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978
수룡주에 대한 점령이 완료되었다.
식량은 꽤 여유가 있는데다가 수룡주에서 키우던 돼지나 닭도 잡았다.
수룡주에 살고 있던 하인이나 하녀들은 불안해했지만 딱히 그들을 건드릴 생각은 없었다.
애초에 위국이 도적놈들처럼 약탈이나 하는 놈들을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니까.
수귀단이 조금 걱정이었지만 그들도 약탈 금지명령을 순순히 받아들였다.
터주의 장원에서 난 채모와 함께 술을 마셨다.
“괴 군사는?”
“다른 이들도 있으니 그들과 함께하기로 했습니다. 부를까요?”
“아니오. 괜찮소.”
나나 채모와 있는 것보다는 부하들과 있는 것이 편하겠지.
채모의 잔에 술을 따라주었다.
술을 받은 채모도 내 잔에 술을 따라준다.
잔과 잔이 부딪히자 우리는 단숨에 술을 비웠다.
“크… 쓰구만. 채 도독. 고생 많으셨소.”
“아직 끝난 거 아니잖습니까.”
“그렇지…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제 남은 것은 건업 정도 뿐. 수전은 이제 없을지도 모르겠구려.”
장강을 제외한다면 수군이 활약할 일은 없을거다.
채모는 씁쓸해하며 술을 한모금 마셨다.
“뭐. 이제부터는 바다를 생각해야 할테니.”
“하핫! 그렇지요.”
장강에서의 전투가 끝나고, 채모는 수군을 이끌고 서주로 가기로 했다.
서주의 바다에서 배를 움직이며 수군이 바다에 익숙해지게 한다.
그리고 채가와 괴가가 힘을 합쳐서 배를 만들기로 했다.
이유하의 지식이 아무리 허접하다고 하지만 항해를 위한 배의 형태 정도는 알고 있었다.
강을 이동할 때 쓰는 누각선과는 다른, 대항해시대에 쓰이던 서양 범선.
그 형태를 고안해준다면 나머지는 알아서 하겠지.
“다만 배를 만든다는 것은 위험하며, 시간도 많이 걸리는 일이오. 그리고 나도 잘 모르고.”
“채가에도 장인들이 많으니 그들의 협력을 받아내도록 하지요. 하하… 바다를 누빌 배를 만든다고 한다면 다들 기뻐하며 달려올 것입니다.”
이유하의 지식에서 얻은 배에 대해서 대충이나마 채모에게 말해준 적이 있었다.
그때 채모는 심각한 표정으로 그것을 생각해왔다.
지금의 누각선들과는 생김새 자체가 다른 배다.
그러니 고민이 될 수 밖에 없겠지.
그 고민을 해결하는 것은 채가와 괴가에 맡기도록 하자.
“투석기와 수레에 쓰인 나무 정도의 탄력과 강도, 내구도가 필요하니… 그쪽의 연구소에도 협력을 받아야겠습니다.”
“얼마든지. 채 도독께서 원하시는 것은 다 하시오.”
장강에서 이런 승리를 얻어냈는데 뭘 못해주겠냐.
우리 채 가주.
하고 싶은거 다 했으면 좋겠다.
“채 도독이 아니었다면 이번 전쟁은 이렇게 쉽게 풀리지 않았을거요. 그 전공을 이용한다면 필요한 것은 모두 얻을 수 있을거요. 그리고 진가에서도 지원을 해줄 것이고.”
“감사합니다. 하오나 이번 승리는 승상복야의 지원과 도움이 있었기 때문에 이룰 수 있었던 것입니다.”
“아니오. 하하… 이번 전쟁의 제 일등 공신은 채 도독이 되시겠군.”
“저같은 늙은이가 공신이 되어서 뭘 하겠습니까.”
채모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를 향해 피식 웃은 나는 한숨을 쉬었다.
“그럼… 건업 공략 작전은 세워놨소? 무호항을 점령하는게 쉽지 않을텐데…”
“따로 공략이라고 할 것이 있겠습니까. 수룡주에서의 전투로 오는 더 이상 방어할 여력이 없습니다. 아니, 적어도 장강에서 힘을 쓸 수는 없겠지요.”
수룡주를 방어하기 위해 어선까지 끌어모을 정도였다.
그렇다면 더 이상 배를 내놓기도 힘들 것이다.
어쩌면 수전은 이번이 마지막일지도 몰랐다.
“그럼 상륙한 후 바로 육군의 전투가 시작된다는 거군.”
“그렇다고 볼 수 있습니다.”
“흐음…”
긴 시간이었다.
내가 술을 한모금 마시자 채모는 웃으며 물었다.
“그나저나 아까 그 여인은 누구입니까? 미모가 훌륭한 것이… 승상복야께 아주 잘 어울리겠습니다.”
이 인간이!?
나에게 부인들이 있는걸 알면서도 농을 던진다.
그러고보니 유표공략전이 끝난 이후 채가와 괴가에서 연락이 왔었다.
나, 혹은 성이나 휘와 정략혼을 맺자고.
물론 딱 잘라 거절했었다.
더 이상 정략혼의 의미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형주 쪽은 더 그랬지.
채모의 웃는 얼굴을 보며 난 고개를 저었다.
“아내들이 슬퍼할테니 싫소.”
“운이 좋은 사람은 넘어져도 금을 줍는다더니… 이런 전장에서도 저런 전리품을 취하는 것을 보면 승상복야의 운은…”
어라?
채모도 모르나?
난 그를 빤히 바라보았고 채모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그러십니까?”
“채 도독도 모르시오?”
“모르다니… 아. 혹시 그녀가 손상향입니까?”
“아니오.”
손상향이었으면 그냥 목 잘랐지.
“하후패의 말로는 보연사라 하더이다.”
“보연사?”
채모는 심각한 표정으로 신음하다가 손가락을 튕겼다.
“아! 그 보연사!? 보가의 보옥?”
“보가의 보옥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보가의 여식이라고 하더군. 그나저나 채 도독께서도 아시는 정도라면 뭔가 이름난 여인이오?”
“이름이 나기는 났습니다.”
“뭐로?”
그나마 형주에 있어서 그런지 강남의 소식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는 모양이다.
채모는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
“보연사는 명가인 보가의 방계쪽 여인입니다. 현명하고 미모가 대단하며, 그 특유의 상냥함과 부드러움으로 많은 이들에게 존중받고 있지요.”
“음. 그렇군. 그리고?”
“그게 답니다.”
“…응?”
꼴랑 그게 다야?
내가 당황하자 채모는 더 당황했다.
“아니 그럼 더 뭐가 있어야 합니까?”
“그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름이 났다길래.”
“예쁘면 된 것 아닙니까? 그리고 마음씨가 아주 선량합니다. 어. 그리고… 이번에 주환과 약혼을 했다고 하더군요.”
“주환과?”
“예. 원래는 손가의 가주와 혼인을 하니 마니 소문이 나 있었습니다. 하지만 손권은 자신의 사촌동생과 이미 결혼을 한 몸이지요. 보가가 가벼운 가문도 아닌데 방계라 할지라도 첩으로 보내겠습니까.”
“흐음… 그런가.”
“이래저래 소문만 무성히 나던 와중에 노숙의 중재로 주가의 가주와 약혼을 맺었습니다.”
“노숙의 중재? 아. 그러고보니 노숙이 그녀를 집에 데려다 주라고 했었소.”
“주가가 손가와 손을 잡은 이유도 보연사와 관련되어 있다고는 합니다만. 아무리 그래도 여자 하나 때문에 주가가 그렇게 나오겠습니까?”
여자 때문이라.
역지사지로 생각해보았다.
만약 내 아내들을 위해서 마음에 안드는 놈과 손을 잡아야 한다면?
“…난 잡을 것 같은데?”
“예? 하하하. 애처가시군요.”
“흐… 들켰구만.”
그래도 공처가라고는 하지 않는군.
채모는 가볍게 웃으며 내 잔에 술을 따라주었다.
그 술을 홀짝거리자 채모는 여유로운 어조로 말했다.
“보연사 때문만은 아니더라도 손가와 노가에서 이래저래 양보한 것도 있습니다. 그 건에 대한 자세한 것은 주환에게 물어보면 될 것 같습니다.”
“그렇구만. 뭐 다른 것은 없소?”
“흐음…”
턱수염을 쓰다듬으며 생각하던 채모는 손가락을 튕겼다.
“아! 보즐은 슬하에 여아가 없어 방계인 보연사를 무척이나 아낀다 들었습니다. 다른 방계들도 다 남자라고 하더군요. 어… 그 외에는 진위여부가 불확실한 소문들 뿐인지라. 보연사가 노숙의 제자라는 둥, 첩이라는 둥. 혹은 어머니가 되어 줄 여자였다는 둥.”
“그런 소문은 왜 난거요?”
“보즐이 보연사를 데리고 노가에 자주 왔다갔다 했었습니다. 그것 때문에 그러는 것이지요. 말씀드렸다시피 진위여부는 없습니다. 노가를 경계한 다른 호족가에서 퍼트린 헛소문일 수도 있고.”
“그런가… 그럼 그 소문은 일단 제쳐둬야겠군.”
확실한 정보만 생각해보자.
남자만 있는 집안에 여자 형제라면 아낄 수 밖에 없겠네.
즉 보연사를 얻으면 보가를 손에 넣을 수 있다… 뭐 그런 거라고 봐야 하나?
머릿속으로 계산을 좀 해보니 얼추 답이 나왔다.
“이제 좀 이해가 가네.”
“무엇이 이해가 가신다는 겁니까?”
“주가가 왜 이제와서 손가와 손을 잡았는지. 노숙의 말로는 보연사는 자신과 친한 사람이라고 하더이다.”
“보연사를 주환에게 소개시켜줌으로써 보가가 주가와 함께 힘을 합치게 한다… 뭐 그런 겁니까?”
“일단은 그렇다고 볼 수 있겠지.”
“그리 되면 손가의 힘이 약해지지 않겠습니까? 보가는 명가이지만 아직 오에 가담하지 않는 가문인데… 보가를 따르는 이들도 많은 만큼.”
“노숙 입장에서는 당장의 위기를 넘어서야 했고 주환 입장에서는 이번 위기만 넘기면 자신이 오를 차지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거요. 어쨌든 보가는 명가고, 꽤 힘이 강한 가문이니까. 결국은 동상이몽이었군.”
주환에게 보가를 넘긴다 하더라도 노숙은 주환을 이길 자신이 있었던 거다.
그리고 주환은 보가를 손에 넣고 이 일을 빌미로 노가까지 손에 넣어 오를 차지하려 한거고.
한가지 일로 둘이서 다른 생각을 하다니.
이러니 깨지지.
난 저승에 있을 노숙에게 짧게 혀를 찼다.
네 실수가 하나 더 있다.
주환같은 놈을 그냥 내버려 뒀다는 거.
나 같으면 위와 싸우기 전에 오의 사성가를 다 잡아버린 후 움직였을 텐데 말야.
우리가 다시 술잔을 기울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누군가가 문을 두드렸다.
“누구냐.”
“패입니다.”
문을 연 하후패는 조심스레 말했다.
“보연사가 깨어났습니다. 만나보시겠습니까?”
“어쩌시겠습니까? 원하신다면 자리를 피해드리지요.”
채모는 귀빈실에 있는 침상을 보며 선선히 웃었다.
아니 이 노인네가.
청이가 알면 화내고 완이가 알면 시무룩해지고 희가 알면 울거다.
그리고 영이가 알면 무서워지겠지.
난 콧방귀를 뀌었다.
“흥. 가둬놔. 자결 못하게 하고.”
“그렇게만 합니까?”
“그럼 어쩌게?”
철벽과 같은 방어벽!
괜히 엄한데 얽혀서 아내들을 슬프게 하고 싶지 않다.
하후패는 씩 웃었다.
하후패 역시 청이와 꽤 연이 있는 녀석이다.
내가 보연사정도 되는 미녀에게도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이 마음에 든 모양이다.
“명을 따르겠습니다.”
그가 나가자 채모는 크게 웃었다.
“하하하!! 승상복야께서는 뭐가 그리 두려우십니까? 영웅에게 삼처사첩은 기본이거늘!”
“이미 사처요. 그리고 나는 천하 제일의 미녀가 우는 것보다 내 아내들이 우는게 더 걱정되오.”
“그저 만나기만 하는 것인데?”
“군자는 위험한 길을 가지 않는 법이라오. 자. 술이나 더 합시다.”
“하하… 예.”
채모와의 술자리가 끝났다.
그가 방으로 돌아가자 난 혼자 남은 채 바람을 쐬었다.
내가 술이 약하다는 것은 채모도 알고 있었기에 적당히 마시고 끝냈다.
“승상복야. 패입니다.”
“응. 들어와.”
하후패가 안으로 들어온다.
그는 작게 한숨을 내쉰 후 보고했다.
“보연사라는 여인이 승상복야를 뵙기를 간곡히 청하고 있습니다만. 어찌할까요?”
“어찌해야겠냐?”
“예?”
하후패는 당황했다.
명가의 여인이든 나발이든 관직이 없는 여자다.
그게 미녀든 추녀든 법대로 간다면 그녀가 나를 알현하려면 꽤 많은 절차를 거쳐야 했다.
하후패는 당황하다가 조심스레 다시 말했다.
“그야 당연히 거절해야지요.”
“그럼 그렇게 하려무나.”
“하지만 보연사를 얻는 자는 보가를 얻는다고 합니다. 보가는 강동에서도 큰 영향력을 끼치는 가문인만큼… 보연사를 취하시는 것이 승상복야께 도움이 되지 않겠습니까?”
얘가 지금 뭔 소리하는거야.
난 하후패에게 다가가 그와 어깨동무를 한 후 물었다.
“넌 네 누이 우는 꼴 보고 싶냐?”
“그, 그건 아니지만.”
하후패도 청이와 피만 이어지지 않았을 뿐이지 거의 친누나처럼 따르고 있었다.
“그런데 보연사를 취하라고?”
“그게 취한다는게 꼭 여인으로 받아들인다가 아니고 정략의 패로 쓸 수 있는 것 아닙니까.”
“지금 내 주변에 결혼 안한게 너 뿐인데… 원하냐?”
“제 취향은 아닙니다만. 저는 뭐랄까. 청 누이처럼 좀 강단이 있고 강한 여인이 좋아서.”
하후패는 칼같이 잘라냈다.
아까 본 보연사는 확실히 예뻤다.
뭐랄까.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생각될 부드러움을 간직했다고 해야할까?
하지만 그게 다다.
그 부드러움 얻겠다고 내 마누라들 슬프게 만드느니 그냥 내 마누라들에게 부드러움을 얻고 만다.
나도 칼같이 잘라내자 하후패는 납득하고 뒤로 물러났다.
“알겠습니다. 그럼.”
하후패가 인사하고 나간다.
난 침상에 앉은 후 한숨을 쉬었다.
“이제와서 정략혼 할 이유도 없고…”
영이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결혼은 정략혼이나 다름없었다.
그때는 각 지역을 점령하는 문제도 생각해야 했다.
오를 점령하기 위해서 보연사를 처로 받아들인다?
큰 의미가 없다.
보가가 명가이기는 하지만 합비 전투 이후로 내 이름과 위국의 위명은 강남에도 크게 퍼져나가고 있다.
거기에 오의 경우는 호족 연합체인 만큼 굳이 소개까지 받아가며 그들을 회유할 필요는 없었다.
적절히 그들이 먹을 거리만 던져주면 되는 것이다.
또 저번에 회유하며 꽤 많은 호족과 명가를 받아들인만큼 굳이 보가까지 손에 넣을 이유는 없다.
손에 넣으면 좋지만 넣지 않아도 강남 지역을 다스릴 수 있다.
난 창 밖을 보며 작게 중얼거렸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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