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The Unfinished Lord RAW novel - Chapter 461
461화
황권의 수군은 하제의 수군과 맞붙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그들은 배라도 구하려는 듯 계속 뒤로 물리며 군을 빼기 시작하였다.
하제는 이를 보며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였다. 방통이 고한 것은 그저 자신들이 황권을 쓰러트릴 것이라는 말뿐인데, 황권의 수군으로 보이는 이들이 죄다 군을 물리고 있으니까 말이다.
하제는 순간 황권이 군을 물리며 자신들을 깊숙이 끌어들이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이에 하제는 매복을 경계하며 그들을 쫓지 않았다.
“묘하군, 묘해. 빨리 상황을 확인해야겠어. 우리가 얼마나 깊이 들어갈지 판단해야 할 것이니 말이야.”
“명을 받들겠습니다.”
하제는 멀어지는 저들을 바라보며 턱을 쓰다듬었다.
“설마… 뭐, 도적놈들처럼 무서워서 도망갔을 것 같지는 않은데 도대체 뭐 하는 것인지 모르겠군.”
황권의 명성이야 하제가 모르는 바도 아니었다. 그간 전투를 들으며 감탄을 터트린 적도 한두 번 있을 정도였는데, 그런 황권이 도적들이 관군을 만나 무서워 도망치는 것처럼 그냥 사라졌을 리는 없지 않겠는가.
“아니. 감괴가 이끌던 놈들만 하여도 기괴한 방법으로 수군을 골치 아프게 하였는데, 황권 은 무슨 수를 쓸지 참으로 걱정되는 바이군.”
마음 같아서는 무장의 차이로 밀어 버리고 싶었다. 그러나 정규병들을 상대로 그런 방법을 쓸 수 있는 것은 압도적인 전력 차이가 날 때나 가능한 것이었다. 상대방이 겁을 먹어야 밀어 버릴 수 있는 일이었다.
그것이 하제에게는 가장 익숙한 방법이었고, 또 가장 확실한 방법이었다. 적들이 자신들과 몇 번 싸우더라도 무너지지 않는 모습을 보면 이윽고 스스로 무너지며 으스러지곤 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저들이 겁을 먹은 것이 아니라, 계산된 모습을 보여 주며 자신들을 끌어들이면 그 두려움은 자신들을 집어삼킬 것이었다.
하제는 언제나 자신에 대한 자신감 아래에 이러한 걱정을 깔고 움직이고 있었다.
“무엇이 황권을 이렇게 만든 것이냐? 얼굴을 한번 내보이거라”
황권은 하제가 들이닥쳤다는 보고를 듣고 이마를 부여잡았다. 하기야 송이 평생 장강의 반군들과 드잡이할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생각보다 그 난이 꽤 빠르게 진압 되었다. 마치 속임수라도 쓴 것처럼 말이다.
“속임수는 아닐 것이다. 속임수였으면 수군을 그렇게 소모하지도 않았겠지.”
황권은 이전에 상대했던 수군을 생각하고는 고개를 내저었다. 그뿐이던가? 형양을 내주면서까지 자신들을 끌어들일 이유는 없지 않겠는가.
“그렇다는 것은 실로 저들이 극복하여 지금에 이르렀다는 것인데……. 더더욱 문제로군.”
황권은 순간 송에서 쏟아질 수군들을 생각하였다. 자신이 알기로 감녕은 촉의 물길을 잘 알기에 장강의 상류를 맡았다고 알고 있었다.
황권은 지금의 상황에서 저들을 어찌 상대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차라리 수군을 지휘하고 있었다면 시간을 끌든 적들과 같이 산화를 하든 결정을 내릴 수 있었을 터인데, 지금은 아무런 일을 할 수 없었다.
정확히 말하면 자신은 그저 멀리서 서신을 보낼 뿐이었고, 수군은 배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 병력을 제외한 대다수는 보군으로 바뀌어 적들의 후방을 노릴 병사가 되어 있었다.
결단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적들의 수군이 자신의 수군을 격파하고 빠르게 유비의 뒤를 노리게 된다면 승리한다고 한들 승리한 것이 아니고, 패배한다면 파멸에 이를 수 있는 상황이었으니까.
‘전몰은 막아야 하지 않겠는가?’
황권은 회군을 명하였다.
황권이 회군을 하는 그때, 유비는 삼군으로 나누어 운두현의 산지를 넘기 시작하였다. 그중 유비가 직접 이끄는 대군은 운두현을 향하였고, 위연은 직접 안륙으로, 그리고 풍습은 강을 따라 움직였다.
이를 문빙은 마치 하늘 위에서 바라보는 것처럼 파악하고 있었고 하나의 명을 내렸다.
“군을 물린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문빙은 수염을 쓰다듬다가 이내 웃음을 흘렸다.
“저들이 믿는 것이야 아군의 수군이 움직이지 못하리라 생각하는 것이겠지만…….”
그때 전령이 빠르게 달려와 문빙에게 황권이 회군하였다고 고하였고, 문빙은 이마를 찌푸렸다가 이내 웃음을 흘렸다.
“사원의 생각대로 흐르지는 않는 것 같은데?”
사실 궁금하기는 했다. 방통이 이번 일을 듣고 어떻게 움직일지 말이다. 자신이야 저들을 깊숙하게 끌고 들어와 움켜쥐기만 하면 될 일이니 딱히 큰 걱정은 없었다. 단지 그 대상이 달라질 뿐이었다.
문빙은 자신의 물건들을 끈으로 묶고 자리를 나왔다.
* * *
방통은 황권이 군을 물리고 수군을 지휘하기 시작하였다는 글에 순간 보고를 다시 읽어 보았다.
“진정 이 보고가 맞습니까?”
방통이 자신이 누구에게 서를 받았는지 생각도 못할 정도였으니 참으로 놀라운 일이었다. 조단도 그것을 알기에 별 말 없었다.
“믿을 만한 인물이 전해 온 것이네.”
방통은 순간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잠시 멈칫하였다. 조단이 혹여나 속고 있나 할 정도의 내용이었으나, 만약 정말로 그런 것이었다면 이러한 일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하였을 것이었다.
황권이 수군에서 물러나 있는 것이 전략의 모든 것은 아니었지만, 지금의 변수는 생각보다 큰 것이기에 유비에게 황권은 무용의 보군이 되어야 수월하게 될 것이었다.
“유비의 명이라면 전략이 어그러진 것이고 그게 아니라면 황권의 눈치가 빠른 것이니… 둘 중 어떤 일이든 별로 좋지 않은 상황인데.”
황권이 군을 물렸다면 분명 유비는 이를 벌하기 위해서라도 진군이 늦어질 것이고, 모든 작전이 어그러질 위험이 생기는 것이었다.
남은 것은 유비가 이러한 상황을 인지 못 한 채 계속 문빙을 쫓는 것이었다.
“그러한 일은 불가능하겠지… 하면 다른 식으로 유비를 이곳에 붙잡아 두어야 할 것인데…….”
방통의 중얼거림은 조충이나 조단에게 들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니, 정확히는 저것도 아마 방통이 원하는 바를 얻기 위한 방법일 수도 있었다.
“무엇을 원하는가. 혹 내가 전장에 나가길 바라는가? 유비가 나를 잡기 위해 물러나지 않는다면 쉬이 물러나지 않을 것이니 말이네.”
“그러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그럴 수 있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유비는 과거의 전설과 같은 인물이지 않습니까? 그런 인물과 대적한다는 것은 이와 같이 어려운 법입니다. 그러니 물음을 던진 것입니다.”
혈기가 가득 찬 다른 인물들이었다면 자신 있다며 나섰겠지만, 조단은 그러한 이들과는 궤를 달리한 인물이었다.
“필요하면 하는 것일세. 자네가 군의 작전을 감독하는 인물이고, 내가 전장에 나서는 것이 필요하다고 여겼으면 나서는 것이 맞지 않겠는가?”
순간 방통은 묘한 웃음을 흘렸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만하면 송의 후대는 튼튼하다고 여길 수 있었다는 생각이 방통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왕자 저하께서는 가장 큰 공을 세우게 될 것입니다.”
* * *
손가는 유봉이 진군하기 전까지 마치 모든 곳을 들쑤시고 다녔다. 그러면서 공신이라 부를 이들과 호족이라 불릴 이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구속되고 끌려 나가기 시작했다.
문제는 그들이 그간 손가의 뒷배가 되어 준 송나라와 친한 이들이라는 것이었다. 죄다 주유에게 잡혀 들어가고 있는데 송 또한 현재 혼란스러우니 대응할 여차의 시간도 없이 순식간에 진행되었다.
그러나 그들에게 한 가지 빛이 내려왔으니, 바로 유봉의 침공이었다. 유봉은 유비의 조아라고 불릴 수 있을 만큼의 실력을 보여 주었다.
주유가 손가의 내부를 단속하며 내부를 장악하는 그때, 유봉의 군세가 촉도 근방의 성을 빠르게 장악하며 진군하기 시작하였다.
이에 손권은 주유에게 더욱 큰 힘을 실어 주며 이를 막을 것을 명하였고, 주유는 잡아들인 이들에게 마치 시혜를 베풀듯이 전장에 나갈 것을 명하였다.
특히 과거 오에서 큰 권세를 일구었던 오의 사성들이 이번 사건에 많이 연루되었고, 그들이 오에서 가져온 부는 주유가 세운 계획에 따라 순식간에 손가의 내탕고로 들어가게 되었다.
자신들이 일군 부를 빼앗긴 것도 억울해 죽겠는데, 인제 와서는 부곡들을 이끌고 유봉이 이끄는 군세와 싸우라는 것은 너무한 것이었다.
옥사에 마련한 의자에 앉은 주유는 자신에게 서를 올린 인물들을 주르르 바라보며 물음을 던졌다.
“그래서… 주군의 일에 따르고 싶으나, 어찌 움직이는지 모르니 이를 알려 주신다면 그 길을 따르겠다?”
“그렇습니다, 도독. 그간의 일을 모두 봐 온 도독이라면 잘 알지 않소이까? 우리 가문에 손가의 옆에 서서 충심을 다했다는 것을 말이오.”
주유는 그들의 말에 웃음을 지어 보이며 고개를 저었다.
“모두는 아니라는 것도 알지요. 또, 그것을 통하여 그대들의 가문이 무엇을 얻었는지도 알고 말입니다.”
“우리가 얻은 것은…….”
“육가의 권세를 무너트린 뒤 백부에게 기대어 각지의 권자들을 물리쳤고, 그곳의 꿀과 같은 산업들을 차지하지 않았습니까? 그것으로 모자랐습니까? 그뿐입니까, 손가에서 부탁하여 그대들의 산업을 모조리 빼앗지 않고 오군에서 뿌리를 유지할 수 있게 만들어 드렸습니다.”
그들은 말을 하지 않고 고개를 숙였고 주유는 고개를 저었다.
“손가는 그대들의 도구였을 뿐이었겠지요. 아닙니까?”
“그 정도까진 아니었소.”
“그렇게 믿겠습니다. 하나 손가도 그대들에게 받아야 할 것을 받아야겠습니다.”
“우리의 가산을 가져가지 않았소. 그것으로 부족한 것이오?”
“부라는 것이야 결국은 손가가 책임져 준 것이니, 손가의 것이 아니겠소?”
“하면…….”
“부곡들과 전장에 나아가 승리하시면 될 것입니다.”
“그것으로 끝이오?”
“끝이라 말하지는 않겠으나 옥에 잡아 두지는 않을 것입니다.”
“우리가 다른 곳으로 이주할 수도 있소.”
“어디로 말입니까?”
순간 그들의 목이 턱 막히는 것 같았다. 송으로 가기에는 너무 늦은 상황이었다. 심지어 송이라고 호족들에게 무조건적으로 좋은 곳도 아니지 않은가. 주유의 말처럼 그들은 이제 와서 그곳으로 이주해 무언가를 이룰 수는 없는 것이었다.
손가야 인재들의 폭이 적으니 송의 정계처럼 치열하지 않아 조금만 버티면 권세를 얻기에 어려움이 없었다. 송이 아닌 다른 곳으로 간다? 배반자 딱지나 받으며 평생을 살 운명일 터.
잠시 멈춘 것 같은 그들은 생각의 끝에서 손가에서 물러날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하겠소이다.”
주유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들을 죽이는 것은 주유도 조금은 어려운 점이 있었다. 송가와 척을 져야 하기 때문이 아니라, 이들이 없으면 이들의 인맥으로 데려온 인재들이 모조리 공중분해 될 수도 있는 일이었다.
“좋습니다. 하면 송나라에서 보낸 이들 또한 찾아보았으면 합니다.”
“송과 척을 지려는 것이오?”
“그러하겠습니까? 그들이 없으면 어찌 우리가 굳건하겠습니까. 단지 송은 우리에게 걱정을 같이하고, 우리는 그들에게서 이익을 같이 걱정하는 사이입니다. 하나 우리는 이익을 생각하고 그들을 걱정을 먼저 하니 다른 꿈을 꿀 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