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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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소는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꾹 눌렀다.
두통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진창성에 들어온지도 벌써 십일이 지났다.
십일동안 제대로 잠도 자지 못하며 적병을 맞이할 전략을 세우고 준비를 했다.
아직 적의 수도 정확히 알 수 없는 상황.
최선을 다해 준비를 하고 있지만 일은 끝나지 않았다.
직접 눈으로 보며 확인할 필요가 있었기에 계속 움직일 수 밖에 없었던 학소가 한숨을 내쉬며 차를 한모금 마셨을 때 마량이 천천히 말했다.
“성벽의 보수는 끝났습니다만…”
“길목을 제외한 다른 곳은 어떻습니까?”
“군이 이동할 만한 길은 없습니다. 몇몇 오솔길이 있기는 했지만 군이 통과하기는 힘들고, 또한 그쪽에도 바위와 함정을 깔아두었습니다.”
예상 외로 마량이 큰 도움이 되었다.
진창현에 있는 남는 자원을 활용하여 사람들을 이끌어 함정을 만들고, 또 길목을 차단하는 일은 그가 거의 혼자서 다 해내었다.
아직 어리고 경험도 일천하지만 그는 무리하다고 할 수 있는 강행군에도 한번도 힘들다는 소리를 내뱉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할 뿐.
마량에게 속으로 감탄한 후 학소는 곽준을 보았다.
그 역시 피로해보이기는 마찬가지였다.
“도적의 토벌은 끝났습니다. 우호적인 이들 같은 경우는 죄를 탕감해주는 대가로 전투의 지원을 약속받았습니다.”
원래대로라면 도적 및 건달들은 치안 유지를 위해 잡아 족치든, 아니면 노역형을 살게 해야 했었다.
하지만 상황이 상황이다.
그리고 현 경조윤인 진유하의 사병인 흑귀대 역시 그 전신이 의협이라 불리는 건달들이나 도적들이었던 것을 생각해야 한다.
“그럼 몇명 정도가 추가된 겁니까?”
“약 칠백명 정도…? 비 우호적인 이들이나 악질적인 놈들 중에 세가 좀 강한 이들이 있었지만 그들은 도와준다는 약속을 하지 않았고, 또 믿을 수도 없었습니다. 그렇기에 그들은 배제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 작업으로 피해는?”
“병사 백여명이 중, 경상으로 약 한달 정도 전투에 참여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곽준의 보고를 받은 학소는 눈을 감았다.
그럼 다음에 해야 할 일은 뭘까.
식량 및 수성을 위한 물자들은 이미 관청 내부로 모두 모아 두었다.
성 바깥에 있는 시설들을 철거하고 적이 이용할 만한 시설, 그리고 우물이나 냇가에는 똥을 뿌려두었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다행히 진창성 내에 우물이 있으니 이것으로 어떻게든 버티는 수 밖에.
“관 도위께서는…”
“아직 토벌하지 못한 이들이 있는 관계로… 오백의 병사들과 함께 주변을 순회할 예정입니다.”
“다행이군요. 부탁드리겠습니다. 늘 고생들이 많으신데… 도울 수 없는 것이 안타깝군요.”
무관이나 무관의 업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것이 미안하다.
학소가 사과하자 곽준은 고개를 저었고 관평은 무뚝뚝히 한마디를 할 뿐 이었다.
“제가 해야 할 일을 하는 것 뿐입니다.
그나마 관평과 곽준이 경험많은 이들이라는 것에 안심할 수 있었다.
그들은 굳이 시키지 않아도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덕분에 자신과 마량의 부담을 줄일 수 있었던 학소는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병사들의 훈련 상황을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진창현에서 징집한 병사들의 수는 약 천여명 정도.
큰 현이 아니어서 남자들이 몇 없는 것이 아쉽다.
학소가 걸어나가자 그를 뒤따르며 마량은 조심스레 말했다.
“조금 쉬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경조윤께서 저희를 믿고 진창의 방어를 맡겨주셨습니다. 그런만큼… 쉴 여유는 없습니다.”
“하지만 학 중랑께서 쓰러지시기라도 한다면…”
“괜찮습니다. 이정도 피로는 버틸 수 있습니다.”
진창현에 들어와 현령에게 현령의 인을 받은 후 임시로 진창현의 현령이 된 학소는 정말 바쁘게 일했다.
잠 정도는 간신히 쪽잠 정도만 잘 뿐.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야 할 일은 태산처럼 많았다.
“첨병에게서 연락은 없습니까?”
“아직…”
마량의 표정이 어둡다.
적이 얼마나 되는지, 그리고 누가 오는지조차도 알 수 없다.
적은 수가 온다면 다행이겠지만 결코 그럴리 없겠지.
학소는 입술을 살짝 깨물며 고민하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약한 생각은 말자.’
무거운 숨을 토해내며 학소는 다부진 어조로 말했다.
“해야 할 일은 많습니다. 마 낭중께서도 맡은 업무를 수행해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죄송하지만 연직현에 연락하여 지원은 언제 쯤 올 수 있는지 알아봐주십시요.”
“알겠습니다.”
“마 낭중께서 전서망을 만들어주신 덕분에 그나마 다행이군요.”
“아쉬운 일입니다.”
처음 좌풍익에 왔을 때 마량은 정보 전달의 중요성에 대해 토로했다.
유목민과 이민족, 그리고 도적들의 공격이 많은 좌풍익이다.
그런만큼 각 현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전서망을 구성해야 한다고 그는 강력히 주장했었다.
겨우 일년만에 몇몇 주요 현에서 좌풍익의 중심인 임직현까지의 전서망을 구축할 수 있었던 것도 마량의 덕분이다.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학소는 빙긋 웃었다.
“마 낭중이 아니었다면 손실이 많았을 것입니다.”
“같은 마음으로 같은 일을 하는 것 아닙니까. 너무 그리 생각하지 말아주십시요. 비록 문관과 무관의 업무가 다르지만 그 목표는 같지 않습니까.”
비슷한 나이대인 마량이 허리를 숙이며 인사하자 학소는 머뭇거리다가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아무튼 부탁드립니다. 비록 처음에는 무관조차 아니어 전쟁에 큰 도움이 될줄은 몰랐지만… 마 낭중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준비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별말씀을. 제가 없다 하더라도 학 중랑께서 잘 하실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하하…”
마량이 웃으며 고개를 숙이자 학소는 머쓱한 듯 뒤통수를 긁적거렸다.
무관도 아닌 문관인 마량이, 심지어 책사조차 아닌 마량이 전투에 무슨 도움이 될까 싶었지만 징병을 하는 것과 물자를 징발, 그리고 현 내에 있는 각 촌장들과 연계하는 업무 등에 있어서는 학소 이상의 성과를 보여내었다.
전쟁을 위해서는 전투도 중요하지만 그 전의 사전준비 역시 무척이나 중요한 것이었다.
속으로 그를 경시했었던 학소는 자신의 속내를 부끄러워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런 그를 향해 마량은 부드럽게 웃어보인 후 밖으로 나갔다.
“문, 무관들끼리의 사이가 좋아보입니다. 보기 좋군요.”
“아. 곽 도위님. 그저… 제가 문관이라 생각하며 소 닭 보듯했던 것이 부끄러워 사죄한 것에 불과합니다.”
“하하하… 무관과 문관의 사이는 원래 그런 것 아닙니까.”
대체적으로 문관과 무관의 사이는 별로 좋지 않다.
문관들의 입장에서는 무관은 그저 쌈박질 밖에 할 줄 모르는 무식한 놈들이었고 무관들 입장에서 문관은 힘 하나 못 쓰면서 입만 털고, 글귀 좀 읽은 한량에 불과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실제는 다르지요? 관직의 경험이 적은 이들이 저지르는 큰 실수가 바로 그것입니다. 문관이든, 무관이든 결국 그 목적은 같은데 사사로이 경쟁하고, 서로를 경시, 멸시하는 것은 크게 보기 좋지 않은 것입니다.”
“하하하… 그렇지요. 이제야 스승님과 순 대부께서 하신 말씀을 알 것 같습니다.”
곽준의 말대로 어느정도 나이를 먹고, 또 높은 관직에 올라가면 문관과 무관의 구분이 유명무실해지고 있었다.
당장 경조윤은 진유하만 봐도 그렇지 않은가.
그는 명백한 문관인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군공이 더욱 많았다.
그것을 생각하며 피식 웃은 학소는 가볍게 손뼉을 치며 곽준에게 말했다.
“자. 곽 도위님. 그럼 함께 가시지요. 곽 도위님께도 배우고 싶은 것이 많으니 말입니다.”
“하하하… 저에게 배울 것이 무엇이 있겠습니까?”
“전홍성에서의 전투는 저도 알고 있습니다. 그 많은 분들을 상대로 포위된 상황에서 잘 버티셨다지요? 그 끈질김을 저도 좀 배우고 싶습니다.”
“이거 학 중랑께서 그리 말씀하신다면 제 보따리를 풀어야겠는걸요? 그 대신 그 대가는… 전쟁이 끝난 후 죽엽청 한두병으로는 안될 겁니다.”
“원하시는 만큼 사드리지요.”
적군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는 계속되고 있었다.
간신히 진창현에서 천여명의 병사들을 훈련시키는 것에 성공하여 부대배치를 끝냈을 때 첨병의 다급한 연락이 왔다.
“…왔나?”
“예!! 진창 인근에 적군의 흔적이 드러났습니다!”
“수는?”
가장 중요한 것은 적의 수다.
곽준의 질문에 첨병은 머뭇거렸다.
“두려워하지 말고 말하라!”
“야, 약 삼만 가량입니다.”
“…삼만.”
좌중의 분위기가 한순간 무거워진다.
그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학소는 이를 꽉 깨물었다.
진창성의 약 7배가 넘는다.
이제 막 훈련이 끝나 경험 없는 천여명과 아직 훈련중인 이들을 뺀다면 무려 열배에 가까운 병력차.
일반적으로 공성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적의 세배에 가까운 병력이 필요하다고들 말한다.
그런데 열배라니.
낭관들과 현승, 그리고 하급 장교들의 얼굴에 공포가 실린다.
아무리 진창성을 보유하고 적과 싸우기 위한 준비를 했다지만 이정도 병력차라니.
처음 교전에서 단번에 성이 함락될지 모른다.
‘전략의 기본은 적보다 많은 수의 병력을 보유하는 것… 스승님, 순 대부님. 이미 이 전투는… 패배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진창성이 뚫린다면 좌풍익이 그대로 무너진다.
그리고 좌풍익을 점령하게 되면 적들은 경조로 들어가게 될 것이고 그리 된다면 위국이 크게 위험해진다.
학소는 눈을 감고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이 상황을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뭘 해야하지?
어떤 것부터 해야하지?
이번 전투의 총 책임자는 자신이다.
하지만 이정도 병력차라니.
그동안 만총과 순유에게 배웠던 것, 그리고 진창성에서 곽준에게 조언을 받으며 훈련을 했던 것이 기억나지 않았다.
학소가 혼란스러워하고 있을 때, 아니 학소 뿐만 아니라 회의실에 있는 모두가 당혹스러워하고 있을 때 한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내가 일어나며 의자가 끌리는 소리가 주변의 정신을 일깨운다.
학소는 천천히 눈을 뜨고 그를 바라보았다.
관평이다.
관평은 압도적인 전력차에 질려있는 주변을 쭈욱 둘러 본 후 담담히 말했다.
“잠시 다녀오겠습니다.”
“어디… 가십니까?”
관평은 경조윤 진유하의 충실한 부하.
그가 도망치려는 것은 결코 아닐 것이다.
학소는 궁금해하며 물었고 그의 질문에 관평은 볼을 긁적거렸다.
“저는 전략 같은 것은 잘 모릅니다. 그리고 수성의 경험도 없고…”
“그래서요?”
“하지만 제가 해야 할 일은 변하지 않은 것 같군요.”
“해야 할 일이라면…?”
학소의 질문에 관평은 고개를 끄덕이고 무뚝뚝히 말했다.
“적이 있다면 베는 것. 적이 삼만이라면 삼만명만 벤다면 전쟁이 끝나지 않겠습니까? 뒷 일은 여러분께 맡기겠습니다.”
무뚝뚝한 얼굴로 그가 당연하다는 듯 말한다.
그를 멍하니 응시하던 학소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저 인간은 도대체 간덩이가 뭘로 되어 있는 것인지.
자신마저도 질려버릴 정도의 병력 차에도 관평은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있었다.
그의 다부진 말에 다들 어이없어하다가 웃음을 터트렸다.
그 무모함.
그리고 그 용기.
압도적인 병력차에도 굴하지 않는 관평의 모습에 다들 웃음을 터트리자 관평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제가 뭔가 잘못된 말이라도 하였습니까?”
“하아… 아… 하하하… 좋습니다.”
한차례 웃고 나니 두려울 것이 없어졌다.
삼만명을 상대로 삼만번만 베면 된다니.
상대를 아무리 약하게 봐도 정도가 있지.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저정도의 객기는 만용이 아니라 오히려 용기다.
관평의 한마디에 모두들 전의가 다시 끌어올랐다.
“관 도위. 혼자서 삼만이라니. 전공에 대한 욕심도 많구려. 내가 절반은 거들리다. 나도 슬슬 교위로 진급을 해야 하지 않겠소?”
곽준은 여유롭게 웃으며 말했다.
그의 말이 끝나자 하급 무관 한명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거 저희들도 빼놓지 마십시요! 그만큼 많은 군공들이 오고 있는데 놀고 있을 수 있겠습니까? 하하! 이거 잘하면 우리도 도위 자리에 오르는 거 아닌가 몰라? 그때는 곽 도위라고 불러도 되겠습니까?”
“하하! 난 중랑장을 노려야지!”
하급 무관들이 이를 드러내며 너스레를 떤다.
그런 그들을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던 문관들은 천천히 말했다.
“징집된 병력 외에 무기를 들 수 있는 이들, 그리고 수성을 위해 돌이라도 던질 수 있게 여인들과 아이들, 노인들도 끌어모은다면 적어도 삼천명은 더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요격은 불가능하겠지만 그정도라면 현재 있는 병력들은 더 쓸 수 있겠지요.”
그들의 말에 학소는 고개를 끄덕였다.
‘한심하구나. 학소. 스승님의 말씀을 또 잊어버렸던 것이냐.’
우장(愚將)은 적을 공격하나 현장(賢將)은 마음을 공격한다.
마음이 무너진 장수는 아무리 많은 병력을 데리고 있다 하더라도 이길 수 없다.
전투를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수에서 밀린다는 이유로 마음이 꺽이다니.
오히려 단순하게 생각하는 관평과 다른 무관들, 문관들을 보며 학소는 쓰게 웃었다.
만총이라는 문무에 뛰어난 이를 스승으로 모시고 순유라는 희대의 군략가에게 가르침을 받았다 하여 자신의 마음 속에 자만이 있었는지도 몰랐다.
어쩌면 이들을 경시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이들은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대단한 이들이었다.
적이 많다하여 두려워하기보다는 어떻게든 상대할 방법을 꾀하고 있다.
도대체 뭘 생각한 것이란 말인가.
자신은 경조윤에게 자신있게 말하지 않았던가.
진창성을 지켜 적들이 좌풍익에 접근하지 못하게 막아내겠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이곳이 뚫리게 된다면 자신들 뿐만 아니라 좌풍익의 백성들 뿐만 아니라 위국의 백성들까지 고통에 쳐하게 된다.
병력이 많다고?
적이 생각보다 많다고?
그래서 도망칠 생각인가?
자신에게 질문한 학소는 천천히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
아까와는 정 반대로 오히려 즐거워하는 듯한 회의실을 보며 학소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준비하도록 합시다. 적이 많다 한들… 관 도위님의 말씀대로 저희가 해야 할 일이 변한 것은 없습니다.”
잠시 숨을 멈춘 학소는 주변을 둘러보며 이를 드러내고 말했다.
“합시다. 삼만. 까짓거 한번 막아보지요.”
========== 작품 후기 ==========
안녕하세요! 레데입니당
오늘은 제가 일이 있어서 늦게 들어오느라ㅠㅠ
대댓글이 없네요!
하하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안녕~ 좋은 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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