적들을 쳐내 준 덕분에 내가 서량에 돌아 올 수 있었던 지라. 하하하~ 어쨌든 도움을 받은 셈이지.”
“….”
사내는 히죽 웃은 후 물었다.
“그런데 급히 도망치시는 듯 한데. 말은 없나보오?”
“…그래서 부탁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내 나중에 반드시 갚겠으니… 말 한마리만 빌려주실 수 있겠습니까? 꼭 사례하겠습니다.”
시체와 말의 수를 맞춰 본 것일까?
사내의 말에 마초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사내는 히죽 웃었다.
“하하하! 이거 뭐라고 해야하나.”
“…음?”
“혹시 팔자라는 것을 믿으시우?”
“팔자? 그거야… 믿지 않습니다만.”
“흐흐흐… 급한 일인 듯 싶으니 내 좋은 말을 하나 빌려드리리다.”
“잠깐. 괜찮겠습니까?”
마초야 바라마지 않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쉽게?
추격자의 말에서 가져 온 마구를 자신의 거대한 흑마의 등에 채운 사내는 말의 얼굴을 만지며 말했다.
“서량의 금을 잘 지켜다오. 알겠니? 검정아?”
“푸르릉~”
마치 사내의 말을 알아듣기라도 한 듯 가볍게 투레질을 한 후 말은 고개를 끄덕였다.
흑마의 고삐를 풀어 준 사내는 당황하고 있는 마초에게 고삐를 넘겨주었다.
“이것도 받으시우. 어디까지 가시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식량 하나 없이, 돈 하나 없이 험난한 서량을 혼자 가시려는거요?”
“…고, 고맙습니다.”
처음 만난 사람에게 이런 호의를 받다니.
마초는 어색해하며 사내가 건네주는 주머니를 받았다.
안에는 은자 세냥과 육포가 담겨 있었다.
“도움을 받는 처지에 이런 질문을 하기는 뭐한데. 왜 이런 호의를?”
“한번은 우연이오, 두번은 필연이고, 세번은 운명이다. 내 잘 아는 점쟁이들에게 들은 이야기지. 일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수. 이런 일이 벌써 두번째이니… 어쩌면 이것이 나에게 있어서 필연일지도 모르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의아해하는 마초를 향해 사내는 껄껄 웃었다.
“어디로 가시는 지는 모르겠지만 추격자가 있었다면 얼른 가시는 것이 좋겠구려. 아. 그리고 동쪽으로는 가지 마시고. 전투가 벌어지는 것 같았으니까.”
“전투?”
“음. 그렇소. 대충 천여명 정도가 머무는 곳을 누군가가 공격한 듯 한데… 이거 참. 매일 매일이 전투가 이루어지는 서량이라지만 그정도 싸움이라니.”
사내의 말에 마초는 가슴이 철렁하는 것을 느꼈다.
천여명.
마휴와 마철이 데리고 간 병력이 천여명이다.
설마 그들이 당하고 있는 것인가?
마초가 이를 꽉 깨물자 사내는 씩 웃었다.
“그리고 천수… 아. 지금은 한양군이던가? 아무튼 그쪽도 좀 피하는 것이 좋을거요. 요즘은 잘 모르겠지만 마가는 옛부터 익주쪽과는 사이가 나쁘지 않았소?”
“…그렇긴 하다만.”
“한양군에 익주의 사람들이 꽤 많이 왔더이다. 한양군의 군수인 강경이 익주군과 뭔가 수작이라도 부리려는 듯 한데.”
“잠깐만. 강경?”
“응? 음. 그렇소만.”
강경은 한수의 사람이다.
그런 그가 익주군을 끌어들였다면…
“젠장.”
한수가 설마 익주와 손을 잡은 것인가?
그 미친 여우가 이젠 별 짓을 다하는구나.
마초가 빠득 이를 가는 것을 보며 사내는 차분히 말했다.
“내 일전 신세를 졌던 사람이 알려준 말인데 급한 일이 있다면 돌아서 가라고 하더군. 분노한다 하여 그 분노를 풀려는 것보다는 조금 참아 확실히 하는 것이 좋다하였소. 왜 이런 말도 있잖소? 군자의 복수는…”
“십년도 이르다. 고맙습니다. 반드시 이 빚은 갚겠습니다.”
좋은 정보를 얻었다.
마휴와 마철이 정말 당한 것이고, 또 익주군이 한양군에서 머무르며 한수와 손을 잡고 있는 것이라면 이 일은 쉽게 넘어갈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장안으로 가야한다.’
한수와 익주가 손을 잡았다?
서량과 익주는 오랫동안 사이가 좋지 않았었다.
그런데도 그들이 손을 잡은 이유는 하나라고 밖에 볼 수 없었다.
‘위국를 상대하기 위해서.’
좌풍익과 경조에서 이뤄진 풍년, 그리고 목장의 건설과 목축업의 시작으로 서량, 그리고 익주는 경각심을 가지게 되었다.
지금까지는 관중을 두고 서로 으르렁거렸지만 거대한 호랑이가 나타난 이상 손을 잡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마초가 이를 갈았을 때 사내는 바위에 묶어 둔 말 고삐를 풀었다.
“자… 그럼 추적자들이 이쪽으로 올지도 모르니 나는 이만 가보리다.”
“아.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별 말을.”
히죽 웃은 사내가 술을 한모금 마신 후 멀어지려 하자 마초는 말에 오르며 물었다.
“당신을 어찌 찾아야합니까? 이름이라도 말해주십시요! 그리고 어디로 가시는지도!”
마초의 외침에 사내는 손을 가볍게 흔들었다.
“흐음… 뭐. 연이 있다면 언젠가 만나겠지. 나는 당분간은 농서에 가 볼 생각이오. 만약 다시 만나게 된다면 그때는 나를 이리 불러주시오.”
“….”
“서량의 말장수. 강망이라고 말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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