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903
“그럼 가 사형. 조심히 들어가십시요.”
“그래.”
가면을 써 금새 교사원의 일반 요원이 된 그가 밖으로 나가자 요화는 떨떠름한 얼굴이 되었다.
“괜찮으십니까? 무슨 일로…”
“아무것도 아니야. 영이와 아버지를 내 방으로 모셔줘.”
“알겠습니다.”
걱정스러운 표정인 요화를 보냈다.
난 텅빈 마당을 지켜보며 고민했다.
분명 내가 교사원에 잡혀가면 난리를 칠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아무리 조사 차원이라고 하더라도 지금까지 교사원에 조사차원으로 잡혀가서 몸 성히 풀려난 사람은 없었다.
대부분 들어가면 거의 고문으로 인한 자백을 받아내고 사형, 아니면 유배였으니까.
“애들이 걱정하겠군.”
이번 일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기밀이다.
그렇다면 아는 사람이 적으면 적을 수록 좋다.
일단 아버지와 영이에게는 말해둬야겠군.
사마의에게는 가 사형이 말해주겠지?
나름대로 연락책이 있는 것 같으니까.
이래저래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아버지와 영이가 왔다.
그들을 내 방으로 데리고 온 후 요화에게 말했다.
“아무도 엿듣지 못하게 해.”
“알겠습니다. 장삼! 이율! 이리 와봐! 건물을 통제한다!”
“알겠수.”
“뭔 일이래…”
늘 나에게 시덥잖은 소리를 하던 놈들도 교사원의 이야기에 다들 걱정하고 있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내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웃어보인 후 자리에 앉았다.
“통제가 끝났습니다.”
“그럼 넌 나가 있어.”
“저… 정말 별 일 없는겁니까?”
“하하. 별 일 없을거니까 걱정마.”
“알겠습니다.”
꾸벅 허리를 숙여 인사한 요화가 나간다.
문이 닫히자 아버지는 심각한 어조로 물었다.
“무슨 일이 있는거냐.”
“음… 어디부터 설명을 해야하나.”
가 사형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 것이 좋겠지?
저 상자, 그리고 곽영의 수작.
가 사형에 대한 것을 빼고 모든 것을 들은 아버지는 빠득 이를 갈았다.
“그 개자식이…!”
아버지 역시 사람이었구나.
내가 웃자 아버지는 불퉁한 얼굴로 말했다.
“넌 뭐가 좋다고 웃고 있느냐! 당장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아마 내일 쯤이면 여기저기 소문이 퍼질 터. 그 소문 때문에라도 교사원이 움직일거다!”
“하하… 아버지. 교사원주가 하후 숙부님입니다. 뭔…”
“이 녀석아. 교사원이 그리 만만한 곳인 줄 아느냐? 그리고 교사원의 집행조의 조장이 곽영의 사촌이야! 그자가 대놓고 널 제거하려고 한다면 어찌 하려는 것이냐!”
“괜찮습니다.”
조사 차원으로 날 부른다고 하더라도 날 고문을 하는 일은 불가능할테니까.
기껏해야 감옥에 가둬두는 정도겠지.
난 웃으며 아버지를 진정시켰다.
“영아?”
“지금 당장 아버님께 연락을 드릴게요. 그리고 오라버니들에게도.”
아버지가 문제가 아니라 영이가 문제였구나!
무서워라.
북풍한설처럼 차가운 표정으로 영이가 말했다.
“지금 중달 오라버니가 그쪽에 계시지요? 그리고 서 도련님과 방 도련님도 계시니까 걱정 없어요. 청이에게 말해서 위왕의 도움을 받고, 완이와 희아에게도 말해서 그쪽 가문의 힘을 모은다면 곽영 따위는…”
살벌하기 그지 없다.
영이의 싸늘한 기세에 나와 아버지가 놀랬다.
“영아? 괜찮으니까 내 말 좀 들어봐봐. 이번에 조사를 받으러 가는 것은 나와 교사원과의 거래야. 이 또한 작전 중 하나라고.”
“누구와 짠 작전인데요?”
영이의 질문에 난 대답하지 않았다.
아버지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혹시 복이냐? 아니면 통이? 그것도 아니면 수?”
“다 아닙니다. 하지만 정말 믿을 수 있는 사람입니다.”
“믿고 자시고가 중요한게 아니다. 곽영이 왜 너에게 역모죄를 씌웠다고 생각하냐?”
나에게 역모죄를 씌워봤자 사실 별 의미는 없다.
일단 조조가 나를 전적으로 신뢰하는데다가 조앙도 그들의 개수작은 신경쓰지 않을 정도의 심계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상황이 공교롭기 그지없다.
누가봐도 이것은 함정이고 모함이라고 생각될 만한 일이다.
“역모라는 것은 쉽게 넘어갈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아무리 헛소문이라고 하더라도 조사를 철저하게 할 수 밖에 없어.”
“그리고 조사를 받는 기간 아무런 업무도 할 수 없게 되지요.”
“그래. 곽영은 아마 그것을 노린 것이다. 조앙의 패를 전부 막아버리려는 수작이야.”
교사원에 잡혀서 조사를 받든, 아니면 진가에 잡혀 있든.
교사원에서 부르면 가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만큼 타지로 갈 수도 없고 사람도 쉽게 만날 수 없다.
곽영이 노린 것은 그것일 것이다.
“당장 네 친우들을 생각해보자. 그들은 아주 강한 힘을 가지고 있지만 당장 허도에 있지 않지. 그렇다는 것은 그들이 영향력을 끼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그동안 그들이 많은 이들을 포섭하면 어찌 하려는 것이냐.”
방통과 서복이 움직이려면 적어도 두달 이상의 시간이 걸릴 터.
그런만큼 당장 위험한 일이 생기면 벗어나기 어려웠다.
“네가 움직이지 못하는 틈을 노려 다른 녀석들을 쳐내려는 것이겠지. 뻔히 보이는 수다.”
“뭐… 양 사형도 있고.”
“지금 승상부에 몰리는 일을 생각하면 그도 쉽게 움직일 수 없어. 내 승상께 부탁드려 당장 현업에 돌아가달라고 하겠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당장은…”
“괜찮습니다.”
“도대체 네가 그토록 믿는 사람이 누구길래 그렇게 팔자 좋게 있을 수 있는 것이냐?”
아버지는 흥분한 어조로 말했다.
난 곰곰히 생각을 하다가 웃으며 답했다.
“믿을 수 있는 사람입니다.”
“하아…”
“아무튼 아버지. 부탁이 있어요. 아마 교사원에서는 내일 저녁 쯔음에 사람을 보낼 겁니다.”
“그래서?”
“내일 낮에 순선을 부를겁니다. 그리고 그 틈을 노려 조앙을 불러주셨으면 합니다. 이유는 순선에 대한 평가 때문이라고 해두지요.”
조앙은 청이의 오래비이며 채 사저의 남편이다.
결코 남이라고 할 수 없는 사람이다.
그런만큼 순선을 내 사위로 받아들이기 위해 그의 평가를 위해서라는 이유를 대면 문제는 없었다.
“알겠다. 그 문제는 내가 알아서 하마.”
“감사합니다.”
“에잉. 진짜 별 놈이 다 꼬이는구만. 이래서 중앙은 더럽다니까. 얘야. 넌 계속 이런 곳에 있고 싶으냐?”
정치라는 것이, 권력이라는 것이 얼마나 더럽고 치졸한 것인지 아버지는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중앙에 들어가는 대신 산양군에 계속 머무르고 계신 것일지도 몰랐다.
“있어야죠. 이제 거의 마무리 단계니까요. 조앙이 위왕이 되면 그때부터 좀 편해질 겁니다.”
“과연 편해질지는 의문이구나… 네가 나를 걱정하는 것처럼 나 역시 네가 걱정스럽다.”
“하하하… 오래간만에 아들을 보고도 반가운 척도 안하시던 분이?”
허도에 들어왔을 때 손주들만 챙기던 모습을 떠올렸다.
내 말에 아버지는 시큰둥히 대꾸했다.
“이 녀석아. 그럼 당연히 내 손주들부터 챙겨야지. 너도 네 자식들이 애들을 낳아봐라. 이렇게 되지 않나.”
아버지의 말에 난 어깨를 으쓱였다.
과연 그럴까?
난 웃었고 아버지 역시 피식 웃었다.
“알겠다. 그럼 너희들끼리도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으니 자리를 비켜주마.”
자리에서 일어나 아버지가 나가자마자 영이는 내 손을 꽉 잡았다.
“여보?”
“응?”
“가족끼리는 속이는 것 없어야 한다고 했죠?”
“응.”
“그가 누군가요?”
“어…”
이렇게 나오다니!?
영이가 묻는 이유는 오직 나를 걱정하기 때문이다.
영이는 나보다 사람을 더 잘 볼 줄 안다.
그런만큼 행여나 내가 엄한 놈에게 속는 것이 아닐까 싶어 묻는 것이다.
뾰로통한 얼굴로 날 올려다보며 묻는 영이를 끌어안았다.
“에구~ 우리 영이. 그렇게 이 오래비가 걱정스러웠어요? 우잉?”
“이거 놔요.”
장난으로 넘어갈 수는 없군.
영이의 말에 난 웃으며 안고 있던 손을 풀어주었다.
“놓으란다고 진짜 놔요?”
나보고 어쩌라고.
난 뻘쭘해하며 다시 영이를 안아주었다.
“말해봐요. 누구죠?”
“그 사람이 날 존중하듯 나 역시 그를 존중해야 하지. 자신의 정체를 밝히지 말아달라는 것은 그의 요청이야.”
“그래서? 그 사람이 아내보다 중요하다는 건가요?”
“그럴리가 있나.”
영이의 깨끗한 이마에 입맞춰주었다.
아까처럼 반항하지는 않는군.
“네가 나를 믿는 것처럼 나 역시 그를 믿어. 그거면 되지 않을까?”
“당신답지 않네요. 당신이 이렇게 말할 만한 사람은 별로 없을텐데.”
“하하…”
“방 도련님이나 서 도련님 정도가 아니라면…”
잠시 생각하던 영이의 입가에 빙긋 미소가 걸렸다.
대충 눈치는 챘나보군.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사람이 어떤 신분인지는 알거다.
“수경원의 사람인가요?”
“맞아. 그리고 그 외에도 연이 있고.”
사마의의 동업자.
사마의가 신뢰할 정도의 사람이 바로 가후.
가 사형이다.
“음… 누구려나. 제가 아는 분 중에는…”
“괜히 밝히려고 하지 말아줘. 그 사람이 지금까지 정체를 숨긴 덕분에 일이 괜찮게 흘러갔으니까.”
가 사형은 꾸준히 자신의 출신을 숨기고, 또 우리와의 관계를 가려왔다.
그렇기에 이런 수를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가 사형이 수경원 출신임을 밝히고 우리와 함께 움직였다면 곽영이 이런 허접한 수를 썼겠는가.
만약 알았다면 교사원을 이용해서 나를 막으려는 수 따위는 쓰지 않았을 것이다.
“아무튼 큰 문제는 없을거니까 너무 걱정하지마.”
난 영이의 볼에 쪽쪽 입맞춰 주었다.
새침한 표정으로 영이는 입술을 쭉 내밀었다.
“여기는요?”
“하하. 그래.”
말랑말랑한 입술에 입맞췄다.
그제서야 영이가 베시시 웃었다.
“정말. 당신 옆에 있으면 심장이 열개라도 부족할거에요. 얼마나 놀랬는지 알아요?”
내가 가슴을 토닥거리는 영이가 귀엽다.
그녀를 안아 준 나는 등을 쓰다듬어주며 말했다.
“가족들에게는 잘 말해줘. 아버지가 계시니까 큰 소란은 없겠지만…”
“이 일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 것이 좋겠죠?”
“음… 응. 그게 좋을거야.”
곽영은 분명 내 가족들의 움직임에도 시선을 두고 있을 것이다.
아버지나 영이라면 알아서 잘 움직일 수 있겠지만 다른 녀석들도 그럴 수 있을지는 좀 걱정이 되었다.
특히 청이.
제일 걱정된다.
내가 교사원에 끌려가면 뒤도 안보고 흑귀대를 이끌고 조가로 들어갈 것이 분명했다.
“청이 잘 잡아둬.”
“후훗. 예.”
영이는 베시시 웃으며 내 가슴에 안겼다.
다음날이 되었다.
집안의 분위기가 묘했다.
어제의 일 때문만은 아니었다.
분주히 움직이는 이들을 향해 난 담담히 말했다.
“야. 대충 해라. 대충.”
“에이~ 그래도 오늘 휘 아가씨의 정혼자가 오시는 날 아닙니까.”
“상견례하러 오는 거 아니거든?”
“우리도 귀가 있고 눈이 있는데~ 휘 아가씨가 그 도련님을 꽤나 맘에 들어하더만.”
흑귀대원들이 분주히 움직이며 청소를 하고, 또 집의 단장을 하고 있다.
그것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을 때 영이가 다가왔다.
“점심에 맞춰서 온다고 하네요.”
“그래? 자수 형님은?”
“청이랑 함께 오기로 했어요.”
내가 고개를 끄덕였을 때 희아와 완이가 나왔다.
둘 다 표정이 좋지 않았다.
어제 일 때문이겠지?
“서방님.”
“그… 언니께 이야기는 들었어요. 오늘…”
“하하. 그래.”
걱정하는 마음이 가득 담긴 시선에 난 견희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녀는 살짝 입술을 깨물었다.
“큰 일이 나지는 않겠지요?”
“별 일없을거니까 걱정마. 교사원주가 내 숙부님이나 다름없는데.”
“그랬으면 좋겠지만…”
아무래도 역모와 관련된 일이다보니 다들 분위기가 좋지 않다.
난 우울해하는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해 밝은 어조로 말했다.
“영아. 식사 준비는 어떻게 됐어?”
“거의 다 되어서 두열이 봐주고 있어요.”
“그래? 그럼 가서 너희들도 준비해. 손님이 오는데 그런 차림은 좀 그렇잖아?”
“알겠어요.”
내 눈치를 살핀 영이가 완이와 희를 데리고 안채로 갔다.
눈치빠른 마누라가 있어서 편하구만.
둘을 안정시켜주려고 그녀가 빠지는 것을 보았을 때 주령이 다가왔다.
“주군.”
“너 왜 그렇게 무장하고 있냐?”
“어제 흑귀대에게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교사원에서 주군을 찾아왔다고…”
“그런데?”
“저는 주군의 검이며 방패. 진가의 번견. 주군을 치려는 적을 어찌 그냥 놔두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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