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932
“…음.”
곽가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 것인지 알 것 같았다.
일산화탄소 중독을 이용해서 오군을 쓸어버리겠다는 이야기였다.
아니 이 인간은 도대체 어떻게 되먹은 인간이지?
난 그를 노려보다가 입을 열었다.
“화타 어르신. 잠시만 자리를 좀 비켜주시겠습니까.”
“그래.”
화타는 불편하다는 표정으로 바깥으로 나갔다.
화타라면 쓸데없는 소리는 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었다.
난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대충 무슨 생각을 하시는 건지는 알 것 같군요.”
“흐흐… 그렇지? 장 성주.”
“예.”
장료가 바깥으로 나가자마자 난 자리에 앉았다.
곽가는 히죽거리며 웃고 있었다.
나를 바라보는 시선에 그는 두려움이나 죄책감 따위는 없어보였다.
이 책략이 성공한다 하여 곽가가 얻을 수 있는 것은 없었다.
나와 조앙을 내세워 신비성을 올리는 책략이다.
그것을 위해서는 이 일을 꾸민 것에 대해서 아무도 알지 못해야 했다.
그런만큼 곽가는 자신의 책략이 성공해도 자신의 명성에도, 그리고 업적에도 입에 담지 못한다.
그런데 곽가가 이런 책략을 제안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우연인지 필연인지 내 주변에는 책사들이 꽤나 있었다.
그렇기에 곽가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이런 미친 종자 같으니라고.”
“크흐흐…”
광기에 물들어 있는 눈이다.
젠장.
미칠 거면 곱게 미칠 것이지.
이 인간은 미쳤다.
책략을 꾸미고, 그 책략의 성공에만 미쳤다.
그 외에는 아무것도 관심이 없는 자다.
순수하게 책사 그 자체인 곽가를 노려보며 말했다.
“이 돌을… 갈았습니까?”
“그래. 내가 원하는 모양을 만들려면 꾸준히 갈아야 했지. 갈다보니 몸이 점점 망가지더군. 하하… 역시 자네는 뭘 좀 아는구만.”
이제서야 저 인간이 왜 진폐증에 걸린 것인지 알 것 같았다.
광부들이 많이 걸린다는 진폐증은 광산의 먼지를 많이 들이마셨기 때문이다.
아무리 석탄을 캐는 일을 담당했다고 하더라도 곽가의 위치라면 광산에 들어가지도, 그리고 이것을 캐고 가공하는 것을 보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이 인간이 폐병이 걸린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자기가 직접 했기 때문이다.
난 곽가를 보며 물었다.
“혹시 그 사고들도 당신이 일으킨 겁니까?”
서주에서 일어난 사고들.
진짜로 되는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 그가 저지른 것이 아닐까?
내 질문에 곽가는 고개를 저었다.
“그런 소리 말게나. 그정도로 미친 것은 아니니까.”
난 품에 있는 위왕패를 만지작거렸다.
쓸까?
그냥 묶어서 어디 산골 요양원에 가둬버릴까?
오늘 내일 하는 인간이기에 보일 수 있는 광기에 솔직히 짓눌릴 것 같았다.
“좌장군과 제가 이번 일에 쓰여야 한다는 것은… 저희의 이름을 팔아 제사라도 지내려는 것 같은데… 맞습니까?”
“그렇지.”
“어디입니까. 준비를 해 둔 곳이.”
“지금 파악하고 준비하고 있는 곳은 총 다섯 곳이야. 그 중 하나가 내일 쯤이면 완성될 것이고.”
곽가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그의 말에 난 등 뒤에서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내가 허락하지 않아도 어떻게든 실행할 인간이다.
이제 자기 죽는다 이거지?
뒷감당 생각하지 않는 그를 보며 난 한숨을 쉬었다.
“일단 문제가 있습니다.”
“무슨 문제?”
“일단 첫번째 문제. 오는 한번의 패배로 뒤로 물러난 상황. 그리고 그들은 지금 병력을 형주 쪽을 향해 집중시키고 있습니다.”
곽가가 말한 다섯곳.
그곳에 분명히 함정이 설치되어 있을 것이다.
그 함정이 어떤 함정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이 석탄, 이유하의 세상에서는 무연탄이라고 한다.
그 무연탄을 숨겨 놓았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무연탄을 숨겨 놓더라도 그들이 오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함정이라면 그들이 들어와줘야 하는데… 가능하겠습니까?”
” 만약 오가 합비가 아닌 형주를 공격한다면 끝이지. 내 책략의 요지는 합비를 지키는 것이지 형주를 지키는 것이 아니니까.”
형주든 합비든.
오가 차지한다면 북진할 수 있는 길을 얻게 된다.
이유하의 세계에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속담이 있다.
그것을 생각한다면 오의 입장에서는 어디든지 길만 얻으면 된다.
그들의 목표는 중원을 얻음과 동시에 위국을 치는 것이니까.
하지만 곽가는 그딴 것은 알바 아니라는 투로 말했다.
그 말 때문에 확신했다.
승리든 패배든 관심이 없다.
세력의 이득에는 알바 아니다.
책략을 사용함으로써 누가 고통을 받든 말든 관계없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생각한 책략이 어떤 식으로 움직이고, 또 그것의 성공 여부 뿐이다.
죽을 때가 되어서 진짜 미쳐버린 건가?
천천히 말한 곽가는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또 두번째는 뭔가?”
“두번째. 그들이 와도 그 함정이 있는 곳에서 쉴까요? 당신도 알겁니다.”
난 석탄을 상자 안에 휙 던졌다.
“이것으로는 절대 단기간에 적들을 잡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밀폐된 공간조차 아니라면 더욱 그렇죠. 화공이라도 쓰려는 겁니까? 하지만 아시겠지만 이거. 불 잘 안붙습니다. 화공을 쓰려면 차라리 기름을 쓰지.”
일산화탄소 중독의 경우 대기중의 일산화탄소의 농도에 따라 다르지면 적어도 2시간 이상의 시간이 필요했다.
즉 문제가 생기면 얼마든지 자리를 이동할 시간이 있다는 것이다.
“저 역시 노숙과 만난 적이 있지만 그놈도 보통 놈은 아닙니다. 위험하다고 생각한다면 절대 발을 들이지 않는 놈이죠.”
노숙은 정치가다.
그는 오로지 이득만을 원하는 자.
그렇기에 얼마든지 뒤로 물릴 수 있는 여유와 마음가짐을 가진 사람이다.
그가 과연 위험을 감수하고 그 함정이 있는 곳에 들어가려할까?
내 의문에 곽가는 낄낄 웃었다.
“내가 노리는 것은 노숙이 아니야.”
“그럼?”
“손권이지.”
“손권 역시 정치가입니다. 그도…”
“워~ 아니지. 그는 정치가가 아니야. 애초에 정치가였다면. 그가 정말 이득을 생각했다면 합비를 공격하지 않… 커억! 쿨럭! 쿨럭!?”
곽가는 낄낄 웃다가 기침을 토해내었다.
하얀 천에 붉은색 가래가 섞여나온다.
내가 그것을 보며 인상을 구기자 곽가는 떨리는 손을 들었다.
“무… 물 좀.”
진짜 잘하는 짓이다.
남의 죽음을 이야기 하기 전에 자기 죽음부터 어떻게 했으면 좋겠다.
내가 얼른 물을 가져다 주자 그는 몇번이나 벌컥거리며 들이마셨다.
“빌어먹을 몸뚱아리… 아무튼 하던 이야기를 계속해보자. 만약 손권이 이득을 생각했다면 그는 절대 합비를 공격해서는 안되지. 차라리 양주와 교주를 바친 후 그곳을 지배할 수 있는 권한을 받는 게 나아.”
맞다.
예전에 손책과 거래한 것도 이런 내용이었다.
위국이 크게 커지게 된다면 차후 협력하자고.
그리고 그것은 손견의 이상이기도 했었다.
“손권 그 애송이는 정치가도, 책사도, 장군도. 뭣도 아니야. 그저 바라는 것은 자신의 위상을 올리고 업적을 세우고 싶어하는 제 아비와 형만 못한 덜떨어진 쥐새끼일 뿐이지.”
“말씀이 너무 심하신 것 아닙니까?”
“미안하지만 나는 돌려말하지 못하는 사람이라서. 그리고 돌려말하고 싶지도 않고.”
곽가는 피가 잔뜩 남아 있는 천을 휙 던졌다.
저놈의 독설은 여전하구만.
그는 무시무시한 눈으로 날 쏘아보았다.
“예전에 손권과 만난 적이 있다면서?”
“그야…”
“그리고 손권에게 엄청난 굴욕을 줬다고 들었다만.”
“예.”
손권의 여동생인 손상향이 청이를 모욕했었다.
그리고 나는 그녀의 처형을 명령했었다.
손권은 사정사정하며 내게 빌어가며 그녀의 목숨을 살리고 유배보내는 선에서 끝냈다.
나에게 있어서도 딱히 좋은 기억은 아니다.
솔직히 내 마누라 모욕한 계집애를 살려둔 것도 탐탁치 않았으니까.
만약 손책, 그리고 주유와의 연이 아니었다면, 그리고 상황만 되었다면 사지를 찢어 죽이지 않았을까 싶었다.
“손권은 너에게 오체투지하며 빌었다. 하지만 그의 속내는 엄청나게 굴욕적이었을거다.”
“그렇겠죠.”
명색이 손자의 자손이며, 또한 손가라는 이름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던 그다.
그런 그가 나에게 무릎꿇고, 사정하며 빌기까지 했다.
당연히 엄청나게 자존심이 상했을 것이다.
“그는 너에게, 그리고 위국에게 증오심과 함께 자격지심을 가지고 있지.”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강동에 보내 놓은 첩자의 보고다. 엄덕왕이 있을 때 너와의 관계가 아주 좋았어. 그렇지?”
“예.”
“그리고 강동에는 마마를 물리친 천신장과 그 천신장에게 명령하는 위왕의 그림, 그리고 사당이 많이 있다. 좋겠어? 천신장?”
날 놀리려고 이런 이야기를 꺼낸 것 같지는 않았다.
내가 말없이 바라보자 곽가는 히죽 웃었다.
“그 사당들. 철거되고 있다.”
“그렇습니까?”
솔직히 너무 오래 된 떡밥이기도 하고 이미 그걸로 뭔가 해먹겠다는 생각은 이제 없었다.
꽤 써먹은 것이기 때문에 이용가치가 없다고 생각했다.
“아쉽지 않냐?”
“애초에 저는 괴력난신을 별로 안좋아해서…”
“하지만 사람들에게는, 그리고 배우지 못한 병사들에게는 그런 미신이 무척이나 중요하지.”
“그래서?”
“손권 역시 괴력난신에 불과하다는 이유로 그 사당들을 철거하고 있어. 하지만 실상은 달라. 진짜 이유는 너에 대한, 그리고 전하에 대한 질투심이다.”
이건 또 뭔 소리래?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곽가는 낄낄 웃었다.
“장사 일대에는 손견을 기리는 사당과 함께 손자를 모시는 사당이 남아 있어. 그런데도 그것에는 손을 대지 않고 너와 위왕을 모시는 사당만을 없앤다. 따지고 본다면 손자나 손견을 위하는 사당 역시 괴력난신의 일종이다. 그런데도 왜 손권이 그러는 것 같나?”
“하… 치졸하긴.”
“사람은 원래 그런 것이다. 그만큼 그는 너를 견제하고, 위국을 질시하고 있지.”
작게 기침한 곽가는 천천히 말했다.
“그 질투심을 이용한다.”
“그러니까… 제가 제사를 지내고, 그 제사를 지낼 때 하늘의 명을 받은 위왕의 후예인 좌장군과, 그 좌장군의 명을 받은 제가 함정을 설치한 곳을 신지(神地)로 만들어 금역으로 말해둔다면.”
“그래. 손권은 너에 대한 질시, 그리고 마마를 물리친 천신장 따위는 거짓이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라도 그곳에 거점을 세울 것이다. 그리고 신벌따위는 없다고 떠들겠지.”
곽가의 말에 난 한숨을 쉬었다.
“말처럼 되겠습니까?”
“말처럼 되겠냐고? 하하하하!!!”
크게 웃은 그는 눈을 번뜩였다.
“모사재인 성자재천. 나는 그저 일을 꾸밀 뿐이다. 하늘이 내 마지막 책략을 거절한다면… 그럼 그 뿐이지. 실패한 거야. 그것이면 된다.”
“마지막 책략같은 소리를. 댁의 이야기는 전부 들었으니 됐습니다.”
난 품에서 위왕패를 꺼냈다.
“위왕의 명령을 전하겠습니다. 곽 대부. 당신은 지금 이 순간부터 대부직에서 물러나도록 하시오. 그리고 요양을 명하겠소.”
“거절한다면?”
“그럼 강제집행이지. 꽁꽁 묶어서 허도로 압송하는 수 밖에 없는데.”
곽가는 나를 향해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어디 써먹지도 못할 비루한 시체 한구 끌고 가고 싶으면 그렇게 하든가.”
이 인간이 진짜!?
내가 화를 내려 하자 곽가는 나를 향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이게 내 마지막이다. 이 책략을 끝으로… 책사 곽가는 세상에서 사라지게 될거야. 나의 마지막을 방해하지 말아주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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