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nscension Academy RAW novel - Chapter 59
59화 – 가려진 그림자(1)
“눈치도 상당히 빠르군.”
서준의 말에 암성(暗星)은 꽤나 놀란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리고 그런 그의 말에 서준은 눈앞의 노인이 암성임을 확신할 수 있었다.
사실 서준은 암성일 것이라 추측했던 것일 뿐, 확신한 것은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서준은 암성의 얼굴을 알지 못했으니까.
하지만 방금 보였던 은신술과 함께 지금 느껴지는 분위기를 보면 노인은 암성이 확실했다.
암성은 대격변을 겪어온 세월을 증명하듯 자잘한 주름들과 함께 머리가 새하얗게 쇠어있었다.
그러나 절제된 스타일 때문인지 검성과는 사뭇 다른 느낌의 연륜이 묻어나왔다.
무엇보다 날카로운 눈매와 더불어 왼쪽 눈가에 길게 나있는 상처는 은퇴한 용병과도 같은 노련함을 물씬 풍기고 있었다.
암성 또한 서준과 마찬가지로 서준을 자세히 살펴봤다.
그러다 당최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정말 놀라울 따름이군. 대체 어떻게 내 존재를 인지할 수 있었던 것이지?”
생각해보면 그럴 것이 암성은 암살의 귀재이자 은신술의 달인이었다.
그리고 보통 은신술이라 함은 주변 배경에 자신을 녹여내는 것을 의미했다.
그리하여 자신의 모습을 감추는 것.
말 그대로 은신(隱身)이었다.
그리고 이런 은신술은 단련할수록 더욱 그 기척을 찾아내기가 힘들어졌다.
그렇게 단련하고 단련하다보면 은신술의 끝이라 불리는 경지가 하나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무아(無我).
한 마디로 모습을 지우는 것을 넘어 존재 자체를 지워버리는 경지였다.
눈앞의 암성은 그런 무아(無我)의 경지에 한 발 걸친 인물이었다.
그리고 그런 암성의 은신술을 서준이 보란듯이 간파해버렸으니 암성 입장에서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물론 모습까지 완벽히 잡아낸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존재를 인식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일이었다.
그렇기에.
‘어떻게 느낄 수 있었던 거지?’
서준도 그 사실에 놀랄 따름이었다.
물론 짐작하는 바는 있었다.
다름 아닌 케이론의 강의를 수료하면서 습득한 환골탈태(換骨脫胎).
암성이 언제부터 서준을 지켜봤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적어도 지금 당장은 아니었을 터였다.
그리고 서준은 케이론의 강의를 수료하기 전만 하더라도 암성의 존재를 인지하지 못했다.
하지만 케이론의 강의를 수료하자마자 암성의 존재를 눈치챌 수 있었다.
아무래도 케이론의 강의 수료하면서 직감이 더 예민해지고 확장된 영향이 아닐까 싶었다.
‘이렇게 되면 이건 환골탈태가 아니라 초감각의 영역 아닌가? 음… 혹시 다른 능력도 있는 건가?’
그건 케이론의 에필로그 강의를 들어봐야 알 것 같았다.
아무튼.
서준은 눈앞의 노인이 암성임을 확인하고 긴장을 풀었다.
암살자니 뭐니 해도 암성은 한국을 대표하는 5인의 영웅 중 한 명.
영웅이란 칭호는 실력의 고하를 떠나 함부로 붙여지는 칭호가 아니었다.
서준은 암성에게 물었다.
“혹시 민율이 때문에 저를 찾아오신 건가요?”
“겸사겸사라고 해두지.”
담담한 암성의 답변에 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민율이라는 이름이 누구냐고 묻지 않는 것으로 보아, 암성은 진즉에 민율의 존재를 알고 있던 것 같았다.
서준은 말을 이었다.
“역시 비급도 일부러 남기신 거였군요.”
“그 녀석이 그리 말하더냐? 쯧. 그 비급이 내가 준 것임을 사람들이 알면 좋을 것이 없거늘.”
“아뇨. 민율이는 암성님을 모르고 있던데요?”
“…?”
갑자기 벙쪄버리는 암성의 표정에 서준은 저도 모르게 터져나오는 웃음을 꾹 눌러 참아야만 했다.
“그게··· 무슨 말이더냐?”
그리고 이어지는 암성의 물음에 서준은 어제 민율에게 들은 사정을 자세히 설명해주었다.
암성은 묵묵히 서준의 말을 들었고.
“저런 멍청한.”
그 최종 감상평은 이러했다.
서준은 결국 참다 못해 피식, 웃음을 터트리며 말을 이었다.
“안 그래도 민율이가 이쪽으로 오고 있습니다. 조금 있으면 도착할 것 같은데 오랜만에 인사라도 나누시죠.”
“뭐라? 그 녀석이 지금 여기로 오고 있다고?”
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이런··· 시간이 생각했던 것보다 촉박하군.”
어째 암성의 반응은 예상과는 사뭇 달랐다.
서준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시간이 촉박하다니요?”
“내가 그 녀석과 만나고자 했다면 진즉에 만났다. 하지만 난 지금 그 녀석을 만나선 안돼. 애초에 네 놈을 찾아온 이유도 그 때문이다.”
서준은 여전히 암성의 말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어째서 그런거죠?”
“시간이 없으니 본론부터 말하지. 네 놈, 진리회와 무슨 관련이 있지?”
“갑자기 그건 왜 물으시는 겁니까?”
“네가 방금 질문한 물음의 답이기도 하다.”
암성은 어째 선문답과도 대화를 이어나갔다.
서준은 그 의도를 파악할 수 없었지만 일단 암성의 질문에 답을 했다.
“아무런 관련 없습니다. 아. 칼리아 경을 한 번 만난 적은 있었습니다만.”
“칼리아? 설마 순결의 사도 후계자를 말하는 것이더냐?”
“네.”
서준이 고개를 끄덕이자 암성은 잠시 생각에 잠긴 듯 시선을 살며시 내렸다.
“…… 그래서 그런 것이었나.”
그리고 혼잣말을 중얼거리더니 금방 입을 열었다.
“난 그간 진리회의 뒤를 밟고 있었다.”
“네? 진리회를요? 대체 왜요?”
“놈들을 믿지 않으니까.”
서준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도 그럴 것이 진리회는 대격변을 종식시킨 단체이자 인류의 영웅이었다.
그리고 그 이름에 걸맞게 그들이 현재 하고 있는 일들 또한 영웅적인 면모가 돋보이는 일들 뿐이었다.
“세상 사람들은 대부분 그렇게 알고 있지. 하지만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암성은 과거를 회상하듯 서준에게 말했다.
“대괴수 베세르크에 대해서는 알고 있겠지?”
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대괴수 베세르크.
제 2의 대격변이라 불릴 만큼 압도적인 괴물이자, 동시에 위대한 목소리와 7인의 사도들에 의해 쓰러지면서 대격변이 종식되었음을 선언한 괴물이기도 했다.
그런데 갑자기 그 괴물은 왜···?
이어진 암성의 말은 더없이 충격적이었다.
“베세르크는 쓰러지지 않았다.”
“……네?”
암성은 그 날의 일을 떠올린 듯 몸을 살짝 떨며 말했다.
“그건… 절대로 쓰러뜨릴 수 없는 괴물이었어.”
그런 암성의 모습에 서준은 잠시 넋을 잃었다.
암성조차 저런 반응을 보일 정도라니···
서준으로서는 베세르크의 힘을 감히 상상조차 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런 베세르크가 쓰러지지 않았다는 건 또 무슨 말일까.
“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너는 베세르크를 한 번이라도 본 적이 있느냐? 물론 사진이나 영상으로 말이다.”
서준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베세르크에 대한 기록은 전혀 남아있지 않았으니까.
당시, 영웅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그려낸 그림은 있지만 사진이나 동영상, 그 어떠한 자료로도 기록이 남아있지 않았다.
따라서 서준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베세르크를 알지 못했다.
베세르크를 본 것은 오직 대격변의 영웅들.
그리고 위대한 목소리와 7인의 사도들뿐이었다.
“이상하지 않느냐?”
“뭐가··· 말씀이십니까?”
암성은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베세르크가 쓰러졌다면 그 시체가 남아있을텐데. 왜 사진이나 영상으로 단 하나의 기록조차 남아있지 않는건지.”
“어···라?”
생각해보니 그랬다.
베세르크가 쓰러졌다면 반드시 그 시체를 남겨야만 했다.
그럼 베세르크의 모습은 상상을 기반으로 그린 그림이 아니라 사진이나 동영상.
그 어떠한 형태로도 자료가 남아있어야했다.
하지만 베세르크에 대한 것은 현재 그 어떠한 기록도 남아있지 않았다.
이어 암성이 계속 말이었다
“베세르크는 갑자기 사라졌다.”
서준은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암성에게 물었다.
“자, 잠시만요. 베세르크가 쓰러진 게 아니라면 왜 진리회가 인류를 구원했다 알려진 겁니까?”
“그들이 무언가를 한 건 확실하니까. 정확히는 위대한 목소리가 베세르크에게 무언가를 했지. 하지만 베세르크가 쓰러진 것은 아니야.”
서준은 암성의 말을 쉽사리 믿을 수 없었다.
하지만 암성은 베세르크와의 전투를 직접 겪었던 당사자.
“……그래서 진리회를 믿지 않으신다고 말씀하신거군요.”
암성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지금 문득 드는 생각이었지만 검성도 그러했다.
암성과 같이 검성 또한 베세르크를 마주한 대격변의 영웅.
무엇보다 서준이 검성과 함께 칼리아를 만났을 당시, 칼리아는 검성에게 이런 말을 했었다.
‘끝나지 않았음을 누구보다 잘 아시지 않습니까.’
그때 서준은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 이어진 검성의 반응에 서준은 그저 검성이 칼리아를 싫어한다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지금 암성의 말을 듣고 보니 칼리아가 아니라 진리회에 대한 불신인 것 같았다.
암성은 이게 끝이 아니라는 듯 계속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몇 년 전에 사건이 터지면서 확신했다. 아니, 사건이라 부를 것도 없지. 너는 순결의 사도가 왜 공석인지 생각해본 적이 있느냐?”
“설마···?”
“순결의 사도는 갑자기 사라졌다. 말 그대로 갑자기. 대괴수 베세르크가 사라졌던 것처럼.”
“진리회에서는 나이가 들어 자연사했다고 발표했지 않습니까.”
그러자 암성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웃기는 소리. 7인의 사도들은 대격변 이전부터 함께 해온 자들이다. 그런데 순결의 사도만 자연사를 했다고?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느냐?”
“……”
“나는 그 둘의 연관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것을 밝히고자 진리회의 뒤를 캐기 시작했지.”
“그래서··· 알아낸 것이 있나요?”
“2가지가 있다.”
암성은 먼저 손가락 하나를 펴들며 말했다.
“하나는 진리회 놈들이 그런 나를 죽이려 든다는 것.”
이어 암성은 두 번째 손가락을 피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이번에 발생한 10성 던전 브레이크가 진리회의 수작이라는 것.”
“네? 10성 던전 브레이크가 진리회가 저지른 일이라고요? 어떻게 그럴 수 있는.. 아니, 대체 왜 진리회가 그런 짓을 합니까?”
암성은 서준을 바라보며 말했다.
“네 놈 때문이다.”
“…?”
서준은 갑자기 정신이 멍해지는 기분이었다.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진리회는 네 놈을 주시하고 있더군. 그래서 나는 네가 진리회 쪽 사람인가 의심했지만··· 그건 아닌 것 같군.”
암성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맺었다.
“……”
서준은 멍한 정신 속, 암성의 이야기를 정리했다.
길었던 암성의 이야기였지만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진리회가 수상하다’는 말이었다.
동시에 진리회가 서준을 주시하고 있다는 것.
여기까지 생각을 정리한 서준은 암성에게 물었다.
“그런데 제게 이런 말씀을 하시는 이유가 뭔가요?”
생각해보면 암성이 굳이 서준을 찾아와 이런 말을 할 이유는 없었다.
서준이 의심스러워서 찾아온 것이야 그럴 수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자세한 이야기를 해줄 이유는 어디에도 없었다.
역시나 암성도 알고 있다는 듯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네게 부탁을 하려고 왔다.”
“부탁이요?”
암성은 계속 말을 이었다.
“나 대신 그 녀석을 좀 챙겨줄 수 있겠느냐.”
“그 녀석이라면··· 설마 민율이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서준의 물음에 암성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진리회 놈들은 지금도 나를 찾고 있다. 그리고 진리회는 그들만의 특별한 방법으로 대상을 주시하지. 자세히 알아내지 못했지만 내가 접촉하는 모든 이들에게 그 흔적이 남게 되는 것 같더군.”
암성은 계속 말을 이었다.
“그래서 지금 당장 그 녀석에게 접근할 방법이 없다. 내가 접근하면 그 녀석은 진리회의 표적이 되니까. 그래도 내 목숨을 살려준 제자 놈인데 스승으로서 도와주고 싶어도 진리회 놈들의 눈치를 보느라 불가능하다. 그러니 네가 그 중간 다리 역할을 해주었으면 한다.”
서준은 순간 멈칫, 하고는 물었다.
“예…? 잠시만요. 그 말씀은 지금 제게도 흔적이 남는다는 소리잖아요?”
“너는 예외다.”
서준이 의문스러운 표정을 짓자, 암성이 바로 말을 이었다.
“말했다시피 너는 이미 진리회에서 주시 대상이다. 동시에 진리회는 나와 마찬가지로 너를 보지 못하더군.”
“……주시한다는게 정확히 무슨 의미인거죠?”
“확실하진 않지만 주시 대상이 어떤 행동을 했을 때, 그것에 따른 결과들을 볼 수 있는 것 같더군. 그래서 진리회 놈들은 그것을 ‘본다’ 라고 표현한다.”
대상의 행동에 따른 결과를 본다고?
물론 어떻게 그게 가능한지는 알 수 없었지만, 진리회 자체가 워낙 신비에 싸인 단체라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애초에 언어의 장벽이 없이 대화할 수 있는 것부터가 말이 안되었으니까.
암성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서 그들은 내가 너와 접촉한다 한들 별 다른 이상을 느끼지 못한다. 동시에 너를 통하면 그들은 내가 아니라 네가 한 행동이라 여길 뿐이다.”
“아···”
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문득, 떠오르는 궁금증에 다시 암성에게 물었다.
“잠시만요. 암성님이야 그렇다쳐도 저는 왜 진리회가 볼 수 없는 겁니까?”
“모른다.”
암성은 자신 또한 의문이라는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나는 한 발짝 걸쳐있는 무아(無我)의 경지로 그들의 주시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너는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나도 의문이군.”
그리고 그런 암성의 말에 서준은 퍼뜩, 지난 멘토와의 대화가 떠올랐다.
다름 아닌 초월자 학원에 서준에 대한 회원 정보가 없다는 말.
혹시 둘 사이에 어떤 관련성이 있는걸까?
서준은 생각을 거듭했지만 아직 그 어떠한 답을 내릴 수가 없었다.
암성은 그런 서준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 지 갑자기 품을 뒤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몇 권의 서적을 꺼내 서준에게 건넸다.
“이제 시간이 없군. 이걸 그 녀석에게 전해다오. 그때는 급하게 작성하느라 단검술과 은신술만 기록했으나 여기엔 더 자세한 내용들이 있다.”
서준은 그 서적을 받았고 동시에 물었다.
“저를 어떻게 믿으시고요?”
“내가 간섭할 수 없는 건 주시 대상 이외의 인물이다.”
한 마디로 허튼 수작 부리지 말라는 이야기였다.
서준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이런 거면 그냥 민율이 집에 놓고 오면 되잖아요.”
“생각해보지 않은 건 아니다. 하지만 불가능해. 말했다시피 그건 내 행동에 따른 결과니까.”
암성은 그렇게 말하며 재차 품 속을 뒤적여 새로운 서적을 건넸다.
“그 대가라고 하기엔 뭐하지만 받거라. 네게도 꽤나 도움이 될 것이다.”
서준은 얼떨결에 암성이 건넨 서적을 받아들었다.
보아하니 암성이 기록한 또 다른 비급인 것 같았다.
그리고 암성의 비급이라 하면 헌터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아니, S급 헌터들조차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 정도의 보물이었다.
하지만 서준은 서적을 확인하지도 않고 암성에게 돌려주었다.
왜냐하면.
“전 이런 거 필요 없습니다만.”
서준에겐 아무 짝에 쓸모가 없었으니까.
“……”
암성은 순간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래서인지 모르겠지만 서준이 빨리 가져가라고 들이미는 서적을 말없이 바라만 볼 뿐이었다.
그 모습이 어째 자존심이 상한 것 같은데 뭐 어쩌겠는가.
정말 필요가 없는 걸.
가뜩이나 초월자 학원의 강의도 듣기 빡세 죽겠는데 암성의 비급을 배울 시간이 없었다.
그리고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암성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한들, 초월자 학원의 강사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암성의 비급을 배울 바에는 그냥 프리패스에서 아무 강사나 붙잡고 강의 듣는게 훨씬 나았다.
“이거 말고 다른 거로 주시면 안됩니까?”
이어진 서준의 말에 암성은 순간 무슨 이런 미친 놈이 다있지. 하는 표정이었다.
“……다른 거라면 무얼 말하는 게냐.”
서준은 잠시의 생각을 이어갔다.
그리고 씨익,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양육비라고 들어보셨죠?”
“…?”
암성은 순간 자신이 잘못들은 건가 싶었다.
돌려 말하긴 했으나.. .아니, 돌려말하기는 무슨.
그냥 돈 달라는 말이었다.
그런데 설마하니 다짜고짜 돈을 달라고 하겠는가.
그것도 다름 아닌 5인의 영웅 중 한 명인 암성한테.
그 암성이 작성한 비급마저 포기하면서.
“안 주시면 저도 안할 겁니다.”
그러나 더없이 진지한 서준의 협박 아닌 협박에.
“……진리회가 왜 주시하고 있는지. 이제야 알겠군.”
암성은 다른 의미로 진리회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