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tycoon RAW novel - Chapter (22)
시공사 선정
정부에서 삼척 시멘트 공장을 인수하는 계약은 빠르게 처리되었다. 공짜로 매각하는 계약이었지만, 정부도 그리 허술하지 않았다. 계약서에 단서 조항을 달았다.
1954년부터 매년 국내에 시멘트를 연 3만 톤 이상 공급하지 않는다면 계약이 취소되고 부지와 시설을 국가에 반납하는 조건이었다. 미래 그룹에서 시설만 먹고 시멘트를 생산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한 것이다.
‘연 최소 10만 톤, 아니, 20만 톤 이상을 생산할 생각인데…… 믿지를 못하는군.’
위에 따로 돈을 먹였으면 이러한 계약 강행 조건이 들어가지 않았을 것이다. 돈을 안 주니 공짜로 넘겨주던 귀속 재산을 까다롭게 넘겼다.
안 국장은 빨리 처분하고 싶었지만, 윗사람은 뭐라도 얻어먹고 싶었다. 미래 그룹은 부산에서 돈 잘 벌기로 소문났다. 그 중간에서 안 국장이 절충한 것이 이것이었다.
‘새로 다시 크게 지을 생각인데 아깝게 그 돈을 왜 줘. 차라리 그럴 돈으로 더 좋은 시설로 만들지.’
정부와 계약이 성사되자 바로 미래 상사의 이창동 사장을 불렀다.
“이창동 사장, 시멘트 공장에서 일했던 직원들과 철거를 전문으로 하는 사람들을 모아 봐요.”
“부회장님, 시멘트 공장에서 일한 직원은 알겠는데, 철거를 위한 직원은 왜 필요합니까?”
기존의 시멘트 공장 시설을 고철로 팔 것이라 것은 아버지 외의 다른 사람에게는 말하지 않았다. 먹을 것이 없어 보이는 계륵 같은 사업이라도 먹을 것이 있어 보이면 다른 곳에서 달려들 수 있었다.
정말로 고철만 팔아먹고 외국으로 뛸 생각으로 달라붙는 이들이 생길 수 있었다. 그러면 물이 흐려지고 안 좋은 조건에 정부와 계약할 수 있었다.
“시멘트 공장 직원들에게 시설을 살펴보게 한 후 설비 상태가 안 좋으면 아예 철거하고 공장을 다시 지을 생각입니다.”
“아! 운행 안 한 지 오래된 공장이라 그럴 수도 있겠군요. 알겠습니다. 양쪽으로 사람을 모아 보겠습니다.”
‘정말 사용할 만하면, 옛 시설과 함께 새로 지은 시설을 같이 돌려도 되고.’
시멘트 공장의 용지는 넓었다. 삼척의 산들은 전체가 석회석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기존 시설 옆에 얼마든지 추가로 공장을 지을 수 있었다.
시멘트 공장은 석회석으로 된 산을 깎아서 만들었다. 먼지가 많이 나고 오염이 문제가 되지만, 지금은 삼척 시멘트 공장 부근에 사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휴전이 이루어져야 그곳까지 들어가서 농사짓는 사람들이 나올 것이다.
‘나중에는 분진이나 오염에도 신경 써야 하겠지만 지금은 상관이 없어.’
새로운 공장은 분진과 오염을 감소하는 시설을 설치하겠지만 옛 공장은 그대로 사용할 생각이었다. 조금 사용하다가 곧 철거할 공장에 투자할 생각은 없었다.
물론 그것도 그 공장이 사용할 만한 상태일 경우이다. 아니면 바로 철거해서 고철로 팔아먹을 것이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후 그곳에 보낸 사람들로부터 연락이 왔다.
“부회장님, 지금 공장은 그대로 사용하기는 어렵겠다고 합니다. 어떻게 수리를 해서 사용하라 할까요, 철거를 명령할까요?”
‘아쉽지만 철거해야지. 철거하고 그 자리에 크고 새롭게 공장을 짓자.’
“처음부터 그다지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공장을 철거하라고 하세요. 시멘트 공장 건설을 맡길 곳을 알아보세요.”
“역시 일본 업체로 알아봐야겠지요.”
“한국에는 시멘트 공장을 건설할 만한 곳이 없을 것이에요. 미국이나 유럽은 가격이 너무 비싸고요. 일본 말고는 대안이 없습니다.”
아직 한국의 건설과 시공 능력은 형편없었다. 한국의 유명한 건설과 시설 플랜트 업체가 나오려면 아직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일본 애들에게 이권을 주고 싶지 않은데……. 다른 방법이 없네.’
한국의 초기 산업들이 일본에 종속된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주변에 저렴하게 기술과 시설을 도입할 수 있는 곳은 현재는 일본밖에 없었다.
일본은 국교 정상화와 관련된 차관마저 자신의 시설과 자재를 사용하게 했다. 그것에서 벗어나려면 아직 시간이 필요했다.
“그런데…… 이것을 어디에 맡겨야 할까요? 저희는 이런 쪽은 잘 몰라서…….”
일본에 공사의 시공을 맡기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미래 상사는 아직 이런 쪽에는 서툴렀다.
“이토추 상사나 미쓰이 물산, 스미토모 상사 등에 의뢰를 넣으세요.”
“건설 업체가 아니라 일본의 상사에 말입니까?”
“그들을 경쟁을 붙이면 저희가 접촉하는 것보다 더 쌀 것입니다.”
일본은 자기끼리 하는 문화가 있었다. 이마바리 조선소의 물건을 싸게 구매한 것은 순전히 운이 좋았던 것이다.
그렇지 않았으면 미쓰비시 해운의 고물 중고선을 사들였어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종합 상사들은 달랐다.
일본의 종합 상사들은 지금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고 서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었다. 그들을 경쟁 붙이면 건설사와 직접 협상하는 것보다 싸게 계약을 맺을 수 있을 것이다.
그들에게 수수료는 주어야 하겠지만, 일본 종합 상사에 의뢰를 맡기는 것이 더 이득이었다. 협상력은 아직 그쪽이 나았다. 특히 자국인 일본에서는…….
일본은 이미 종합 상사 시대가 열리고 있었다. 한국도 시간이 지나면 일본과 비슷한 대형 종합 상사들이 생겨날 것이다. 한국은 일본과 비슷하게 성장했다.
‘미래 상사도 경쟁력을 키워야 하지만, 아직 이런 거래는 무리야.’
“그들 종합 상사에 연락할 때 조건을 거세요. 설계는 미국이나 유럽에서 한다고 하세요. 시공만 일본 업체에서 맡기겠습니다.”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일본이 기술 강국이라고 하지만, 아직은 저가로 승부를 보는 나라였다. 기술은 아직 유럽이나 미국이 앞서 있었다. 일본은 그러한 기술을 받아들여 성장하고 있는 개발 도상국이었다.
‘일본이 개발 도상국이라면 한국은 후진국이지만…….’
한국전쟁으로 나라가 폐허가 되었다. 지금은 개발 도상국이라고 부르기도 힘든 처지였다.
전쟁이 끝난 직후 한국의 GNI는 76달러였다. 그것이 500배가 되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빠른 성장 속도는 그만큼 많은 기회를 의미했다.
빠르게 성장하는 지금의 상황을 잘 이용한다면 세계 최고의 재벌도 불가능하지 않았다. 그것을 향해 질주할 생각이다.
* * *
시멘트 공장이 철거되고 그곳에 있던 것들을 일본에 처분했다.
“부회장님, 그곳에 있던 시설과 기계, 쌓여있던 석회석 판매 대금으로 3억 엔을 받았습니다.”
삼척 시멘트 공장은 일제가 패망하면서 급하게 철수하느라 원부자재와 기계, 시설들을 그대로 두고 갔다.
운반할 벌크선을 가지고 있는 미래 그룹은 현장에 있는 것들을 깡그리 수집해서 일본에 팔았다. 거의 고물과 원재료 수준으로 가격을 받았지만, 그래도 양이 많아 상당한 돈이 되었다.
‘이거 삼척 시멘트 공장이 은근히 알짜네. 역시 손에 넣기를 잘했어.’
“시멘트 공장에서 일할 직원 모집은 어떻게 되었어요?”
“그곳에 일부 직원들이 남아 있었습니다.”
“아! 그래요? 잘되었습니다.”
일제가 패망한 후 공장에 근로자가 남아 있는 때도 있었다. 일자리가 없는 그들에게 그것은 마지막 희망이었다. 공장이 재가동되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실제로 방직 공장의 경우는 공장이 재가동되고 직원 중 일부가 적산 재산을 인수하여 사업을 시작한 일도 많았다. 그들 중 일부는 성공하여 재벌이 되었다.
망한 공장을 떠나지 않고 지키는 사람이 의외로 많았다. 그것이 그들의 밥줄이었다. 그들 덕분에 기계와 시설들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이다.
“그들이 철거에 반대하지 않던가요?”
“그곳에 새로운 공장을 세우고 그들을 고용하기로 했습니다.”
“순순히 그러지는 않았을 것인데요.”
이 시대에는 정말 시설과 기계를 팔아먹고 도망가는 사람도 있었다. 공장을 철거하라고 쉽게 내어주지 않았을 것이다.
“하하, 미래 그룹이 생각보다 널리 알려져 있었습니다. 시멘트 공장이 아니더라도 그들을 고용하기로 각서를 적어 주었습니다.”
“잘했습니다. 앞으로 시멘트를 만들 사람이 많이 필요할 거예요.”
미래 그룹이 한국에서 약간의 명성을 얻었다. 부산으로 피난 왔다가 돌아간 사람은 대부분 알고 있었다.
“미래 시멘트의 시공 회사를 알아보라는 것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여러 회사의 제안 중 이토추 상사의 제안이 제일 괜찮은 것 같습니다.”
“이토추는 조건이 어떻게 됩니까?”
“연 20만 톤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 건설비로 80억 엔을 요구했습니다.”
“어휴~ 가격이 어마어마하네요.”
이마바리 조선에서 사들인 신형 벌크선이 27억 엔 이었다.
‘그걸 싸게 산 것도 있지만, 80억 엔은 너무 비싸.’
“부회장님이 너무 높은 수준을 요구하시니까요. 시공사에서 설계까지 한다면 70억 엔까지 교섭하겠다고 합니다.”
시멘트 공장 설계비만 10억 엔을 요구했다.
‘시멘트 공정 설계가 그렇게 복잡한가? 그렇지는 않을 것인데……. 그냥 공장을 그대로 쓸 걸 그랬나.’
시멘트의 경우는 석회석을 가루로 만들고 소성(굽는)하는 과정을 거친다. 시멘트 공장도 플랜트 사업이었다. 그래도 설계비가 너무 비쌌다.
‘시멘트 생산 공정은 이미 잘 알려진 기술일 건데…… 이거 바가지 아니야?’
“설계비가 무슨…… 왜 그렇게 비싸요?”
“미국과 유럽의 설계비가 원래 비싸다고 합니다. 반면에 설계를 시공사에서 하면 거의 공짜이니까요.”
“아직 일본의 기술력은 신뢰가 안 가는데. 그래도 10억 엔은 너무 크네요.”
일본의 기술에 신뢰가 안 가지만 결국 설계까지 시공사에 맡기기로 했다.
‘어쩌겠어. 신뢰가 안 가지만, 싼 맛에 맡겨야지.’
지금의 일본의 건설사는 우리나라 초기 건설사와 비슷했다. 싼 가격으로 승부를 보는 곳이었다.
‘대신에 감리를 꼼꼼하게 하면 되지. 제대로 안 되어 있으면 제대로 될 때까지 시키면 돼.’
이런 대형 건설 공사는 덩치가 크기에 계약금, 착수금, 중도금, 잔금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공사의 진척 정도에 맞추어 대금을 지급하면 되었다. 그렇게 서로 위험 부담을 나누어 가졌다.
“그렇게 하면 우선 우리가 이토추 상사에게 대금을 얼마를 주면 됩니까?”
“공사대금의 10%와 수수료 2% 해서 8.4억 엔을 주면 됩니다.”
“수수료 2%가 아깝네요.”
“그래도 저희가 3%에서 깎은 것입니다.”
“앞으로는 미래 상사도 이런 일을 맡을 수 있도록 노력해 보세요.”
앞으로는 미래 상사가 이런 일을 맡아야 했다. 종합 상사가 하는 일은 많았다. 돈이 되는 일은 무엇이든 해야 했다.
“아…… 죄송합니다, 부회장님. 이른 시일 안에 상사에서 이런 일도 맡겠습니다.”
“아닙니다. 지금부터 잘하면 되죠. 요번에 이토추 상사가 하는 것을 잘 보았죠?”
“네. 꼼꼼히 잘 봐 두었습니다.”
이토추 상사에게 주는 수수료가 아쉽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이런 일도 경험이 쌓여야 했다. 그것도 그거지만, 무엇보다 대한민국에 많은 기업이 생겨나야 했다.
팔 물건과 건설사가 많아야 종합 상사도 할 일이 많아진다. 종합 상사가 직접 물건을 만들거나 시설을 만드는 것은 아니었다. 거래 상대방을 서로 연결하는 중개 업무를 하는 것이다. 종합 상사가 발전하려면 그 기반이 마련되어 있어야 했다.
아무래도 자신의 나라에 종합 상사가 있는 일본 시장은 한국 상사가 파고들기가 어려웠다. 일본 종합 상사와 한국 종합 상사는 서로 경쟁 관계였다. 아직은 서로 비교할 수도 없지만…….
이번에 삼척 시멘트 공장의 시설 철거로 3억 엔이라는 목돈이 들어왔다. 추가로 돈을 보태어 계약금과 수수료를 지급했다.
‘9만 톤밖에 생산 못 하는 낡은 공장이지만 그대로 쓸 걸 그랬나? 아니야. 새 출발은 새 공장에서 해야지.’
새로운 시설을 건설하면, 그 과정에서 보고 배우는 것들이 있을 것이다.
시멘트 공장의 건설비 마련에도 문제가 없었다. 계약금을 지급했으니 나머지는 공정의 단계별로 지급하면 된다. 그동안 외화가 모여 있었다.
현재 미래 그룹은 상사와 식품, 수산을 통해서 계속 외화가 들어오고 있었다. 공정별로 대금을 지급하기에, 비용 지급하는 데 여유가 있었다.
‘들어온 외화는 계속해서 굴려야 해. 다음은 뭐가 좋을까?’
여유가 생긴 외화로 다음에 할 일을 생각하기로 했다. 벌써 1952년 중반이 지났다. 휴전 협정까지 1년 정도가 남았다.
그동안 돈을 벌 거리가 많았다. 어디에 투자해야 가장 이득이 많을지 고민했다.
‘지금은 역시 그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