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914
비록 모든 직위가 해제되었다고 하더라도 조비는 위왕의 아들.
그의 장례식은 거의 국상에 가까울 정도로 성대하게 치뤄졌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슬픔이 없는 것은 아니다.
조비의 어머니인 변부인이 울다 기절하고, 또 그것을 식이와 충이가 달래주었다.
“창이는 못 왔나?”
“예. 서량쪽의 원정이 아직 끝나지 않아서…”
“그렇군.”
조앙은 씁쓸한 표정이었다.
그는 나를 가볍게 잡은 후 뒤를 가리켰다.
“뒷일은 내가 처리할테니까 넌 관청으로 가봐라. 할 일도 많을텐데.”
“음… 예.”
장례식에 참석한 것이 불편했다.
어찌되었든 그를 잡은 것은 나이니까.
조가에 있는 것이 내키지 않았다.
내가 나가자 하후상이 따라 나왔다.
“괜찮으십니까?”
“뭐… 솔직히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군.”
“그… 승상복야.”
“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하후상과 인적이 없는 곳으로 향했다.
그곳에 도착하자 하후상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다들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내가 조비를 죽였다니 어쨌다느니 그런 이야기 때문에?”
“음… 예. 그리고 그것 뿐만 아니라 진가가 득세하는 것 때문에 우려하는 목소리도 생기고 있습니다.”
그럴 것이다.
내가 조비를 어찌 했다는 증거따위는 없다.
애초에 사마의가 증거를 남길 놈이 아니니까.
심증은 있지만 물증이 없으니 함부로 뭐라 말을 하지 못하고 뒤에서만 수근거릴 뿐 이었다.
대놓고 말할 수 있는 이는 이제 없었다.
양 사형과 조앙에 의해서 대부분 숙청되거나 곽영과 관련되었다는 것 때문에 관직을 잃었으니까.
다들 내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그리고 하후상은 그것을 언급했다.
하지만 네가 걱정하는 것은 그게 아닐텐데?
난 웃으며 말했다.
“진가가 권력을 독점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도 있겠지?”
“…예.”
부끄러워하며 하후상은 고개를 숙였다.
조앙의 최측근이 진가가 되며 하후가와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이야기가 퍼졌다.
교사원의 일 때문이었다.
내가 교사원에 잡혀가게 되며 하후가와 문제가 생기고, 또 권력을 두고 다투지 않을까 다들 걱정하고 있었다.
진가와 하후가가 본격적으로 붙게 된다면 이건 조비가 난리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기껏 조비의 죽음으로 안정을 가지게 되었는데 더 큰 위험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을 걱정하는 이들은 많았다.
“원양 숙부님은?”
“복귀하고 계시답니다. 오늘 쯤이면 허도에 입성하실겁니다.”
“그런가.”
“저는 비록 하후가이기는 하지만… 주군을 따르는 사람입니다. 만약 하후가를 치신다고 한다면 말리지는 못하겠지만.”
하후상의 표정은 어두웠다.
그 역시 하후가의 사람.
진가와 하후가가 대립하는 것은 내키지 않을 것이다.
그런 그의 어깨를 잡았다.
“걱정마.”
“예?”
“하후가와 대립할 생각 없으니까. 거기장군은 비록 나와 혈연이 없지만 내가 숙부님처럼 모시는 사람이야.”
“그럼…!”
하후상의 얼굴이 환해졌다.
그가 걱정하는 일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에 안심하는 듯 보였다.
“원양 숙부님이 오시면 바로 찾아뵐테니까 너는 마음 놓고 있어.”
“감사합니다! 주군!”
기뻐하는 하후상이 돌아간다.
그가 멀어지는 것을 보며 난 한숨을 내쉬었다.
“진짜 그러실 생각이십니까?”
“음…”
뒤쪽에서 걸어 온 것은 다름아닌 진림이었다.
이번 일로 최대 수혜자가 된 것은 다름아닌 그다.
중립이거나 항장 출신들을 대거 끌어들여 조앙의 파벌에 넣고 그를 따르게 만들었다.
그런 이들의 수장인만큼 진림은 아쉬워하고 있었다.
“하후가가 가진 것들을 빼앗는다면 진가가 더욱 강해질텐데. 아쉽습니다.”
“이미 충분히 강합니다. 굳이 그럴 필요 없어요. 진 상서.”
진림의 위치는 상서까지 올라갔다.
그는 히죽 웃었다.
“상서라니. 하하… 이거 잘만하면 상서령도 노릴 수 있겠군요.”
“뭐, 종 상서령께서 은퇴하시게 된다면 진 상서가 그 뒤를 이을지도 모르겠군요.”
“기대가 됩니다. 하하…”
비록 종요가 아직 정정하지만 그의 나이를 생각한다면 퇴직도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할 수 있었다.
아니, 퇴직하지 않더라도 머지않아 태위나 태공 정도로 승진하게 될 것이다.
그리 된다면 상서령의 자리는 비게 된다.
“승상복야께서는 승상부주가 되실 것이고… 이거 정말 미래가 기대되는군요.”
기뻐하는 마음에 물을 뿌리는 것 같지만 할 말은 해야겠군.
난 진림의 팔을 꽉 잡았다.
“진 상서. 한가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아이고. 얼마든지 말씀하십시요.”
“부디 과한 욕심은 내지 않아주셨으면 합니다. 많이 오셨잖습니까.”
“아…”
비록 필요에 의해서 진림과 관계를 맺게 되었지만 진림은 생각보다 괜찮은 사람이었다.
유들유들한 성격, 그리고 항장출신이기에 필사적인 모습.
그리고 자신의 보전을 위해서 노력하는 것.
그 모든 것이 내가 움직일 때 큰 도움이 되었다.
“진 상서같은 분을 잃고 싶지는 않습니다.”
내가 진지하게 말하자 진림은 한숨을 내쉬었다.
“저 역시 관리로서 욕심은 있습니다. 하지만 승상복야의 뜻을 거스를 정도는 아닙니다.”
“그거 다행이군요.”
기껏 나의 편으로 만들어 여기까지 끌어 올린 사람이 어이없는 이유로 나가 떨어지는 꼴은 보고 싶지 않았다.
진림이 확답을 해주자 난 안심했다.
“그럼 진 상서. 나중에 승상부에서 차나 한잔 하시지요. 천도의 문제로 나눌 이야기가 많습니다.”
“상서부에서 만나는 것은 어떻습니까? 집무실을 보여드리고 싶은데.”
문관들에게 있어서 꿈이나 다름없는 위치가 바로 상서령이다.
그 상서령의 바로 밑이 상서인 만큼 따로 집무실이 마련된다.
그것을 보여주고 싶어하는 진림을 향해 난 씩 웃었다.
“나중에 시간이 되면 꼭 들리겠습니다. 설마 아무것도 내놓지 않는 것은 아니시겠지요?”
“어휴. 비장의 차와 다과를 준비하겠습니다.”
“하하… 감사합니다. 그럼 저는 이만.”
“저는 좀 더 있다가 가지요.”
진림과 헤어진 후 곧장 관청으로 향했다.
조비의 장례가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계속 그곳에 있을 수는 없는 것이다.
흰 상복을 입은 관의 하인들을 지나쳐 승상부주의 집무실에 들어가자 양 사형은 피곤한 눈을 꾹꾹 누르고 있었다.
“좀 쉬셨습니까?”
“쉬기는… 조비의 장례 때문에 멈춘 일이 많아. 그 문제를 해결하려다보니 한숨도 못 잤다.”
“좀 쉬시지요. 제가 하겠습니다.”
“그래. 부탁한다.”
꽤나 피로해보이는 양 사형은 비치된 긴 의자에 누웠다.
머리를 대자마자 바로 곯아떨어져버린다.
코까지 골면서 잠들어버린 그를 대신해 업무를 확인했다.
“흠…”
서복에게서 온 보고다.
부여와 고구려에 대한 정보를 확인함과 동시에 조비가 보유하던 세력들을 유주목이 안정적으로 흡수했다는 보고였다.
서복이 한 일이니만큼 안심할 수 있겠지.
그 죽간을 옆으로 치운 후 다른 죽간을 보았다.
“허. 드디어 오는군.”
새로운 철을 생산하여 그것을 허도로 보내겠다는 보고서를 읽으며 탄성을 터트렸다.
곽가가 자신할 정도의 양질의 철이니만큼 잘만 이용한다면 정예들에게 새로운 창 정도는 마련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양은 적지만… 어쩔 수 없군.”
거기에 고구려와의 거래 문제에 대한 보고도 있었다.
“소금 거래라…”
고구려에서 생산하는 소금들의 수입을 서주에서 하겠다는 이야기다.
물론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괜찮으려나?
곽가가 고구려에 갈 때 해적들의 도움을 받고, 그 해적들을 수군으로 활용했다는 이야기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을 무역상으로 과연 쓸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일단 이건 맡겨놔야 하나…”
단순히 주나 주 끼리, 아니면 이민족과의 거래 정도라면 주목 선에서 해결할 수 있지만 고구려와의 거래는 국가의 문제.
거기에 소금이라는 주요 물품인만큼 중앙의 허락이 필요했다.
이건 내가 함부로 결정하기 힘들겠군.
보류해놓고 순욱과 상의를 해봐야겠다.
그 외에 미뤄진 일들을 처리하고 있을 때 벌컥 문이 열렸다.
“음?”
“여기 있었군.”
장군복을 입은 노년의 사내가 걸어온다.
하후돈이다.
그는 나를 보자마자 씩 웃으며 술병을 들었다.
“조카사위. 술 한잔 할 시간 되는가?”
“하하… 숙부님. 예상보다 일찍 오셨군요.”
“좀 발걸음을 바삐했을 뿐이네.”
하후돈의 말에 난 주변을 둘러보았다.
쌓여 있는 죽간들이 결제를 기다리고 있다.
난 그것들을 가리키며 한숨을 내쉬었다.
“마음은 그러고 싶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을 것 같군요.”
“저기 자고 있는 친구를 깨우면 되지 않겠나.”
“방금 잠들었습니다. 숙부님. 조가에는 다녀오셨습니까?”
“음… 그래. 다녀는 왔지.”
조가를 언급하자 하후돈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를 향해 난 쓴웃음을 지었다.
“죄송하지만 내일 제가 하후가를 찾아뵈면 안되겠습니까? 정말 죄송합니다.”
“으음…”
평소의 하후돈이라면 웃으며 넘어갔을 것이다.
하지만 하후돈은 작게 신음할 뿐 이었다.
“혹여 세간에 떠드는 소문 때문이라면 걱정마십시요. 저희가 남입니까?”
하후돈의 불편해보이는 표정을 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후가를 제치는 일?
딱히 그럴 생각 없었다.
내가 조비를 잡은 이유는 여러가지 측면에서 그것이 옳다 생각했기 때문이지 진가가 하후가를 제치고 위국의 이인자가 되니 마니 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하후가는 아직 남아 있어줘야 했다.
든든한 아군이 될 수 있는 가문을 굳이 배제할 필요가 있겠는가.
내가 진지한 시선으로 마주하며 말하자 하후돈은 어깨를 으쓱였다.
“어쩔 수 없군. 그럼 내일은 반드시 약속을 지켜야 하네. 알았지?”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숙부님.”
“흐. 그럼 고생하게나.”
하후돈이 나간다.
그가 나가고 잠시 후 양 사형의 목소리가 들렸다.
“하후가를 어떻게 할 생각이냐.”
“깨셨습니까?”
“어떻게 안깨냐?”
잠깐 눈을 감았다가 뜬 정도에 불과할텐데도 양 사형은 조금은 괜찮아 진 듯 보였다.
눈을 비비며 몸을 바로 한 그가 날 응시하자 난 담담히 말했다.
“어떻게고 자시고 없습니다. 지금과 똑같이 하면 됩니다.”
“하후가는 조가에 버금갈 정도로 거대한 가문이다. 그런 가문이 있다는 것은 위협이 될 수 있을텐데?”
“위협이요? 글쎄요… 딱히 그리 생각하지 않습니다만.”
“흠… 뭐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런 것이겠지.”
양 사형은 딱히 내 방침과 다른 의견을 낼 생각이 없는 듯 보였다.
양가 역시도 꽤나 명문이다.
양 사형의 아버지인 양표는 태위까지 올라갔던 몸이다.
그런 가문인 만큼 양 사형은 굳이 가문을 키워나가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하후가는 무가다. 그러니 나와는 별 상관 없지만… 진가는 좀 애매하잖냐.”
“저희도 문가인데요.”
아버지도 문관이고 나도 문관이다.
그런데 뭐가 애매해?
내가 떨떠름히 묻자 양 사형은 같잖다는 듯 콧방귀를 뀌었다.
“야. 네 업적과 진 군수님이 원술 잡은 업적 생각해보면 무가야.”
어떤 무가의 가주가 이렇게 허접한데?
난 그의 말에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이제부터 문가로서 행동할겁니다. 아무튼 하후가와는 딱히 마찰을 일으킬 생각이 없습니다. 오히려 퍼줬으면 퍼줬지.”
“뭘 얼마나 퍼주려고?”
“하후가에 사예교위직의 임명권을 주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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