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nscension Academy RAW novel - Chapter 172
172화 – 베세르크(1)
멀지 않은 하늘에서 폭발한 별의 파편들이 유성(流星)처럼 떨어져 내린다.
충돌한 지면이 통째로 무너지며 사라진다.
그리고 지평선 저 너머까지 가득 메웠던 수십 만의 언데드 군단들.
꺼거거거걱!
끄거거걱!
그 언데드 군단들이 터져나오는 힘을 버티지 못하고 휩쓸려가고 있었다.
무(無).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사라지고 있었다.
“어··· 어억···!”
“마, 마, 마, 말도···.”
그 비현실적인 광경에 사람들은 말조차 제대로 내뱉지 못했다.
아리아는 물론이고 로버트, 왕실 기사단, 잉글랜드의 프로 헌터들.
심지어 스코틀랜드의 프로 헌터들까지.
눈앞에 펼쳐진 초월적인 광경에 아무런, 아무런 말도 꺼내지 못했다.
이건··· 이건 같은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인간이 아니었다.
같은 인간이라고 믿겨지지 않는 무위(武威)다.
인간이라는 개체가 갖는 한계는 분명히 존재했다.
그리고 그 한계의 정점에 닿은 자가 바로 눈앞의 엘리스, 대격변 영웅이었다.
하지만 이건··· 이건 아니었다.
인간이라는 한계에서 도달할 수 없는 경지다.
“이, 이게 무슨 말도 안되는···.”
그렇기에 엘리스가 받는 충격은 이들 중에서도 단연 압도적이었다.
엘리스는 지금 눈앞에 보이는 광경을 믿을 수가 없었다.
아니, 믿으면 안되었다.
엘리스는 떨리는 시선으로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그런 엘리스의 시야에는 언데드 군단의 절반이 그대로 사라져있었다.
“어, 어, 어, 어떻게 이런···.”
수십 만이었다.
수 만이 아니라 무려 수십 만이었다.
그건 웬만한 국가와도 맞먹는 전력이었다.
실제로도 엘리스가 마음만 먹으면 국가를 전복시킬 수 있는 전력이었다.
그런데··· 그런데.
단 일격에 절반이 그대로 사라져버렸다.
아니, 이건 사라진다는 개념이 아니었다.
절반이 ‘소멸(消滅)’해버렸다.
“어, 어, 어, 어억···!”
엘리스의 충격은 쉽사리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한편.
‘힘이··· 상쇄되었다.’
서준은 인상을 딱딱하게 굳혔다.
초월급 병기, 롱기누스의 창.
초월기, 천월유성창(天月流星槍).
그 두 가지가 합쳐진 진정한 초월(超越)의 힘은 엘리스를 비롯한 언데드 군단 전부를 쓸어버려도 전혀 모자람이 없었다.
하지만 결과는 언데드 군단 절반을 쓸어버리는데 그쳤다.
그 이유는 단순했다
서준이 천월유성창의 1초식, 멸절뇌성(滅絶雷星)을 펼치기 바로 직전.
알 수 없는 마력이 개입하여 서준의 힘을 상쇄시켜버렸다.
그 탓에 언데드 군단 전부가 아닌, 절반이 휩쓸렸다.
심지어 엘리스를 노리지도 못했다.
초월의 힘에 간섭한 존재.
누가 그럴 수 있는지는 딱히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서준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봤다.
런던의 하늘을 뒤덮은 거대한 게이트.
끼에에에에엑─!
크워어어어─!
우오! 우오오오오─!
게이트는 여전히 몬스터들을 끊임없이 토해내고 있었다.
마치 대격변을 보는 것만 같은 광경.
그 사이로 거대한 눈동자가 번뜩이고 있었다.
공간을 가른 듯 일렁이는 붉은 눈동자가 게이트 사이로 비쳐보였다.
‘베세르크···.’
서준은 그 존재를 확신할 수 있었다.
그 순간.
쩌──────엉!
검은 하늘 아래로 형용할 수 없는 사념(死念)들이 터져나왔다.
폭사하는 사념과 함께 정신이 번쩍이며 머리가 짜르르 울려왔다.
적막한 어둠이 긴 기지개를 피며 주위의 공간을 잠식해간다.
심장이 거세게 뛰기 시작하며 본능처럼 각인된 공포가 전신으로 퍼져나갔다.
두려움과 공포가 파고든다.
이성이 마비되며 생각이 지워진다.
저 멀리 날아갈듯한 의식 사이로, 굉음이 지옥의 이명처럼 길게 울려온다.
“끄, 끄아아아아아아악!!”
“죽여버리겠어! 다 죽여버리겠어!!!”
그 무한한 악의와 광기에 사람들이 하나 둘, 미치기 시작했다.
정신 지배(Mind Control).
지성체의 정신을 조종하는 끔찍한 마법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다름 아닌 베세르크가 사용하고 있었다.
“다 죽을 거야···! 우린 다 죽을 거라고···!”
“죽여!! 죽여버려!!”
광기와 두려움으로 물드는 풍경.
우오오오오오오!
다행히 이하윤이 불러낸 신령(神靈) 덕분에 팀원들을 비롯한 아리아 쪽의 인원들은 무사할 수 있었다.
“크윽···!”
하지만 그 끔찍한 사념에 이하윤이 상당히 버거워하고 있었다.
외단의 복용으로 수준이 월등히 상승한 이하윤이었지만, 그 이상을 기대하기에는 아직은 무리였다.
서준은 곧바로 상단전(上丹田)을 활성화시켰다.
그러자 서준의 전신으로 영묘하면서도 신비스러운 기운이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다름 아닌 부동심(不動心)의 힘이었다.
지난 드라우그 던전에서 제육천(第六天)의 악마(惡魔)를 상대한 이후.
석가모니 강의 진행률이 50%를 넘으면서 부동심의 힘을 외부로 발현할 수 있게 되었다.
신령과 합일된 악령(惡靈)을 소멸시켰던 절대적인 힘.
그 어떠한 사념과 광기, 두려움에도 흔들리지 아니한다.
태초의 마음이 흔들리지 아니하니 주변의 그 무엇도 휩쓸리지 아니한다.
화──────악!
발산된 부동심의 힘은 쏟아지는 사념들을 일시에 정화시켜버렸다.
“허억···! 허억···!”
“내, 내가 무슨 짓을···?”
사람들은 그제서야 광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베세르크의 눈동자가 다시금 번뜩였다.
흠칫.
괴악한 살기가 다시 한 번 공간을 훑는다.
공간이 얼어붙은 것만 같은 긴장감이 흐른다.
베세르크의 눈동자가 사념을 정화시킨 서준에게로 고정되었다.
서준은 시선을 들어 그 눈동자를 바라봤다.
마주치는 베세르크와 서준의 눈빛.
이윽고 검은 하늘 아래.
붉은 빛 알갱이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모이고 모인 빛 알갱이들은 점점 거대해지더니 곧 형체를 갖추기 시작했다.
그렇게 얼마 간의 시간이 흘러.
붉은 빛 알갱이가 흩어지며 온전한 형태를 드러내었다.
만물에 군림하는 지상 최강의 생명체, 드래곤(Dragon).
그리고 그 드래곤들 중에서도 최상위에 기거하는 존재.
모든 드래곤들의 지배자(Lord).
용제(龍帝) 베세르크.
크워어어어어어어어어어─!
대격변 당시 죽었다고 알려진 그 종말의 괴물이 런던의 하늘 아래 현신하는 순간이었다.
“저, 저게 대체 왜···.”
“이, 이럴 수는 없어···.”
그 끔찍한 공포 앞에 사람들은 일순간 전의를 상실했다.
사람들은 저 괴물이 베세르크라고 확신하지는 않았다.
확신할 수도 없었다.
베세르크는 대격변의 영웅들 이외에 그 모습을 본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보지 못해도 알 수 있는 것들은 있는 법이었다.
죽었다던 베세르크가 어째서 이곳에 현신한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지금 당장 그건 중요하지도 않았다.
베세르크는 전세계의 영웅들이 달려들어도 감히 어찌하지 못했던 존재.
“트, 틀렸어···.”
“끄, 끝장이야···.”
예정된 파멸 앞에서 진실은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그리고 그런 베세르크를 마주하며 서준은 생각했다.
‘아직 완전히 해방된 것은 아니다.’
서준은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베세르크에게서 느껴지는 마력이 상당히 불안정하다.
살짝 바라본 엘리스의 표정을 보아하니 무슨 계획이 틀어진 모양이었다.
그게 무엇인지는 정확히 알지 못했다.
허나, 확실한 건 베세르크는 완전히 해방되지 않았다.
저건 단순한 힘의 잔재.
아마도 서준의 힘을 확인한 베세르크가 서준을 견제하기 위해 무리해서 현신시킨 것 같았다.
‘하지만 힘이 점점 커지고 있다.’
그래도 점점 봉인이 풀려나는 것일까.
시간이 갈수록 느껴지는 힘이 점점 커지고 있었다.
그러니 베세르크가 완전히 해방되기 전에 막아야 한다.
서준은 몸 상태를 한 번 점검했다.
천월유성창을 시전한 직후였지만, 삼단전(三丹田)의 마력은 아직 여유가 있었다.
화타가 달여준 드래곤 하트.
그것을 복용한 덕분이었다.
드래곤 하트의 외단은 보유한 마력의 양만 따지면 엄청난 수준은 아니었다.
초월자 상점에서 판매하는 영약의 2~3배 정도의 마력량을 보유하고 있었다.
물론 그것도 어마어마한 양이라면 어마어마한 양이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천월유성창을 사용하고도 정신을 유지할 정도의 수준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정신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별 다른데 있지 않았다.
다름 아닌 중단전(中丹田)의 써클(Circle) 체계가 변했기 때문이었다.
지크프리트가 이르길.
중단전의 써클은 시전자의 심장을 드래곤 하트에 버금가는 것으로 만들기 위한 방법이었다.
그리고 드래곤 하트를 직접 복용함으로써 그 체계가 드래곤 하트에 한없이 가까워졌다.
그 때문에 서준은 마력의 효용성과 활용성이 월등히 증가한 상황이었다.
기존 서준이 보유하고 있던 마력의 총량과 비교하면 3배 가량 증가한 상태.
이 말은 즉, 천월유성창을 3번 정도 쓸 수 있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방금 한 번 사용한 것으로 남은 횟수는 2번.
그러니 그 안에 승부를 봐야한다.
서준은 롱기누스의 창을 꽈득, 움켜쥐었다.
그 순간.
“어딜!”
문득 정신을 차린 엘리스가 서준의 낌새를 알아채고 공격해왔다.
꺼거거거걱!
철그럭!
이윽고 살아남은 절반의 언데드 군단들이 일시에 서준을 향해 달려들었다.
절반을 쓸어버렸다고는 하나, 아직 남아있는 절반만 따져도 수십 만이었다.
그래도 천월유성창을 사용한다면 엘리스를 비롯한 남은 언데드 군단들을 쓸어버릴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베세르크의 봉인은 점점 풀려난다.
그러니 엘리스에게 시간이 끌려서는 안된다.
그렇기에 천월유성창을 사용하는 것이 맞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서준은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현재 마력량으로는 천월유성창을 2번밖에 쓰지 못해.’
만일 여기서 1번 더 사용한다면 남은 횟수는 1번.
바로 조금 전.
베세르크는 1초식, 멸절뇌성의 힘을 틀어버렸었다.
봉인이 완전히 풀려나지 않은 상태임에도 초월의 힘에 간섭했다.
과연 1번으로 베세르크를 상대할 수 있을까.
바로 그때였다.
“꿰뚫어라!”
프로미넌스 익스플로전(Prominence Explosion).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공간이 찢어지는 듯한 폭음이 터져나오며 천지가 뒤흔들린다.
주변의 모든 풍경은 그 거대한 힘에 휘말려 흔들린다.
그 힘에 서준에게 달려들던 언데드 무리가 일시에 쓸려나갔다.
엘리스 또한 그 힘을 무시하지 못하고 방어에 치중했다.
“그쪽 상대는 우리라고요!”
그 사이로 수연의 외침이 들려왔다.
이윽고 팀원들이 하나 둘, 서준을 지나치며 소리쳤다.
“가! 대장!”
“여긴 우리한테 맡겨요!”
“가서 확실하게 처리하고 와!”
그런 팀원들의 모습에 엘리스가 눈썹을 찌푸리며 소리쳤다.
“같잖은 것들이 감히···!”
이윽고 엘리스가 짙은 검은 마력을 끌어내었다.
그것은 수십 개의 어둠 덩어리가 되어 드림팀에게로 쇄도해갔다.
쉐도우 블래스트(Shadow Blast).
꽈꽈꽝!
“커헉!”
미쳐 피하지 못하고 튕겨져 나가는 서윤의 모습에 서준은 잠시나마 망설임이 일었다.
팀원들이 대격변의 영웅을 상대할 수 있을까.
외단을 복용하여 전보다 수준이 월등히 상승한 팀원들이었다.
그러나 대격변의 영웅은 대격변의 영웅이었다.
“저는 괜찮으니까 어서 가세요 서준씨!”
하지만 들려온 서윤의 말에 서준은 걱정을 털어내었다.
지금은 팀원들을 믿어야 할 때였다.
“그럼 부탁합니다!”
서준은 곧장 자리를 박차고 뛰어나갔다.
“어딜···!”
“그쪽 상대는 우리라니까!”
귀혼추살(鬼魂追殺).
비기(祕器).
뇌격섬(雷擊剡).
쩌────엉!
“고작 이따위로···!”
파천신검(破天神劍).
제 2식(第 二式).
난화혈참(亂火血斬).
꽈아아아아앙!!
“이것들이···!”
신령술(神靈術).
귀신소환: 식(鬼神召喚: 食)
요력탐식(妖力貪食).
쩌어어어어억!
“크윽···!”
속절없이 몰아치는 드림팀의 공격에 엘리스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내가··· 밀린다고?’
밀린다.
저 같잖지도 않은 년놈들에게 자신이 밀리고 있었다.
그건 말이 안되는 일이었다.
저들이 아무리 뛰어나봤자 S급 헌터들 4명을 모아놓은 것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대격변의 영웅인 자신이 고작 S급 헌터 4명에게 밀린다···?
‘말도 안되는 소리!’
엘리스는 그 사실을 차마 인정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엘리스를 당황스럽게 하는 건 한 가지 더 있었다.
‘어디서 본 듯한 것들이야···.’
다름 아닌 드림팀이 사용하는 기술들.
그건 과거 대격변 시절에 보았던 어떤 영웅들의 것들과 매우 흡사해있었다.
5명으로 이루어져 다른 그 어떤 영웅들보다 활약을 펼쳤던 이들과 너무도 닮아있었다.
‘설마··· 그 녀석들의 후예인 건가?’
그럴리가 없었다.
엘리스는 상념을 털어버렸다.
영웅들이 후예를 받아들일리가 없었다.
설령 받았다 한들 이렇게 한 자리에 모일 수가 없었다.
각기 길드를 창립해서 혼자 떵떵거리고 살고 있겠지.
지금과 같은 프로 헌터 시대에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모두 언데드로 사역해주마!”
엘리스는 크나큰 고함을 지르며 마력을 터트렸다.
꺼거거거걱!
철그럭!
그러자 주변을 뒤덮은 언데드 군단들이 일제히 드림팀에게로 달려들었다.
일인군단이라 불리며 혼자서 능히 국가 하나와 상대할 수 있다고 알려진 칠흑의 마녀, 엘리스.
엘리스를 대격변의 영웅 반열에 올려놓은 진정한 힘이야 말로 바로 이 언데드 군단이었다.
비록 서준에 의해 절반이 소멸해버렸지만 아직 남아있는 언데드들은 많았다.
수십 만의 절반은 여전히 수십 만이었으니까.
고작 S급 헌터들 4명에게 밀리는 것을 인정하는 것 같아 자존심 상했지만 아무렴.
“죽여!”
엘리스의 명령과 함께 언데드 군단들이 드림팀을 향해 일제히 쇄도해갔다.
그 모습에 엘리스는 비릿한 웃음을 흘렸다.
저 압도적인 군단 앞에서 개인은 한낱 개미에─.
바로
그때였다.
“기사단 전원 돌격! 반역자 엘리스를 참살하라!!!”
와아아아아아아아아!!!
어마어마한 함성이 터져나오며 일련의 무리가 언데드 군단을 덮쳐갔다.
왕실 근위대 소속, 라이프 가드 기사단(Life Guards Order)이었다.
“우리는 영국의 칼날이자 방패일지니! 우리가 이 군복을 입는 이유를 저버리지 마라!!”
로버트를 필두로 한 기사단들이 필사적으로 언데드 군단들을 막아서고 있었다.
“우리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다!”
“우리 땅은 우리가 지킨다!!”
와아아아아아아아!!
그 뒤를 이어 잉글랜드 소속의 프로 헌터들이 일제히 달려들었다.
그 때문에 언데드 군단들이 더 이상 진격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엘리스는 이를 까득, 깨물며 소리쳤다.
“뭣들하고 있어! 이 스코틀랜드 머저리 새끼들아!”
엘리스의 외침에 수십 만의 스코틀랜드 프로 헌터들이 움찔, 거렸다.
하지만 섣불리 나서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우리는···.”
“어, 어떻게 해야···.”
혼란스러웠다.
그저 잉글랜드 놈들이 왕위에 올라있는 것이 마음에 안들었던 뿐이었다.
그 왕을 폐위시키고 스코틀랜드 인물이 왕위에 올랐으면 하는 마음일 뿐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하늘이 갈라지고 몬스터들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몬스터들이 시내를 부수고 날뛰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하늘 위에 떠있는 저 끔찍한 괴물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상황이 쉽사리 이해가 가질 않는다.
그러니 어떻게 해야할지 확신이 서질 않는다.
“이게 무슨···.”
“이, 이건···.”
스코틀랜드의 프로 헌터들이 우왕좌왕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바로 그때.
쐐애애액!
전투에서 튕겨져나간 마력의 파편이 스코틀랜드의 한 프로 헌터, 케이에게로 쇄도해갔다.
눈 먼 화살 혹은 도비탄.
의도치 않은 공격과 혼란스러운 심정이 겹쳐져 케이는 미처 반응을 하지 못했다.
그렇게 멍하니 그것을 바라보고 있는 그때.
누군가 케이의 몸을 덮으며 바닥을 뒹굴었다.
덕분에 케이는 다치지 않았다.
그러나 몸을 덮은 당사자, 아리아는 그렇지 못했다.
“아흑!”
아리아는 고통스러운 신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미처 피하지 못했는지 아리아의 팔뚝이 길게 베어져있었다.
그 사이로 피가 쏟아져나오고 있었다.
아무리 눈 먼 공격이라고는 하나 프로 헌터도 아닌 그녀가 온전히 감당할 수는 없었다.
“괘, 괜찮으신…가요?”
아리아의 물음에 케이는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도 팔뚝을 타고 새빨간 피가 주르륵, 흘러 내리고 있건만.
“다, 다행이에요···”
그녀는 되려 케이가 다치지 않음에 안도하고 있었다.
“왜··· 대체 왜···?”
혼란스럽다.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걸까.
우리는 당신을 부정하고 폐위시키려 했는데···?
“여러분들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니까요.”
“우리를··· 우리를 용서하신단 말씀입니까···?”
아리아가 작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용서하고 말고가 어디있어요. 다 같은 영국민인데요.”
혼란스럽다.
너무도 혼란스럽다.
그래서 케이는 지금 자신의 행동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까드드득!
입가가 무너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케이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타닥, 전장을 향해 망설임 없이 몸을 던졌다.
케이가 몸을 던진 곳은 드림팀과 왕실 기사단 그리고 잉글랜드의 프로 헌터들이 아니었다.
“으아아아아!!”
다름 아닌 언데드 군단들이 있는 방향이었다.
그리고 그런 케이의 모습을 지켜보던 스코틀랜드의 프로 헌터들.
“싸워라!!”
“영국을 위해 싸워라!!!”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일제히 언데드 군단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이 버러지 같은 것들이!!”
엘리스는 인상을 와락, 일그러뜨리며 소리쳤다.
엘리스와 언데드 군단.
드림팀과 프로 헌터들.
영국의 존망을 건 전쟁.
그리고.
[필멸의 운명에 얽매인 어리석은 존재여.]서준과 베세르크.
세계의 존망을 건 전투가 시작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