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895
이제 곧 조회가 시작된다.
명목상이기는 하지만 일단 한의 최고 위치에 있는 황제까지 참가하는 조회다.
그런만큼 조비가 저대로 들어갈 수는 없었다.
내관들이 허둥거리며 그의 갑옷을 적신 수건으로 닦는 동안 조앙은 여유롭게 말했다.
“거 좀 늦을 수도 있지.”
“쓸데없는 소리는 좀 마십쇼.”
어쩜 이렇게 철딱서니가 없을까.
그를 향해 투덜거린 나는 이제 곧 황제가 나온다는 말에 밖으로 나갔다.
이미 많은 이들이 자리에 서 있었다.
내 자리는…
앞줄이구만.
빈 곳을 지나쳐 내 자리에 섰을 때 양 사형은 한심하다는 듯 날 힐끔 보았다.
“좀 빨리 와라. 뭐 그렇게 늦장을 부리냐?
억울해 미치겠다.
난 말없이 뒤를 가리켰고 조앙과 조비가 오는 것을 보며 양 사형은 눈쌀을 찌푸렸다.
“결국 왔군.”
“그러게 말입니다. 그나저나 사예교위는 왔습니까?”
“저기.”
지방관들이 있는 곳의 가장 앞줄에 서 있는 사내를 가리켰다.
아버지와 비슷한 연배로 보이는 이다.
그를 지켜보던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생긴게 딱 야비하게 생겼군요.”
“그러게 말이다. 관상학적으로 보면…”
“황제 폐하 납시오!!”
그를 험담하려던 우리는 입을 다물고 허리를 낮췄다.
잠시 후 의관을 차려입은 황제가 나와 가장 상석에 앉았다.
삶에 의욕따위는 거의 없어보이는 황제가 자리에 앉아 시큰둥히 우리를 지켜보는 동안 내관이 다시 외쳤다.
“위왕 전하 납시오!!”
조조가 나선다.
검은색 용포를 입고 있던 그가 나와 황제의 바로 밑에 앉자 조회가 시작되었다.
주 내용은 올해의 성과, 그리고 내년의 목표에 대한 이야기다.
황제가 짧은 축사를 하고, 조조가 많은 이들을 치하했다.
간단한 조회가 끝나고 이제 본격적인 논공행상이 시작된다.
“아쉬운 일이군. 합비 성주인 정 대사농은 오늘 참석하지 못한다고 한다. 허나 참석하지 못했다 하여 공이 없어지지는 않는 법.”
차분히 말한 후 그는 자신의 옆에 놓인 상자를 가리켰다.
“동오의 공격을 훌륭히 막아내고 그들을 격퇴한 합비의 전원에게 포상을 내린다. 승상부주는 이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도록.”
“전하의 명을 따르겠습니다.”
참석하지 못한 합비 쪽 인원들에 대한 치하와 함께 증정품 전달에 대한 명이 이어진다.
양 사형의 일이 늘어났군.
잠시 입을 다물고 있던 조조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동북평군수 조비는 나오도록.”
조비가 앞으로 나간다.
아까 그나마 닦기는 했지만 짧은 시간만으로 모두 정리할 수는 없었다.
조회에 참가하는 사람의 꼴이라고 보기 어려운 모습으로 그가 나서자 조조는 웃으며 물었다.
“꼴이 그게 뭔가?”
“복귀하는 도중에 허도 인근에 도적들이 출몰했다는 소문을 접했습니다. 신을 따르는 이들과 함께 그들을 격퇴하고 오느라.”
“자리에는 맞는 차림이 있는 법이다. 다음부터는 사정을 설명한 후 참가하지 않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
“모자란 식견을 채워주신 것에 감사인사를 올립니다.”
아깝다.
저걸로 좀더 갈궜으면 좋았을텐데.
조조는 별다른 표정 변화 없이 천천히 말했다.
“동북평군수 조비는 유주 별가종사로 승진한다. 또한 함께 공을 세운 조진, 위풍에게 각각 동북평군수직과 상곡군수직을 수여한다. 반대하는 이가 있는가?”
딱히 이의를 보이는 이들은 없었다.
신료들이 잠잠해지자 조조는 임명장을 내주었고 그것을 받은 내관들이 움직인다.
“전하의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위국의 발전을 위해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위국.
한이 아니라 위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제는 그저 시큰둥할 뿐 이었다.
이제 완전히 의욕을 잃어버린 듯 하군.
난 황제의 눈치를 살핀 후 주변을 둘러보았다.
예전 조비가 오관중랑장에 올랐을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별가종사라면 주목 바로 밑의 보좌직이다.
조금만 더 경험과 공을 쌓으면 주목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그런 자리에 오르게 되었지만 반대하는 이들은 없어보인다.
“물러가도록.”
조비와 조진, 그리고 위풍이 뒤로 물러나자 조조는 다음 임명장을 들었다.
“전장군 조앙. 경조윤 진유하, 좌풍익 사마의. 앞으로 나오도록.”
조조의 부름에 나선다.
조앙이 앞에.
그 뒤에 나와 사마의가.
우리가 부복하자 조조는 차분히 말했다.
“서량의 반란을 훌륭히 제압함과 동시에 그들을 압도하여 서량을 안정화시킨 공과 익주를 격퇴한 공을 인정한다. 이에 따라 조앙의 직위를 좌장군으로 격상시키며 좌풍익 사마의에게는 경조윤의 직위를 내린다.”
조앙과 사마의에 대해서는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여기까지는 다들 예상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긴장하는 것은 다른 것 때문이었다.
내가 직위가 어떻게 되느냐.
그것을 확인하는 것이 문제다.
“그리고 경조윤 진유하에게 승상복야의 직위를 내린다.”
경조윤과 승상복야의 직위는 거의 동급이라고 할 수 있었다.
어떻게보면 나만 승진이 아니군.
하지만 내가 승상복야가 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는 다들 알고 있을거다.
다음 승상부주가 나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말은 소문으로만 돌던 순욱의 은퇴가 기정사실화 된다는 거다.
순욱이 조조를 두고 그냥 은퇴할 수는 없는 노릇.
당연히 조조 역시도 은퇴를 알린다는 이야기나 다름없었다.
“그럼 승상이…?”
“소문이 사실이었나…”
앞에 서 있던 순욱은 얌전한데 다른 동네 사람들이 왜 그렇게 떠들어대는지.
난 쓰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이의가 있는가?”
“이의있습니다.”
역시 나오는구나.
문관측에 서 있던 대홍려 서간이 나선다.
그는 지극히 차분한 어조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좌풍익까지는 이해가 갑니다만 경조윤과 전장군의 직위 변경에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말해보도록.”
“일단 전장군의 공에 의문이 생깁니다. 전장군께선… 이번전쟁에서 무슨 공을 세우셨습니까? 무슨 일을 하셨습니까?”
그가 한 일?
딱히 없다.
서간은 제대로 찔렀고 조앙은 씩 웃었다.
“전장군. 대답하라.”
“경조윤과 좌풍익을 지휘하였습니다.”
“제가 듣기론 전장군께선 조나현에서 나가지 않고 대기하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그렇습니다. 문제라도 있습니까?”
“예.”
그는 차분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모두가 알고 계시겠지만 이번 전쟁에서 전장군이 세운 공적은 그들을 지원한 것이 전부입니다. 그것이 무슨 공이 되겠습니까? 비록 전장군의 위치가 높은 위치라고 하나 좌풍익과 경조윤은 지방관에 속하는 바.”
그는 다른 지방관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지방관의 업적은 지방관의 것인데 왜 중앙 무관인 전장군께서 그 공적들을 가져가는지 납득을 하지 못하겠습니다. 혹 이것이 전공을 빼앗아가는 행위라면…”
“하시고 싶은 말씀이 무엇입니까?”
자리에서 일어난 내가 묻자 서간은 다부진 어조로 말했다.
“전장군의 직위 상승은 옳은 처사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철저히 조사하여 전장군이 경조윤과 좌풍익의 공을 앗아간 것이 아닌지 확인해야 할 듯 싶습니다.”
“일단 그렇다고 치고. 그럼 경조윤에 대해서는?”
서간은 씩 웃었다.
“경조윤. 솔직히 대답해주시오.”
“말씀하시지요.”
“가정성에서 퇴각하는 익주군을 치지 않았다고 들었습니다. 사실입니까?”
“그렇습니다만?”
“퇴각하는 적을 그대로 두고 좌풍익으로 복귀한 것입니다. 적을 두고 도망친 것이나 다름없는 것 아닙니까.”
이 얘기 왜 안나오나 했다.
난 그의 반응에 시큰둥히 대답했다.
“이미 익주군은 퇴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전열을 제대로 유지한 채 퇴각을 준비했고, 또한 그들을 이끄는 이들은 엄안으로 익주의 명장이었습니다.”
“그래서요?”
“퇴각하는 이들을 치려다가 오히려 저희가 당할 수 있었을 뿐입니다.”
“그게 사실입니까?”
틀린 말은 아니다.
무관들이라면 다들 알거다.
전열을 제대로 갖춘 채 퇴각하는 이들을 잘못 추격했다간 아군이 당할 수 밖에 없다.
다른 무관들이 내 말에 동의하자 난 웃으며 서간을 보았다.
“궁금하시면 가정성주에게 한번 물어보시는게 어떻습니까?”
“음… 알겠습니다. 하지만 경조윤께서 자신의 일에 소홀…”
“소홀? 지금 소홀이라고 하셨습니까?”
걸렸다. 요놈.
그를 똑바로 응시하며 물었다.
“그럼 제가 어떻게 했어야 했습니까. 가정은 제 소관의 지역이 아닙니다. 비록 제가 경조윤이기는 하지만 좌풍익과 서로의 합의, 그리고 상서부와 승상부에 보고까지 끝낸 상태에서 서로 다스려야 할 곳을 바꿨습니다.”
“사실입니다.”
“저 역시 그 보고를 받았습니다.”
양 사형과 종요의 지원.
조조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 또한 그 보고를 받았지.”
“저는 가정에 지원을 간 것 뿐입니다. 전장군의 요청에 따라 가정성으로 공격해오는 이들을 막아냈습니다. 그것이면 저는 지원군으로서 해야 할 일을 다 한 것이라 생각합니다만.”
“허나 가정성에 그렇게 많은 병력이 올라갈 수 있었던 것은 진창에서 적들을 물리치지 못했기 때문 아닙니까?”
이 미친 노인네가?
난 그를 노려보았다.
“지금 말 다하셨습니까?”
내가 짜증이 가득한 어조로 말하자 순간 그는 움찔했다.
“진창에는 고작 삼천여의 병력 밖에 없었습니다. 그들은 진창성의 백성들과 함께 목숨을 걸고 익주군을 막아내었습니다. 그럼 사예교위께 여쭙겠습니다.”
“허허… 저는 왜?”
“서 대홍려께서 사예교위님을 아주 존경하고 계시지 않으십니까!”
서간은 곽영의 파벌에 속한 인물.
그런만큼 그 윗선을 공격하자.
난감해하던 곽영은 어깨를 으쓱였다.
“말씀하십시요. 경조윤.”
“그들을 이끌고 제가 익주군을 공격했어야 했단 말입니까? 삼천으로 삼만에 가까운 이들을 막아내느라 만신창이가 된 이들을 두고!?”
“하아… 저 역시 사예주를 지키는 몸. 그런만큼… 경조윤의 판단이 틀렸다 할 수 없겠군요.”
한숨을 내쉰 곽영이 힘없이 말하자 서간의 낯빛이 흙색으로 물들었다.
이런 말이 있다.
확실하지 않으면 승부를 보지 말라고.
“아무리 위에 계신 분들이 밑에 있는 이들이 가진 전쟁의 참상을 모른다 하더라도 말씀이 너무 심하십니다!”
“…음.”
“모든 무관들께 사과하십시요. 저 역시 문관이나 무관들이 가지는 고생과 고통은 알고 있는 사람입니다. 이러니 문관들이 아무것도 모르고 명령만 해댄다는 소리가 나오는 겁니다! 스스로를 반성하고 어서 사과하십시요!!”
무관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막말로 높은 곳에 있는 문관들이야 안전한 곳에서 이래저래 지휘나 하다가 전쟁이 끝나면 그에 대한 보상을 받는다.
하지만 실제 전쟁을 겪어야 하는 이들은 달랐다.
그들에게 있어서 하루의 전쟁마저도 지옥이다.
“대홍려. 여쭙지요. 혹시 전쟁에 참여한 적이 있으십니까?”
“반동탁 연합군때 참전한 적이 있소만… 그리고 원소군과의 대전에서도…”
“그럼 더욱 잘 아셔야 할 것 아닙니까! 저 또한 문관이나 그간 참전한 전쟁은 많습니다! 그만큼 전쟁은 괴롭고 힘든 것입니다! 저 무관들이 왜 매일같이 지옥같은 훈련을 하고 있는지 아십니까!?”
그 이유는 까놓고 말하면 훈련하면 돈을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얘기하면 곤란했다.
난 그들을 찬찬히 흝어보았다.
무관들은 감동한 얼굴로 날 보고 있었다.
“전쟁이 두렵기 때문입니다! 아침에 한솥밥을 먹는 동료가 저녁에는 없어지는 것이 전장입니다! 그런 전쟁을 아시는 분이 현장의 판단에 따라 추격을 멈추고, 그들과의 싸움을 피한 것에 대해 어찌 나무라실 수 있으십니까!?”
힘껏 열변을 토해낸다.
그러자 무관들이 내게 동의했다.
“어휴. 경조윤이 전쟁에 대해 잘 알아.”
“진동장군이나 정북장군을 역임했던 분 아닌가.”
“확실히 현장이 중요하지. 높으신 문관들은 뭘 몰라.”
분위기 좋고.
무관들의 동의, 그리고 전쟁에 참여했었던 몇몇 문관들이 긍정하는 가운데 난 다시 외쳤다.
“그리고 전장군의 공적이 적다고 말씀하시는데! 그럼 사예교위께 여쭙겠습니다. 대홍려! 이번 전쟁에 무슨 지원을 해주셨습니까!”
“그야… 사예교위께서 하동군수에게 말해…”
“그건 하동군수가 보낸 것 아닙니까!! 대홍려께서 하신 것도 아니고! 사기치지 마십시요!”
“뭐!? 사기? 말 다하셨습니까!?”
“다 못했습니다!”
아예 제대로 힘들게 만들어버리자.
난 그를 향해 이를 갈았다.
“실제 전쟁에 아무런 공적도 이루지 못한 이가 도대체 무슨 염치로 전쟁에 참여한 모두가 인정한 공훈에 불만을 가지시는 겁니까!”
“…큭.”
찍소리도 못하는구나.
난 주변을 둘러보았다.
“전장군께서는 직접 위험한 전장에 참여하시어 저와 좌풍익을 독려하셨습니다! 또한 창기대를 이끌고 오고, 허도에서 대기중이던 흑귀대와 백귀대를 데리고 오셔 위험했던 서량 일대를 안정화시키는데 큰 도움을 주셨습니다! 만약 전장군이 아니었다면 저도! 좌풍익도 그들에게 당했을지도 모릅니다! 저희의 은인이기도 한 분께 어찌 그리 망발을 하십니까!!”
“하지만 그것 뿐 아닙니까!”
“그것 뿐이라니요! 그것도 대단한 것입니다! 또한 전장군의 요청이 아니었다면 제가 가정성에 지원이나 갔을 것 같습니까?”
“그렇지만 가정이 뚫리게 된다면 좌풍익도 위험해지는…”
그가 우물쭈물하는 것을 보며 난 빠르게 말을 잘라내었다.
“당장 위험하지만 전장군의 설득에 의해서 가정을 도우러 간 것입니다! 왜!? 가정이 뚫리게 되면 경조가 위험해지고, 또한 경조 다음은 바로 허도입니다! 한 황실과 위국의 중심인 허도가 위험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섭니다!”
난 의기양양한 태도로 서 있는 조앙을 가리켰다.
“위국에 대한 충심과 안녕 밖에 모르는 바보인 전장군께선 그러한 마음으로 저에게 필사적으로 요청하셨습니다! 그 의기에 감복하여 제가 그리 움직인 것입니다!!”
“큭…”
“허도의 안전한 곳에 계셨던 분이 마음대로 말씀하지 마십시요!! 만약 전장군이 아니었다면 대홍려께서 지금 이자리에 서 계실 수나 있으셨을 것 같습니까!?”
“으으음… 전장군. 사실입니까?”
“사실입니다.”
거짓말이다.
내가 가정으로 가게 된 이유는 사마의의 요청, 그리고 이엄을 대비하기 위해서에 불과했다.
하지만 조앙은 입에 침도 안바르고 거짓말을 해서 나와 입을 맞췄다.
“좌풍익께도 여쭙겠습니다. 사실입니까?”
서간은 간절한 눈으로 그를 보았다.
그리고 사마의는 그의 기대에 보답해주었다.
“지극히 사실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미 다 짜고 치는 판인데 사마의에게 도움 요청하면 뭐하냐?
난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겠습니다. 사과하십시요. 모든 무관들! 이 전쟁에 희생된 모든 병사들과 백성들! 그리고 전장군께도! 그들을 모욕한 것을 사과하십시요! 어서!”
조용해진 대전 앞에서 서간은 이를 갈다가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전장군. 전장군을 모욕한 것을 사죄드립니다. 경조윤께도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그리고 다른 무관분들께도… 사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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