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nscension Academy RAW novel - Chapter 233
233화 – 무대의 서막(1)
서윤과 수연을 쫓아낸 직후.
서준은 전신을 휘감은 인페르노의 불길을 꺼드릴 수 있었다.
이윽고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은 뒤,
문 밖으로 나서려던 찰나.
“흐응··· 언니, 그렇게 안 봤는데 의외로 응큼한 면이 있었네.”
“아, 아, 아니야!”
문 앞에서 수연과 서윤이 투닥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니긴 뭘. 오빠가 오지 말라는데도 굳이 보겠다고 성큼성큼 가던데.”
“그, 그건···.”
정확히는 서윤이 수연이에게 한껏 놀림을 받고 있는 모양새였다.
서준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방 문을 열었다.
역시나 방 문 앞에 서윤과 수연이 서있었다.
그렇게 방 문을 나오는 서준과 눈이 마주친 서윤.
흠칫.
일순간 서윤의 몸이 크게 떨려왔다.
그리고는 다시금 얼굴이 새빨개지기 시작했다.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했던가.
“아, 아, 안 봤어요! 정말이에요!”
서윤은 묻지도 않은 답을 하며 서준을 향해 손사래를 치기 시작했다.
그런 서윤의 모습에 옆에 있던 수연이 눈을 흘기며 말했다.
“봤네.”
“아, 안 봤다니까!”
서준은 아무 말없이 둘을 지나쳤다.
괜히 무슨 말을 꺼냈다간 서윤이 더 곤란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언니. 오빠 화났다.”
“아··· 그···.”
그런데 어째 서윤이 더 어쩔 줄 몰라하는 것 같았다.
“아니면 언니. 공평하게 언니 것도 보여주면 오빠 화도 풀리지 않을까?”
“으, 응···?”
당황스러워 하는 서윤을 뒤로 한 채,
수연이 후다닥, 서준의 옆으로 다가왔다.
그리고는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서준에게 말했다.
“어때 오빠? 좋지 않아?”
성인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런 것일까.
석가모니의 가르침이 절실한 수연의 표정이었다.
서준은 살짝 뒤를 돌아보았다.
“저··· 그···.”
서윤은 새빨개진 얼굴로 ‘정말 그러면 어쩌지?’ 하는 듯한 모습으로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서준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음흉한 미소를 짓고 있는 수연의 이마를 손가락으로 톡, 쳐보였다.
따악!
“아얏!!!”
그러자 수연이 엄청난 고통을 호소하며 저만치 달아나 버렸다.
상당히 아픈 모양인지 연신 이마를 문지르고 있었다.
패시브로 작용하는 신력(神力).
그리고 29.9%에 달하는 발력(發力).
그 둘의 조합이 이루어진 손가락 두들김은 가볍게 볼 것이 아니었다.
“왜 때려!”
“이게 누굴 놀려먹고 있어. 그리고 애초에 내 옷을 태워먹은 건 너잖아.”
“난 언니가 하라는 대로 한 거란 말이야.”
서준은 다시 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수연이 볼을 빵빵하게 부풀리며 소리쳤다.
“우씨! 속으론 좋으면서!”
번쩍!
따악!
“아아악!!!”
이번엔 티알피의 신속까지 가미된 일격.
수연의 이마에는 주먹만한 혹이 하나 생겨났다.
“아··· 저··· 그···.”
서윤은 안절부절하지 못한 표정으로 둘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렇게 수연의 음란마귀를 퇴치한 후.
서준은 아래층에 모여있는 일행들을 마주할 수 있었다.
“대장! 살아났어?”
“이번엔 빨리 부활했네.”
민율과 하윤이 대수롭지 않게 서준을 반겼다.
하지만 프로 헌터 협회장, 이태범만은 그럴 수가 없었다.
“제가 곤히 주무시고 계신 걸 깨운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태범은 굉장히 미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리고 분위기를 보아하니,
죽었다는 팀원들의 말을 ‘죽은 듯이 자고 있다’ 정도로 받아들인 모양이었다.
서준은 신경쓰지 말라는 듯 가볍게 손사래를 쳐보였다.
“아, 그런 건 아닙니다. 잠깐 저승 비스무리한 곳에 다녀온 거라 크게 신경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 네?”
이태범은 순간 정신이 멍해졌다.
그거 엄청 신경써야 하는 거 아닌가?
“그보다 협회장님께서 어쩐 일로···?”
하지만 서준은 정말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본론을 꺼냈다.
이태범은 멍한 표정으로 서준을 바라봤다.
‘······ 정말 염라대왕이라도 만나고 오신 건가.’
서준이라면 가능할 수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서준은 충분히 가능했다.
돈이 많이 필요할 뿐이지.
‘그럴리가.’
하지만 그 사실을 모르는 이태범은 고개를 흔들어 상념을 털어낼 뿐이었다.
이태범은 품 속에서 몇 장의 서류와 사진들을 꺼냈다.
그리고는 모두가 볼 수 있게 탁자 위에 펼쳐보였다.
서준은 시선을 내려 그것들을 보왔고,
그와 동시에 서준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갔다.
그도 그럴 것이 이태범이 내보인 서류.
정확히는 그 안에 첨부된 사진들.
그곳엔 암성(暗星)이 피투성이가 된 채 묶여있는 장면이 찍혀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어 사진을 확인한 팀원들과 영성(靈星)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특히나.
“스, 스승님···?”
암성의 제자인 민율의 표정은 이루 말할 것이 없었다.
떨리는 민율의 두 눈동자.
그 사이로 이태범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제 협회에 발신인 불명으로 온 사진들입니다. 처음엔 저희도 조작인 줄 알았습니다만··· 확인 결과, 사실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판단입니다.”
서준은 차분히 사진들을 확인했다.
진리회와 관련한 일을 추적하기 위해 한국을 떠났던 암성.
서준은 다시 시선을 돌려 이태범에게 말했다.
“누가 보냈는지 모른다는 말씀이십니까?”
“네. 다만 추측하기를···.”
이태범은 다시 품 속에서 몇 장의 사진들을 꺼내 펼쳤다.
그곳엔 류진철이 마을을 불태우고 사람들을 처참히 도륙하는 사진들이었다.
“류진철?”
“설마 류진철이?”
팀원들과 영성이 놀라 소리쳤다.
특히나 영성의 놀람이 가장 극에 달해있었다.
아무래도 류진철이 이런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한 듯 싶었다.
물론 류진철은 이런 일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서준은 그가 류진철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
‘뒤틀린 존재···.’
지난 미국에서 서준이 놓쳐버린 뒤틀린 존재.
놈은 서준과 같은 초시생이었다.
그렇기에 만일 놈이 암성을 인질로 잡은 것이라면,
요구하는 것이야 뻔했다.
“암성님의 몸값을 요구하는 겁니까?”
인과를 위한 암성의 몸값 요구.
하지만 이태범은 살며시 고개를 저어보였다.
“그건 아닙니다.”
“그럼···?”
“아무런 이야기가 없었습니다.”
서준은 고개를 한 번 갸웃거리고는 되물었다.
“그냥 이 사진들만 보내왔다는 말씀입니까?”
“정확히는 세간에 알려지면 암성님을 죽이겠다고만 적혀있었습니다.”
“······”
서준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세간에 알려지면 암성을 죽이겠다 협박하면서,
굳이 한국에는 이 사실을 알려왔다.
“이런 말씀 드리기 죄송스럽습니다만···.”
이태범은 살짝, 민율의 눈치를 보며 말을 이었다.
“함정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서준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이태범의 말에 동의했기 때문이었다.
세간에 알려지기를 꺼려하면서도,
굳이 한국 프로 헌터 협회에 사진들을 보내온 것.
이건 누군가에게만큼은 알려주고 싶다는 뜻이었다.
정확히는 누군가를 부르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누군가가 누군인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서준은 살며시 민율을 바라봤다.
민율은 충격 어린 표정으로 서준을 바라보고 있었다.
“대, 대장···.”
내뱉은 민율의 목소리가 떨려온다.
서준을 노리는 함정임을 민율 또한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가야하지만, 가서는 안되는 일이었다.
서준은 시선을 돌려 이태범에게 물었다.
“여기가 어딥니까?”
“가실··· 생각이십니까?”
서준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대장!”
그런 서준의 모습에 민율이 놀라 소리쳤다.
설마하니 단번에 가겠다고 할 줄은 몰랐던 듯 싶었다.
“내가 네 스승님을 모른 척 할거라 생각한거야?”
“그, 그건···.”
민율은 복잡한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바로 그때.
“이번엔 우리들도 함께 가겠느니라.”
영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국을 대표하는 대격변의 영웅들.
그들은 대격변 시절, 생사를 함께 했던 동료들이었다.
그런 동료가 인질로 잡혀있는 상황이었다.
이번만큼은 영웅들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서준은 그런 그들의 심정을 모르는 것은 아니나, 서준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어보였다.
“아뇨. 영웅분들은 이곳 한국에 남아주세요.”
암성은 진리회를 추적하기 위해 한국을 떠났었다.
그런데 정작 진리회가 아닌,
뒤틀린 존재가 관련되어 있었다.
그 말은 즉.
‘진리회와 뒤틀린 존재 사이에 무슨 관련이 있다.’
충분히 떠올릴 수 있는 이야기였다.
그렇기에 이들이 준비한 함정의 가능성은 2가지였다.
첫째, 함정을 파고 서준을 부른다.
둘째, 서준이 없는 한국을 노린다.
진리회는 전 세계적으로 세력이 뻗어있는 막강한 세력 단체였다.
지금은 베세르크 사건 이후로 잠잠한 진리회였지만 언제, 어디서 무슨 짓을 벌일지 알 수 없었다.
드림팀을 비롯한 영웅들이 모두 자리를 비운다면,
한국은 그 수작질에 대응할 힘이 없었다.
“그러니 영웅분들은 여기에 남아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주세요.”
“······”
단호한 서준의 말에 영성은 뭐라 할 말이 없었다.
명실상부 인류 최강의 헌터, 서준.
그리고 곧 자신들을 뛰어넘을, 드림팀의 후예들.
지난 100년.
‘우리들의 시간은 지나가고 있소이다. 어쩌면 이미 지나가 버린 것일지도 모르지.’
대격변의 시절은 지나갔고,
새로운 영웅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었다.
‘이런 날이 올 줄은 전혀 상상도 못했건만···.’
이제는 그들을 위해 자리를 물러나야할 때였다.
“······ 알았느니라.”
영성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영성의 모습에 서준은 다시 이태범에게 물었다.
“여기가 어디라고 하셨죠?”
“남아프리카 공화국입니다.”
아프리카 대륙, 최남단에 위치한 작은 나라.
“이번 일은 저희끼리 조용히 다녀오겠습니다. 협회장님께서 언론의 시선을 돌려주실 수 있으신가요?”
이태범은 멍하니 서준을 바라봤다.
이번 일은 상당히 위험했다.
지난 베세르크와 엘드리치 사건이 위험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태범은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이번 일에는 무언가 숨겨진 것이 있다.
그때보다 몇 배는 더 위험하다.
그렇기에 가지 않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었다.
암성의 목숨이 달려있긴 했으나,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서준과 암성의 목숨.
잔인하긴 하지만 그 저울질에서 이태범은 서준 쪽을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건 비단 이태범의 생각뿐만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정작 서준은 고민할 것도 없이 가겠노라, 말하고 있었다.
자신을 부르는 함정임을 알면서도 말이다.
‘대체 어째서···.’
이태범은 그런 서준을 이해할 수 없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가슴 속에서 무언가 끓어오르는 심정을 느낄 수 있었다.
생각해보면 누구나 불가능하다 고개를 저었던 일을 서준은 멋지게 해내지 않았는가.
처음엔 아무것도 아니라 생각했던 일개 프로 헌터 수강생이었건만···.
그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아무도 할 수 없는 일들을 해내기 시작했다.
언제나 불가능을 깨부수며 나아가는,
이제는 영웅들조차 넘어선 인류 최강의 헌터.
“······ 알겠습니다.”
이태범은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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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대륙, 최남단에 위치한 남아프리카 공화국.
그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중심에 위치한 킴벌리(Kimberley).
킴벌리는 오렌지 강 중류 지점에 위치한 내륙 도시이자,
세계 최대의 다이아몬드 광산이 있는 도시.
캉!
카캉!
다이아몬드의 도시 답게 수많은 사람들이 다이아몬드를 채광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바라보던 한 존재.
“이야··· 여기는 가만히만 있어도 인과가 쭉쭉, 벌리잖아!”
다름 아닌 뒤틀린 존재였다.
뒤틀린 존재는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다이아몬드 광산 한 쪽에 있는 창고 안으로 들어갔다.
창고 안에는 어마어마한 양의 다이아몬드가 수북히 쌓여있었다.
세공을 마친 1캐럿짜리 다이아몬드가 산더미.
그리고 산더미가 뭉텅이로 모여있었다.
“곧 있으면 내 초월급 무기도 만들어지는 구나!”
뒤틀린 존재는 싱글벙글한 표정으로 다이아 더미들을 바라봤다.
그리고 바로 그때.
누군가 다이아 창고 안으로 들어왔다.
진리회의 7인의 사도 중 절제의 사도였다.
절제의 사도는 뒤틀린 존재의 모습을 확인하고는 입을 열었다.
“그 녀석이 이곳에 도착했다는 소식이다.”
일순간 뒤틀린 존재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결국, 제 발로 저 죽을 자리를 찾아 들어오는 구나?”
뒤틀린 존재는 씨익, 미소를 지어보였다.
절제의 사도는 그런 뒤틀린 존재를 바라보다 다시 입을 열었다.
“그 분께서는 어디 계시지?”
“그 분? 아, 너네 대빵 말이지?”
뒤틀린 존재는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었다.
“조금 전에 빌어먹을 위치 추적기 창을 억제하러 간다면서 어디론가 사라져버렸어.”
“위치 추적기 창?”
“그런게 있어. 엄청 짜증나는 게. 그런데 그게 초월급 병기란 말이지? 그걸 어떻게 억제하냐고 물으니까, 자신한테 걸린 인과의 제약이 약해졌다나 뭐라나.”
뒤틀린 존재는 어깨를 으쓱여보였다.
“도통 무슨 소리인지 알 수가 있어야지.”
“······”
절제의 사도는 잠시 침묵하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일은 차질 없이 진행하고 있겠지?”
“그럼! 이 인과만 있으면 내 초월급 병기는 문제가 없지!”
뒤틀린 존재는 천천천히 걸음을 옮겨 수북히 쌓인 다이아 더미 앞에 서보였다.
“그리고··· 이제는 아무렴 상관없어.”
뒤틀린 존재는 씨익, 웃음 지으며 말을 이었다.
“어찌 한낱 인간 따위가, 신(神)에게 대항할 수 있겠어?”
뒤틀린 존재는 큰 웃음을 터트리며 다이아몬드 더미 위로 몸을 파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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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아프리카 공화국에 위치한 도시, 킴벌리.
그리고 킴벌리 도시 내부에 위치한 킴벌리 공항.
“와! 여기가 다이아몬드의 나라인가!”
킴벌리 공항에 도착한 수연이 주위를 두리번두리번 거렸다.
그리고 공항 곳곳마다 장식된 다이아몬드를 눈을 초롱초롱 빛냈다.
물론 진짜 다이아몬드가 아닌 가짜였다.
“다이아몬드! 다이아몬드!”
하지만 수연은 아무렴 상관없다는 듯.
잔뜩 신이 난 기색으로 공항 이곳저곳을 뛰어다녔다.
세간에 알리지 않고 몰래 왔기에 마중 나온 사람은 없었기에 망정이지···.
그리고 평소라면 민율 또한 그런 수연을 따라 이리저리 날뛰었을 터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다.
“······”
민율의 얼굴에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평소답지 않은 민율의 모습 때문일까.
“어··· 음···.”
수연이 난처한 표정과 함께 곧 시무룩해졌다.
아무래도 분위기를 띄울려고 했던 모양이었다.
서준은 축 쳐진 민율에게 다가갔다.
“걱정마.”
“대장···.”
민율은 천천히 시선을 들어보였다.
미안하고 고마운 감정이 섞여있는 눈빛이었다.
아무래도 자신 때문에 서준과 팀원들이 위험을 무릅썼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그런 민율의 모습에 보다 못한 서윤이 한 발 나서며 말했다.
“민율씨. 너무 그러시지 마요. 우린 한 팀이잖아요.”
“그래, 오빠. 그렇게 따지면 서준 오빠가 내 스승님을 구해줄 때는 뭐. 난 대역 죄인이게?”
“내 스승님을 구해주실 때도.”
뒤를 이어 수연과 하윤이 한 마디씩 첨언했다.
그런 팀원들의 격려 때문일까.
“······ 다들 고마워.”
민율의 표정이 조금은 풀렸다.
서준은 그런 민율을 바라보다 천천히 등을 돌렸다.
“나 잠시 화장실 좀 다녀올게.”
그렇게 적당한 핑계를 대고 공항 밖으로 나온 직후.
‘굳이 시간 끌 필요는 없지.’
서준은 곧장 키비시스에서 궁니르를 꺼내들었다.
목표한 적을 반드시 필중(必中)하는 창, 궁니르.
대륙만 넘어가지 않는다면,
궁니르로 암성의 위치를 찾는 것은 전혀 무리가 없었다.
하지만 암성을 직접 대상으로 설정할 수는 없었다.
자칫 잘못하면 암성을 죽일 수도 있었으니까.
그 때문에 베세르크의 심장을 터트릴 뻔 하지 않았는가.
‘뒤틀린 존재를 찾으면 알 수 있겠지.’
그렇기에 서준은 뒤틀린 존재를 대상으로 설정했다.
그리고는 있는 힘껏, 궁니르를 던졌다.
쐐애애애애액!
서준의 손에서 떠난 궁니르가 공기를 가르며 쏘아져나갔다.
서준은 그런 궁니르를 쫓아 티알피의 신속을 터트렸다.
그런데.
뚝.
일순간 궁니르의 움직임이 뚝, 하고 멈추었다.
뭔가 싶은 것도 잠시.
휘릭?
휘리리릭?
궁니르가 창두를 이리저리 돌리기 시작했다.
마치 북극과 남극에 위치한 나침반을 보는 것처럼,
방향이 어딘지 헷갈려하는 모습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윽고 궁니르가 창두를 서준 쪽으로 향했다.
그 모습이 마치 ‘모, 못 찾겠어!’ 라고 소리치는 것만 같았다.
“어···?”
서준은 당황스러운 심정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서준이 던진 건 진품 궁니르 였기 때문이었다.
오딘이 직접 사용하던 초월급 병기, 궁니르.
설정한 대상을 못찾는 경우가 있을 수 없기 때문이었다.
“어째서···?”
서준은 궁니르의 반응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러면···.’
궁니르가 왜 저러는지는 모르겠지만 암성을 직접 찾을 수밖에 없었다.
암성이 다칠 위험이 있었지만···.
시간을 끄는 것보다야 훨씬 나았다.
서준은 궁니르를 다시 회수했다.
그리고는 대상을 암성으로 설정하고 있는 힘껏 궁니르를 던졌다.
그런데.
뚝.
궁니르는 방금 전과 같은 반응을 보였다.
심지어 방금 전보다 더 맹렬히 창두를 빙글빙글, 돌리고있었다.
그 모습이 마치 ‘뭐, 뭐야! 대체 어디에 있는 거야!’ 라고 소리치는 것만 같았다.
“뭔데···?”
서준은 어이가 승천하기 직전의 심정이었다.
그리고 바로
그때였다.
“당신도··· 그 일 때문에 온 프로 헌터인가요.”
어디선가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