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893
그럼 이 일들을 내가 해야 한단 말이야?
난 어이없어하며 양 사형을 보았다.
양 사형은 즐거워하며 죽간을 툭 쳤다.
“지금은 일이 좀 늘었을 뿐이지 평소에는 이정도가 아니야.”
“평소에는 어느정돕니까?”
“이거의 반 정도? 이제 전쟁은 끝났으니까 군무에 관한 보고, 그리고 그에 관련된 일이 상당부분 줄어들거다.”
그렇기야 하겠지만 절반이라고 해도 많다.
거기에 아직 천하가 전부 통일된 것이 아니지 않은가.
“일이 너무 많은 거 아닙니까?”
“어쩔 수 없어. 지금은 순 승상이 해 온 방식대로 갈 수 밖에 없으니까. 승상부주라는 위치는 다른 부주와는 좀 달라. 어떻게 보면 상서령보다 윗줄이라고 할 수 있지.”
위국의 일인자는 당연히 위왕이다.
하지만 그 다음은?
한의 승상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 승상을 보좌하며 승상이 해야 할 업무들을 시행하는 것이 승상부주의 자리다.
난 떨떠름해하며 그를 양 사형을 보았다.
“그럼 양 사형은?”
“순 승상은 아마 내년 쯔음 퇴직을 할거다. 그때에 맞춰서 아마 내가 승상이 될 것 같아.”
승상이라는 자리에 오른다는 것에 양 사형은 조금도 기뻐하지 않았다.
“일만 늘어나는 셈이지.”
“위국의 이인자가 되는건데도?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자리 … 는 아니지만 그래도 높은 자리 아닙니까. 전장군이 업무적으로 압박을 주는 사람은 아닐테니까.”
“지금도 충분히 높아. 높으면 뭐하냐? 만나는 사람은 정해져 있는데. 젠장… 서주의 일개 군수일때가 좋았지.”
양 사형은 뚱한 얼굴로 대꾸했다.
“아무튼 이번 논공행상이 끝나면 너는 일단 승상복야가 될 것이다. 그리고 일년 후, 전장군 조앙이 위왕의 자리에 오르게 되고, 그에 맞추어 은퇴식이 이루어진다면 바로 승상부주가 되겠지.”
그러니까 일년동안 옆에서 양 사형을 도우면서 인수인계를 받으라는거네?
전쟁하는 동안 얼마나 열심히 일했는데 이 개고생을 하라니.
내가 질려하자 양 사형은 웃었다.
“왜? 야. 승상부 복야면 진짜 일인지하 만인지상… 까지는 아니지만 누가 함부로 말도 못거는 위치라고.”
“지금도 그러거든요? 하…”
내가 했던 소리를 그대로 돌려주다니.
절로 인상이 찌푸려졌고 양 사형은 즐겁게 웃었다.
“하핫! 그래서? 거절하게?”
난감한게 지금 상황에서는 거절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내가 승상부주가 되는 것은 조앙을 돕기 위해서다.
조앙이 잘되야 나도 편해진다.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양 사형이 웃으며 말했을 때 문이 열렸다.
“그래서는 곤란하지.”
“헉!”
이 목소리는?
나와 양 사형은 자리에서 일어나 황급히 부복했다.
“위왕을 뵙습니다!”
“그래… 오래간만이군.”
백발에 건장한 체구의 중년인.
위왕 조조가 들어왔다.
여전히 날카로운 눈매로 우리를 흝어보던 그는 씁쓸해하며 천천히 말했다.
“승상부주. 그렇게 말하면 곤란하지 않은가. 차기 승상부주가 탈주라도 하면 어쩌려고.”
양 사형은 피식 웃었다.
“어차피 이 녀석도 눈치는 챘을겁니다. 탈주하지 않고 여기까지 온 것을 보면 탈주 할 생각도 없는 듯 하고.”
“그렇기야 하지만. 후후. 승상부주, 그리고 경조윤. 괜찮다면 잠깐 시간을 내어주겠나? 차나 한잔 하지.”
“차라면 제가 대접하겠습니다.”
“아니. 그거 말고.”
양 사형이 일어나 차를 타려 하자 조조는 씩 웃으며 가볍게 손을 입가로 가져갔다.
“대나무 차 말이야.”
확 트인 주변에 덩그러니 놓은 정자에 모여 앉았다.
엿듣는 이가 없게 만들어진 정자에 금방 술상이 차려진다.
위왕과 승상부주, 그리고 경조윤이 한자리에 모인 자리다.
그런데 술상이 굉장히 소박하다.
죽엽청 네병과 야채를 버무려 무친 안주 세개와 버섯무침이 잔뜩 있었다.
난 젓가락을 까딱거렸다.
“딱히 미식을 즐기는 것은 아니지만 정말 소박하기 그지없군요. 평소에도 이리 드십니까?”
“이게 뭐 어때서? 그리고 이 버섯 비싼거야. 서주 최고급품이라고.”
양 사형은 이게 처음이 아닌 듯 어색해하지 않았다.
조조의 잔에 술을 따라 준 그가 그에게 술을 받자 나 역시 잔을 내밀었다.
“자. 드세.”
진짜 그냥 술 한잔 하자는 건가?
나와 양 사형이 술을 마시자 조조는 빙긋 웃었다.
“전에 소집령으로 사돈을 초청했는데 사돈이 죽엽청을 잔뜩 가져다줬지 뭔가. 내 기쁘기 그지 없더군.”
“이 향과 맛으로 보았을 때 최고급 같은데… 흑귀대에게 갈 것을 빼돌리신 것 아닙니까?”
“어허. 빼돌리다니. 그냥 양보받았다고 해주게.”
빼돌렸구만.
산양군에서 만들어지는 죽엽청 중 최고급은 조가나 황가로 들어가지 않는다.
신주로 진상되는 것은 죽엽청이 아닌 화신주다.
이런 죽엽청은 은퇴한 흑귀대나 흑귀대의 가족들이 만드는 것.
당연히 자기 사람들을 더 챙길 수 밖에 없다.
이번에 아버지가 최고급 죽엽청을 준 것도 아마 나 때문일거다.
좌풍익 쪽에 지원군을 보내는 것을 빠르게 하기 위해서.
맑은 술이 찰랑이는 잔을 빙글빙글 돌렸다.
“그래서… 아까의 이야기의 계속이군. 도망칠 생각은 없지?”
“이제와서 도망치겠습니까만은…”
“흐흐…”
“그나저나 은퇴하신다 들었습니다.”
“해야지. 승상부주도 눈치는 챘겠지만.”
조조는 술잔을 잡은 채 자조적인 미소를 지었다.
“요새 두통이 너무 심해서 더 이상은 미루지 못할 것 같아.”
씁쓸함이 가득 차 있는 미소다.
그 미소에 나와 양 사형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조조도 스스로를 한계까지 밀어두고 있었던 것을 알기 때문이다.
“웅대한 꿈을 꾸었지. 이제 그 꿈에서 깨어날 때가 되었어…”
“아직 괜찮으십니다. 좀 더 꿈을 꾸셔도…”
“그럼 그냥 좀 빨리 관두시지 뭐 좋은 자리라고 그렇게 버티고 계셨습니까?”
입 발린 소리는 말자.
내가 그렇게 조앙에게 후계자 자리 주고 은퇴하라고 권했을 때는 웃으며 넘기더니만.
이제와서 감성팔이라니.
양 사형이 내 옆구리를 찔렀다.
“아 찌르지마요!”
“얌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너 그러다가 목 잘려.”
“설마 사위 목을 자르시겠습니까.”
“끙…”
“하하하! 자네는 항상 변함이 없군. 여전히 패기 넘쳐. 이 조조 앞에서 그런 태도를 보이는 것은 자네 뿐일걸세.”
너털웃음을 터트리며 크게 웃은 조조는 술잔을 들었다.
그의 잔에 술을 따라준다.
“전에 화타가 왔었지. 연구에 연구를 거듭했지만… 답은 성공률이 낮은 수술 뿐이라고.”
“머리를 깨고… 그거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래. 화타도 열명에게 비슷한 증상을 얻어 수술을 했지만… 한명이 살고, 한명은 불구가 되고, 나머지는 전부 죽었다고 하더군.”
한명이라도 살린게 어디냐.
하지만 고작해야 1할 성공율의 수술이다.
진짜 위급한 것이 아니라면 하지 않을 도박이다.
그리고 현명한 조조라면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이제 놓을 때가 된거야.”
“신료들 중에 전하께서 좀 더 남아주시길 바라는 이들이 있습니다.”
“아네. 가끔씩 상소가 올라오더군. 내가 아직 건강하고, 젊다고. 후계자야 그렇다고 치더라도 은퇴는 너무 이르다고 말이야.”
“은퇴하신다는 공표를 하신 겁니까?”
“은근히 일러두기는 했지.”
버섯을 입에 넣은 조조는 편하게 앉았다.
“아무튼 내 은퇴는 정해졌고… 이번 논공행상때 공표할 생각이야.”
신하들이 상소를 올리든 말든 조조는 은퇴를 생각하고 있는 듯 했다.
“서주도 좋고… 아니면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허도나 업에 머무르지는 않으시려고 하십니까?”
“거기 있어봤자 앙이 녀석의 뒷배 취급밖에 더 받지 않겠나. 은퇴의 의미가 없어. 그럼.”
심드렁히 말한 후 조조는 나를 보았다.
“내가 은퇴를 하게 되면 많은 이들이 따라 은퇴를 할거야. 아마 문약, 그리고 합비성주… 정욱도 은퇴를 하겠지. 그 외에도 꽤 많은… 돈이와 연이는 남게 하겠네. 그리고 다른 녀석들도 그러겠지만. 하지만 오래 가지는 못할거야.”
아마 초창기부터 함께 했던 이들.
조인이라든가 조홍, 그리고 조순.
아직도 현역인 조가의 어르신들도 조조가 은퇴하면 같이 은퇴한다고 할 것 같았다.
그래도 다행이다.
그들은 후계권에는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니 좀 더 남아줬으면 한다.
“태학에서도 제자들을 배출하고 있고, 또 몇차례의 전쟁으로 두각을 드러내는 이들이 있다고 하니 걱정이 없어.”
조조는 싱글벙글 웃었다.
“그리고 좌풍익에 대한 보고는 받았네. 학소라는 친구가 아주 유능하다고 하던데.”
“예. 훌륭합니다.”
“그래. 그리고 자네와도 좋은 관계를 맺고 있는 전 교위도 꽤 훌륭하다고 들었지.”
예 형을 말하는 건가?
이미 조조는 뒷일까지 생각하고 있는 듯 보였다.
“차근차근 해야지. 남은 시간동안 정리만 하면 된다 생각하니 시원 섭섭하군.”
“그렇군요…”
이정도면 안심해도 될 것 같다.
제 아무리 조비가 까분다고 하더라도 조앙이 위왕에 등극한다면 조비가 할 수 있는 일은 한가지 뿐이다.
바로 반란 뿐.
반란을 일으킨다면 내가 움직이기가 더욱 수월해진다.
당장 그의 세력권이라 할 수 있는 북방에는 서복이 있다.
그리고 기주에 희아의 처가가 있으니 일이 터지면 바로 나를 도우려고 할 것이다.
또 병주목인 가 사형도 견제를 시작하게 될 터.
어렵지 않게 제압할 수 있다.
내가 마음을 놓았을 때 조조는 킬킬 웃었다.
“그러고보니 아주 재밌는 소문을 들었는데.”
“무슨 소문을?”
“좌풍익의 어린 영웅의 이야기일세. 하하! 피는 못 속이는구만. 자네가 허도에 머무르면 이제 무수히 많은 정혼장이 날아오겠어?”
“안그래도 그 전부터 좀 오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정략혼은 할 생각 없습니다.”
“왜?”
“딱히 성이까지 정략혼을 시킬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지라…”
내 말에 조조는 크게 웃었다.
“어디 자네 뜻대로 되나 한번 보세. 진가의 장남이라는 자리가 그리 만만한 자리가 아닐텐데…”
“그런 걱정은 마십쇼.”
“내 요새 일을 놔서 할 일도 없는데 중매나 서줄까?”
“정중히 사양하겠습니다.”
“그러지 말고. 내 좋은 혼처가…”
세상에.
위왕이라는 자리가 이렇게 한가한 자리였나?
남의 아들 중매 서준다는 얘기나 하고.
내가 인상을 쓰자 양 사형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얘기나 하실거면 전 일하러 가봐도 됩니까? 아직 일이 남은지라…”
“하하하. 미안하네. 미안해. 자. 그럼 즐겁게 한잔 하세!”
논공행상의 날이 밝았다.
오래간만에 관복을 차려 입었다.
“음. 역시 멋져.”
내가 옷을 입는 것을 도와 준 영이가 방긋 웃었다.
그렇지?
동경에 비춰봐도 멋있기는 했다.
다만 오래간만에 입어서 무지하게 불편하지만.
“그럼 잘 다녀와요.”
“응. 오늘은 늦을지도 모르겠어.”
아직까지 조비가 왔다는 이야기는 없었다.
하지만 그 녀석이 오게 되고, 조조의 은퇴에 대한 말이 나오면 회의때문에 늦어질지도 모른다.
영이는 시무룩히 고개를 끄덕였다.
“어쩔 수 없죠.”
“청이랑 완이랑 희아는?”
“청이는 율이 데리고 조가에 갔고 완이랑 희아는 애들이랑 놀아주고 있어요.”
“그래? 아. 그리고.”
“왜요?”
고개를 갸웃거리는 영이의 이마에 입맞춰 준 후 말했다.
“내일이나 해서 다들 집에 모여 있으라고 해줘. 순선을 데리고 올테니까.”
“음… 알겠어요.”
정혼을 할지 안할지는 모르겠지만 보이기는 해야 하는 것 아닌가.
난 웃으며 영이의 볼을 꼬집어 준 후 밖으로 나갔다.
“뭐 하느라 이리 늦느냐?”
“아내와 좋은 시간 보냈습니다만…”
“쯧. 이런 날에도 그리 해야겠냐?”
“손주 생기면 기뻐하실 거잖아요?”
내 말에 아버지는 피식 웃었다.
“그야 당연한 소리를. 아무튼 가자. 조금 이르게 가는 것이 좋다.”
“예.”
이제 시작인가?
오늘은 긴 하루가 될 것 같구만.
========== 작품 후기 ==========
안녕하세요! 레데입니다!
으아~ 날씨 좋네요~ 어제 바람 엄청 불던 날씨같지 않은 따스함…!!
이제 목요일입니다. 이틀만 더 버티면 주말이네요!다들 날도 좋은데 어디 놀러는 가시는지…
전 안가요~
그럼 대댓글 갑니다
나물 // 항상 좋은 말씀 감사드려요~
방구석유다 // 거의 최종보스급… 은 아니지만ㅋㅋㅋ 그래도 엄청난 걸림돌!
트릭스타 // 이 부분은 나중에 외전으로 쓰려구요 ㅋㅋㅋ
철의노래 // 동오에서 동오해버렸지요… ㅋㅋㅋ
Guaaaaaak // 위국을 10이라고 봤을 때 동오가 4, 익주가 4, 부여가 3, 고구려가 2 정도 됩니다. 하지만 전선은 위가 압도적으로 많죠… 마냥 유리한 상황은 아니네요. 물론 여기서 하나 나가 떨어지고 전선이 줄면 위가 엄청나게 유리해지기는 합니다만ㅋㅋㅋ
와타하시야스미 // 물레방아는 이미 있습니당 ㅎ 근데 좌풍익에서 안쓰는 이유는 수로 만들어서 그거 다 농사에 쓰느라… 그리고 풍차는 만들기도 힘든데다가 바람 안불면 쓰지도 못하고, 그 효용가치도 생각보다 적어서 안만든것 뿐입니다 ㅎㅎ 남는게 인력이고 우마인데 그거 쓰죠 ㅋㅋ
인페르니우스 // 늘 감사드려요~
Dunkel // 딱 여기서 익주나 오 하나만 잡아도 게임은 거의 끝난 상황…
Annaka // 저도 보고 엄청 웃었슴다 ㅋㅋ
리수진 // 감사합니다~
암천회류 // 항상 감사드려요~
날사랑한그대 // 오오… 이런 실수를..ㅠ.ㅠ 수정했습니다
바이러스 // 항상 감사합니다~
백발마인 // 늘 감사드려요~
Bobbylow // 밥만주면 쭐래쭐래!? 경찰아저씨! 여기에요!
슈비듀비 // 과연 건드렸을까요? 불가능한 위치는 아닙니다!
타루티어루 // ㄷㄷㄷ 그럼 무섭…
건필하십쇼! // 눙물…ㅠㅠ
쿠투가 // 기대해주세요~
허니앙쥬 // 으앙!?
ㅋㅋㅋ
그럼 내일 봅시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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