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821
싸우기로 마음먹고, 사기가 높은 이상 망설일 이유는 없었다.
적을 맞이할 준비들을 점검하고 성으로 들어 온 학소는 마량에게 말했다.
“이정도면 되겠군요.”
“음… 예. 하지만 통할까요?”
“글쎄요. 이것만큼은… 하지만 그것의 강도는 이미 실험이 끝났지 않습니까.”
“….”
임진현에서 수로를 만들며 몇차례 실험을 하기는 했지만 자신할 수는 없었다.
애초에 이렇게 써본 적이 없었으니.
학소의 제안에 의해서 만들기는 했지만 이렇다 자신할 수 없었던 마량이 쓰게 웃자 학소는 마량의 어깨를 잡았다.
“믿습니다.”
“어… 예.”
굉장히 부담스럽다.
그래도 어쩌겠나.
연구한 대로 만들었으니 그저 통하기만 바랄 뿐.
마량은 학소에게 고개를 숙인 후 관청으로 돌아갔다.
그가 멀어지는 것을 보던 학소는 입맛을 다셨다.
“생각대로 일이 풀리면 좋을텐데…”
“성주님. 백성들을 모두 모았습니다.”
“음. 바로 시작하지.”
적이 생각보다 많다는 이야기를 성에 퍼트렸다.
삼만이나 되는 적이 이미 근접했다는 것에 다들 불안해하고 있는 것이 보인다.
사람들을 관청 앞으로 불러모은 학소는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
“다들 들었을 것이다.”
“….”
백성들의 불안감.
위군의 경우는 점령을 할 경우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약탈을 금한다.
진유하가 중임에 앉은 이후 군부에 많은 지원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기 때문이었다.
점령지에서 반란이 일어나는 경우 그것을 막기 위한 손해는 약탈을 하는 것보다 더욱 크다.
극심하게 저항을 하여 군의 피해가 심한 경우를 제외하면 약탈하는 것보다 포상을 받는 것이 더 이득이었다.
하지만 다른 곳도 과연 그럴까?
위국이 점령지에 대한 약탈을 금할 수 있는 이유는 서주와 청주, 연주, 그리고 기주에서 생산되는 막대한 물자 덕분이다.
거기장군 하후돈의 명에 의해서 군에서 일어나는 비리만큼은 무조건 사형이라는 규정이 정해졌고 그 이후로 병사들에게 돌아가야 할 물자를 빼돌리는 이들은 거의 없어졌다.
하지만 이것은 풍부한 물자를 운용할 수 있는 위국이나 가능한 것이었다.
그 외의 다른 군들의 경우는 점령지에서 약탈이 종종 허가되는 경우가 많았다.
“마, 만약 진창성이 뚫리게 되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불안해하던 노인 한명이 조심스레 묻자 학소는 잠시 생각했다.
사실대로 말하는 것이 낫겠지.
작게 고개를 끄덕인 그는 차분히 말을 이어나갔다.
“모두 죽을 것이다. 여자들은 강간당하고 아이들은 노예가 되고, 남자들은 처참하게 죽을 것이다. 너희가 죽을 고생을 해서 모은 물자는 저들의 배를 채우는데 쓰이게 될 것이고 너희가 평생을 다해 살아왔던 땅은 피로 물들게 될 것이다.”
학소의 말에 많은 이들의 불안감이 커져간다.
그것을 지켜보던 마량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적이 이제 코 앞에 있는데 이렇게 불안감을 높여서 뭘 어쩌겠다는 것인가.
마량이 자신에게 다가오려 하자 학소는 손을 들어 그를 막았다.
“그러니 너희가 나서야 한다.”
“그… 군역을 치루고 있는데…”
“군역 뿐이 아니다.”
천천히 주변을 둘러 본 학소는 차분히 말을 이어나갔다.
불안감과 두려움.
진창성이 뚫리게 될 경우를 생각하며 공포에 질려 있는 이들을 본다.
그들을 마주하며 학소는 천천히 말했다.
“너희들 스스로, 이곳을 지켜내야 하는 것이다.”
“그냥 성을 내어주면 안됩니까!? 최소한 죽지는 않을 것이잖습니까!”
“너에게 있어서 소중한 것이 무엇이지?”
“…저, 저는.”
손을 들고 묻는 중년인에게 학소는 화를 내지 않았다.
자신 역시도 한순간 공포에 질렸었다.
당연히 일반 백성은 두려워 할 수 밖에 없었다.
그것을 탓하지 않는다.
“저는 제 가족이, 재산이 소중합니다!”
“그렇다면 너에게 물으마. 성을 내어주고 피난을 간다 한들, 어디로 갈 것이냐. 또한 적들은 좌풍익 뿐만 아니라 위국 전체를 유린하려 할 텐데. 그럼 어쩔 것이냐. 또 도망칠 것이냐?”
“….”
사내가 천천히 손을 내리자 학소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지금 진창성 뿐만이 아니다. 좌풍익 전체… 아니, 위국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지금 오고 있는 익주군을 막아내지 못하면 그토록 백성을 위한 정치를 펼치는 위국이 무너질지도 모른다.”
“…그, 그건…”
“아는 이들은 알 것이다. 과거 동탁이, 이각이 삼보를 다스렸을 때 어땠는가. 그리고 위국의 경조윤과 좌풍익, 우부풍이 다스린 삼보가 어땠는가.”
“….”
동탁, 그리고 이각.
그들의 폭정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더 잘 아는 삼보의 백성들이다.
오죽했으면 난이 일어나고, 또 오죽했으면 사람까지 잡아먹는다는 말이 나왔겠는가.
하지만 위국이 삼보를 다스린 이후로는 그런 일이 없었다.
“선택은 너희들의 것이다. 도망치고 싶은 자가 있다면 도망가도 좋다. 숨고 싶은 자가 있다면 숨어도 좋다. 아직까지는 시간이 있으니까. 하지만 한가지 알아야 할 것이 있다.”
학소는 검을 뽑아 단상 위에 내리 꽂았다.
“스스로 지키려 하지 않는 자가 마지막에 도달하는 곳은 결국 지옥 뿐이라는 것을.”
학소의 말에 모두가 입을 다물었다.
스스로 지켜야 한다.
자신의 것은 자신이 지켜야 한다.
위왕에 대한 충성이나 좌풍익을 다스리고 있는 경조윤에 대한 의리가 아니었다.
자신의 것.
자신의 가족.
그리고 자기 자신.
그것을 지키기 위해서는 스스로 나서야 한다.
“…뭐, 뭘 해야합니까!?”
아이를 업은 아낙이 힘겹게 물었다.
그녀의 말에 주변에 있던 이들이 놀란다.
전쟁에서 여자들이 싸우는 경우는 무척 드문 경우였다.
명가의 여인이 무관이 되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이 아낙의 경우 평생 밭만 갈며 아이를 돌보던 이였다.
그런 그녀는 주변의 시선을 느끼며 다시 외쳤다.
“저에게는 제 아들이 가장 소중합니다! 알려주십시요! 뭘 해야 합니까!”
“저희가 무엇을 해야 하나요!”
“저도 하겠습니다! 저는 이 진창이 소중합니다!”
“뭐든지 하겠습니다!”
진창의 백성들이 외친다.
도망치지 않기 위해서.
적들을 막기 위해서.
자신의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서 그들이 외치는 것을 듣자 학소는 만족한듯 웃었다.
“지금부터 이번 전투에 대한 작전의 개요를 설명하겠다!!”
진창성에 있는, 군역을 치루지 않는 노인이나 아이, 그리고 병자나 불구자들까지도.
그들이 모두 나서기로 했다.
성벽 근처에 있는 집을 해체해 성벽에 방벽을 만들고 땔감을 위한 재료로 삼는다.
백성들이 나서서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을 지켜보던 학소는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이걸로 수성을 위한 병력은 늘어났다.’
이들만으로 가능할까?
괜히 피해만 늘리는 것이 아닐까?
학소가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며 생각을 이어나가고 있을 때 성문이 열렸다.
성문에서 들어 온 관평은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의협들의 추가적인 도움을 얻어냈습니다.”
“아직 건달… 아니, 의협들이 남아 있었습니까?”
“조금 불안하기는 하지만… 대가를 지불한다고 했습니다.”
“허어… 괜찮겠습니까? 무슨 대가를 약속하셨길래…”
관평의 뒤로 들어 오는 이들의 모습에 학소는 감탄했다.
지금까지는 토벌의 대상에 불과했던 이들이다.
그들이 머쓱해하며 성 안으로 들어오자 관평은 천천히 말했다.
“죄를 탕감해주고 병사가 될 수 있게 해준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전에 곽 도위께서 하셨을 때는…”
곽준 역시 근처에 있는 의협이나 도적들, 건달들을 병사로 끌어들이려 했지만 실패한 전적이 있었다.
끌어들일 수 있는 이들은 거의 전부 끌어들인 것이나 마찬가지였는데?
오백여명이나 되는 이들을 데리고 온 것이 놀랄 수 밖에 없다.
그가 당혹스러워하자 관평은 무덤덤히 말했다.
“이번 전투에서 공을 세우면 흑귀대에 들어갈 수 있게 해준다고 했습니다만.”
“….”
흑귀대라니.
경조윤 진유하의 사병 아닌가.
전문적으로 군인이 되는 이들에게 있어서는 꿈의 자리라고 할 수 있었다.
손이 무척 큰데다가 자신의 사람은 어떻게든 챙기기로 유명한 진유하다.
그런 진유하의 직속부대라고 할 수 있는 흑귀대에 들어가고자 하는 병사들은 많았다.
정규병들조차 들어가고 싶어 안달을 내는 부대가 바로 흑귀대다.
그것을 관평이 제안할 줄이야.
학소가 어이없어하며 바라보자 관평은 어깨를 으쓱였다.
“괜찮으시겠습니까?”
아무리 관평이라고 하더라도 진유하의 허락도 받지 않고 흑귀대의 자리를 제안할 수 있을까?
괜한 짓으로 진유하의 이름을 깍아먹는 것이 아닐까 두려웠던 학소의 질문에 관평은 무덤덤히 대꾸했다.
“경조윤께서는 필요하다면 뭐든지 이용하라고 하셨지요.”
“…그, 그렇습니까.”
아무리 이용하라고 하더라도 관평에게 있어서 진유하는 주군이나 다름없었다.
주군의 이름을 파는 행위도 서슴없이 하는 관평에게 질려 있던 그는 한숨을 내쉰 후 고개를 끄덕였다.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진창성을, 경조윤을 대신하여 감사하겠습니다.”
약 오백여명 정도에 불과하지만 의협이라 불리는 이들은 비록 군율은 없지만 싸움을 위한 훈련은 크게 필요가 없는 이들이었다.
그들을 이끌던 사내는 학소의 인사에 대수롭지 않게 손을 저었다.
“아아. 됐수. 좌풍익에서 도적질을 하고, 쌈박질하며 사는 것보다 흑귀대에 들어갈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그것을 잡는 것이 백배, 천배 낫지.”
그의 말이 끝나자 다른 의협들을 이끄는 이로 보이는 외눈의 사내가 자신의 대검을 툭 치며 물었다.
“어이. 관씨. 흑귀대에 들어가면 기본 급료가 금 세냥이라는 것이 사실이요?”
만약 거짓이라고 한다면 당장 난리를 칠 분위기다.
그의 살벌한 시선을 받으며 관평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음. 수습기간이 있기는 하지만… 기본은 그렇지. 그리고 경력이 쌓이고, 공적을 올리면 사족으로 신분상승도 가능하고.”
“흐흐흐… 그럼 이 몸이 사족이 된단 말이지… 히야… 이거 가문의 영광이겠군.”
“가문은 니미. 천한 백정집안 주제에… 사족으로서 어울리는 것은 이 위열님 아니시겠냐. 당고의 금때 십상시놈들에게 당한 내 조부님이 아시면 기뻐하시겠군.”
“응. 느그할애비 역적.”
“뭐 이새끼야?”
“해볼테냐!?”
다들 탐욕으로 눈을 빛낸다.
그 누가 건달이나 다름없는 의협을 사족 신분으로 올려주겠나.
자신의 사람을 끔찍하게 챙기는 진유하만이, 그의 직속부대인 흑귀대에서만이 가능한 일이었다.
그들이 기뻐하는 것을 보며 학소는 쓴웃음을 지었다.
“아무튼 감사합니다. 여러분은 관 도위의 부대에 소속되어주셔야겠습니다. 관 도위. 괜찮으시겠습니까?”
“북방에서 이런 이들과도 많이 어울렸으니… 괜찮습니다. 좀 더 많은 이들을 모으고 싶었지만… 더 이상은 없더군요.”
아쉬운 일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을 계속 아쉬워해봐야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
그저 이 상황에 만족할 수 밖에.
관평이 정예병이 아닌 의협들을 이끈다면 자신이 운용할 수 있는 병사가 늘어난 것이다.
학소는 그의 말에 안심하며 외쳤다.
“자!! 적들이 다가옵니다!! 좀 더 빠르게 작업을 진행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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