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841
사마의에게 그의 모든 계획을 듣고난 후 난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약탈이라.
점거나 전투 정도라면 괜찮지만 굳이 약탈까지 할 필요가 있나 싶었다.
하지만 사마의는 단호했고 난 결국 그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필요하다는데 어쩌겠나.
그냥 적당히 해야겠다.
“그럼 나머지 문제는 누굴 데려가느냐군.”
“마초를 제외한 나머지… 두명 정돈가? 가정의 수비도 생각해야 하니 두명 이상은 힘들겠는데.”
가정성에 있는 장수급 인원의 명단을 넘겨받아 천천히 읽었다.
지금 가정에 있는 인원은 문흠, 곽회, 곽혁, 두습, 하후상, 마지막으로 우금 이었다.
그들의 명단을 살피던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왕이면 우금을 데리고 가고 싶지만… 안되겠지?”
“우금은 내가 썼으면 싶군. 교사원에 소속된 인물이라 이래저래 쓸 곳이 많거든.”
경험도 많고, 개인의 무력도 대단한데다가 신뢰할 수 있는 우금이지만 장수로 움직이는 것보다 사마의를 도우는 것이 더 나았다.
그런만큼 나머지 인원에서 선택해야 한다는 건데.
“관평은 데려간다고 치고… 나머지는 하후상 밖에 없겠군.”
“좋을대로 하도록.”
“그럼 이야기는 해둬야겠네. 준비는 네가 할 생각이냐?”
“응. 아, 그리고 흑귀대원 오백 정도를 빌려줬으면 싶은데.”
“오백 가지고 되겠어?”
“군소 부족으로 위장을 해야 하니까 차라리 그게 나아. 그들이라면 걸릴 위험은 적겠지. 다만…”
사마의는 조금 망설이는 듯 보였다.
그가 망설이는 이유는 알 수 있었다.
“위험한 임무니만큼 그들이 죽을 수도 있다는 건가?”
“그래. 다른 병사라면 괜찮겠지만 흑귀대는 어쨌든 진가 소속의 사병이나 다름없는 거잖아?”
“어쩔 수 없지. 그 녀석들이 목숨 아끼는 녀석들도 아니니까… 지원자들을 위주로 뽑아서 데리고 가도록 해.”
“고맙군.”
씩 웃은 사마의는 자리에서 일어난 후 책상으로 향했다.
그를 잠자코 지켜보던 나는 피식 웃었다.
“어째 좀 변한 것 같다?”
“뭔 소리냐?”
“옛날에는 이런 것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던 놈인데… 네가 내 사정을 생각할 줄은 몰랐는데 말야.”
흑귀대를 빌리는 것에 머뭇거릴 줄이야.
내가 웃으며 말하자 사마의는 잠시 멈칫했다가 빙긋 웃었다.
“이제 나도 아버지잖나. 옛날처럼 뒤를 생각하지 않고 막나갈 수는 없는 노릇이지.”
“하하하…”
그 살벌한 사마의가 저렇게 말할 줄이야.
역시 남자는 아버지가 되어야 철이 든다는 말이 무슨 소린지 알 것 같았다.
“좋아. 그럼 나는 일단 다른 녀석들을 만나고 오지.”
“그렇게 하도록. 이야기가 끝나면 집무실로 오도록 해. 오늘 바로 출발할거야.”
“너무 이르지 않아?”
“서량 대회의가 개최되는 것도 얼마 남지 않았어. 최대한 빨리 움직여야 해.”
마등을 구하기로 한 이상 그렇게 움직일 수 밖에 없다는 거지.
난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집무실에서 나왔을 때 문흠은 나에게 살짝 목례한 후 물었다.
“어디로 가실 생각이십니까?”
“글쎄… 다른 녀석들은 어디 있지?”
“아마 관청의 후원에 모여 있을 겁니다.”
“관청의 후원? 거기에 뭐가 있길래?”
“훈련장 정도만 있을 뿐입니다. 곽혁이나 하후상, 두습이 그곳에서 자주 훈련을 하더군요.”
“그런가… 알겠어.”
“호위를 해드릴까요?”
딱히 내켜하지도 않는 주제에.
예의상 한 말과 진심을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바보는 아니었다.
완전히 사마의의 사람이 되어 있는 문흠에게 난 고개를 저었다.
“됐어. 중달이나 잘 지켜주라고.”
“하하하… 예.”
“그러고보니 너도 하후상과는 동기라고 할 수 있는데… 뭐 같이 훈련하거나 그런 건 아닌가?”
“딱히 동기라고 해서 챙길 생각은 없습니다만. 어울리고 싶지도 않고.”
“사이가 좋지 않은 건가?”
“그렇다기보다는… 동기라 하여 항상 하하호호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잖습니까. 언젠가는 그와 장군의 자리를 두고 다툴지도 모르는데.”
옛날 원소군을 상대하기 위해 만들었던 신병훈련소에 들어왔었던 하후상과 문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동기로서 딱히 깊게 관계할 생각은 없는 듯 보였다.
그의 말에 난 한숨을 내쉬었다.
이거 수경원과는 확실히 다르군.
그럼 태학 내에서도 적대관계가 생길 수 있다고 봐야 하는 건가?
나중에 서주에 있는 태학에 한번 가봐야겠다.
경쟁은 좋지만 그것이 과열되면 문제가 생긴다.
문흠의 태도에서 그것을 느낀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높은 관직에 올라가는 것도 좋지만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고.”
“걱정마십시요. 쓸데없는 도발만 없다면 제가 누군가와 싸울 일은 없을 테니까요.”
그 쓸데없는 도발을 웃어넘기는 것도 중요한 덕목인데.
뭐, 굳이 내가 거기까지 이야기할 필요는 없겠지.
사마의를 따르다보면 그 정도는 어렵지 않게 체득할 수 있을거다.
그에게 고개를 끄덕인 후 관청의 후원으로 향했다.
꽤나 허름하고 삭막한 분위기가 초창기 산양군의 관청을 보는 듯 하다.
돌길을 지나 후원에 도착했을 때 나는 성난 외침을 들었다.
뭐지?
근처의 벽에 몸을 숨기고 슬쩍 고개만 내밀어본 나는 나도 모르게 피식 웃어버렸다.
두습, 그리고 하후상이 서로를 향해 이를 갈며 목검을 부딪치고 있었다.
“건방진 새끼!! 오늘 끝장을 내주마!”
“하! 누가 할 소릴!!”
잘도 싸우는군.
실력도 좀 볼 겸 잠시 구경이나 해볼까?
얌전히 몸을 숨긴 채 그들이 대무를 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근데 저거 대무 맞나?
하후상과 두습은 마치 서로를 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마구 목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아무리 목검이라고 하지만 제대로 맞으면 죽을 수도 있다.
그런데도 그들은 그런 것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있었다.
“하아아압!!”
“으랴아압!!”
두습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하후상에게 저런 모습이 있는 줄은 몰랐다.
항상 사람들에게 상냥하게 대하던 녀석이 저런 야성이 있었다니.
그가 어렸을 때부터 내 밑에 두었는데 한번도 저런 모습은 본 적이 없었다.
관평과 대무를 할 때도 철저하게 기본기만으로 상대하던 녀석이 저렇게 무식하게 싸우다니.
확실히 애들은 떠나보내야지 성장한다는 것인가.
몇년 제대로 보지 못한 것만으로도 하후상이 크게 성장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죽엇!!”
“너나 죽엇!”
아니 그래도 그건 좀 심하지.
올려치는 목검을 발로 내리 짓밟으며 두습은 팔꿈치로 하후상의 머리를 공격했다.
그것을 이마로 받아낸 하후상이 어깨로 두습을 들이받은 후 그를 눕혔다.
“큭!”
그 위에 올라탄 하후상이 주먹을 내리친다.
간신히 피해낸 두습은 자신의 위에 있는 하후상을 튕겨내버린 후 다시 목검을 쥐었다.
“하나하나 마음에 들지 않는 새끼!!”
“와봐!! 이 자식아!!”
다시 부딪힌다.
그리고 그들의 모습을 곽혁은 자리를 깔고 앉아 술을 마시며 지켜보고 있었다.
말릴 생각은 하지 않는 건가?
목검과 목검이 부딪치며 부서진 나무조각들이 주변에 튀기 시작한다.
이거 내가 나가서 슬슬 말리는게 낫겠군.
내가 나가려고 할 때 반대편에서 한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뭣들 하는거냐? 대무냐? 아니면 생사결이냐?”
“어?”
“너는…”
묵직한 목소리의 주인.
관평은 어이없어하며 두습과 하후상에게 말했다.
그의 등장에 하후상은 두습에게 날리려던 주먹을 내린 후 피식 웃었다.
아까 전까지 서로 죽일 듯 싸우던 것 치고는 쉽게 대무가 멈춰진 것에 난 놀랬다.
“이거 오래간만이군.”
“그러게.”
“뭐야? 넌… 관평이었지? 낄 거면 다음 차례를 기다려라. 아직 승부를 내지 못했거든.”
하후상에게 목검을 겨누며 두습이 퉁명스레 말한다.
그의 말에 하후상 역시 이를 드러내며 목검을 꽉 잡았다.
“아아. 그래. 금방 이 자식을 때려눕혀줄테니까.”
“뭐?”
“덤벼!!”
그런 그들의 모습에 곽혁은 킬킬 웃었다.
“그렇게 싸워서 되겠냐? 진검으로 해라. 진검으로.”
이런 일이 한두번이 아닌 모양이다.
살벌하기 그지 없는 분위기 속에서 곽혁은 대수롭지 않아했고 관평은 한숨을 내쉬었다.
“대무에도 규칙이 있는 법이다.”
“규칙 따져가면서 세상 살면 힘든 법이지. 자네도 이리 오게나. 저렇게 싸우는 것이 한두번이 아니니 말이야.”
술병을 가볍게 흔들며 곽혁이 말하자 관평은 눈쌀을 찌푸렸다.
하지만 다시 대무를 빙자한 싸움을 시작한 두습과 하후상을 더 말릴 생각은 없었는지 관평은 곽혁의 옆으로 가 앉았다.
싸움의 분위기가 다시 과열되기 시작하자 난 숨어 있던 곳에서 나왔다.
“그만.”
“엇!? 경조윤!?”
내질러진 두습의 공격을 목검으로 튕겨낸 하후상이 그의 가슴을 장저로 날리려고 할 때 나섰다.
아까 관평이 나설때와 같이 두습과 하후상은 금세 대무를 멈췄다.
그나마 절제할 줄은 알아서 다행이구만.
“경조윤. 오래간만에 뵙습니다. 경조윤께서 오셨다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만… 야! 어디 가!”
“시끄럽다.”
두습을 내버려두고 달려 온 하후상은 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
고개를 푹 숙인 채 그는 차분히 말했다.
“그… 뭐라고 해야하나.”
“뭐. 좌풍익으로 오지 못한 것 때문에? 신경쓰지 말라고.”
“가, 감사합니다. 하하하…”
꽤나 찔린 모양인가보다.
좌풍익에서도 이래저래 일이 많았는데 그것을 알면서도 나를 돕지 못한 것을 미안해하는 그의 어깨를 잡아주었다.
얘는 지나치게 성실한게 문제다.
하후상의 얼굴이 밝아지자 난 차분히 말했다.
“음… 자세한 것은 명령서가 내려오겠지만. 이번에 같이 일을 좀 해줘야겠는데.”
“뭡니까? 따르겠습니다.”
두말하지 않고 하후상은 가볍게 답했다.
얘는 이럴 것 같았고.
관평 역시 내 시선에 별다른 말 없이 고개를 숙였다.
나머지 둘은 어떨까?
두습과 곽혁은 하후상이나 관평과 다르게 망설이는 듯 보였다.
“뭔가 문제라도 있나?”
“전투… 입니까?”
“그렇긴 한데. 왜?”
“사양해도 괜찮은 것이라면 저는 물러났으면 싶습니다.”
왜 이러나?
젊은 장수들은 전투에 나가는 것을 좋아한다.
젊은 혈기, 그리고 공적을 세울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니 말이다.
그것과 정 반대의 모습을 보이는 두습을 향해 내가 궁금해하자 곽혁은 쓰게 웃었다.
“저와 두습이 간다면… 가정성을 지킬 인원이 적어지는 것 아닙니까. 이쪽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사마 좌풍익께 들었습니다. 그런만큼… 위국을 위해서라도 움직이기는 곤란한 듯 싶군요.”
“호오. 그렇긴 하지. 그 뿐인가?”
“저 녀석과 다르게 저는 공과 사의 구분이 철저한 남자입니다. 경조윤과 함께 움직인다면 공을 세울 수 있겠지만… 이쪽의 중요성도 알고 있는 바. 위국을 위해서 저는 포기하겠습니다. 아, 하후상 때문은 아닙니다.”
두습은 하후상을 보며 말했다.
뭔가 문제라도 있는 모양이군.
하후상이 이를 드러내는 것을 보며 난 고개를 끄덕였다.
“흠… 뭐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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