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The Unfinished Lord RAW novel - Chapter 455
455화
승태의 물음에 사마의가 잠시 말을 멈칫하며 잠시 생각을 하는 듯하자 승태가 물었다.
“무슨 생각을 합니까?”
“그저 원소와 유표를 생각하였습니다.”
승태는 살짝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가후의 말과 굉장히 비슷하였기에 앞으로 나올 말과 의미 또한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일이었다.
“장자 승계라는 정도를 이야기하는 것이오?”
“그렇사옵니다. 응당 신료들이 다른 생각을 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장자가 승계해야 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것이 유교적으로 옳은 이야기이기에 그런 것이오,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이오?”
승태의 물음에 사마의는 몸을 낮추고 엎드리며 답하였다.
“소신, 그저 후일의 나라를 생각할 뿐이옵니다. 송의 근간은 본시 주군과 주군을 위신한 현신(賢臣)들에게 있사옵니다. 하나 그러한 일이 후대에도 동일하게 이루어지리라고 쉬이 믿기는 어려운 법입니다.”
사마의는 승태가 나라를 창건한 일에 대하여 상찬을 하면서 띄웠으나, 승태는 딱히 기쁜 마음은 아니었다. 나라를 만들고자 하였으나 자신이 생각한 길은 아니었다. 도리어 자신이 원하지 않은 조조와 비슷한 길로 들어서 모두의 피 위에 올라선 느낌이었다.
그러나 그 일이 사마의에게는 다르게 느껴지는 것 같았다. 무엇이라 말하기 어렵지만, 그의 목소리 안에 열망과 의지가 느껴졌다. 그리고 그 목표가 사마의의 말 속에서 느껴졌다.
“하니 천하는 주군의 성음으로 이루어진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주군의 의지가 법으로 세워지고, 주군의 의지가 응당 새로운 전통을 대신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주군의 나라가 한조를 대신하여 수대를 이어 나갈 것입니다.”
천년만년의 제국을 꿈꾸는 것은 나라를 세우는 이들에게 모두 있는 목표였다. 그것은 단순히 창건자만 그런 것이 아니라, 창건자를 위시한 그의 신료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들 또한 자신의 이름과 가문이 나라와 같이 영원하길 바라는 일이었다. 그러한 마음을 사마의는 품고 있는 듯싶었다.
“만대를 이어 갈 나라는 천하 만민이 자신이 속한 나라, 아국을 생각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또한 그 후대가 이러한 생각을 이어갈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승태는 그러한 노력을 기울이더라도 나라가 만대를 이어 나가지 못할 것임을 알았다. 그러한 마음을 품은 자들이 대체 몇 대나 가겠는가. 그런 생각이 지나갔으나 이내 사마의의 말이 이어졌다.
“이러한 나라가 되는 기본은 당연함이옵니다. 자신의 이익을 숨기고 명분을 앞세우기에 스스로도 부끄러워 감정에 감히 의문을 제기하지 못하여야 합니다. 하여 후계를 세우되 이 후계가 공고하여 누구도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여야 합니다. 원소와 유표를 돌아보시어 후대의 혼란이 없도록 하소서.”
승태는 바로 사마의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사마의의 말이 틀린 것은 없었다. 그저 지금 그런 말을 내뱉는 존재가 원래의 역사에서 나라를 무너트리는 단초를 만들었다는 점만 제외하면 말이다.
“알겠소. 내 명심하지.”
사마의는 승태가 대답하는 목소리에서 자신의 말이 무엇인가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다. 순간 승태가 다른 인물을 후계로 점지하고 있는 가라는 생각하고 있었지만, 딱히 무엇인가 떠오르는 것은 없었다. 조단의 능력을 넘는 인물이 없으니, 다른 후계라는 선택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사마의는 그다음 말을 듣고 승태가 하는 걱정의 의미를 알았다.
“고는 내 핏줄들이 서로에게 칼을 겨누는 일이 없었으면 할 뿐이네. 국가의 분열과 망조가 여기서 나온다고 할 수는 없지만, 자네가 말한 그 당연함의 혼란을 주게 만드는 일이니 말이야.”
“하니 더더욱…….”
“단순히 장자가 국본의 자리에 올라간다고 당연함이 만들어지지는 않네. 스스로 능력이 있다고 믿는 이들이 나타날 뿐이니 말이야.”
“하면…….”
“서로 견제하되 외적이 오면 손을 잡고, 왕이라 한들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지 않으며, 신료들은 왕을 견제하고 민초들은 나라를 위해 그들을 감시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야 할 것이야.”
사마의는 순간 무어라 말을 할 수 없었다. 나라란 무엇인가라는 개념부터 흔들린 것이기 때문이었다. 민이라 하면 그저 국가의 구성이자 소모품과 같은 존재일 뿐이었다. 그러한 사람 중에 뛰어난 인물이 있으면 백성, 즉 성이 있는 인물이 되어 나라의 구성이 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러한 민이 신하를 견제한다는 것은 생각한 적이 전혀 없는 일이었다.
“민은 백성을 말하는 것이옵니까?”
“아니네. 백성이라 함은 응당 성이 있는 자들이 아니던가? 그들은 신과 걱정과 이익을 공유하니, 서로가 이익을 나누지 않기 위해 견제할 수는 있어도 결국에는 서로가 서로를 보호하는 울타리가 될 것이네. 그러하니 다른 세력이 필요한 것이네. 장인, 상인, 어부, 농민들이 서로의 이익을 대변하고 뭉치게 만들어야 할 것이야.”
“그들이 천하의 움직임을 이해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사족들은 응당 배우고 익혀 나라의 움직임을 배우나, 그들에게 나라를 운영하는 일은…….”
“나라의 운영을 사족들만 한다는 것 자체가 한조의 개념이지 않겠는가? 땅이 있는 호족과 그들의 집단으로 된 이들이 나라를 운영하게 되는 것, 그것 자체가 그들을 위한 일들만 이어질 것이네. 그렇지 않은가? 이익이 다르고 걱정이 달라야 서로가 견제할 것이 아닌가?”
사마의는 고개를 숙인 채로 무엇인가 골몰히 생각하였다. 이익은 탐하고 욕망하는 것이었다. 그것이 같다면 서로 빼앗겠지만, 그들의 이익은 결국 땅 위에 있었으며 그 위에는 성리학이 있었다.
“유자를 정녕 끝내실 것입니까?”
사마의도 결국에는 유자라고 불리는 이들 중 하나였다. 그렇기에 자신과 같은 선에 있을 이들에 대하여 묻는 것은 이상한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맥락이 너무 튀어 나가 있기는 했다.
승태는 그런 사마의를 바라보며 잠시 생각했다.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기쁘지 아니한가? (學而時習之 不亦說乎 학이시습지 불역열호) 친우가 멀리서 나를 찾아오며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 붕우자원방래 불역락호) 남이 나의 학문을 알아주지 않더라도 노여워하지 않는다면 또한 군자가 아니겠는가?(人不知而不溫, 不亦君子乎 인불지이불온 불역군자호) 공자께서도 이리 말했을진데, 어찌 유자들은 새로운 것을 배우려 하지 않고 나라의 울타리 안의 친우를 멀리하며 자신의 학문을 알아주지 않는다고 분노하는가?”
승태는 한숨을 내쉬었다. 어찌하여 유자라는 인간들은 자신의 불만만 이야기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었다. 아마 유학의 발전은 한나라 이후, 국학이 되어 버리면서 멈추어 버린 듯싶었다.
“공자께서 이룬 유학은 다른 것을 받아들이면서 세를 늘렸으며 그 뒤로 묵가, 농가, 도가, 등의 학문을 받아들여 유가의 눈으로 인(仁), 효, 충, 의를 해석하였지. 그러면서 진나라 때는 탄압을 받으면서도 법가에서 필요한 점을 얻지 않았는가?”
승태의 열변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결국 다른 백가쟁명의 학문을 모두 제치고 작금에 학자와 유자란 이름은 동등해졌네. 한데 지금의 유자들은 어떠한가? 배움을 멀리하여 새로운 것을 배우기 전에 그것을 거부하고, 도 새로운 학문을 익히는 자들을 이단이라 칭하며 친우까지도 버리며, 자신의 배움을 널리 떨치는 것이 아니라 권자의 이익과 부합하여 군주의 개가 되지 않았는가? 그대가 생각하기에는 이런 것이 유학의 도리인가?”
사마의는 아무런 말을 할 수 없었다. 유학이 지금까지 살아남은 이유는 분명 승태의 말대로 다양한 것들을 차용하여 자신들의 입맛에 맞도록 바꾸어 발전시켰으며, 그뿐 아니라 학문을 국가에 접목하여 군주의 정당성을 만들었다는 공과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금의 과를 맹렬하게 비판하는 승태에게 무슨 말을 하겠는가.
“그대가 나를 대신하여 유자들과 싸워 주게.”
승태의 말에 사마의는 살짝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그게 무슨…….”
“유자들을 설득하고 포섭한 뒤, 충을 기르고 법도를 가르치며 사농공상의 질서를 혁파하는 인물이 되어 주게.”
사마의는 순간 가슴이 턱 막히는 듯하였다. 그제야 승태의 생각을 알 것 같았다. 고래로부터 내려오던 자신의 가문, 사마씨의 힘은 순가나 원가보다는 못할지도 모르지만, 은밀하고 끈끈한 인연으로 묶여 있었다.
그랬기에 사마 가문은 언제나 한발 물러나 세태를 바라볼 수 있었고, 힘을 감추며 권자의 옆에서 세를 불려 왔다. 그런데 승태는 사마의에게 직접 앞으로 나서라 명한 것이었다. 그것은 가문이 바라는 점과 너무도 다른 방향이었다.
나라보다는 가문, 망국에 이르더라도 가문만은 살아남아 있어야 한다는 방향과 말이다. 그러나 그러한 사마 가문을 이끄는 사마의에게 승태는 다른 욕망을 꿈틀거리게 하였다. 너무나 커서 바라볼 수도 없는 그런 꿈을 말이다.
“그대의 능력을 내가 모르겠는가? 그대의 능력은 응당 장량과 소하와 같을 것이네. 스스로를 암막으로 덮고 있지만. 가문 또한 그러하지. 교토(狡兔)보다 더 많은 곳에 근거를 세우고, 이를 감춘 능력은 대단하다고 할 만하네. 하나 이제 그 능력을 무거운 유학을 깨고 만백성에게 퍼트리는데 힘을 쓴다면 말이야…….”
승태의 말 하나하나는 마치 사마의의 귓속에 다른 욕망을 불어 넣는 악마와 같았다.
“나와 현신들이 세운 송은 그대의 가문을 어찌 생각하겠는가?”
승태가 묻자 사마의는 침음을 삼키었다. 나라의 기치를 아는 이들은 사마 가문을 숭상할 것이었다. 국시의 첨병이 되어 충의가 아니라 광신으로서 승태가 이루고자 했던 것을 이룰 것이니 말이다.
“송의 힘이 천하를 뒤덮고, 한나라가 천하라 부르는 천하를 넘어 내가 일전에 말한 바다를 건너 왜를 넘고, 서방의 라마를 넘어 그 권위가 우뚝 선다면 하늘과 땅 아래 사람들은 사마 가문을 어찌 생각하겠는가? 자네가 말한 송나라의 기조가 될 그 전통과 생각을 사마 가문이 첨병이 되어 알리고, 그들을 그 생각 아래 복속시킨 광경을 생각해 보게.”
승태가 더더욱 자세히 말하며 물었다. 사마의는 답하지 못했다. 생각도 하지 못한 일이었다. 그저 승태와 조비를 이용하여 사마 가문의 힘을 키우고, 더욱 큰 힘을 자신의 손에 넣고자 하였다. 사마의의 지식은 한조를 벗어나 있었으나, 중원이 곧 천하라는 인식에서 탈피되어 있지는 않았다.
그런 사마의에게 승태는 지식을 약간 열어 주었다. 마치 과거 양수에게 보여 주었듯이 말이다.
“광명을 찾은 가문이 될 것이네. 그리고 그 주체는 사마 가문이 될 것이고 말이야.”
사마의는 계속해서 들으면 안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악마의 유혹이 그러하듯이 승태의 말은 계속해서 흘러들어 왔다.
“나라는 수백 년을 가지 못하지만, 학문은 천년을 넘는다네. 송나라에서 조씨의 이름은 점차 잊혀지겠지만, 그 뒤는 그대의 이름이 찾아 올 것이네. 가장 앞에서 가장 치열하게 싸웠으니 말이야. 혹시 모르지…….”
승태는 잠시 말을 길게 늘어뜨렸고, 사마의는 저도 모르게 더욱 귀를 기울였다.
“사마 가문이 공씨를 대신하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네.”
“……!”
사마의는 몸을 부르르 떨며 고개를 숙였다. 승태는 그 모습을 보다가 더 이상 대화를 나누지 않고 사마의에게 나가 보라고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