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948
“노 군사. 그럼 이 대군이 어디에 거점을 마련해야하오? 매복에 당하지 않고, 또 화공을 피할 수 있는 곳. 거기에 넓직한 평야까지. 그 곳들은 모두 진유하가 신역으로 지정한 곳이오.”
능통의 말을 들은 노숙은 입을 다물었다.
“진유하가 신역을 만든 이유가 신역이라는 이름만으로 우리가 함부로 쉬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라면?”
“자신의 이름을 이용해 책략을 낸 것이란 말씀이십니까?”
“그렇지.”
주위에서도 비슷한 판단을 내린다.
하지만 노숙은 고개를 저었다.
“그 인간이 그렇게 쉬운 인간은 아닙니다만…”
“노 군사. 그리 불만만 말하지 말고 그럼 대책을 내놔주시오. 거점을 어디에 만들자는 말이오? 그럼?”
노숙 역시도 정봉을 보내 거점이 될 만한 곳을 찾아보았다.
하지만 가장 좋은 곳은 진유하가 신역으로 삼은 곳이다.
그곳이 아니라면 나머지는 몇천여 정도만이 머물 수 있는 작은 곳들 뿐.
그나마도 이래저래 오물들이 많고, 또 험난한 곳이었다.
거점을 만들기에는 좋지 않다.
“신역을 제외한 곳에 이, 삼천여명의 거점을 만들 만한…”
“그러다가 각개격파 당하오. 저번 일을 잊었소? 그 미친 자가 오기라도 한다면?”
“어…”
미친 자.
차마 이름조차 부르기 힘든 자.
능통과 장흠, 진무, 송겸.
손권의 뛰어난 장수들 모두의 안색이 흐려진다.
아니, 그들 뿐만이 아니다.
주변의 병사들 역시 표정이 일그러졌다.
“아직도 눈을 감으면 그자의 목소리가 떠오르더군.”
“…그건.”
“이제 그것을 갚아 줄 때요.”
손권의 고개를 돌렸다.
그때의 끔찍함을 생각하니 아직도 이가 갈렸다.
“…알겠습니다.”
“정 불안하면 노 군사. 군사는 군을 나누어 다른 곳에서 머무는 것도 나쁘지 않겠구려. 어디가 괜찮겠소?”
“음…”
“잘 생각해보시오.”
“파로각이 있는 곳 근처에 거점을 마련하지요. 그곳 역시 신역으로 지정된 곳이지만…”
손권과의 연계를 생각한다면 한길평야 근처에 진을 꾸리는 것이 나았다.
그는 한숨을 내쉬었고 손권은 만족했다.
“잘 생각하셨소.”
.
.
.
장료는 천천히 눈을 떴다.
보고를 마친 첨병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그의 손에 들려 있는 정찰 보고서.
장료는 짙은 눈썹을 꿈틀거렸다.
“오의 쥐새끼들이 또다시 기어나오는구나.”
옆에 놓여진 청룡언월도를 잡았다.
예전 관평에게 받은 이후로 자신의 무기가 되어 있는 묵직한 언월도다.
어지간한 기술로는 복제조차 힘든 무기다.
그것을 잡고 장료가 일어나자 그의 옆에 서 있던 가면의 사내가 차분히 말했다.
“성주. 어쩌시려는 겁니까.”
“흥. 적이 왔다면 치러가면 되는 일.”
“치는 것도 좋지만 지금 합비에는 인원이 부족합니다만.”
합비에 있는 병력은 지금 일만여명 뿐.
정찰 결과 적의 수는 팔만이 넘었다.
거기에 장수들 조차도 부족했다.
악진이야 둘째치더라도 악침과 장호는 아직 경험이 적은 애송이에 불과하다는 것 쯤은 알고 있다.
장료는 희미하게 웃었다.
“그래서?”
“지금은 지원을 기다려야 할 때입니다. 또한 기다려야 할 때지요. 아직 적들이 거점조차 마련하지 못했으니…”
“후… 좋아. 자네는 나가보게.”
첨병이 나가자 장료는 흥분을 가라앉힌 후 가면인을 보았다.
그가 천천히 가면을 벗는다.
이제 막 서른이 된 젊은 사내를 응시하던 장료는 씩 웃었다.
“육손. 자네는 승상복야의 추천으로 왔다고는 하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보여주지 않았지.”
“그럴 수 밖에 없지요. 하지만 행정적인 일처리에서는 꽤나 성과를 내지 않았습니까.”
“그렇긴 하다만.”
어깨를 으쓱인 장료는 무덤덤한 어조로 말을 이어나갔다.
“행정적인 일을 잘한다고해서 군문에 능하다는 것도 아니야.”
“틀린 말씀은 아닙니다.”
“자네는 이제 어찌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교사원의 요원이라는 신분을 가지고 온 진유하의 책사다.
책사라고 하지만 너무 어린데다가 이렇다 할 실력도 보지 못했다.
군략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인지도 궁금하다.
자신의 실력을 의심하는 장료를 마주하며 육손은 차분히 말했다.
“제가 알기로는 곽 대부께서 설치한 함정이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그래. 전에 말해주었지.”
사실 말할까 말까 고민했었다.
장료로서도 이 자를 완전히 신뢰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의 성실함이나 오에 대한 적의를 보면 일단은 같은 편이라고 볼 수 있었다.
그렇기에 함정에 대해서 말해주었다.
장료조차도 반신반의하는 함정이었다.
그저 이어진 밧줄에 불을 붙이는 것이면 된다니.
그 밧줄은 잘 숨겨져 있지만 어떻게 될지는 장료도 확신할 수 없었다.
“만약 그 함정이 정상적으로 발동된다는 가정을 한다면… 문제는 없겠지요. 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를 생각해야 합니다.”
도대체 그 함정이 어떤 함정인지를 알아야 대응책을 세우지.
장료도, 그리고 악진도 그 함정이 어떤 것인지 말해주지 않았다.
결국 서주까지 가서 곽가에게 물어볼 수 밖에 없었던 육손은 심각한 어조로 말했다.
“그 밧줄로 불을 피우면 독이 퍼진다… 믿기십니까?”
“승상복야께서, 그리고 곽 대부께서 그리 말씀하신 것이다.”
“만약을 대비해야 합니다. 실패한다면, 그리고 예측했던 대로 성과가 나지 않는다면.”
“실패한다면… 그것으로 끝이네. 나가 싸우면 된다.”
장료가 언월도를 잡자 육손은 쓴웃음을 지었다.
저번 전투때도 그리 했다지만… 과연 막아낼 수 있을까?
오도 꽤나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두번이나 당할 정도로 노숙이 그리 만만한 사람이 아니다.
육손이 고민을 하고 있을 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빠르게 육손이 가면을 착용한다.
그가 준비를 끝내자 장료는 차분히 말했다.
“뭔가.”
“성주님. 산양군에서 식량의 지원이 왔습니다.”
“오…”
중앙에서 내려오는 식량의 지원은 없다.
신년제 이후 막대한 물자의 지원 이후로 계속되는 지원은 없었다.
그 또한 책략의 일부라는 말을 육손이 해주었지만 합비를 지켜야 하는 장료 입장에서는 불안할 뿐 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산양군의 지원이라니.
감사할 따름이다.
장료가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 문이 열렸다.
“어서 오게.”
“오래간만에 뵙습니다. 장 성주님.”
식량을 가지고 온 것은 다름아닌 조식이었다.
조조의 아들이며 현재 산양군의 창읍현령.
예전에도 몇번 만났고, 또 산양군에서 물자 지원을 할 때 자주 오던 이였다.
그가 왔다는 것에 장료는 안도했다.
“하핫. 뒤는 호위인가? 자네도 교사원의 호위를 받고 있을 줄은 몰랐군.”
자신의 옆에 있는 육손처럼 가면을 쓰고 흑의를 입은 이이다.
교사원은 위국의 감찰조직이며 개개인이 뛰어난 무장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일개 현령이 그런 이들의 호위를 받다니.
조식도 많이 컸다고 생각하며 장료가 희미하게 웃었다.
그의 말에 조식은 난감해했다.
“호위… 하하. 호위라고 보기는 좀.”
가면을 쓰고 있던 호위들이 천천히 가면을 벗는다.
가면 안쪽에서 드러난 얼굴.
그것을 본 장료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정…!”
“쉿.”
사내는 가면을 탁자에 내려 놓았다.
드러난 얼굴.
장료로서는 결코 잊을 수 없는 얼굴이었다.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자신의 상관이었으니까.
“어째서 여기 계십니까?”
놀란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장료를 향해 사내.
전 정북장군 서복은 빙긋 웃었다.
“거기장군 덕분에 내가 움직일 수 있게 되었지.”
자리에 앉은 서복은 장료의 옆에서 가면을 쓰고 있는 육손을 보았다.
“자네도 가면을 벗게. 육손.”
“…저에 대해서 잘 아시는 듯 싶군요.”
정북장군 서복.
진유하의 친우이며 형제와 같은 자.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냉철한 판단력으로 오랜기간 북방을 다스린 자다.
그가 자신을 알고 있다는 것에 놀라면서도 육손은 침착하게 가면을 벗었다.
“합비에서 올라온 상소는 잘 봤어. 아주 잘해주었군. 장 성주. 자네가 한 것인가?”
“그렇지는 않습니다. 이 친구가 했지요.”
장료가 슬쩍 육손을 보았다.
하후돈과 진유하의 대립에 대한 소문은 합비에도 퍼져있었다.
조만간 진가가 숙청당할지도 모른다, 하후돈이 숙청당할지도 모른다.
별에 별 희안한 소문들이 퍼지는 가운데 장료가 진가를 위해 군을 이끌고 업으로 가려고 하던 것을 육손이 막았었다.
그것이 고육계일지도 모른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겨우 장료를 설득해 상소만 보내는 정도만 했을 뿐 군사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었다.
그것이 맞았다니.
육손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자네의 판단은 아주 좋았네. 꽤나 신중하게 움직이는 것은 중요한 일이지.”
“과한 칭찬. 감사합니다.”
“그럼 이제부터 장군께서 지휘를 맡으실 예정이십니까?”
북방에서 보여 준 서복의 능력이라면 충분하다.
서복이라면 믿고 합비의 지휘를 맡길 수 있었다.
장료가 웃으며 묻자 서복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내가 해야 할 일은 따로 있지. 유하에게 듣기로… 이곳에 만들어 놓은 함정이 있다던데.”
“그것을 신뢰하실 수 있으십니까?”
육손은 아직 그 함정에 대해 확신을 할 수 없었다.
과연 서복은 어떨까?
육손의 질문에 서복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십할 신뢰하지. 그럼 바로 시작하세.”
“시작…? 하지만 지금 합비의 병력은 고작해야 일만여 뿐입니다. 장군부의 명령에 의해서 정병을 빼고… 지금 있는 병력은 일반병 뿐입니다. 그에 반해 적들의 수는…”
육손이 떨떠름해하며 말하려 하자 서복은 싸늘히 웃었다.
“나 역시 군략가 나부랭이. 전투에 있어 정병의 수와 질이 중요하다는 것 쯤은 알지.”
“…그 말씀은?”
서복의 입가에 그려진 자신만만한 미소에 육손은 무언가가 뒤통수를 강하게 후려치는 느낌을 받았다.
정북부가 폐쇄되었다.
그리고 흑귀대는 정규군에 들어가느니 차라리 낙향하겠다고 했었다.
흑귀대.
진유하가 산양군에서 만든 진가의 정예병.
그들이 낙향한다.
그렇다면 그들의 고향은 어디인가.
육손의 입가에 짙은 웃음이 걸렸을 때 서복이 말했다.
“내가 혼자 왔을 것 같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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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을 둘로 나누었다.
한길평야에는 손권이 이끄는 공성부대와 후공부대.
도합 이만오천의 병력이 머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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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파로각에는 노숙이 이끄는 주 공격대 이만오천이 머문다.
후방에는 이만의 군을 이끄는 여몽의 추가지원 부대가 서주와 이어지는 길목을 막기로 했다.
또한 칠일 후에는 오의사성가문과 나머지 인원들이도합 삼만의 병력을 이끌고 올라 올 것이다.
총 병력 십만.
합비에 있는 병력은 자신들이 아는 것만 일만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아무리 공성전이라고 하더라도 공략이 불가능하지는 않는다 생각한다.
많은 공성병기들까지 준비했다.
그럼 괜찮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로각에 설치되는 진채를 보며 노숙은 찝찝함을 금치 못했다.
“신역이라… 신역.”
도대체 왜?
진유하는 무엇 때문에 신역을 설정한 것일까.
그리고 그 신역의 의미가 무엇일까?
“군사. 막사의 설치가 끝났습니다.”
“음… 그래. 사기가 좋지 않을테니 밥과 고기를 먹이도록 하게. 배불리 먹어야 싸울 수 있지.”
어느새 뉘엿뉘엿 해가 지고 있었다.
언제 적이 움직일지 모른다.
그렇다면 준비를 철저히 하는 수 밖에.
“합비의 반응은 어떻지?”
“특별할 것이 없습니다. 다만 산양군에서 지원군과 물자를 보낸 것 같습니다.”
“물자를… 병력은 얼마나 되던가?”
“약 오천 정도 입니다.”
“그래…”
첩보에 의하면 업에서 장군부의 수장인 하후돈의 강력한 요청에 의해서 정북장군이 해임되었다.
암살자를 보낸 일이 이렇게 돌아 올 줄이야.
노숙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정북부에는 흑귀대가 있었지. 그놈들이 낙향했다고 하나 쉽게 볼 수 없어. 그 지원군이 흑귀대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겠군.’
흑귀대가 낙향한다면 산양군으로 갈 것이다.
그리고 산양군수라면 그들을 그대로 흡수하겠지.
그 오천여의 병력과 물자는 산양군수 나름대로의 수라고 볼 수 있었다.
‘고작 오천…’
장료가 두렵기는 했다.
하지만 저번의 전투에서 장료에게 당한 것은 예기치 못한 기습에 당했을 뿐이다.
그의 무력이 생각보다 강하고, 또 기습으로 인해 병사들을 제대로 운영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정봉 뿐만 아니라 강동의 강한 맹장들이 모였다.
주태, 진무, 능통, 동습까지.
거기에 후방에는 여몽이 대기하고 있었다.
오의 사성도 후방에서 대기하고 있다.
이번 전투는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 하는 전투.
아낌없이 다 끌고 왔다.
“정봉.”
“예.”
주태의 뒤를 잇는 강자라 불리는 정봉이 고개를 숙였다.
“장료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지?”
“글쎄요… 저는 직접 보지 못했지만… 필경 강한 자겠지요. 하지만 그게 다라고 생각합니다.”
젊은만큼 자신감이 넘친다.
정봉이 싸늘히 말하자 노숙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번 전투에 참여했던 이들의 대부분은 장료라는 이름에 너무 눌려 있었다.
그 역시 인간.
칼에 맞으면 죽는 인간이다.
과하게 눌려 있을 필요는 없다.
노숙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허나 주의해서 나쁠 것은 없지. 만약 문제가 생긴다면 바로 군을 이끌어 후퇴할 준비를 하도록.”
“합비의 병력은 고작해야 일만여… 그나마도 정예병이 아닙니다만.”
“그렇겠지… 하지만 아무래도 불안하군.”
저번 전투때는 어땠지?
고작해야 오백에 불과했다.
그 오백에 밀려 후퇴를 했었다.
그러니 방심할 수는 없다.
“거점의 설치가 끝났습니다.”
“그래. 첨병을 위한 병사들을 정리하고 병사들을 쉬게 하게나.”
건업과 시상에서 올라 온 병사들의 피로를 풀어줘야 한다.
사기는 그리 좋지 않았다.
일단 저번 전투에서의 패배.
그리고 장료라는 이름.
그 이름을 넘지 못한다면 합비 공략은 요원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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