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ditional Healer became a surgeon RAW novel - Chapter 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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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호는 한참을 한심하단 표정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박 회장님이 총무부장님의 비리까지 훤히 알고 있는데도 아무 말 않고 있는 이유가 설마 용인했기 때문이라고 착각하시는 건 아니죠?”
“…….”
“재벌이 돈에 무관심했으면 재벌이 될 수 있었겠어요? 재벌만큼 돈에 집착이 심한 사람이 없을 텐데, 어떻게 재벌의 돈을 내 호주머니의 쌈짓돈처럼 쓰면서 재벌이 모를 거라 생각할 수 있는 거죠? 가짜 영수증으로 장부 조작하고 금액 부풀리는 그런 수법들의 원조가 바로 재벌인데.”
이민호의 말을 듣고 있던 병원장은 혼란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한 채 이미 다 마셔 버린 커피잔을 들었다.
얼마나 놀랐는지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이민호는 그걸 보고 자리에서 일어나 정수기 물을 잔에 가득 담아 두 사람 앞에 내밀었다.
“우선 냉수 먹고 속부터 차리세요. 상황이 아직 완전히 절망적인 것은 아니니까요.”
“저, 절망적이지 않다고?”
병원장이 물도 마시지 못하고 묻자 이민호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박 회장님이 병원장님을 비롯한 총무부장님까지 네 분의 횡령 사실을 알고 있지만, 아직 그걸 가지고 뭔가를 하시지는 않았잖아요. 그러니 뭔가를 하기 전에 횡령한 돈을 채워 넣으시면 되는 것 아닙니까?”
“응? 회, 횡령한 돈을 채워 넣으면 된다고?”
“기부금을 횡령하기 위해 불법적인 방법을 사용했지만, 돈을 다시 채워 넣는다면 뭐라고 할 수가 있겠어요?”
“그, 그렇군. 돈을 말이 나오기 전에 채워 넣으면 되는 거였어. 내가 왜 그 생각을 못 했지? 이민호 선생이 알려 주지 않았으면 꼼짝없이 당할 뻔했군. 돈만 채워 놓으면 이사장님도 기껏해야 문책 정도 하고 말 거야.”
“이사장님을 말씀하시니까 한 가지가 더 떠오르네요. 회장님이 얼마 전에 해외 출장을 가신 이사장님이 돌아오시면 네 분이 횡령한 것을 가지고 이야기를 나눌 거라고 하셨어요.”
“뭐! 이, 이사장님이 내일 오후 비행기로 입국하시는데…… 그 큰돈을 어떻게 내일까지 마련해? 아파트를 급매로 내놔도 매수자가 나타나 잔금까지 치르려면 시간이 걸리는데…….”
“급하시면 주변 분들에게 일단 돈을 빌리신 후 아파트를 팔아 갚으시면 되지 않습니까?”
“아파트 한 채 값을 내일까지 빌리기가 쉽겠어?”
“흐음, 어렵겠네요. 그러시면 제가 빌려드릴까요?”
이민호의 제안에 병원장의 눈이 동그래졌다.
“응? 이민호 선생이 그만한 돈이 있어?”
“제게는 없지만 제 권한으로 쓸 수 있는 돈이 아직 198억 정도가 남아 있습니다.”
순간 병원장의 눈이 번쩍 떠졌다.
“아! 그러고 보니 박만덕 회장님이 외상외과에 100억을 기부하며 이민호 선생에게 전권을 맡겼었지! 그리고 얼마 전에 류영석 회장님이 또 200억을 기부하시면서 그중 100억의 전권도 맡기셨고.”
“네. 제게 전권을 맡기셨기에 어느 정도 융통성은 부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럼 오늘 당장 부동산에 연락해서 아파트를 내놓을 테니 돈을 좀 빌려 주게.”
“알겠습니다.”
그러자 옆에 있던 부원장도 서둘러 입을 열었다.
“이민호 선생, 나도 좀 빌려 주게.”
“뭐, 기왕 빌려드리는 것 부원장님께도 빌려드리겠습니다. 대신 큰돈이 오가는 거라 차용증을 쓰고 담보를 설정하셔야 합니다.”
“응? 차용증을 쓰고 담보를 설정하라고? 아파트 팔리면 바로 갚을 건데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병원장이 의아한 표정을 짓자 이민호는 피식 웃었다.
“병원장님도 참, 부모 자식 간에도 큰돈을 거래할 때는 계약서를 쓰는 세상인데 어찌 억 단위의 큰돈을 구두계약으로 하려 하십니까? 마침 제게 법이나 금융 쪽으로 도움을 주고 계시는 분이 있으니 그분을 부르겠습니다.”
“그, 그러게.”
이민호는 핸드폰을 꺼내 조폭 사건의 법적 대리인을 맡았던 상법근 팀장에게 전화를 해서 상황을 설명하고 도움을 줄 사람을 보내 달라고 했다.
통화를 마친 이민호는 두 사람에게 말했다.
“상 팀장님의 사람이 2시쯤에 병원에 도착할 거라고 하니 그때 그분과 함께 원장실로 가겠습니다.”
“그, 그래. 그럼 2시에 보세.”
“네.”
이민호가 인사를 하자 병원장과 부원장은 한껏 풀이 죽은 채로 나갔다.
“아, 참. 기조실장님과 총무부장님도 급전을 마련하기 힘들면 2시에 원장님 계신 곳으로 오라고 하십시오.”
“알았네.”
두 사람이 사라지자 이민호는 친절하게 웃던 미소를 지우고 싸늘한 표정을 지었다.
‘당신네들이 횡령한 돈이 결국 당신네들의 고삐가 된 겁니다.’
그리고 그 고삐의 주인이 이제 박만덕 회장에서 자신으로 바뀌는 것이다.
병원장이 아파트를 팔면 횡령한 돈을 당장이라도 채울 수 있을 것처럼 말했지만, 부인에게 고급 외제차를 사 준 돈과 그동안 룸살롱 아가씨에게 흥청망청 쓴 돈까지 다 채우려면 아마 아파트를 팔아도 상당 기간 월급을 저당 잡힐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다른 세 사람도 사정은 비슷할 것이고.
이민호는 잠시 생각을 정리한 후 이진복 비서실장에게 전화를 했다.
사실 이런 모든 계획은 이민호의 머리가 아니라 그의 머리에서 나온 것이기에 진행 상황 정도는 알려 줘야 했다.
* * *
박만덕 회장은 상법근 법무팀장을 통해 이민호가 병원장을 비롯한 부원장과 기조실장 그리고 총무부장까지. 네 사람을 어떻게 옭아맸는지를 들었다.
“허허, 이거 어디서 많이 보던 수법인데…… 혹시 이 비서가 이민호 선생을 뒤에서 조종한 거야?”
“조종은 아니고 약간의 조언을 한 겁니다.”
“원래 그 인간들의 고삐는 내가 쥐려고 했던 건데.”
“하하, 회장님도 참. 그 고삐 처음부터 이민호 선생에게 주려고 병원장 일행의 횡령을 묵인했던 것 아니었습니까?”
“그렇긴 한데, 너무 빨리 쥐여 준 것 같아서 하는 말이야. 손녀들 중 한 녀석과 이어지면 주려고 했던 선물인데. 쯧.”
“경쟁자가 없을 때야 횡령 금액이 헤어 나올 수 없이 커질 때까지 느긋하게 기다리셔도 되지만 곧 류영석 회장님이 오실 텐데 그분이 이민호 선생에게 눈독을 들이기 전에 뭐라도 확정지어 놓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류 회장? 아! 그러고 보니 류 회장이 이민호 선생의 진가를 알면 가만 있을 사람은 아니군.”
“이 병원으로 오기 전에 먼저 사람을 보내 외상외과와 이민호 선생에게 200억을 기부했습니다. 이미 진가는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봐야죠. 그래서 제가 조금 빠르게 움직인 겁니다.”
“흐음! 류 회장이 걱정돼서 이민호 선생을 소개해 줬는데, 그게 경쟁 상대를 만든 꼴이 됐군.”
“류 회장님의 손녀 중에는 연예인도 있으니 조금 빨리 이민호 선생의 마음을 사로잡아 놔야죠.”
“듣고 보니 이 비서가 현명하게 일 처리를 잘했군. 허허허…….”
“아, 참. 그리고 수희 아가씨가 변희웅 선생과 결혼할 때 회장님께서 부산 백화점을 주겠다고 공언하셨지 않습니까?”
“그랬지. 그건 내가 이미 아들 녀석들에게 모두 통보까지 했어.”
“그것 때문인지 가장 막내인 수진 아가씨께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응? 수진이가? 수진이는 이제 대학교 1학년이잖아?”
“대학교 1학년이어도 결혼은 할 수 있습니다.”
“뭐, 그렇긴 한데…… 조금 의외군.”
“언니들이 결혼할 때마다 백화점을 하나씩 받고 나면 나중에 자신이 물려받을 수 있는 백화점이 없을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 같습니다.”
“응? 아! 그러고 보니 백화점의 숫자가 시집갈 손녀들의 숫자보다 적지.”
박만덕 회장의 얼굴에 기대의 빛이 어렸다.
세상 물정을 너무 많이 알아 버린 언니들에 비해 순진하니 어쩌면 이민호의 마음에 들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런데 수진이는 다이어트를 좀 해야 할 것 같던데…….”
“이민호 선생이 자신의 이상형은 복스러운 여자라고 했으니 어쩌면 더 맞을 수도 있습니다.”
“아, 그러고 보니 예전에 복스러운 여자를 좋아한다고 했었지.”
* * *
“어! 예전에 저희에게 류영석 회장님의 수술을 문의하러 오신 그분 맞죠?”
휴버 찰스 교수와 윌슨 윌리암 교수는 병원 일 층 커피숍에서 김지훈 비서실장을 알아보고 알은체를 했다.
“아, 네. 오래간만에 뵙습니다. 휴버 찰스 교수님 그리고 윌슨 윌리암 교수님.”
“류영석 회장님은 좀 어떠십니까? K대학병원에서 전폐절제수술을 하기로 하셨습니까?”
“아! 아니요. 은밀하게 수술하셔서 두 분은 모르고 계시겠네요. 사실 저희 회장님 흉강경으로 수술받고 오늘 여기 병원으로 옮기셨습니다.”
“흉강경으로 수술을 받으셨다고요? 유착이 심해서 흉강경으로 할 수가 없었을 텐데요.”
“수술을 아주 잘하시는 의사분이 계셔서 흉강경으로 수술을 했는데, 운이 좋아 왼쪽 폐의 일부도 살릴 수 있었습니다.”
순간 두 사람의 눈이 동그래졌다.
윌슨 윌리암 교수가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물었다.
“흉강경만 해도 대단한데, 폐의 일부를 살렸다고요?”
“네.”
“폐의 일부를 살렸다면 유착된 부분을 완전히 박리해 내고 제대로 살폈다는 건데…… 그러면 위엽은 절제해 내고 아래엽은 쇄기절제수술을 했겠군요.”
“네. 역시 뛰어난 분이셔서 그런지 이민호 선생이 어떻게 수술했는지 정확히 추측해 내시네요.”
“네? 설마 이민호 선생이 수술을 했습니까?”
“아차, 이거 제가 실수를 해 버렸네요. 못들은 걸로 해 주십시오.”
“이미 들었는데 어떻게 못들은 걸로 합니까? 정말 이민호 선생이 수술을 했습니까?”
“네.”
“그 수술한 것을 저희가 좀 볼 수 있을까요?”
“아! 수술한 영상은 저희 회장님께서 불편해하셔서 공개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 그래요. 어떻게 수술했는지 정말 궁금한데…… 비공개로 하셨다면 어쩔 수가 없네요.”
“그럼 저는 바빠서 이만 가 보겠습니다.”
“아, 네.”
비서실장 김지훈이 사라지자 휴버 찰스 교수와 윌슨 윌리암 교수가 서로를 마주 봤다.
“교수님, 이민호 선생이 어떻게 수술했을지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습니까?”
“자칫하면 대동맥을 건드릴 수 있는 부분이 유착되어 흉강경으론 불가능할 거라 생각했는데…… 그 부분을 완벽하게 박리해 내고 위엽과 아래엽의 맞닿아 있는 부분을 세밀하게 살펴 종양이 퍼져 있는 부분을 절제한 것 같습니다.”
“하아! 어떻게 수술했을지 머릿속으론 그려지는데, 그게 과연 가능하냐고 물어보면 저는 불가능하다고 대답할 것 같거든요. 교수님은 어떻습니까?”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도대체 어떻게 박리를 했을까요?”
“수술한 동영상을 봐야 알 것 같습니다.”
“수술한 동영상은 비공개라고 했으니 볼 수 없지 않습니까?”
“우리 같은 외부 의사는 못 보겠지만 K대학병원 내부 사람들은 볼 수 있지 않을까요?”
“혹시 K대학병원에 아시는 분이라도 있습니까?”
“K대학병원에 민일호 교수가 예전에 저희 병원에 연수생으로 온 적이 있습니다. 그때 인연을 맺어 놨으니 잘하면 수술 동영상을 볼 수 있을 겁니다.”
“그래요. 그럼 어서 연락을 해 보십시오.”
윌슨 윌리암 교수가 재촉을 하자 휴버 찰스 교수가 핸드폰을 꺼내 민일호 교수에게 연락을 했다.
잠시 후 상대가 전화를 받자 휴버 찰스 교수는 용건을 말했다.
상대의 말을 한참 듣고 있던 휴버 찰스 교수는 3분 정도가 지나자 한숨을 내쉬며 전화를 끊었다.
“뭐라고 합니까?”
“거기 병원 의사들도 볼 수 없게 비공개를 해 놨다네요.”
“아! 그러면 볼 방법이 없겠네요.”
“네. 그리고 민일호 교수가 이민호 선생이 흉강경으로 수술할 때 퍼스트 어시스트였다는데, 그렇게 수술 잘하는 사람은 처음 봤다면서 자신도 충격을 받았다는 말을 하네요.”
“하아! 그렇게 말하니 어떻게 수술했는지 더욱 궁금해지네요.”
“아무래도 이민호 선생을 직접 만나 봐야겠습니다. 그라면 비공개로 되어 있는 수술 동영상을 보여 줄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글쎄요. 그러긴 힘들 것 같은데요. 아무튼, 그래도 만나서 어떻게 수술했는지는 들어 봐야겠네요.”
두 사람은 이민호를 만나기 위해 외상외과로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