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nscension Academy RAW novel - Chapter 105
105화 – 프로 헌터 시험(5)
2일차 프로 헌터 시험이 종료되고 그 결과가 발표된 이후.
아니나 다를까 프로 헌터 시험에 관해 그야 말로 난리가 났다.
특히나, 이번 프로 헌터 시험은 전국적으로 공개가 되었다.
그렇기에 전국민들은 그 난이도가 얼마나 제정신이 아닌지를 똑똑히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극악의 난이도 속에서도 여전히 만점을 기록한 서준.
『[영문도 모르고 영문학과에 왔다.]: 김서준 2일차 프로 헌터 시험도 전과목 만점!』
당연하다시피 서준에 대한 이야기로 떠들썩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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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ess레기]: 진짜 김서준은 다르긴 다르구나. 이번 시험 난이도 보고 올해 A급 헌터는 안 나오겠구나 싶었는데···. 이러면 향후 5년간 던전 레이드 독점권까지 가져가는거잖아?
└[청산에 살어리 랏다 랏다 아랏따]: 김서준이 어느 길드로 들어가냐가 관건이겠네.
└[중구가시키DNA]: 김서준이 미쳤다고 길드를 들어가겠음? 자기가 만들겠지. 소문으로는 드림 아카데미 인원 그대로 끌고 간다던데?
└[낮말은 새가 듣고 반말은 쓰지마라]: 미친? 김서준도 김서준인데 드림 아카데미 수강생, 걔네들도 엄청나지 않냐? 대체 무슨 길드를 만드려는 거야?
└[형수님저흥분데요]: 수강생일 때 3대 아카데미 깨부순 것도 모자라 프로 헌터에서는 한국 5대 길드마저 박살내는 거임? ㄹㅇ 가슴이 웅장해진다···!
└[똥칼라파워!]: 솔직히 오래 해먹긴 했지. 말이 던전 입찰 경쟁이지 사실상 알짜배기는 걔네가 죄다 독점했잖아. 슬슬 변화가 일어나야 할 시기이긴 함.
└[젖긁적인남자]: 어디서 류진철 똥줄 타는 소리 안들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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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서문철은 드림 아카데미를 향해 걸음을 바삐 옮기고 있었다.
서문철은 검성(劍星) 세가의 장로이자, 검성이 가장 신뢰하는 오른팔.
그런 서문철이 드림 아카데미로 향하는 이유는 다른 데에 있지 않았다.
‘녀석이 아가씨의 아카데미에 있다고 했었지…’
다름 아닌 서준을 만나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서준을 만나려는 이유 또한 다른 데에 있지 않았다.
‘5대 길드가 그런 식으로 노리고 있을 줄은···’
현재 5대 길드가 쳐놓은 수작질에 대해 충고를 하기 위함이었다.
물론 서문철은 서준을 만나러 가기 이전에, 이 사실을 가장 먼저 검성에게 보고를 한 상태였다.
5대 길드가 프로 헌터 시험에 개입한 것 같다.
그리고 그 대상은 다름 아닌 김서준.
아무리 5대 길드가 수 십년간 카르텔을 이어온 대형 길드라 할지라도.
검성의 한 마디면 그 수작질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검성(劍星)은 한국을 대표하는 5인의 영웅.
대형 길드의 카르텔 따위가 감히 닿을 수 없는 실력과 세력의 소유자였다.
한 마디 할 필요도 없었다.
그저 검성이 그 사실을 ‘인지’ 하고 있다 정도만 넌지시 알리면, 저들은 알아서 그 수작질을 멈출 터였다.
그런데.
‘그냥 두거라.’
검성은 그러지 않았다.
‘언젠가는 부딪힐 사안이었다. 그 시기가 조금 빨랐을 뿐.’
그저 이러한 말만 남긴 채 그 이상의 신경을 쓰지 않았다.
물론 세간의 인식과는 다르게 검성이 김서준을 탐탁치 않게 여기지 않는다는 것을 서문철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검성이 서준을 도와줄 이유는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검성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었다.
프로 헌터가 된다면 5대 길드의 카르텔과는 어떤 식으로든 충돌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도 수없이 많은 충돌들이 있을텐데, 그때마다 검성이 나서서 도와줄 수도 없는 노릇.
해서, 평소였다면 서문철은 그냥 물러났을 터였다.
‘문주님. 이번 건은 그렇게 쉽게 넘길 사항이 아닙니다.’
그러나 이번 만큼은 서문철도 쉽게 물러나지 않았다.
‘……네가 그런 말도 할 줄 알았나?’
그리고 그런 서문철의 모습에 검성 또한 조금 놀라보였다.
서문철은 살짝 고개를 숙이며 말을 이었다.
‘김서준은 A급 헌터 자격증을 받을 수 없을 겁니다.’
‘5대 길드가 개입되어 있어서?’
서문철은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봤자, 수작질일 뿐이다.’
그런 서문철의 모습에 검성이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그리고 검성의 말처럼 김서준은 대형 길드의 수작질 속에서도 두각을 드러내 만점을 받아낸 상황이었다.
하지만 A급 헌터를 취득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전과목 만점이었다.
앞으로 남은 과목은 2과목.
그리고 지금 서문철이 알아낸 정보가 사실이라면.
김서준은 이번 프로 헌터 시험에서 절대로.
절대로 A급 헌터 자격증을 취득할 수 없었다.
‘애초에 이 프로 헌터 시험은 김서준이 A급 헌터를 받을 수 없게 끔 짜여진 구조입니다.’
‘설마 5대 길드장이 직접 나서는 것 때문이라면 신경 끄거라.’
이어진 검성의 말에 서문철은 살짝 놀라보였다.
5대 길드가 개입되었다는 순간부터 검성은 이미 그 경우까지 생각해둔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자세한 사정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 때문이 아닙니다.’
‘그게… 무슨 말이지?’
그러자 이번엔 검성이 살짝 놀라보였다.
서문철은 그런 검성에게 숨겨진 사실을 상세하게 말해주었다.
‘……’
검성은 서문철의 설명에 표정이 조금씩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냥 두거라.’
‘문주님!’
그럼에도 검성의 뜻은 바뀌지 않았다.
‘그 정도에서 무너진다면 거기까지인 거겠지. 무엇보다 그런 식으로 무너졌을거면 그 놈은 애시당초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을 거다.’
‘하지만 문주님!’
‘무엇보다 5대 길드만 개입되어 있는 게 아닐거다. 그 녀석들이 그럴 배짱이 있을리가 없지.’
검성은 의미심장한 말을 남긴 채,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나갈 뿐이었다.
서문철은 그런 검성을 계속해서 설득했지만, 검성은 요지부동이었다.
결국 서문철은 검성을 설득하는 것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서문철은 가만히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
‘아가씨…’
다름 아닌 서윤 때문이었다.
사실 서문철도 검성과 마찬가지로 김서준이 어떻게 되든 큰 상관은 없었다.
그러나 서윤은 아니었다.
서윤은 김서준과 함께 하고자 그토록 싫어하던 검(劍)을 다시 잡았다.
지금도 그 뜻을 지키고자 밤낮없이 수련에 맹진하고 있었다.
검성이 제시한 기한은 프로 헌터 시험이 끝나기까지.
그리고 앞으로 프로 헌터 시험이 남은 기한은 고작 하루.
아직 검성이 내준 시련을 완료하지 못한 서윤이었지만, 서윤은 그 어느 때보다 절박하게 임하고 있었다.
하지만 김서준이 A급 헌터 자격증을 취득하지 못한다면.
그런 서윤의 노력들이 아무것도 아니게 되어버린다.
그때 서윤이 보였던 그 눈빛.
그때 서윤이 보였던 그 의지.
서문철은 김서준이 아닌 서윤을 위해 지금 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그렇게 도착한 드림 아카데미.
쿠구구구구궁···!!
그런데 무슨 일인지 드림 아카데미 주변으로 엄청난 기운이 터져나오고 있었다.
“···?”
서문철은 조심스럽게 드림 아카데미의 문을 열었다.
달칵, 하는 소리와 함께 서문철의 시야로 한쪽 구석에 앉아 있는 서준의 모습이 들어왔다.
화아아아아아아아아악!!
그리고 그런 서준의 주위로 터져나오는 어마어마한 기운들.
드림 아카데미 밖에서 느껴지던 그 끔찍한 기운은 다름 아닌 서준의 전신에서 터져나오던 기운들이었다.
“이, 이게 무슨···?”
서문철은 눈을 부릅 뜨며 그 광경을 바라봤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느껴지는 이 기운은 도저히 수강생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니, 수강생 수준을 들이밀 게 아니었다.
정말, 정말로 말도 안되는 생각임을 알았지만 이건 거의…
“어?”
그 순간, 서문철의 존재를 인지한 것인지 서준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서문철을 향해 천천히 다가오더니.
“그··· 저…”
말을 꺼내지 못하고 뒷머리만 긁적였다.
마치 얼굴은 알지만 호칭을 어찌해야할지 모르는 사람처럼 서있었다.
서문철은 그런 서준에게 말했다.
“서장로라고 부르거라.”
“아, 네. 서장로님.”
아니나 다를까 서문철의 말에 서준이 반색하며 말을 이었다.
“서장로님께서는 여긴 어쩐 일로··· 아! 서윤씨는 별 일 없는거죠?”
그러다 퍼뜩, 생각났다는 표정으로 서문철에게 소리쳤다.
“서, 설마! 서윤씨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겁니까?”
“그런 거 아니니 넘겨짚지 말거라.”
서준은 그때서야 안도의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서문철은 그런 서준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한국 사회 전체를 떠들썩하게 하고 있는 서준.
그러나 막상 마주한 모습은 어딘가 나사 하나가 빠진 듯한 어벙한 놈팽이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그 기운은 대체···’
하지만 방금 서준이 내뿜은 그 기운.
‘문주님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건가…’
서문철은 검성이 왜 그런 반응을 보였는지 얼핏 이해할 수 있었다.
서문철은 잠시 생각에 빠졌다.
“어··· 왜, 왜 그러시죠?”
서문철이 말없이 바라만 보자 서준이 살짝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서문철은 그런 서준에게 말했다.
“네게 해줄 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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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헌터 시험의 3일차 날이자 대망의 마지막 날.
모든 사람들의 관심사는 당연 프로 헌터 시험에 향해있었다.
“오늘 프로 헌터 시험 마지막 날이네.”
“김서준이 과연 이번에도 만점을 받을 수 있을까?”
그 중에서도 특히, 서준에 대한 관심도는 단연 압도적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시험이 끝나면 서준의 헌터 등급이 결정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서준이 어떤 등급을 받느냐에 따라 추후의 행보가 천지차이로 달라졌다.
그렇기에 사람들의 관심은 더욱 증폭될 수밖에 없었다.
“지금 기세라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은데?”
“그것도 그렇긴 한데···”
마지막 날에 치러지는 시험 과목은 ‘전투력(몬스터)’, ‘전투력(대인)’.
그렇게 모두의 기대 속에서 대망의 프로 헌터 시험 마지막 과목이 시작되었다.
두 과목 중 먼저 치러진 과목은 다름 아닌 ‘전투력(몬스터)’였다.
앞선 던전 레이드는 던전 안의 몬스터를 처리하는 것이라면.
이번 ‘전투력(몬스터)’은 단순히 구현된 몬스터를 처리하는 것이었다.
간단히 말하면 보스 몬스터 한 마리를 처리하는 방식이었다.
그리고.
“어째··· 조금 쉬운 것 같은데?”
“그러게···?”
물론 난이도 자체는 낮지 않았다.
애초에 구현 몬스터가 9성, 레버넌트였으니 난이도가 낮을리가 없었다.
하지만 마도학으로 구현된 몬스터에 다가 딱 1마리만 상대하면 된다는 점이 어렵지 않게 느껴졌다.
게다가 꼭 처리하지 않아도 점수가 측정되는 방식이다 보니 높은 점수를 얻는데는 무리가 없었다.
물론 만점을 받기 위해서는 해당 몬스터를 처리해야했지만.
어쨌든 난이도는 높았지만 유형 자체는 까다롭지 않았다고 할 수 있었다.
난이도도 높고, 유형도 지랄 맞았던 지난 시험에 비하면 쉽다고 느껴질 수준이었다.
그래서일까.
[1위] – 김서준(100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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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과목 전투력(몬스터)에서는 서준 이외의 만점자가 있었다.
“그래도 마지막 날이라고 난이도 조절을 하는구나.”
“합격 커트라인 점수가 너무 낮긴 했어.”
더하여 응시생들의 평균적인 점수 또한 올라갈 수 있었다.
“이러면 김서준이 만점 받는 건 문제 없겠는데?”
“와··· 사상 초유의 A급 헌터가 탄생하는 건가?”
이제 남은 시험은 단 하나, 전투력(대인).
그리고 방금과 같은 유형이라면 서준의 만점은 따놓은 당상이나 다름 없었다.
“서준 오빠라면 문제 없을 줄 알았지.”
“역시 대장. 해낼 줄 알았다니까!”
그렇기에 수연과 민율 또한 서준의 만점을 확정짓다시피 했다.
“뭐··· 예정된 일이긴 했으니까.”
심지어 이하윤 마저 서준의 만점이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그런데.
“……”
정작 그 당사자, 서준은 아무런 내색도 보이지 않았다.
되려 표정을 딱딱하게 굳힌 채, 대기실에 앉아 있을 뿐이었다.
“대장. 왜 그래?”
“오빠…? 무슨 안 좋은 일 있어?”
바로 그때.
“긴급 속보! 마지막 대인 전투력 과목 4대 길드장들이 심사관으로 나선다는데?”
대기실 문이 벌컥, 열리며 한 응시생이 외치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뭐, 뭐?! 4대 길드장들이 직접 평가를 한다고?”
“미, 미친 거 아니야···?”
“설마 그럴리가. 잘못 들은거 아니야?”
그러자 대기실 전체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4대 길드장이라 함은 현역 S급 헌터 중에서도 가장 선두를 달리고 있는 이들이었으니까.
프로 헌터의 등급은 E급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실력 좀 있다는 소리를 듣는 것이 바로 C급이었다.
경력에 따라 또 달라지지만, 평균적으로 어디가서 ‘실력 좀 있네.’ 하는 소리를 듣는 것이 바로 C급부터다.
B급은 웬만한 중소 길드의 간부 정도다.
길드들은 저마다 파격적인 조건을 내세우며 어떻게서든지 영입하려 한다.
용의 꼬리와 뱀의 머리.
그곳에 위치한 자가 바로 B급 헌터다.
그리고 A급.
A급부터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A급 헌터부터는 중소 길드가 아닌 대형 길드라 불리는 20위권 내의 길드에 가도 특별한 대우를 받는다.
정예 레이드 팀은 당연하고 상급 던전의 수입과 보상도 어마어마하다.
게다가 정 마음에 드는 길드가 없으면 본인이 직접 마스터가 되는 방법도 있다.
현재 한국에 자리한 중소 길드는 이런 A급 헌터들이 만든 길드들이었다.
A급은 바로 그런 레벨이었다.
마지막 S급.
여기서부터는 논외의 영역이었다.
말이 S급, S급이지 사실상 불가능의 경지라 봐도 무방했다.
말 그래도 프로 헌터가 다다를 수 있는 종착점, 최상위 헌터였다.
대형 길드에서도 간부 급의 위치에 있으며.
길드를 만들어도 최소 중상위권의 길드로 도약할 수 있는 실력자들이었다.
길드의 마스터가 S급 헌터다.
이 타이틀 하나만 보고 몰려드는 프로 헌터들도 있으니까.
그리고 한국의 4대 길드장들이라 함은.
그런 S급 헌터들 중에서도 다시 최상위를 찍은 인물들이었다.
대격변의 영웅들을 제외하고 프로 헌터 랭킹을 나열한다면, 열 손가락 안에 반드시 들어가는 인물들.
“어쩐지 앞선 시험이 쉽다 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건···”
그렇기에 응시생들의 혼란은 가중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대장한테는 소용 없을걸?”
“맞아. 서준 오빠면 아무리 4대 길드장이라도 만점은 충분하지.”
수연고 민율 그리고 이하윤은 희망을 품으며 서준을 바라봤다.
“……”
그러나 서준은 말없이 묵묵히 마지막 프로 헌터 시험을 기다릴 뿐이었다.
그렇게 충격과 혼란이 가미된 프로 헌터 시험.
그 마지막 과목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서준의 시험장에 내정된 이는 다름 아닌 싸울아비의 한만철이었다.
싸울아비 길드의 수장, 한만철.
명예의 검객이라 불리는 그는 극진검(極眞劍)의 달인으로 알려진 존재였다.
철저한 실전 지향의 검을 구사하는 극진검은 기교와 잔교를 일체 없애고 오로지 살상만을 목표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매우 단조롭게 보이나 그 위력은 검성(劍星)조차 인정할 정도였다.
그래서일까.
[이하윤] – 64점. [이민율] – 59점. [석수연] – 43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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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점을 받는 이는 커녕, 점수가 처참하기 그지 없었다.
심지어 프로 헌터 사상 역대급의 재능인 이하윤마저 아직 한만철에게는 상대가 되지 않았다.
그렇게 줄줄이 한만철에게 깨지고 있는 가운데.
드디어 서준의 차례가 다가왔다.
서준은 천천히 시험의 단상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전국적으로 생중계 되고 있는 이 광경.
사실상 모든 이들의 관심이 지금 이곳, 서준과 한만철에게 집중되고 있다 봐도 무방했다.
서준은 그 관심들 속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한만철을 마주했다.
마주치는 두 사람의 눈빛.
“미안하오만···”
돌연 한만철이 서준을 향해 입을 열었다.
그건 서준에게만 들릴 정도로 작은 목소리였다.
“그대는 이 과목에서 절대로 만점을 받을 수 없을 것이오.”
서준은 고개를 끄덕이지도, 그렇다고 가로 젓지도 않았다.
그리고 한만철이 한 말은 서준의 실력을 얕잡아보기 때문이 아니었다.
오히려 서준의 실력을 잘 알고 있었기에 할 수 있는 말이었다.
“왜냐하면 난 그대에게 만점을 주지 않을 생각이니까.”
전투력(대인) 과목 점수는 다름 아닌 해당 심사관이 매기는 점수였기 때문이었다.
물론 주관적인 요소가 들어갈 수밖에 없었기에, 점수를 측정하는 메뉴얼이 있기는 했었다.
하지만 심사관의 재량적인 요소가 완전히 배제될 수만은 없었다.
서준이 한만철을 상대로 아무리 뛰어난 면모를 보여준다 한들.
한만철은 서준에게 99점을 주면 그만이었다.
그리고 훌륭했으나 만점을 주기에는 뭔가 아쉬웠다.
그렇게 말하면 그만이었다.
이하윤조차 64점을 받은 상황에 99점은 엄청난 기록.
물론 반발이 있을 것임은 분명했다.
전국적으로 공개된 시험이니 여론의 맹 비난도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그런 피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서준에게 99점을 주는 것은 그만한 값어치가 있었다.
게다가 이들은 한국 랭킹 5위권의 길드장들이자 프로 헌터 세계를 움직이는 거대 카르텔.
그 정도의 반발을 눌러버릴 힘 정도는 가지고 있었다.
“아쉽지만 그대는 여기서 끝이오.”
즉, 서준은 프로 헌터 시험에서 만점을 받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알고 있습니다.”
서준은 이미 그러한 사실들을 알고 있었다.
“허어··· 이미 알고 있었다?”
서준은 살짝 놀란 눈을 뜨는 한만철을 바라보며 어제의 기억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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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건 다름 아닌 서문철이 드림 아카데미로 찾아왔을 때의 일이었다.
서문철은 서준에게 한만철이 말한 것과 똑같은 내용을 말해주었다.
그리고 충고를 해주듯 서준에게 말했다.
‘타개할 방법은 네가 검성님을 찾아가 부탁을 하는 것밖에 없다. 저번과 같이 조건을 걸고 임하면 검성님도 못 이기는 척 들어주실 게다.’
확실히 검성이 도와준다면 쉽게 일을 처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서준은 쉽사리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말이 도와주는 것이지, 결국 서준 또한 누군가의 개입으로 인해 만점을 얻어내는 것과 다름 없었으니까.
‘만점을 받아하지 않나?’
‘그렇습니다만···’
서문철은 서준을 독촉했지만 그럼에도 서준은 답을 해오지 않았다.
그리고 만일 서준이 검성에게 찾아가 부탁하지 않는다면, 서준은 만점을 받을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서문철은 지금 서준의 모습이 만점을 받지 못해도 상관 없다는 태도로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하여, 서문철은 어쩔 수 없이 서윤의 이야기를 꺼냈다.
서윤이 왜 아카데미에 오지 않았는지에 대해서.
‘그, 그런 일이···’
서문철의 이야기를 들은 서준은 멍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서문철은 다시 입을 열었다.
‘네가 만점을 받지 못 한다면 그런 아가씨의 뜻이 허사가 되어버린다.’
‘서윤씨는··· 잘 하고 있는 건가요? 아니, 기한 내에 완료할 수 있는 건가요?’
서문철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어보였다.
‘솔직히 말하면 불가능하다고 보는 것이 현실적이다.’
‘……’
서준은 멍하니 서문철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러나 행여 나설 생각하지 말거라. 그건 아가씨의 싸움이다. 그리고 설령 아가씨가 너와 함께 하지 못하더라도, 아가씨는 네가 만점을 받는 것을 원할 거다.’
이것이 서문철이 서준을 찾아와 도움을 주는 궁극적인 이유였다.
‘……’
그리고 서준은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서문철의 말이 어떤 의미인지 그 누구보다 서준이 잘 알았으니까.
게다가 서문철의 말에는 어떤 확신이 깃들어있었다.
그리고 서문철이 저렇게 말할 정도라면.
아마 서윤은 기한 내에 시련을 완료할 수 없다고 봐야했다.
만일 그렇게 된다면…
서준은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러니 신중하게 생각해보고 결정하거라.’
서문철은 몸을 돌려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바로 그때.
‘서장로님.’
돌연 서준이 서문철을 잡아세웠다.
서문철이 고개를 돌리자 서준이 말했다.
‘부탁이 하나만··· 드려도 되겠습니까?’
서문철은 말하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서준은 곧장 말을 이었다.
‘서윤씨에게 지금의 제 상황을 말씀드려줄 수 있나요?’
‘……어째서지?’
서문철은 조금 당황스러웠다.
서준이 검성에게 찾아갈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너의 불가능한 상황을 알려줘서 아가씨의 죄책감을 덜어주게 할 생각인가? 어차피 너도 만점이 불가능하니까?’
‘아니요.’
서준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불가능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지?’
서문철의 물음에 서준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답했다.
‘같은 불가능한 상황에서 제가 할 수 있다면. 서윤씨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할 겁니다.’
‘……’
바라본 서준은 기세 자체가 달라져 있었다.
방금까지 나사 하나 빠진 듯한 그 어벙한 놈팽이는 온데간데 사라져있었다.
‘검성님께는 가지 않겠습니다.’
서문철은 멍하니 그런 서준을 바라만 봤다.
어쩌면 그래서일까.
‘……알았다.’
서문철은 그런 서준의 모습에서 왜 서윤이 검(劍)을 다시 잡고 싶어 하는지를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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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하지만 저는 만점을 받지 않으면 안됩니다.”
서준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한만철을 향해 계속 말했다.
“저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있거든요.”
“무슨 사정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프로 헌터의 세계는 냉혹한 법. 어떤 경우에 있어서도 그대가 만점을 받는 일은 없을 것이오.”
한만철의 말처럼 서준이 만점을 받을 방법은 없었다.
아무리 서준이 뛰어난 실력을 보여줘도, 한만철이 99점을 줘버리고 나몰라라하면 그만이었으니까.
한 마디로 불가능이었다.
그러나 서준이 걷고자 하고 또 되고자 하는 초월자란.
그런 불가능마저 초월한 이들이다.
방법이 없다면 방법을 만드는 자들이다.
서준은 한만철에게 말했다.
“만일 평가할 수 있는 심사관이 평가할 수 없는 상태라면, 그땐 누가 점수를 평가합니까?”
멈칫, 하는 한만철.
서준은 계속 말을 이었다.
“그와 동시에 누가 봐도 만점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그땐 제 점수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
서준의 말이 끝나자 한만철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점수를 평가하는 것은 다름 아닌 해당 심사관, 한만철 본인이었다.
그리고 한만철이 점수를 평가할 수 없는 상태일 때, 누가 점수를 평가할 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런 경우는 애초에 상정해두지 않았으니까.
그건 일어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심사관이 점수를 평가할 수 없는 상태라 함은 다름 아닌 의식을 잃은 상태밖에 없었다.
그리고 심사관이 의식을 잃는 경우의 수는 딱 하나.
심사관이 응시생에게 패배했을 경우였다.
역대 프로 헌터 사상 그러한 일은 단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다.
일어날 수가 없었다.
응시생과 프로 헌터의 대결.
수준의 차이 부터가 극명했다.
물론 응시생이 이기는 경우가 있을 수는 있었다.
아직까지 그런 경우도 단 한 번도 없었지만··· 어쨌든.
어찌 가정에 가정을 한다면 그 정도까지는 그럴 수 있었다.
하지만 심사관이 의식을 잃을 정도로 격차를 벌린다?
그건 말 그대로 상대조차 되지 않아야 했다.
게다가 류진철은 그 일말의 가능성 마저 없애고자, 4대 길드장을 직접 내세운 것이었다.
평범한 A급 헌터라면 모를까.
아무리 김서준이라도 4대 길드장을 상대로는 압도적인 격차를 낼 수 없을 것이었으니까.
그런데 지금 서준이 내뱉은 저 말은…
“죽지는 않으실거라 믿습니다. 한달 정도만 누워 계시죠.”
고작 응시생 따위가 감히 S급 헌터에게.
그것도 S급 헌터 중에서도 가장 선두를 달리고 있는 최상위 헌터에게.
“허허···”
그 오만방자 하면서도 하늘을 찌르는 건방에 한만철은 웃음밖에 새어나오지 않았다.
한만철은 평범한 헌터가 아니었다.
5대 길드 중 하나인 싸울아비 길드의 수장이자.
현역 S급 헌터 중에서도 최상위권의 헌터.
그 어떤 누구도 자신의 앞에서 저런 말을 함부로 할 수 없었다.
한만철은 넌지시 말했다.
“자만이 너무 지나치시구려. 비록 그대가 수강생을 뛰어넘는 실력을···”
“제가 받아야만 하는 점수는 만점입니다. 그러니···”
서준은 그런 한만철의 말을 끊었다.
와락, 일그러지는 한만철의 표정.
서준은 롱기누스의 창을 길게 늘어뜨렸다.
그리고는.
“선수를 양보해드리죠.”
한만철을 향해 손가락을 까닥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