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898
지금 저 인간이 뭐라고 한거야?
천하를 뭐 어째?”
그는 어울리지 않는 무감정한 표정으로 술을 홀짝였고 난 어이없어하며 물었다..
“지금까지 천하에는 관심도 없던 사람이 갑자기 왜 그러십니까? 분위기 싸해지게?”
“하하하… 너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였다면 내가 잘 숨겼나보군.”
조앙은 여유롭게 웃은 후 술을 한모금 입에 머금었다.
“난 원래부터 천하를 노리던 사람이었어.”
“허… 아무튼 그렇다고 칩시다.”
조앙에게 있는 야심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딱히 거슬릴 것은 없었다.
그가 야심이 있든 없든 내 목표는 천하를 통일하는 것이다.
그리고 왕권을 강화하여 쓸데없는 반란따위가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것이고.
그런 것을 생각하면 적당히 야심이 있는 편이 나았다.
그래야 내 중요성을 알테니까.
멍청한 놈이 야심이 있으면 권력욕에 찌들게 되지만 조앙은 멍청한 것과는 거리가 멀어보였다.
특히 지금 이런 모습을 본다면 더욱 더.
난 오히려 안심이 되는 기분을 느끼며 물었다.
“천하라… 뭐 좋죠. 천하. 어차피 저도 원하는 것이 그것이니까.”
조앙이 원하는 것은 고작 황제 하나 잡아서 능욕해가며 천하를 농락하는, 동탁이나 이각과 같은 것을 말한 것이 아니다.
그가 이렇게 말한다는 것은 지금 각 세력들.
즉 익주나 오를 잡음과 동시에 천하 전체에 자신의 영향력을 미치게 하고 싶다는 이야기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조비라는 위험성을 제거하지 않는 겁니까?”
“말했잖아. 동생까지 죽여가며 얻어내며 패업으로 이룬 왕좌가 주는 것은 한가지 뿐이야. 바로 멸망.”
“무슨 걱정을 그리 하시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모든 기록을 보았을 때 패왕의 말로는 좋지 않았지. 그 강한 항우조차도 덕을 앞세운 유방에게 패배했어. 또한 동탁 역시 마찬가지. 그는 실권을 잡자마자 자신의 패기를 앞세웠다. 결국 많은 이들의 반발을 사게 되었고 왕윤에 의해서 살해당했어.”
“끙…”
조앙은 아직 조비를 죽일 생각이 없는 듯 보였다.
“패업이니 덕업이니 하는 이야기는 솔직히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그래서. 하고자 하는 바가 뭡니까? 그럼 그냥 조비를 내버려두자고?”
“지금은 그냥 내버려 두면 되는거야.”
“그러다가 형님이 죽기라도 한다면? 형님. 뭔가 착각하고 있는 모양인데 비는 조창이나 식이와는 궤를 달리 하는 놈입니다. 그놈은…”
“알아. 내버려두면 언젠간 사고를 치겠지. 그 녀석은 내 동생이다. 적어도 너보다는 내가 더 잘 알아.”
“그 사고의 영역에 형님의 모가지가 들어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으십니까?”
“하하하하!!”
조앙은 크게 웃었다.
그리고 천천히 잦아든 웃음 뒤로 살벌히 말했다.
“아까도 말했잖아. 지금까지 수도 없이 많은 죽을 고비를 넘겼다고.”
“그래서?”
“내버려 둬. 단순한 암살로는 나를 어찌 하지 못해.”
저 패기 넘치는 자신감은 도대체 뭐지?
어이가 없었다.
지금까지 내가 알던 조앙과 다른 인물이구나. 라는 이야기는 하지 않겠다.
차라리 지금의 그 모습이 나에게는 더 마음에 드니까.
내가 원하는 것은 우리를 지켜줄 방패지 꼭두각시 따위가 아니다.
만약 내가 꼭두각시를 원했다면 조앙이 아닌 아예 아무것도 모르는 조가의 애송이 하나를 앞세우며 위국을 잡아먹었을 테니까.
“뭐. 죽음을 거부하는 힘이라도 있습니까?”
“그럴리가 있겠냐. 나도 칼 맞으면 죽어.”
“그럼? 이상이 남는다는 개소리?”
“죽으면 끝인데 이상이 남긴. 그냥 좀 주의하면 되는 거야.”
팔자 좋게 이런 상황에서 술이나 마시러 가자는 사람이 할 소리는 아닌 것 같은데.
내가 떨떠름히 말하자 조앙은 작게 웃었다.
“내가 왜 이렇게 여유를 부리고, 방심하는 모습을 보이는지 이해가 안가는 듯 하군.”
“솔직히 말하자면 그렇습니다만.”
“이유는 두가지가 있어. 첫번째는 지금 곽영의 계획이 무너졌다는 것이지. 그들로서 가장 좋은 상황은 아버님과 순 숙부님의 은퇴를 막는 것이야. 하지만 결국 실패했어.”
“그럼 두번째 책을 쓰지 않겠습니까? 그 두번째 책은 형님을 암살하는 정도인데.”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을 버는 것.
하지만 그것도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지금 그들의 입장에서 두번째 책은 하수일 뿐이야. 지금 상황에서 내가 암살당한다면 누가 가장 의심받을 것 같나? 너? 아니면 중달? 그것도 아니면 순 숙부? 아버지?”
“조비… 겠지요?”
“그래. 아직까지 반년가량 시간이 남은 이상 그들에게 있어서 암살은 정말 최후의 수단에 불과할 뿐이야. 날 암살하게 된다면 곧장 군사를 틀어 허도를 점령하겠지. 그리고 은퇴하신 아버지 대신 조비가 위왕 대리가 되어 안정을 되찾는다고 할 것이고. 물론 그 누명은 너, 아니면 중달이나 순 숙부에게 씌울 것이겠지?”
심각한 이야기다.
그런 얘기를 조앙은 아무렇지 않게 말했고 난 한숨을 내쉬었다.
만약 그리 되면 이제 천하통일이고 나발이고 다 의미가 없어진다.
형주, 양주, 그리고 병주에서 바로 들고 일어날 것이며 좌풍익과 경조에서도 허도로 군대를 보낼거다.
기주에서 북방통제군을 이끄는 서복은 말할 것도 없고.
조비가 위국을 아예 뭉개버리는 것을 원하지 않는 이상 그런 미친 짓을 지금 시행하지는 않을 것이다.
조앙의 말대로 그것은 최후의 보루.
그렇다면 그들이 생각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그럼 형님. 묻겠습니다. 저들이 무슨 짓을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까?”
“일단 첫번째는 대화.”
조앙은 술잔을 가볍게 돌렸다.
“곽영 일파가 원하는 상황을 만들기 위해서 대화를 하려고 할 것이다. 너, 아니면 나에게 말이지.”
“대화 할 건덕지가 있습니까?”
“건덕지야 많아. 어라? 이놈보게? 너 아직 눈치채지 못했냐?”
“뭘요?”
내가 뚱한 표정을 짓자 조앙은 술잔을 내려 놓은 후 진지한 어조로 말했다.
“하아. 이거 참. 꼴을 보아하니 중달이나 승상부주도 아직 깨닫지 못한 듯 싶군. 좋아. 하던 얘기 계속하자. 두번째는 암살자를 보내는 거다.”
“그러니까 조심하시라는…”
내가 지금까지 얘기한 걸 뭘로 들은거야?
내가 짜증 섞인 어조로 말하려 하자 조앙은 칼같이 잘라내었다.
“사람은 한가지만 보게 된다면 시선이 좁아지지. 너뿐만 아니라 지금 너와 함께 하는 이들 대부분이 범하는 실수고.”
“그게 무슨 소립니까?”
“한발자국 뒤로 물러나서 생각해봐. 이 상황에 개입되어 있는 이가 아닌, 이 상황을 지켜보는 이로서 그들이 어떻게 움직일지를 상상해보라고.”
조앙의 말에 난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딱딱히 굳었다.
“설마?”
“그래. 그들이 지금부터 할 일은 한가지다. 바로 내가 아니라 내 측근들을 제거하려는 일이다. 대표적으로 나를 지지하는 이인 너. 그리고 사마의, 방통, 서복… 이 대상이 되겠지. 그리고 승상부주는 덤일테고.”
그냥 술 좋아하는 푼수라고만 생각했는데 이정도의 식견이 있을 줄이야.
그가 지금까지 이런 모습을 보일 수 있었던 이유, 그리고 우리 모두가 속을 수 있었던 이유를 알 것 같다.
“지금까지 아예 남 일이라고 생각하고 계셨습니까?”
너무나도 조앙같은 이유라서 되려 뭐라고 못하겠다.
“그래. 위왕 조조의 아들 조앙이 아닌, 그저 일개 장수 조앙으로서 항상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지. 그렇기에 이런 판단을 할 수 있게 된 것 뿐이야.”
조앙은 심드렁히 대답한 후 술병을 들었다.
단번에 술을 들이마신 그는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너희들을 제거한다고 해서 너희가 가진 힘을 모두 억제할 수는 없어. 그러니 그들은 당장 자신들에게 힘이 되어 줄 이들을 찾을 것이다.”
“힘이 되어 줄 자들… 중앙의 관리들은 저희에게 꽤나 우호적인데.”
“그럼 중앙이 아닌 지방관들을 포섭하려고 하겠지. 자. 주목 중에 확실하게 우리의 사람은 누가 있지?”
“일단 형주목 방통은 절대 배신하지 않을겁니다. 그리고 사마의가 올린 양주목 마초 역시 그럴 것이고. 또한 유주목이신 자렴 숙부님은…”
“자렴 숙부님은 직접적으로는 개입하지 못할거야. 그저 중립, 아니면 아주 약하게 나에게 힘을 실어주는 정도겠지.”
가슴이 아프기는 하지만 이해는 갔다.
조홍에게 있어선 조비도, 조앙도 그저 조카일 뿐이니까.
물론 잘못이 조비에게 있으니 그를 대놓고 갈구며 설득하려 하겠지만 군사적인 힘을 실어주기는 힘들거다.
조비가 아예 대놓고 반란을 일으키지 않는다면 말이다.
“그리고 병주목.”
“병주목도?”
조앙은 의외라는 표정으로 날 보았다.
그의 시선에 난 어깨를 으쓱였다.
그러고보니 가 사형은 수경원 출신임을 지금까지도 숨기고 있었지.
수경원 문하생들은 가 사형을 존중하여 그것을 아직 밝히지 않은 상태였다.
“예… 뭐 마음이 맞아서.”
“그거 의외네. 중달 이상으로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이라 오히려 네가 경계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하하…”
동문 좋다는게 뭔가.
내가 어색하게 웃자 조앙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아무튼. 그럼 다음은?”
“서주목인 진군은… 음…”
진군을 믿을 수 있을까?
그는 순욱의 사위다.
순욱은 지금 나의 손을 들어주고 있는 상황.
하지만 지금 나는 조앙과 조비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었다.
조가의 형제가 서로에게 검을 겨누고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만큼 진군도 안전하다고 할 수 없었다.
장인인 순욱을 버리고 조비를 택할지도 몰랐다.
“일단 보류해두지요. 그리고 청주목인 가규는… 모르겠습니다. 아직 이렇다 할 연이 없어서.”
“청주 일대는 너희들이 수복하지 않았나?”
“그쪽에 손을 대지 않은지 너무 오래되어서… 자신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일단 최악을 생각하는게 좋겠군.”
청주가 빠진다.
그리고 유주가 빠지고.
서주 역시도 자신할 수 없다.
벌써 세개의 주에서 불안감을 느끼게 되었다.
“그럼 다음은 확실한 적인가? 일단 사예주가 적이 될 수 있어. 그리고 지금 예주목으로 민조인 유정이 거론되고 있어. 즉 지금 사예교위는 사예주와 함께 예주를 손에 넣은 셈이라는 거지.”
“그리고 하나 더 있군요. 연주목.”
지금 기주목과 연주목은 공석이었다.
연주에는 허도가 있어 연주목의 업무는 승상이 처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기주목의 업무는 업 성주를 겸하고 있는 서복이 처리하고 있고.
기주의 업을 도읍화 한다는 것 때문에 주목이 발령받지 못한 것 이다.
“도읍이 옮겨지는 것도 확정되었으니까 이제 슬슬 연주목을 뽑게 될거야. 곽영은 어떻게든 자기 일파의 사람 중 하나를 연주목으로 내세우려고 하겠지.”
“그래서 지금 생각하시는게. 곽영이 들고 일어날 것이라는 겁니까?”
“아니. 뭐 꼭 그렇다기보다는… 적당히 위협을 보일 수도 있다는 거야. 적어도 세개의 주가 자신의 손에 있으니. 자기들을 함부로 건드리지 말라는 식으로? 그치들도 바보는 아니니까 군사적인 행동을 보이지는 않겠지. 해봤자 모든 것을 잃게 될 뿐이니…”
“허 참.”
참으로 같잖은 소리이기는 하지만 일리는 있었다.
“그러므로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두가지다. 첫번째는 차기 연주목을 우리 사람으로 내세우는 것. 두번째는…”
“두번째는?”
“뭐 존나 버티는 것 아니겠냐?”
나조차 놀랄만한 번뜩임을 보여주던 조앙은 맥이 쫙 빠지는 소리를 해버렸다.
“형님…”
“농담이야. 두번째는 누누히 말했지만 기다리는 것이야. 곽영이 무슨 행동을 하든, 조비가 뭔 짓을 하든 그들이 군사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이상은… 움직여서는 곤란해.”
“군사적인 움직임이라면… 그들이 반란을 일으키게 해야 한다는 겁니까?”
“그래. 그래야 토벌의 명분이 생겨.”
이럴수가.
황제를 손에 넣고 조조가 구석을 받으며 명분의 압박에서 벗어나나 싶었는데.
또다시 망할 명분이라는 놈이 내 발목을 잡았다.
“미쳐버리겠네.”
“미치지 않으면 되지.”
사마의는 문을 열고 들어오며 말했다.
“방법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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