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818
“앵속 들어갔으니까 조심해!!”
아편은 환각효과 뿐만 아니라 고통에 마비되는 효과도 발휘한다.
그리고 사람에 따라 호전성이 강해지고 힘도 늘어나는 경우도 있었다.
처음 화타와 함께 아편을 발견했을 때가 기억난다.
그때 천연두에 걸려 있던 놈들이 고통도 있고 우리에게 막대한 적대감을 피우며 달려들었었지.
그것을 생각한다면 지금 아편이 주입된 위연은 어쩌면 평시보다 더욱 위험할 수도 있었다.
“크…!”
분노에 몸을 떨던 장합이 천천히 얼굴에서 증오를 지워간다.
장합이 저렇게 화를 내는 건 처음보네.
그러고보니 아까 장합이 욕설을 내뱉었나?
어떤 상황에서도 정중했던 그가 저렇게 참지 못하고 욕을 할 정도였다면 위연에 대한 악감정이 상당했을 것이다.
“후우…”
낮게 숨을 내쉬며 마음을 가라앉힌 장합이 천천히 검을 잡는다.
당연하겠지만 서주에서 새로운 철로 만든 무기와 방어구는 하나만 받은 것이 아니다.
물론 고구려 선인들과 함께 만든 정도의 방어구와 무기는 나에게만 주어졌지만 장군들에게 보급될 정도의 고급 방어구와 무기는 꽤 받아왔었다.
장합은 방패를 들어 올렸다.
그의 방패를 본 위연은 빠득 이를 갈았다.
“저 새끼의 방패구나!”
입술을 핥으며 위연은 비틀거렸다.
그 틈을 놓치지 않은 나는 옆에 있는 강노병에게서 강노를 받아 위연의 말을 쏘았다.
혹시 모를 도주는 막아야지.
그가 타고 있던 말의 하체를 강노가 관통한다.
힘없이 털썩 쓰러진 말에서 비틀거리며 일어난 위연이 정신을 차렸을 때 장합은 그에게 달려들었다.
“하아아아!!”
기합성을 내뿜으며 방패로 위연을 후려친 장합은 그가 비틀거리며 뒤로 몇걸음 물러나자 보병들에게 외쳤다.
“주변을 막아라!!”
위연을 구하기 위한 기병들의 움직임이 거세어진다.
여기서 놓칠 수야 없지!
“기병들을 공격해!!”
위연은 일단 장합에게 맡겨두자.
설마 일격에 죽이지는 않겠지?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자.
장합과 눈이 마주친 내가 고개를 주억거리자 그는 희번뜩 눈을 뜨며 위연에게 검을 휘둘렀다.
“큭!!”
나랑은 좀 차원이 다를거다.
조금 격이 떨어지는 장비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장합이다.
비록 지장이라 불리는 장합이지만 그 무력만은 내 부하들 중에서도, 아니 위군에 있는 무관들 중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었다.
일격 일격을 받아넘기는 위연이 비틀거리다가 빠른 창격을 터트렸다.
아편빨인지 그의 공격은 더욱 강맹했지만 조준이 정확하지 않다.
장합은 이를 드러내며 방패로 그의 공격을 흘려내었다.
와.
방패술 진짜 대단하다.
나는 막는 정도에 불과했는데 장합은 방패의 피로를 최소화시키며 공격을 전부 흘려내는구나.
난 슬그머니 내가 들고 있던 방패를 보았다.
위연의 강격을 버텨내느라 여기저기 찌그러지고 금가 있는 방패를 슬그머니 뒤로 숨겼다.
“쏴!!”
보병들이 몰아서 한곳에 뭉쳐져 있는 기병들을 향해 강노병들의 강노가 발사된다.
위력이 강하고 관통력이 좋은 강노다.
강노가 발사될 때마다 기병들이 쓰러지는 것이 보인다.
이쪽은 얼추 정리가 되는 듯 한데.
내가 고개를 돌렸을 때 위연은 흔들리는 팔을 꽉 잡으며 장합에게 창을 겨눴다.
“네놈들 따위가 함께 덤빈다고 나를 죽일 수 있을 것 같으냐!!”
겨눠진 창은 장합이 아닌, 그의 옆을 겨누고 있었다.
환각과 싸우는거냐? 아니면 장합과 싸우는거냐?
그를 향해 비웃으며 장합은 단호히 외쳤다.
“나다!! 내가 널 죽여주지!!”
“죽여버리겠다!!”
입에 거품을 물고 위연이 달려든다.
그의 공격을 방패로 튕겨낸 후 장합이 검을 휘두른다.
흔들리고 있는 위연의 공격에 비해서 장합의 공격은 예리하고, 또 절제가 있으며 정확하기 그지 없었다.
그리고 그 검이 크게 휘둘러졌을 때 허공으로 팔 하나가 날아간다.
“카아아악!!”
허공에 떠 있던 위연의 왼팔이 뚝 떨어진다.
과도한 출혈 때문에 비틀거리면서도 고통은 크게 느끼지 않은 듯 위연은 악귀같은 눈으로 나와 장합을 노려보았다.
“감히 누가 나를 해할 수 있겠느냐!!”
“너 팔 잘렸어.”
“난 원래 팔이 없었어!!”
위연의 창이 나를 겨눈다.
완전히 맛이 갔군.
눈이 풀려 있는 그를 향해 난 어깨를 으쓱였다.
누가 널 해할 수 있냐고?
지금의 너라면 나도 할 수 있겠다.
비틀거리며 나에게 창을 던지려던 위연의 앞으로 장합이 튀어나간다.
그의 방패가 위연을 후려친다.
크게 한대 맞은 위연이 바닥을 굴렀을 때 장합은 비틀거리며 일어나려던 위연의 얼굴을 걷어 찬 후 검을 들었다.
“진가에 이를 드러낸 자. 결코 쉽게 죽지 못하리라.”
“크륵… 누가 나를…”
위연의 복부에 검이 내리꽂힌다.
갑옷을 꿰뚫은 검이 복부를 관통했는데도 아직까지는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듯 보인다.
위연이 피를 토하며 버둥거리는 것을 본 나는 장합이 그의 팔을 꽉 잡고 나에게 검을 넘기자 그의 목에 검을 가져갔다.
“남의 집구석에 흙발로 들어왔으면 그 대가는 치뤄야지.”
만약 허저와 전위가 없었다면 내 가족들이 해를 당했을 것이다.
이놈에게.
그 증오와 분노를 떠올린다.
흐리멍텅한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고 있는 위연의 시선을 마주하며 나는 그의 목에 검을 찔러 넣었다.
“큭…”
부들부들 떨던 위연이 축 늘어진다.
제대로 눈도 감지 못하고 그가 죽는 것을 본 나는 그나마 조금 마음이 후련해지는 것을 느꼈다.
“하.”
“슬슬 정리를 하겠습니다.”
아직까지 보병과 기병들의 전투는 끝나지 않았다.
물론 거의 소강상태나 다름없었지만 마무리는 해야 하는 법이다.
장합의 말에 난 고개를 끄덕이다가 손가락을 튕겼다.
“다 잡지는 마.”
“알겠습니다.”
전투가 끝났다.
오천의 적병 중 살아남은 이는 겨우 오백여명 뿐.
적장인 위연을 잡았고 기병들의 무기와 마구를 손에 넣었다.
“피해는 얼마나 되지?”
“저희 쪽에서도 천여명 정도가 전투에 참여할 수 없을 정도로 중상을 입었고 사백여명이 사망했습니다.”
“나름대로 소수정예였나보지? 강한 놈들만 모아서 들어왔나보군.”
나름 정예병이었는데.
지금 당장 정예병의 지원을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천 오백의 피해는 꽤 크다고 할 수 있었다.
그나마 멀쩡하다고 할 만한 이들 중에서도 경상자들의 치료, 그리고 그로 인한 전투력 저하를 생각한다면 데려 온 팔천여명 중 절반 정도는 당장의 전투에 참여시킬 수 없었다.
“후우…”
그래도 위연이 이끄는 오천의 기병을 상대로 이정도 성과면 나름대로 괜찮은 거겠지?
나는 주변 정리를 하고 있는 병사들을 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바로 심문을 하자.”
“심문?”
“그래.”
“심문을 왜…?”
의아해하는 장합을 향해 난 피식 웃었다.
“정말 위연 하나만 왔을까?”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역시 장합도 사람이구나.
지장이라고 하지만 정치가나 책사가 아닌만큼 어느정도는 물렁한 모습이 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위연은 강적이었지.”
“어… 뭐 그렇습니다.”
비록 승리하기는 했지만 자칫 잘못했다면 내가 죽었을 수도 있었고, 또 그가 도망쳤을 수도 있었다.
그만큼 나 역시 목숨을 걸어야 할 정도로 이번 습격은 위험한 습격이었다.
“사람은 간사해.”
“갑자기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사람은 간사하기 그지 없어서 결코 아무런 이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큰 일을 한번 겪고 나면 다음에는 그것이 없을 것이라 생각하지.”
내 말을 들은 장합의 표정이 딱딱히 굳었다.
난 바닥에 굴러다니는 창을 주웠다.
꽤 좋은 창이다.
그것을 정리를 하는 병사에게 던져 준 후 말을 이어나갔다.
“습격을 위해서 위연 하나만 보낼 이유는 없다고 생각되는데… 성공한다면 좌풍익 내부에서 크게 혼란을 일으킬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런데도 고작 이정도만 보냈다는 것이 마음에 걸려.”
나라면 위연을 보내고 난 이후 우리가 안심하고 다시 복귀를 했을 때 다른 기병을 이용해서 이차 습격을 노릴 것이다.
성공만 한다면 진창에 대한 지원이 빠르게 이어지지 않게 할 수 있고 잘만하면 기곡을 통해 좌풍익으로 들어와 내부에서 혼란을 일으키게 할 수 있을테니 말이다.
내가 까칠한 턱을 쓰다듬으며 말하자 장합은 곰곰히 생각하다가 조심스레 물었다.
“그럼, 경조윤께서는 추가 습격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말씀이십니까?”
“내 생각은 그래. 하지만 뭐, 아닐 수도 있지.”
“그럼 어쩌지요?”
“확인부터 해보자고. 우리에게는 정보를 얻어낼 수 있는 이들이 많잖아?”
병사들에 의해서 포박된 포로들을 보았다.
그들의 얼굴에 실려 있는 공포, 그리고 앞일에 대한 두려움을 읽으며 난 장합의 팔을 툭 쳤다.
“교사원 애들 중 몇명만 좀 불러. 걔들 실력을 좀 봐야겠다.”
교사원은 정보 수집 뿐만 아니라 반란 및 조조에 대한 불만을 가진 이들을 조사하고, 또 잡아 온 이들에 대한 심문도 실시한다.
그런만큼 교사원 소속의 요원이 되면 기본적인 고문 훈련 뿐만 아니라 고문을 참아내는 훈련까지 함께 한다.
전에 그들의 훈련을 봤을 때 전장에서 나름대로 굴러먹던 나도 혐오감을 느낄 정도였었다.
사람의 살가죽을 얼마나 얇게 저밀 수 있느냐에 대해서 연구를 하는 꼴을 보니 진짜 끔찍하더라.
어떤 놈들은 두개골에 구멍을 내고 직접 뇌를 건드리며 오래 살려놓는 훈련까지 하더라.
그것을 떠올리며 나는 교사원의 요원에게 포로로 잡은 이들을 심문하라고 명했고 그들은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언제까지 하면 됩니까?”
“최대한 빠르게.”
“알아내셔야 하는 정보는?”
“후발대가 있는지 없는지. 그리고 기곡을 습격하기 위해 누가 왔었는지 정도. 그리고 이왕이면 적군 본대가 얼마나 있는지도 알아냈으면 좋겠군.”
“그럼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아. 생사는…?”
“마음대로 해.”
쟤네 잡아봤자 어디다가 쓰겠나.
정예병 정도 된다면 포로로 잡아도 전향시키기 힘들다.
거기에 익주에 가족들이 있을테니 쉽게 전향하지도 않을 것이고.
내 말에 그는 고개를 끄덕인 후 십여명의 교사원 요원들과 함께 포로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임시로 설치된 막사에 포로로 잡혀 있던 이들이 들어간다.
그것을 지켜보던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과연 누가 왔으려나…”
“만약 경조윤의 생각대로 이차 습격이 있는 것이라면… 저희도 저희 나름대로 준비를 해야하지 않겠습니까?”
“어쩌려고?”
“음…”
“지금 있는 병력으로 할 수 있는 일은 함정을 만드는 정도야. 기곡 자체를 무너트릴 수 없는 이상… 좀 힘들겠지.”
그런만큼 교사원 요원들이 정보를 얻어내는 일이 시급하다.
“하아… 걱정이구만.”
지금쯤이면 훈련은 끝났을까?
우리가 기곡의 방어를 위해서 움직인 이상 서황 역시도 최대한 훈련을 빨리 끝내려고 노력하겠지.
진창에 별 일이 없었으면 좋겠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