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896
서간의 사과를 받은 내가 어깨를 으쓱이며 내 자리로 돌아가자 조조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럼 더 이상 이견은 없는 것으로 알겠다.”
“이견은 있습니다.”
“사예교위. 뭔가 더 할 말이라도 있는가?”
아직도 안 끝났어?
목 좀 풀자.
간만에 소리쳤더니 목이 아프네.
내가 목을 가다듬는 동안 곽영은 차분히 날 가리켰다.
“대홍려의 주장은 일단 무시한다고 치더라도… 이번 논공에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무슨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나?”
곽영은 나를 지그시 응시하며 말했다.
“경조윤은 비록 나이는 어리나 공적이 높고, 또한 많은 이에게 추대받는 인물입니다. 그동안 많은 일을 해왔던 자에게 또다시 승상복야라는 막중한 임무를 주는 것은 과한 처사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의 공적에 맞는 관직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를테면…”
그는 아주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태사의 자리는 어떻습니까? 제가 알기로 조 황후께서 회임을 하셨는데. 새로운 태자마마의 스승이 되시는 것이 옳다 생각합니다.”
“그거 아주 현명한 제…”
“어이.”
하마터면 승낙할 뻔 했다.
“아차.”
엄청나게 끌리는 제안이다.
이런 제안을 하다니.
보통 놈이 아니군.
우리 모두가 놀라는 동안 이 자리에서 그 누구보다 더 놀란 황제가 외쳤다.
“그건 안돼!”
뭐. 왜. 뭐.
내가 태사하면 안되냐?
기겁한 황제가 자리에서 일어나 외친다.
하긴 나와 황제의 관계는 진짜 최악이라고 할 수 있었다.
전의 일로 황태자를 태자 직위에서 끌어내린 것도 나다.
그리고 황제가 정말 이름 뿐인 황제가 되게 한 것도 나.
황제는 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경조윤이 대단한 사람인 것은 알지만 태사라니! 아직 지천명도 되지 못한 이가 태사가 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하오나 폐하. 경조윤은 아주 대단한 사람으로서…”
“대단하든 아니든!”
황제가 필사적으로 반대를 하는 이상 내가 하고 싶다고 해서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난 어깨를 으쓱였다.
“저 역시 아직은 태사의 자리에 오르는 것이 무리라고 생각합니다.”
“아직은…?”
뭘 그렇게 무서워하냐?
황제가 날 은근한 시선으로 보며 움찔거리는 것을 무시했다.
“태사의 자리에 오르기에는 경험도 일천할 뿐만 나이도 어립니다.”
“비록 나이가 어리다 하나 진 경조윤이라면 충분히 잘 해낼 것이라 믿습니다.”
순수한 의도로 그가 나를 칭찬하는 것은 아니다.
당연히 그 밑바탕에는 조비에 대한 일이 있었다.
태사는 일종의 명예직이다.
실권 따위는 없는.
물론 명예로만 따진다면 거의 황제에 버금가는 위치이고 시기에 따라서는 황제보다 더 높은 위치에 올라간다.
동탁의 때가 그렇지 않은가.
동탁은 저기 있는 황제를 내세우며 자신을 태사의 직위로 올렸다.
명예직인 태사의 자리에 있으면서도 실권을 전부 가지고 있어 말 그대로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자리에 있었다.
하지만 내가 태사에 오르게 된다면?
당연히 실권은 반납하게 된다.
내 입장에서는 매우 감사스러운 일이다.
그렇게 내가 원하던 놀고먹는 삶이 시작되는 것이니까.
다만 그러기에는 문제가 아주 많았다.
“사예교위께서 무슨 생각으로 그런 말씀을 하시는지는 모르겠군요.”
내가 망설이는 것을 눈치챈 사마의는 한걸음 나서며 말했다.
“태사라는 자리는 그런 식으로 올라가는 것이 아닙니다.”
내 옆으로 온 사마의는 내 옆구리를 쿡 찔렀다.
알았어.
정신 차릴게.
눈 앞에 둔 태사직을 난 눈물을 머금고 차버렸다.
“사예교위께서 생각하시는 바는 잘 알고 있습니다. 아직 어린 저를 좋게 봐주시는 것은 매우 감사드리는 일이지만… 제가 태사의 자리에 오르는 것은 너무나도 버거운 일입니다.”
“자신을 너무 낮게 보시는 것 아닙니까? 경조윤이라면 가능할 것입니다.”
“가능, 불가능의 이야기를 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한의 국법에 따르면 태사의 자리는 길일을 정하여 현인을 모집한 후, 그 현인들과의 상담에서 추천되어 올려지는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태사가 되다니요. 말도 안되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이 법이 지켜진 적은 별로 없다.
지금까지 태사의 자리에 올랐던 사람 중에 그런 식으로 올라간 사람이 몇명이나 되겠나.
“그럼! 그럼!”
황제는 황급히 내 말에 동의했다.
아 저 인간.
때려버리고 싶다.
나중에 두고보자.
다른 일에는 별 관심이 없지만 나와 얽히는 것만은 어떻게든 피하려 하는 황제를 힐끔 노려 보았다.
내 시선에 그가 움찔하며 슬그머니 고개를 돌리는 것이 보인다.
“아무튼 사예교위께서 저를 이리 생각해주시니. 그저 감사드릴 뿐입니다.”
“허… 그렇다면 어쩔 수 없겠습니다.”
“일단 제가 승상복야가 되는 것이 가장 좋은 판단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봤자 경조윤께서 지금까지 세운 공을 생각하신다면 낮은 직책 아닙니까? 거기에… 제가 듣기로는 좌풍익과 경조, 우부풍의 복구가 아직 끝나지 않은 것으로 압니다만…”
“이제 시간문제일 뿐입니다. 그… 전 좌풍익이 농법을 제대로 전수하지 않았더군요.”
전 좌풍익이면 조비다.
난 곽영의 사위인 조비를 향해 물었다.
“전 좌풍익. 한번 대답해보시겠나?”
“농법을 제대로 전파하지 못한 것은 사실입니다. 경조윤께서 나서 일년만에 대풍을 이뤘다고 하니 전 좌풍익으로서는 그저 감사드릴 뿐이지요.”
“허면 올해와 내년의 농사는 어찌 되실 것 같습니까? 또다시 대풍을 기대해도 됩니까?”
저 인간이 아픈데를 찌르네.
고개를 저었다.
“익주와 서량의 일로 군역을 과하게 모집하느라 농사는… 잘해야 평작 수준이겠지요.”
“어허. 이럴 수가. 관중 지방은 과거 한의 중심이기도 한 곳입니다. 그런 곳을 복구하는 일이 이리도 힘들다니. 경조윤. 경조윤이라면 다시 한번 노력하여 그곳을 다시 복원하실 수 있는 것 아닙니까?”
어떻게든 내가 승상부 복야가 되는 것을 막으려고 한다.
그것에 승상부주인 양 사형이 나섰다.
“나 역시 한개의 군을 다스렸던 이로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체계가 갖춰진다면 군이 발전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보고에 따르면 좌풍익과 경조, 우부풍 지역은 이미 체계가 갖춰진 바.”
그는 차분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번 서량과 익주의 일만 아니었다면 분명 복구되었다 할 평가가 나왔을 것입니다. 그러니 지금은 안정적으로 경조윤과 좌풍익, 그리고 우부풍이 만들어 놓은 체계대로만 흘러가게 하면 됩니다.”
“승상부주께서는 그럼 경조윤이 고작 승상복야에 만족하시길 바라신다는 겁니까?”
양 사형은 지극히 당연하다는 얼굴로 답했다.
“저야 좋지요. 유능한 이가 아랫사람으로 들어온다는 것을 반대할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사예교위께서도 아시겠지만 지금 승상부의 업무는 과도합니다.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실적을 쌓아 온 경조윤이라면 훌륭히 해낼 수 있을 겁니다.”
“흐음…”
곽영은 작게 신음한 후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승상부주께서 그리 말씀하신다면 어쩔 수 없지요. 승상부에 업무가 몰린다는 이야기는 저 역시 알고 있는 이야기입니다.”
왜 이렇게 순순히 물러나지?
의문이 떠오르고 답 역시 순식간에 떠올랐다.
곽영은 빠르게 몸을 바로 한 후 조조에게 외쳤다.
“신 사예교위가 전하께 아뢰옵니다! 승상부의 업무가 아주 과중되어 있는 바! 적어도 이년은…”
“하하하!! 제가 자랑하는 것은 아니지만 제가 업무 처리 능력이 아주 대단합니다. 또한 여기저기 인맥도 넓으니 제가 들어간다면 승상부는 아무런 걱정이 없겠지요! 승상부에 쌓인 일 정도는 제가 나선다면 금방 처리할 수 있을 겁니다! 안 그렇습니까!? 승상부주?”
“그야 그렇지만…”
예의에 어긋나지만 어쩔 수 없다.
난 사예교위가 고하는 것을 황급히 잘라먹으며 당당히 외쳤다.
그것에 몇몇 노신들이 눈쌀을 찌푸렸지만 어쩔 수 없었다.
“너 미쳤냐?”
사마의가 작게 말했다.
이 자식도 아직은 멀었군.
난 그의 팔을 툭 쳐냈다.
저 곽영이 왜 물러났는지 몰라서 그런다.
곽영은 승상부의 업무가 바쁜 것을 빌미로 승상인 순욱, 그리고 조조의 은퇴를 미루게 하려는 것이다.
저들의 목적은 내가 승상복야가 되는 것을 막는 것이 아니다.
조조의 은퇴를 막는 것이지.
조조의 은퇴만 막고 시간을 벌 수 있으면 저 인간은 내가 승상이 되어도 신경쓰지 않을거다.
곽영이 말하려는 것, 그리고 내가 빠르게 그의 말을 잘라낸 것을 들은 양 사형도 자신의 실수를 눈치챘는지 살짝 입술을 깨물었다.
“잘했다.”
사마의도 깨달았나보다.
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내 옆구리를 찔렀고 난 그를 향해 히죽 웃었다.
“방금 전에 미쳤냐고 했던 놈이. 말은 또 잽싸게 바꾸네.”
빠르게 사마의에게 말해 준 후 조조의 앞에 부복했다.
“신 경조윤 진유하! 위대하신 황제 폐하와 전하께 아뢰오니! 비록 불민하고 어리석으나 일하는 능력만은 자부합니다! 그동안 제가 처리한 많은 업무들을 보아 승상부 복야의 직위에 올라가기를 허가하여주시옵소서!!”
곽영.
생각보다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조조는 나와 곽영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경조윤 진유하에게 승상부 복야의 직위를 내린다. 분골쇄신하여 한과 위국의 발전에 노력하도록 하라.”
좋아! 하나는 됐고.
곽영의 눈썹이 꿈틀거린다.
“그리고 다음 의제를 말한다. 다들 알고 있다시피 내년 춘일. 허도에서 업으로 천도가 예정되어 있다. 그것에 대비하여…”
조조는 모두를 쳐다보며 위엄 가득한 어조로 말했다.
“나 위왕 조조는 내년 춘일. 위왕의 자리에서 물러남과 동시에 좌장군 조앙에게 위왕의 자리를 인계한다. 그에 따라 좌장군 조앙은 허도에 머무르며 위왕의 보좌역을 수행할 것을 명한다.”
그의 말에 난 속으로 외쳤다.
해냈다!
드디어 가장 큰 고비는 넘긴 셈인가?
난 힐끔 곽영과 조비를 보았다.
어라?
쟤들 왜 저렇게 무덤덤해하지?
========== 작품 후기 ==========
안녕하세요! 레드에이어입니다!
드디어 공식적으로 조앙이 후계자가…ㅠ
하지만 과연 조비와 떨거지들이 가만히 있을 것인지!
기대해주세용
…
어느덧 900화네요.
참 이렇게 길게 쓸 생각이 없었는데 징하게도 왔습니다.
6월 중순부터 시작해서 이제 거의 10개월 가까이 됐네요…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땡큐땡큐!
그럼 내일 만나요!
ps. 신작도 재밌게 봐주세요~
리수진 // 감사합니다~
철의노래 // 와 휴가 ㅊㅊㅊㅊ!! 2부는ㅋㅋ 과연 나올 것인가…orz
트릭스타 // 과연 꼴까닥 할 것인갘ㅋㅋ
마법날개 // 오오… 제대로 보셨네요 ㅎㅎ 과연 이제 어떻게 될거싱지!! 기대해주세요~!!
란설희 // 진삼연4는 아직까진 딱히 생각이 없습니다.
아마 간신전이 끝나면 운현이든, 김박사든 한놈 다시 등장시켜서 겜하는 글이나 좀 쓸까 생각중입니다.
신작도 그렇고 간신전도 그렇고 깽판이 없어서… 으으… 다 부숴버리는 깽판물이 쓰고 싶네요ㅠㅠ
vofjelaosldk // 와 배그! 즐닭하세요!
백발마인 // 항상 감사드려요~
Flyback // 으잌ㅋㅋ 항상 감사드립니다용 ㅎ
위저드나이트 // ㅋㅋㅋ 저도 좀 고민중입니다 ㅋㅋㅋ
Annaka // 과연 어찌 될 것인가! 뚜둥!
타루티어루 // 푹찍!?
나물 // ㅎㅎ 감사합니다 기대해주세요~
바이러스 // 히히 이제 본격 조비와 vs 모드가…!
류미연 // 조앙도 솔직히 보통놈은 아니죠. 다만 주인공이랑 조앙이랑 워낙 죽이 잘 맞아서 ㅋㅋ
인페르니우스 // 항상 감사드려요~
Dunkel // 이제 진유하측이 엄청나게 유리해진 상황이죠. 과연 조비는 어떻게 나올 것인가…! 기대해주세요~
백사킬러 // 감사합니다~
ppk12 // 홧병으로 죽을지 단두대의 이슬이 될지 아니면 칼찔려 죽을지…!? 그것도 아니면 탈주할지!?
시크병장 // 거의 그정도 온 것 같네용 ㅎㅎ
암천회류 // 늘 감사합니다~
란마아빠 // 오오ㅠㅠ 감사합니다!!
라니어스 // 으잌ㅋㅋㅋ 죽창!! 너도 한방 나도 한방!
새벽산책 // 이제 금요일!
슈비듀비 // 이 결혼 반대야!? ㅎㅎ 그 전개는 아니었네용 ㅎㅎ
마스터칼솔럼 // 감사합니다~
Bobbylow // 으악! 군인아자씨! 여기에요! 여기!
돔페리뇽 // 저~ 기 고구려 가기에는 좀 위험하네용 ㅎㅎ
허니앙쥬 // 재미지든가요? 요새 겜 거의 못해서ㅠㅠ
날사랑한그대 // 211년 10월 정도 됐습니다. ㅎㅎ 얼추 비슷하네용 ㅎ
도마뱀DX // 엌ㅋㅋㅋ 엄청난 실수를 해부렀네요 ㅎ 수정했습니다.
허클베리fin // 감사합니다! 잘 쓸게요!!
그럼 내일 봅시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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