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915
“헤에… 마땅한 인물이 있나?”
“글쎄요.”
아마 없을 것 같다만.
가장 괜찮은 인물이 바로 하후돈이다.
“거기장군께 맡기는 것이 속편하긴 하겠지만…”
“사예교위라면 사정장군과 비슷한 직위잖습니까. 거기 장군께 사예교위직을 맡기면 오히려 강등이나 다름없습니다. 뭐, 이 부분은 거기장군께서 알아서 하실 일이죠.”
내 대답에 양 사형은 무덤덤히 고개를 끄덕였다.
“흐음… 그렇다면 빈 자리 몇군데를 채우는 일도 아예 넘겨버릴까?”
“그것도 좋죠. 저희 일도 줄이고. 쓸데없는 권력싸움도 줄어들 것이고.”
권력을 독식할 생각따위는 없다.
그래봤자 적만 생긴다.
이유하의 기억 속에 있는 모 정치가 선생이 이런 말을 했었다.
정치에는 친구가 없다.
오로지 도구와 적만 있을 뿐이라고.
하지만 난 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독불장군만큼 위험한 것은 없다.
당장 동문의 사람들을 생각해도 그렇고 지금 다른 지역에 있는, 나와 뜻을 함께하는 이들을 생각해봐도 그렇다.
“그리고 저것들도 좀 줄일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러게. 작작 좀 보낼 것이지.”
양 사형과 나는 한쪽 구석을 보았다.
가뜩이나 문서들과 죽간으로 자리도 비좁은데 산처럼 쌓여 있는 상자와 선물들을 보니 머리가 아프다.
“뭔 선물을 이렇게 보내.”
“선물이라는 이름의 뇌물이잖습니까.”
진짜 많이도 들어왔다.
안그래도 집에도 꾸준히 선물 들어오는 것 때문에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했다.
진가의 방침이 오는 선물은 막지 않는다인데 이건 너무 과하다 싶을 정도다.
“들어 온 선물을 거절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니 명부는 잘 적어놨다만. 나도 사람인지라 욕심이 생기는군.”
“적당히 사람을 시켜서 돌려보내는 수 밖에 없겠죠.”
식품같은 것은 그냥 먹는다고 치더라도 금이니 촉금이니, 옥이나 보물같은 경우는 돌려보낼 수 밖에 없었다.
너무 과하게 먹으면 체하는 법이다.
그리고 자리는 한정되어 있고.
나와 양 사형은 서로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위에 올라왔다고 해서 좋은게 하나도 없군.
새벽까지 일을 하고 간신히 집에 들어왔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니 마당에서 성이와 휘, 그리고 율이가 오금희를 하는 것이 보였다.
셋이 나란이 서서 오금희를 하는 모습을 보니 웃음이 나온다.
마지막 자세를 끝낸 성이와 휘, 율이가 달려온다.
“벌써 일어났니?”
“아버지! 이제 오시는 겁니까?”
“그래. 꾸준히 하는구나.”
“몸을 단련하기에 아주 좋으니까요.”
“그래. 열심히 하거라. 이 아비도 어렸을 때부터 꾸준히 오금희를 했단다.”
“예! 어머님들에게도 들었어요. 예쁜 아이를 낳을 수 있다면서요?”
“…그, 그래.”
반짝거리는 눈으로 날 보며 휘가 말하자 율이는 내 옷자락을 잡았다.
“히히~ 저도 휘 언니처럼 예쁘게 되고 싶으니까 오금희를 열심히 할게요.”
전에 휘가 차려입고 나왔던 것이 인상적이었나보다.
벌써부터 율이가 이런 얘기를 하다니.
난 율이를 안아 들며 얼굴에 입맞춰 주었다.
“우리 율이도 마음에 드는 남자가 생긴 것이냐? 하하하!”
아직 어린 율이다.
아니겠지.
아니지?
아니라고 해주렴.
“저는 아버지랑 결혼할거에요!”
“어이구! 우리 율이!”
“아하하하~”
옥구슬이 굴러가는 듯한 소리를 내며 율이가 꺄르르 웃는다.
에구 이쁜것.
내가 율이를 잡고 안아주는 사이 간단한 아침훈련을 마친 흑귀대가 들어왔다.
“엥? 벌써 나가슈? 뭐 이리 빨러?”
“적당히 하쇼. 적당히. 몸 상해.”
혀를 차며 그들이 말하자 난 인상을 구겼다.
이제 나가기는.
“이제 들어오는 거거든?”
“아니 뭔 일이 그렇게 많데? 그러다가 죽겄수다.”
땀을 닦으며 다가 온 장삼은 율이가 손을 내밀자 율이를 가볍게 안아들었다.
나보다 키가 훨씬 큰 장삼이다.
이제는 중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그에게 안겼다고 솜씨좋게 목마를 탄 율이가 버둥거리자 장삼은 낄낄 웃었다.
“어이쿠! 높다~ 높아~”
“아하하하~”
“야. 위험하니까 적당히 해라.”
“매년 하던건데. 안 무섭지요? 아가씨.”
“응! 재밌어! 헤헤~! 난 나중에 크면 장삼이랑 결혼할거야!”
“너 이새끼.”
여기도 도둑놈이 있었구나!”
장삼의 머리를 잡고 있던 율이가 외치자 난 그를 죽일 듯 노려보았다.
그리고 장삼은 한심하다는 듯 짧게 혀를 찼다.
“거 애가 하는 말을 곧이 곧대로 듣지 좀 마쇼. 딸바보가 여기 있네.”
“시끄러워. 그나저나 요화는 어디갔냐?”
“지금 군수님과 같이 계실거요.”
“아버지와? 왜?”
“장례가 끝나면 조식 도련님과 조충 도련님을 데리고 돌아가신다고 하더군.”
“아…”
아버지도 산양군의 군수다.
언제까지 산양군을 비워 둘 수는 없는 것이다.
“지금 산양군에는 등애만 있는 건가?”
“등애 녀석과 낙통만 있을겁니다. 한 현령이랑. 아마 이번에 돌아가시게 되면 그쪽의 정리도 급한 일이겠지요.”
안뜰에서 나온 요화가 장삼 대신 답한다.
그는 빙긋 웃으며 장삼의 머리 위에 있던 율이를 받았다.
“어이쿠. 아가씨. 위험합니다. 저 놈은 위험한 놈입니다.”
“훗… 내가 좀 위험한 남자기는 하지.”
자신만만해하는 장삼을 걷어 찬 후 물었다.
“야. 그런데 그건 알아봤냐? 모가에 대해서 내가 알아보라고 하지 않았나?”
“지금 애들이 파악하고 있으니 정리해서 보여드리지. 오늘 밤에 가져다주겠수다.”
성이가 움찔한다.
모가는 모현의 아비다.
비록 이래저래 일이 많아서 미뤄두고 있었지만 이번에 허도에 왔고, 허도 생활을 하게 된 김에 성이의 결혼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생각되었다.
“휘야 뭐… 잘 지내는 것 같으니. 오늘은 안 만나니?”
“네. 장례식 때문에 찾아뵙기가 좀 힘드네요.”
내가 안된다고 발악을 해봤자 이미 가문에서는 거의 순선을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순가에서도 꾸준히 선물을 보내는데다가 순욱의 아내까지 저번에 찾아와 인사를 하고 갔었다.
진짜로 성이가 결혼만 하면 바로 예물을 보낼 것처럼 보인다.
“그래. 휘야. 내 생각에는 좀 더 여유를 가지는 것이 나을 것 같다만. 너와 짝이 되기에는 뭐시냐. 좀 그렇지 않느냐.”
“뭐가 그런데요?”
똘망똘망한 눈으로 날 보며 휘가 묻는다.
그리고 난 아무런 답도 못해주었다.
개인적인 감정을 제쳐둔다면 순선은 사윗감으로 정말 나쁜 것이 없기 때문이었다.
몸이 좀 약하다는 것 외에는 여자 문제도 없고, 재능도 좋고, 거기에 성격도 괜찮은 편이었다.
순가의 자식 치고는 야망도 적어서 나중에 성이와 마찰을 일으킬 것 같지도 않다.
밉다.
순선이 밉다!
내 딸을 데려가려는 그 놈이 밉다!
그런데 트집잡을 구석이 없어서 더 밉다!
“그만하쇼. 거 되게 추하네.”
장삼이 내 등을 가볍게 쳤을 때 안채에서 두열이 나왔다.
여전히 아름다운 미모를 가진 그녀는 마당에 있는 이들을 향해 밝게 웃었다.
“식사준비가 끝났어요. 어서 들어오… 어머? 가주님께서도 오셨군요.”
“그래. 다들 안에 있나?”
“예. 어서 오세요.”
그녀가 예쁘게 웃으며 말하자 우리는 정리를 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이렇게 가족끼리 모여서 식사를 하니 참 좋다.
배부를 정도로 밥을 먹고 나서 난 한숨을 내쉬었다.
“아버지.”
“왜?”
“산양군으로 돌아가신다면서요?”
“언제까지 여기 있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니냐. 나도 그쪽에 일이 있으니 가야지. 원검에게 준비하라고 말해놨으니 때가 되면 돌아가겠다.”
“흐음…”
이제 슬슬 얘기해봐도 되지 않을까.
난 웃으며 말했다.
“아버지. 이제 슬슬 은…”
“은퇴하라는 소리를 하면 너부터 진가에서 은퇴시켜주마.”
“아. 예…”
“후훗. 아버님은 누구도 막을 수 없을 것 같네요.”
희아의 말에 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인 후 품에 안고 있던 석이와 유에게 쪽쪽 입맞췄다.
“낯을 거의 가리지 않네요. 좋은건가.”
“이 녀석아. 나도 애를 셋이나 키운 몸이다. 이제 익숙해 질 만도 하지.”
씩 웃으며 아버지는 가볍게 팔을 흔들었다.
그게 재밌었는지 석이와 유가 꺄르륵 웃는다.
“그래. 며늘아가들아. 음… 이렇게 말하기는 좀 그렇지만. 괜찮다면 너희들도 산양군으로 가지 않겠니?”
아버지는 청이와 희, 완이를 향해 조심스레 말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이제부터 진가에 벌어질 일들 때문이었다.
“솔직하게 말하마. 이제 진가는 권력의 중심이 되었어. 그리 되면 부인들에게도 그 불똥이 튀게 마련이다. 지금 진가에 들어오는 선물 중에는 너희들 것도 있어. 만약 너희가 괜찮다면 상관없지만… 그것이 아니라면 산양군에 같이 갔으면 좋겠구나.”
아버지의 진지한 말에 청이와 완이, 희는 쓰게 웃었다.
아버지는 아버지 나름대로 가족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그리 말하는 것이었다.
청이는 희와 완이를 한번 본 후 고개를 끄덕였다.
“죄송합니다. 아버님. 그래도 저희는… 남편의 옆에 있고 싶네요. 저희 아이들도 그렇고. 성이와 휘, 율이를 키울 때는 서방님이 옆에 계셔주지 않았죠.”
“하아. 그렇겠지.”
아버지의 시선을 피했다.
아니 이건 내가 그러고 싶어서 그런게 아닌데.
내가 제일 아쉬운 것이 이거였다.
내 아이들이 자라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는 것.
매번 원정과 전쟁 때문에 이리저리 끌려다닐 수 밖에 없었다.
성이와 휘, 율이가 처음으로 선 것도 보지 못했다.
첫 걸음마도 보지 못했고 처음 말하는 것도 보지 못했다.
그것이 정말 아쉽다.
“이제 서방님도 허도에서 오래 계실텐데… 적어도 저희 아들이 커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희가 부드럽게 웃으며 말하자 아버지는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다.
그런 아버지를 향해 영이는 방긋 웃었다.
“아버님께서 저희를 생각해주시는 마음은 항상 감사하게 생각한답니다.”
“그래… 쩝. 어쩔 수 없지. 그럼 성이는 언제 보낼 참이냐?”
“정혼을 하고 나면 보내려고 합니다.”
성이가 내 아들이라지만 그렇다고 해서 태학에 보내지 않을 생각은 없었다.
지금 주목할 만한 젊은이들은 대부분 태학의 졸업생이다.
그런만큼 태학에서 제대로 배운다면 그 인맥을 활용하기도 좋다.
이번에 내가 수경원의 인맥 도움을 얼마나 많이 받았는가.
그것을 생각한다면 동문이라는 이름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저희 진가의 봉지가 산양군과 서주의 사이에 있으니까… 일단 봉지에서 살게 하며 힘을 줘볼 생각입니다. 힘을 가지면 인간은 본성을 드러내기 마련이니까요.”
“그래. 태학에 입한한 이들 중에 결혼을 하거나 이미 정혼을 한 이들도 있으니까. 문제가 되지는 않을 거다. 만약 모가가 괜찮은 자고, 또 모현이 정말 괜찮다면 서주에서 살며 태학에 다니는 것도 좋겠지.”
아버지의 말에 난 고개를 끄덕인 후 성이를 보았다.
성이는 약간 긴장한 듯 보였다.
“괜찮겠지? 일이 잘못되더라도 나를 원망하지는 않았으면 좋겠구나. 가문이 나쁜 것 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 집이 가난한 것도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인성이 거칠어 문제를 일으킬 자라면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
“알겠습니다.”
성이가 인정하자 난 가볍게 박수를 쳤다.
“자… 그럼 나는 하후가에 들렀다가 바로 모가를 만나러 갈테니 준비들 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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