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822
이엄은 군의 이동방향을 생각하며 고민했다.
대군이 이동할 정도의 길목은 단 하나 뿐.
반드시 진창성을 통과해야 한다.
“우회할 수 있는 길은 없나?”
진창성은 과거 삼장군 중 하나였던 황보숭이 서량의 양족과 싸울 때 진채로 쓰던 성이었다.
거칠고 험한 산세, 그리고 통하는 길은 단 하나 뿐.
그렇기 때문에 방어를 하고자 한다면 쉽게 뚫기 어려운 곳 이었다.
“우회로는 없었나?”
이엄의 질문에 진도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몇몇 첨병들을 보내봤지만 험한 산길은 군대가 올라가기 쉽지 않았고 올라간다고 하더라도 습격을 받기 좋은 지형이었다.
“함정들이 많습니다.”
“그런가…”
소규모의 병력만을 보내 산길을 통과시키고자 해보았지만 그것은 이미 막혀버렸다.
이엄은 지도를 뚫어져라 바라보다가 입맛을 다셨다.
“결국 진창성을 통과해야 한다는 것이군. 지금 진창성에는 누가 있는지 확인해보았나?”
“학소라는 이가 성주 자리에 있다고 합니다.”
“학소?”
들어 본 적이 없는 이름이다.
이엄은 위국의 주요 인물들에 대한 생각을 하다가 피식 웃었다.
“진유하는 후방에서 대기, 혹은 위연과 상대하고 있을지도 모르겠군.”
위연이 진유하를 잘 잡고 있어줘야 할텐데.
이왕이면 그를 제거해줬으면 더 좋고.
입맛을 다시며 자리에서 일어난 이엄은 바깥으로 나갔다.
행군을 마친 병사들이 쉬고 있는 자리를 지나 선두로 간 그는 병사들에게 소리치고 있는 듬직한 인상의 사내에게 말했다.
“장 교위. 얼마나 남았소?”
“이제 내일이면 도착할 수 있을거요.”
“우리의 움직임은 걸렸겠지?”
“그럴거요.”
이미 적의 첨병으로 생각되는 이들을 발견했다.
추격을 해보았지만 산길을 무척이나 잘 타는 이들 이었다.
그들을 추격하다가 함정에 걸려 손해만 볼 수 밖에 없었던 장임은 인상을 쓰며 투덜거렸다.
“무슨 놈의 산세가 이런지.”
“파촉의 험한 산을 타던 병사들이라고 하기 민망하구만.”
“그런 소리 마시오. 아무리 파촉의 산세에 익숙하다고 하더라도 서량의 산길은 다르니까. 그리고 함정이 아주 교묘하게 만들어져 있어서…”
“변명은 됐소.”
이엄의 말에 장임은 살짝 얼굴을 붉혔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임무에 실패한 것은 사실이니 말이다.
장임이 입을 다물자 이엄은 몸을 돌렸다.
“전 장수들에게 막사로 오라고 말해주시오.”
“알겠소.”
장임이 장수들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왔다.
진도, 장임, 유괴, 양회, 등지, 그리고 사인.
하급 무관들은 제외하고 군을 이끌 수 있을 정도의 지휘관들이 모이자 이엄은 지도를 가리키며 말했다.
“다들 알고 계시겠지만 진창성은 과거 황보숭이 양족을 맞이하며 싸우던 곳. 분명 방어가 잘 되어 있을 것이오.”
“첩자의 보고에 의하면 병력은 고작해야 삼, 사천 정도라고 하던데. 문제가 됩니까?”
“흠…”
그것에 대해서는 자신 역시 들었다.
좌풍익에 지금 병력이 적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고작 삼, 사천이라니.
그것만으로 삼만의 군사를 막을 수 있을까?
어림도 없다.
“전략의 기본은 적보다 많은 수를 준비하는 것. 한 손이 열 손을 당해낼 수는 없는 법이오.”
이엄의 말에 등지는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그 손이 철갑에 쌓여져 있다면 문제가 있을 겁니다.”
“후. 그래서? 당신은 지금 진창성이 철옹성이라도 된다는 말이오?”
“까보지 않으면 모를 일입니다. 방심은 금물이라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었을 뿐입니다.”
“그렇군…”
등지의 대답에 이엄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방심은 금물이다.
이번 전쟁에서 어쩌면 가장 중요한 전투라고 할 수 있을 것이 바로 이 진창성의 전투였다.
이 성을 얻느냐 마느냐에 따라 서량과 연합하는 군이 이득을 볼 수 있는 확률이 정해진다.
이엄은 지도를 바라보며 천천히 말했다.
“첩보에 의하면 현재 진창성을 지키고 있는 장수는 학소라는 젊은 장수요. 혹시 그에 대해서 아시는 분이 계시오?”
아무도 대답을 하지 않는다.
그것을 보며 이엄은 피식 웃었다.
“그 외의 장수에 대한 조사는 아직 완전하지 않은 듯 하니… 그럼 그 학소만 놓고 보겠소이다. 자. 선봉은 누가 맡으실 생각이시오?”
“제가 가지요.”
“유 중랑이? 잘 하실 수 있겠소?”
“해봐야지요.”
유괴가 나서자 이엄은 그를 물끄러미 응시했다.
꽤 큰 덩치에 익주에서도 어느정도 이상의 무력을 자랑한다.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 용력을 생각한다면 쉽게 볼 수 없는 사람.
선봉으로 적의 기세, 그리고 적의 능력을 확인하기에는 좋은 패다.
“저도 돕겠습니다.”
“사인. 자네까지 나설 필요는 없네.”
유괴의 옆에 앉아 있던 사내가 일어난다.
커다란 도끼를 잡고 있던 그가 무덤덤히 말하자 유괴는 눈쌀을 찌푸렸다.
“두분께서 나서주셨으면 하는군.”
“알겠습니다.”
“명을 따르지요.”
“두분께 각각 삼천의 병력을 드리겠소. 단번에 성을 함락시키라는 말씀은 하지 않을테니 일단 할 수 있는데까지는 해보시구려.”
적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진유하가 이곳을 방비하러 보낸 이상 그의 신뢰를 받을 만한 인물일 것이다.
그렇다면 결코 만만하게 봐서는 안된다.
이엄의 제안에 그들이 고개를 끄덕이자 등지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럼 장비는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지금 정란이 셋, 충차가 넷이 있습니다. 투석기 역시도…”
“투석기는 바로 설치를 하도록 하지요. 진 교위. 자네는 근처에서 투석에 쓸 만한 바위를 찾아주시오.”
“알겠습니다.”
“등 위관께서는 무엇을 하실 생각이십니까?”
“공성이 하루 이틀에 끝날만한 일은 아니지요. 당장 아군이 쓸 식수를 준비하는 일이 급선무입니다. 근처에 있는 우물과 냇가를 확인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음. 그리고 아직 진창에 들어가지 않은 마을이 있다면 적당히 약탈하여 군량을 보존할 준비를 하도록 하시오.”
“알겠습니다.”
간단한 회의와 물자배분이 끝나고 막사로 돌아와있던 이엄은 등지가 들어오자 한숨을 내쉬었다.
“전쟁도 전쟁이지만 일단은 화평을 요청해봅시다.”
“화평?”
“길을 내어준다면 진창성에 있는 이들의 목숨과 재산을 유지시켜주겠다고 말하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거기에 그곳의 장수들 역시 받아들이겠다고.”
“나쁘지 않은 제안입니다만…”
싸우지 않고 좌풍익에 진입할 수 있다면 훨씬 이득이다.
이엄의 제안에 등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 제안을 위해서 누가 나가야 하느냐는 건데… 등 위관이 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제가요?”
“예.”
이엄은 등지를 물끄러미 응시했다.
전쟁을 벌이기 전에 협상을 위한 사자를 보내는 일은 드문 일이 아니다.
등지는 이엄의 눈을 마주하며 입을 다물었다.
한참동안이나 망설이던 등지는 한숨을 내쉬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지요.”
등지가 순순히 승낙하자 이엄은 그를 가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 시선에 등지는 의아했다.
“왜… 그런 겁니까?”
“아무것도 아닙니다. 위험할지도 모르는 일인데 등 위관께서 나서주신다니.”
“사자의 업무는 많이 해봤으니까요. 걱정마십시요. 아무리 전시라고 하더라도 그들은 명분과 명예를 아는 이들이니만큼 쉽게 사자를 죽이지 않을 것입니다.”
대수롭지 않게 대답한 등지는 이엄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밖으로 나갔다.
그가 나가자 이엄은 마른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의심스럽단 말이지…”
등지 뿐만 아니라 다들 의심스럽다.
유장군에 들어오고 나서 뛰어난 능력으로 빠르게 중임을 맡은 이엄이었다.
그런만큼 법정은 그를 신뢰하며 이런 저런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그 중 가장 큰 문제가 바로 첩자의 문제였다.
파촉은 길이 험하고 지역적 특색이 강한터라 첩자들이 쉽게 활동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런데도 불구하고 극심하게 성도와 자동에서 정보가 빠져나가는 흔적들이 발견되었다.
어떻게든 막아보려 했지만 그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것에 법정은 계속해서 고민하고 있었다.
“결국 중임을 맡은 이들 중 하나라는 건데.”
법정의 감시에도 벗어날 수 있을 정도의 인물.
과연 누굴까?
이엄은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다음날이 되어 군이 이동한다.
점점 좁아지는 길목을 지났을 때 이엄은 길 끝에 있는 성을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옛날 생각나는군.”
과거 전홍성때가 떠올랐다.
전홍성 역시 형주로 내려오는 길목에 있어서 전홍성을 뚫지 못하면 형주로 진입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었다.
그 성을 바라보던 이엄은 차분히 말했다.
“등 위관. 부탁드리겠소.”
“예.”
등지가 수십의 병사들과 함께 진창성으로 향한다.
들고 있는 깃발은 백기.
사자로서 가고 있다는 것이다.
‘나라면 여기서 그를 죽인다.’
적의 수가 압도적으로 적은 상황에서 사자를 보낼 경우 사자의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었다.
협상이 결렬된다면 장수는 한명이라도 줄이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었다.
사자를 죽이는 것은 명예에 어긋난다?
애초에 그딴 거 신경쓰면 전쟁따위를 할 필요가 없는 것이었다.
‘그리고…’
등지를 말없이 바라보며 이엄은 주먹을 쥐었다.
‘적이 항복을 거절하면서, 등지를 살려보낸다면 등지가 첩자일 가능성이 높아지겠군.’
오랫동안 유장군에 있고, 뛰어난 정치력을 가지고 있으며 머리 역시 대단하다.
많은 이들의 신임을 받는 만큼 만약 그가 배신을 하고자 했다면 그가 첩자임을 알아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것을 생각하던 이엄은 등지와 등지를 호위하기 위한 병사들이 진창성에 열린 쪽문을 통해 들어가자 입맛을 다셨다.
“그가 살아나온다면… 나도 생각을 해봐야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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