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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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까지 징집된 병력은 약 팔천여명이다.
그들을 바로 써먹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세상이 그리 만만하지는 않았다.
군역을 치루는 이들에게 창 한자루 쥐어준다고 바로 병사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군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규율과 작전대로 움직이는 것이다.
뛰어난 병사 한둘이 있다고 해서 전황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었기에 훈련소를 만들고 그 훈련소에서 훈련을 하게 할 필요가 있었다.
즉 일차 훈련이 끝날 때까지는 현재 보유한 병력만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이야기다.
“지금 연작현에 있는 병력이 몇이지?”
“일만 정도 밖에 없습니다.”
임직현에 있던 모든 병력을 데리고 올 수는 없었다.
당장 임직현에 있는 물자 창고와 농장 및 목장을 지키기 위해서는 병사들이 필요했다.
아무리 저족에서 전사들을 지원해준다고 하더라도 그들만으로 완전히 지키기는 힘들었다.
당장 도적들이 생길 수도 있었고 들어 온 유목민들이 전쟁 상황에 다른 마음을 품고 움직일 수도 있으니까.
그것을 경계하기 위해 삼천의 병사를 임직현에 두고왔다.
그리고 진창에 삼천.
실질적으로 지금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병력은 일만 정도 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거기서 징집을 위해 각 현으로 이동한 이들까지 뺀다면…?”
“구천 정도겠지요.”
“거기에 병사들의 훈련을 위해 훈련장의 조교와 교관으로 간 이들까지 뺀다면?”
“넉넉하게 천명은 빼야 할 겁니다.”
결국 남는 것은 팔천 뿐이라는 거군.
내가 인상을 구기자 장합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다음달까지는 어쩔 수 없습니다.”
훈련이라는 것은 대충 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제대로 훈련을 받지 못한 병사는 전투 중 도망을 칠 가능성이 높았다.
전쟁은 무서운 것이다.
전장을 한번 경험하고 완전히 겁에 질려 퇴역하는 장교들까지 있는 정도인데 군역을 위해서 억지로 끌려 온 병사들은 어떻겠는가.
군에 있어서 사기는 무척이나 중요한 것이다.
같이 싸워야 할 동료가 겁에 질려 도망가는 것만으로도 군의 사기는 충분히 내려간다.
그런만큼 병사들의 사기 진작을 위한 훈련은 반드시 필요한 것.
난 훈련진행상황의 보고를 들으며 눈을 질끈 감았다.
그나마 여기 모여 있는 이들의 훈련이 끝나려면 적어도 한달은 더 있어야 한다.
“아 빌어먹을. 고작 이정도만 가지고 몇만이나 되는 놈들과 전투를 해야 한다는 상황이 슬프구만. 빨리 지원이 왔으면 좋겠는데…”
내가 떨떠름히 중얼거렸을 때 장합은 차를 내밀었다.
그것을 받아 한모금 마셨을 때 문이 열리며 연직현령이 들어왔다.
“경조윤! 큰일입니다!”
그런 소리 하지 마라.
불안해 죽겠다.
내가 인상을 쓰며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 그는 황급히 나에게 한장의 종이를 주었다.
“뭐냐?”
“기곡에 보내 놓은 첨병의 전언입니다! 약 오천의 기병들이 기곡으로 향하고 있다고 합니다!”
“하…”
기곡을 통한다?
그건 예상했다.
고작 오천?
“이건… 미끼군.”
“…그렇군요.”
대군이 아닌 고작 오천여의 병력만을 기곡으로 보낸다는 것은 그 기곡을 통해 진창으로 향해야 할 지원병력의 움직임을 막겠다는 것이다.
즉.
주력은 아니지만 기곡을 통과하는 지휘관은 반드시 강한 무장이라는 것이다.
연작현령의 두려움 섞인 얼굴을 마주하던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가 가봐야겠군.”
“위험합니다.”
“오천이나 되는 적병이 기곡을 통과한다면 그게 더 위험해.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
“하지만 굳이 경조윤께서 가실 필요는…”
“그럼 누가 가냐? 지금 훈련을 맡고 있는 서황이? 아니면 뭔 일이 터지면 바로 움직여야 할 네가?”
“훈련을 경조윤께서 맡으시면 됩니다. 저와 서황이 기곡으로 가서 적을 격파하고 바로 복귀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방법입니다.”
“틀렸어.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내가 가서 그를 막는 것이다.”
위험하기는 하지만 차라리 이게 나았다.
내 말에 그는 고개를 저었다.
“그럼 저라도 함께 가겠습니다. 연작현령. 후방의 지원을 부탁하겠네.”
“예! 맡겨주십시요!”
연작현령이 굳은 표정으로 말한다.
그것을 보며 난 한숨을 내쉬었다.
“기곡의 병력은 미끼다. 주력은 진창성을 노릴거야. 거기에는 고작해야 삼천 밖에 없어. 첩병에 의한 보고를 따르면 적어도 이만 이상이 그곳으로 들어갈 것이다.”
“그렇긴 하지만 그 미끼가 큰 피해를 입힐 수 있습니다.”
“…젠장.”
틀린 말이 아니라서 반박할 수가 없군.
“그리고 진창현에는… 경조윤께서 임명하신 이들이 있잖습니까.”
“….”
학소와 관평, 마량, 그리고 곽준까지.
그들의 실력은 인정하지만 병력이 적다.
고작해야 삼천의 정병만으로 이만이 넘는 적병을 어떻게 막는단 말인가.
“적장이 누군지도 정확히 알 수 없는 지금… 지원군은 반드시 필요해. 전 병력을 데리고 갈 수도, 그리고 너나 서황을 빼기도 좀 그런데.”
“그러니 제가 경조윤과 함께 가는 것입니다.”
장합은 평소에 보기 힘든,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경조윤과 제가 함께 가는데 문제가 생기겠습니까? 빠르게 치워버리고 복귀하도록 하시지요.”
“하.”
지장인 장합은 절대 적을 경시하지 않는다.
상대의 힘을 파악하기 전까지는 승리를 확신하지도 않고.
그런데도 그가 이렇게 말한다는 것은 나를 안심시킴과 동시에 적을 반드시 막아내겠다는 결의를 보이는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좋아. 장합. 함께 가자.”
“예!”
“연직현령. 당신의 역할이 아주 중요해졌군.”
“무, 어떤 것을 해야 합니까?”
“지금부터 잘 들어. 기곡은 어떻게든 우리가 막아낼테니까 자네는 연직현의 훈련소에서 훈련이 끝나면 그 즉시 서황과 함께 진창현으로 향하게.”
“진창현으로요? 그곳에는 더 많은 적이…”
“음. 그럴거야.”
“….”
연직현령의 얼굴에 두려움이 섞인다.
그를 마주하며 난 천천히 말했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겠지. 하지만 잘 생각해봐.”
“무슨…?”
“이번 전쟁은 적진에 들어갈 필요도 없어. 오로지 버티느냐 마느냐로 승패가 결정된다. 그리고 이곳에서의 승패는 우리 위국 전체가 주시하고 있어.”
“….”
“지원은 반드시 온다. 하동군수인 두기 뿐이 아니지. 상용의 정서장군… 아니. 위왕께서도 잘하면 이번 전투에 참가하실지 모른다네.”
“그, 그렇습니까?”
“그래. 그런만큼 성과를 내기도 어렵지 않지. 이번 전쟁에서 성과를 낸다면.”
연직현령의 얼굴에 빛이 감돈다.
그의 눈에 보이는 탐욕.
자신의 신분을 올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욕망.
그 욕망은 반드시 그가 제대로 움직일 수 있다는 원동력이 되어 줄 것이다.
“알겠습니다! 반드시 경조윤을 실망시키지 않겠습니다!”
“음! 훌륭해!”
내가 어깨를 꽉 잡아주자 그는 씩 웃었다.
나보다 나이는 많아보이지만 이런 모습을 보니 단순하기 그지없군.
“이번 문제만 잘 해결된다면 자네는 아주 든든한 동앗줄 하나를 잡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그게 정말이십니까!?”
“암! 나 진유하가 허튼 소리 할 사람으로 보이나?”
“아이고! 아무렴요! 경조윤께서 쓸데없는 말씀을 하실 분은 아니지요!”
“그럼 뒤는 맡기겠네!”
“예!”
연직현령이 당당히 답했다.
훗.
쉽구만.
역시 욕심이 있는 사람들은 그 욕심을 자극하는 것이 제일 좋다.
난 그의 어깨를 몇번 두들겨주고 밖으로 나왔다.
나를 따라 나온 장합은 쓴웃음을 지었다.
“언제나 생각하는 것이지만 경조윤께선 정말…”
“멋지다고?”
“하하하. 예.”
“당연한 소리를. 그럼 바로 기곡으로 향해야 하나?”
“예. 언제든지 출정을 할 수 있게 준비는 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팔천의 정예병들이 준비되어 있으니 바로 가시지요.”
“그렇게 하지.”
연직현에서 나와 기곡 인근에 도착한 나는 기곡에서 대기하고 있던 교사원의 요원을 만났다.
그는 교사원의 요원을 나타내는 패를 나에게 보여 준 후 인사를 하고 천천히 말했다.
“기곡에 살고 있는 산적과 도적들과 협상을 해 기곡을 통과하는 모든 이들에 대한 공격을 준비시켰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수가 적은데다가 적이 꽤 강해… 그저 다리를 묶는 정도 밖에 되지 않을 것입니다.”
“함정의 설치는?”
“낙석을 조금 준비한 정도입니다만…”
“어쩔 수 없군.”
시간과 자금, 병력만 있었다면 아예 기곡을 허물어버렸을 텐데.
내가 입맛을 다시자 교사원의 요원은 자신의 검을 툭 치며 말했다.
“교사원주께서 무슨 일이 발생하면 경조윤을 도우라는 명을 받았습니다. 교사원 요원 삼백이 경조윤과 함께 할 것입니다. 부디 명령을.”
“호오. 교사원주께서?”
“예. 삼보로 가시며 첩보와 전투 및 암살을 하실 일이 많을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경조윤께선 비록 첩보를 하는데만 저희를 쓰셨지만. 전투 훈련도 받은 최정예인 만큼 분명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거 고마운 일이군.”
진짜 고마운 일이다.
하후돈에게는 하후패를 빼가는 것 때문에 꼬장까지 피웠는데.
교사원의 최정예 요원까지 삼백이나 보내줬단 말이야?
난 한 오십명 쯤만 보낸 줄 알았는데…
“이거 원양 숙부님께 뭐라고 감사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군.”
“원주께선 항상 경조윤을 걱정하셨습니다.”
“나를 걱정하신다라…”
“경조윤의 적은 늘어날 것이니… 어떻게든 어둠 속에서 지키라고.”
“그렇군. 음. 다음에 뵈면 정말 좋은 곳에 모시기라도 해야겠군. 알았다. 일단 자네들은 기곡으로 돌아가 적들의 움직임을 맞이하도록.”
“예.”
그가 몸을 돌리고 검은 옷을 입은 다른 이들과 함께 산길을 통해 달려가는 것을 보자 장합은 감탄했다.
“빠른 몸놀림. 저정도의 움직임을 보일 정도라면 정말 최정예라고 할 수 있겠군요.”
“그러겠지. 자. 다들 준비하자고. 적의 병종은 대부분 기병이라고 하니 대 기병진형을 꾸리자고. 그리고 진지도 좀 만들고!”
“예!!”
공격해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기다리는 것이다.
적이 들어오는 방향도 알고 병종도 알고 있다면 전투의 사할은 먹고 들어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병사들이 움직이며 함정을 준비하는 것을 본 나는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도대체 누가 오려나?
제발 좀 만만한 놈이 왔으면 좋겠다.
“제일 좋은 것은 그 위연이라는 썅놈인데 말이지…”
남의 집에 흙발로 들어 온 그 개놈을 아직 잡지 못했다.
위연이라면 유장군 내에서도 손꼽히는 실력자일 터.
어쩌면 오늘 그때의 복수전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내가 중얼거리자 장합 역시 이를 드러내었다.
“부디 그랬으면 좋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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