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ditional Healer became a surgeon RAW novel - Chapter 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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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장님도 이민호 선생의 실력을 보고 놀랐지 않습니까? 그러니 CS 교수님들도 비슷한 거지요.
“그런 실력자가 레지던트였다니. 나중에 전문의가 되면 어느 정도일지 상상이 가질 않는군.”
―지금도 잘하지만, 그쯤 되면 우리나라에서 내로라하는 서전들 사이에서도 탑이 되지 않겠습니까? 어쩌면 세계의 유수한 의학박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도 있고요.
“하! 지금 생각하니 정말 그럴 것 같기도 하군. 충분히 세계 탑 클래스들과 겨룰 것 같아.”
―그나저나 제가 지금 조금 바빠서 그러는데 이민호 선생의 스케줄 표는 제가 나중에 문자로 보내드리겠습니다.
“아, 그래. 잊지 말고 보내 주고. 이민호 선생에겐 오늘 새벽에는 경황이 없어서 고맙다는 말도 제대로 못 했는데 나뿐만 아니라 환자의 동료들도 매우 고마워한다고 전해 주게.”
―알겠습니다.
심인수 원장은 통화를 마친 후 잠시 동안 새벽에 이민호가 혈관 문합 수술을 했던 장면들을 떠올려 봤다.
리듬을 타듯 경쾌하고 빠른데도 정교한 손놀림.
‘허허, 믿기지가 않는군. 그게 레지던트 일 년 차의 실력이었다니!’
“여보, 뭘 그리 멍하니 있어요?”
그때 부인 한영자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가 남편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있는 것을 보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여보, 이민호 선생이 레지던트래.”
“네? 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릴 하는 거예요? 이민호 선생님 스케줄을 알아본다고 하더니 누구한테 그런 엉뚱한 소릴 들은 거예요?”
“홍아남 선생이 말해 줬어. 이민호 선생이 레지던트라고. 그것도 이제 갓 일 년 차 햇병아리래.”
자신의 말을 들으면 놀란 표정을 지을 줄 알았던 부인은 기대완 다르게 안쓰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에휴! 날밤을 꼬박 새우더니…… 많이 피곤했나 보네요. 응급환자 오면 깨울 테니 잠이라도 좀 자 둬요.”
“뭐야! 내 말을 믿지 않는 거야? 나도 믿기지 않지만 홍아남 선생이 분명 그렇게 말을 했다니까.”
한영자는 남편의 표정이 농담을 하는 것 같지 않자 잠시 가만히 있더니 입을 열었다.
“정말 이민호 선생님이 레지던트 일 년 차래요?”
“그렇다니까. 믿기지 않으면 홍아남 선생에게 전화해서 확인해 봐.”
* * *
명절 연휴는 끝났지만, 구급차에 실려 오는 환자의 수는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외래환자까지 대폭 늘어나며 각종 검사를 위해 대기하는 시간이 길어졌고, 수술이 끝난 후 입원할 병동이 없어 수술 스케줄들이 뒤로 미뤄지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수술도 잘됐고 지금까지 경과도 좋으니 내일 퇴원하면 되겠습니다.”
“아! 그래요. 감사합니다. 교수님.”
“그럼 푹 쉬십시오.”
장태주 교수가 일반실에 있는 환자와 보호자에게 인사를 하고 나가자 이민호도 씁쓸하게 돌아섰다.
‘이틀 정도는 경과를 더 지켜봐야 할 환자인데 벌써 퇴원을 시켜야 할 정도로 병실이 부족한 건가?’
그렇다고 질문을 하기에는 장소가 좋지 않았다.
이민호는 장태주 교수가 회진을 끝내고 교수실로 들어가자 눈치를 보다 조용히 교수실 문을 두드렸다.
“교수님, 저 이민홉니다.”
“어, 들어와.”
“네.”
커피를 마시고 있던 장태주 교수는 이민호가 들어오자 커피포트에 물을 올렸다.
“이 선생도 커피 한 잔 할 거지?”
“네.”
“평상시대로 달달하게?”
“네.”
“어휴! 끔찍한 명절 연휴가 겨우 지나갔어. 이 선생도 그동안 고생 많았어.”
“고생은 교수님이 더 하셨죠.”
“서 있지 말고 편하게 앉아.”
“아, 네.”
이민호가 앉자 장태주 교수는 방금 탄 커피를 그의 앞에 놓고 맞은편에 앉았다.
“이번 명절 연휴는 유난히 길었는데도 이민호 선생 덕에 다른 때보다는 수월하게 넘긴 것 같아.”
이민호는 단순히 덕담을 나누러 온 것이 아니기에 곧장 본론을 말했다.
“교수님, 아까 유순아 환자, 내일까지는 경과를 지켜보고 퇴원 여부를 결정하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동감이야. 수술받아야 할 환자들의 스케줄이 미뤄지지 않고 있다면 나도 그렇게 했을 테니까. 하지만 수술 스케줄이 뒤로 미뤄지면서 환자들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야.”
S대 병원 환자의 70퍼센트 정도는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 올라온 이들이기에 환자와 보호자가 수술 스케줄에 맞춰 미리 준비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게 갑작스럽게 틀어지니 항의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 회복도 덜 된 사람을 퇴원시키는 건…….”
“집에서 요양을 잘하면 병실에 입원해 있는 것과 별 차이 없어.”
“하지만…….”
이민호가 다시 반박하려 하자 장태주 교수는 중간에 말을 잘랐다.
“이민호 선생. 다른 과에서 수술받기로 한 환자들은 대부분 몇 달 전부터 예약을 해 놓고 대기하던 사람들이야. 그 사람들이 응급환자 때문에 병실이 부족해져 수술을 못 받고 있는 거라고.”
특히 암과 관련된 수술을 예약한 환자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암세포가 몸에 퍼진다고 생각하기에 반발이 심했다.
‘특실에 있는 나이롱 환자들 쫓아내고 싶은데.’
돈이 많거나 보장이 좋은 보험을 들어 놨거나 합의금을 많이 받을 목적으로 특실이나 일인실에 장기 입원해 있는 환자들이 있다. 하지만 그런 환자들은 돈이 되기에 병원에서도 퇴원을 권유하지 않는다.
문제는 그런 특실들을 일반 환자들이 사용한다는 것도 무리라는 점이다. 보통은 어지간한 수술을 했더라도 하루이틀 일인실에 머무르다 보험처리가 되는 일반실로 옮기는 게 일반적이다.
“이민호 선생이 무엇을 염려하고 있는지 알지만 나도 나름 신중히 생각하고 결정한 거야. 불합리하지만 내 말에 따라 줬으면 좋겠어.”
이민호도 짧게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주제넘는 말을 한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 * *
“이민호 선생, 저번 새벽에 나 대신 출장 갔다 와 줘서 고마워.”
홍아남이 따끈따끈한 호빵과 우유가 든 비닐봉지를 내밀자 이민호는 받아 들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감사의 인사는 어제 하셨지 않습니까?”
“어제는 말로만 했으니 진정한 감사라고 할 수 없지.”
“감사의 의미로 호빵과 우유는 너무 약한 것 아닙니까? 최소한 점심 정도는 쏘셔야죠.”
“그 비닐봉지에 호빵과 우유만 있는 게 아니야.”
“네? 어! 이게 뭡니까?”
이민호는 비닐봉지 안에 편지 봉투가 들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사례금. 심 원장님이 보내신 사례금이야.”
“보험 적용도 안 되는 환자를 수술해 준 건데, 사례금 챙겨 줄 여력이 있는 겁니까?”
“봉투를 열어 보면 알겠지만 정말 얼마 안 되는 돈이야. 페이닥터가 받는 일당 생각하지 말고 심 원장님의 마음을 받았다는 정도로만 여겨 줘.”
“돈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니 얼마가 들었든 상관없습니다. 어! 하하, 상관없기는 한데 정말 약소한 금액이네요.”
봉투를 열어 보자 자기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마음이라고 했잖아.”
“그러게요. 마음을 받아서 그런가? 갑자기 보험의 적용도 못 받는 사람들 치료해 주는 심인수 원장님이 대단하단 생각이 드네요.”
“귀하고 존경받을 자격이 충분한 분이야.”
“홍 선생님도 나중에 심 원장님처럼 존경받을 겁니다.”
“나는 개인병원 차릴 돈도 없으니 존경받기는 글렀어. 그냥 혼자 봉사하고 그걸로 만족하는 정도지.”
“그것도 충분히 존경받을 일이에요.”
부르르르…….
그때 이민호의 호주머니에 있는 핸드폰이 울렸다. 발신자를 확인해 보니 스미스 교수였다.
이민호는 홍아남에게 인사를 한 후 몸을 돌리며 전화를 받았다.
“네, 교수님.”
―닥터 리, 명절 잘 보내셨습니까?
“잘 보냈을 리가 있겠습니까? 아주 환자에 치여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습니다. 교수님은 어떻게 잘 보내셨습니까?”
―네, 저는 오래간만에 가족들 만나 잘 보냈습니다.
순간 이민호의 눈이 동그래졌다.
“가족들을 만났다고요? 혹시 미국엘 다녀오신 겁니까?”
―아니요. 부인과 딸들이 잠깐 한국에 들어왔습니다. 비행기 표를 끊은 후 연락을 하고 들어온 거라 닥터 리에게 알릴 겨를도 없었습니다.
“급하게 만나야 할 일이 있었던 겁니까?”
―급한 일은 아닌데 약간의 오해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오해요? 무슨 오해요?”
―제 딸들이 제가 중국으로 가지 않고 한국으로 온 이유를 납득하지 못하고 있더라고요.
“아! 우리나라로 오기 전에 설명하지 않으신 모양이군요.”
―부인은 알아들었는데, 딸들이 못 믿은 거죠. 크흠, 그래서 말인데 닥터 리가 제 딸들을 만나 줄 수 있겠습니까?
“제가 만난다고 해도 말로 설명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듯한데요. 물론 교수님의 가족이니 저도 인사를 드리긴 해야 할 것 같지만요.”
―그럼 인사하는 자리에 제가 지금 치료하고 있는 두 환자를 불러 닥터 리가 치료하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은 어떨까요?
“그게 의미가 있을까요?”
―제 딸들도 카이로프랙틱을 전공하고 있으니 닥터 리가 하는 치료의 수준은 바로 알아볼 겁니다.
“기공치료가 눈에 보이는 건 아니지만, 인사도 드릴 겸 겸사겸사 환자를 보면 되겠죠?”
―네, 시간을 언제로 잡으면 좋으실까요?
“내일 오픕니다.”
―그럼 환자들에게 내일 저녁에 오라고 하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환자들 사진이나 좀 보내 주세요.”
―네, 바로 보내겠습니다.
* * *
리사와 린, 두 쌍둥이 자매의 표정이 좋지 못했다.
“아빠, 저희보다 고작 네 살 많은 닥터에게 배우기 위해 여기까지 온 건 너무 과하지 않아요?”
스미스 교수는 둘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기에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아빠! 이건 웃음으로 넘길 문제가 아니잖아요.”
린이 답답하다는 듯 말했다.
“어쩌겠니, 실력이 아빠보다 훨씬 좋은걸.”
말을 하고 보니, 그 말이 정답이다 싶었다.
가르치는 자의 실력이 뛰어나면 배우는 자의 실력도 빨리 느는 법이다. 지금 자신이 그랬다. 한국에 온 지 불과 한 달여인데, 오기 전의 자신과 온 후의 자신은 완전히 다른 실력을 지니고 있었다.
“말도 안 돼요! 저희 또래의 닥터가 어떻게 아빠보다 뛰어날 수 있어요.”
“나도 처음엔 너희처럼 생각했다만…….”
스미스 교수는 어깨를 으쓱여 보였다.
“닥터 리의 실력이 너무 좋아서 말이야. 아빠가 ‘이 이상은 치료할 수 없어.’라고 한계를 지어놨던 환자를 한계 이상으로 치료하는 것을 직접 보여준 분인데, 무슨 말을 더 하겠니?”
“아빠는 신의 손이라 불리시잖아요!”
“아이고, 그게 얼마나 부끄러운 별명인지 내 여기에 와서 새삼 느꼈단다. 어디 가서 다시는 그런 말 하지 말렴.”
“아빠!”
첫째 리사가 소리쳤다.
“카이로프랙틱이 얼마나 시간을 들여 공부해야 하는지 제일 잘 아시는 게 아빠잖아요! 그 정도 나이로는 오를 수 있는 한계가 있다고요!”
“그래, 나도 일부분 그 말에 동의는 한다만, 너희도 알잖니. 단순히 오래 했다고 실력이 뛰어난 건 아니란다. 너희를 가르치는 교수들도 나보다 나이가 많지만, 실력은 내가 조금 낫잖아.”
“그, 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고작 스물여덟인데…….”
“그래, 나도 이걸 너희에게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 고민을 좀 했단다. 그래서 닥터 리에게 너희 앞에서 치료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지 부탁을 좀 드렸지. 너희가 그분을 판단하는 것도 좀 그렇다만, 그래도 봐야 인정을 할 것 같으니까 말이다.”
“잘됐네요. 저흰 도저히 그 사람의 실력을 믿을 수가 없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