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otsky and our Joseon Royals RAW novel - chapter 181
“류큐…? 어찌 되었건 알겠네. 놀랍군. 아직 유럽에서도 상류 문화로 알음알음 퍼져 있는 수준이라 수요가 없는데. 그대들은 이미 저 바다 너머 땅에 가 본 바가 있는 건가?”
“그건… 모르겠군요.”
로밀리의 알쏭달쏭한 대답에 아폰수 5세는 어리둥절해하였으나 결국 답은 정해져 있었다.
며칠 뒤 왕궁의 대회장에서, 포르투갈의 뭇 공후들이 모인 가운데 왕은 라틴어와 한문으로 된 조약서에 봉랍을 뿌린 뒤 반지로 눌러 날인하였다.
그 옆에 이징옥이 ‘소련인도양해군사령관’이라고 새겨진 인장을 찍으니,
“이제 양국 사이에 평화가 돌아왔으니, 이 신성한 조약은 영원히 준수될 것입니다.”
대주교의 선언과 함께 조약식은 끝이 났다.
아폰수 국왕이나 그 총신 에보라 주교 등은 모두 얼굴에 안도감이 가득했고, 그는 참관인 귀족들의 서슬 퍼런 표정과 커다란 대비를 이루었다.
한데 오직 한 사람, 왕의 곁에 서 있는 젊은 청년은 어두운 표정으로 그 모든 광경을 훑어본다.
“저자는, 누구요?”
“왕세자 주앙(João)입니다.”
무능한 아폰수 이후 대숙청을 통해 절대 왕권을 세우고 희망봉을 발견하는 위대한 군주.
‘완전왕’ 주앙 2세.
그러나 누가 들을까 싶어 로밀리는 앞날에 대한 이야기를 아꼈다.
며칠 뒤 소련의 사절단이 끌고 온 함선 중 KCS 양무(揚武) 호에는 포르투갈에 존재하던 거의 모든 담뱃잎이 실려 나가게 되었다.
이번에는 수천 킬로그램에 달하는 꽤나 막대한 양이었으니, 아마 원산의 담배 수요를 당장 채우기에는 충분하리라.
사절단 역시 이제 긴장을 풀고서 이방의 문물을 살피고 그 사세를 살피기 위하여 여유로이 움직였다.
…그때까지는 일이 그렇게 될 줄 아무도 몰랐으니까.
* * *
“카마라다(Camarada, 동지) 로밀리? 키마라다 이? 거기 계셨군요!”
“…왕세자 저하?”
“우연입니다! 혹시 대성당을 구경하러 가신다면 제가 안내해도 되겠습니까?”
조약일에 처음 마주한 뒤, 기묘하게도 왕세자 주앙은 그들을 쫓아다녔다.
잘생긴 청년은 활달한 미소를 지으며 그들을 향하여 정중히 절하였다.
일국의 왕자가 고개를 숙여 오니 이징옥으로서는 황송하여 더욱 깊이 몸을 숙였고, 로밀리는 당황하여 어정쩡한 자세를 취해 버렸다.
지난번에 아폰수의 여우 사냥에 초청받았을 때도 왕자는 끈질기게 그들의 뒤를 쫓아다녔다.
그때도 이징옥과 이아구가 들고 다니는 각궁에 대해서든, 로밀리의 소총에 대해서든 모두 꼬치꼬치 캐묻기를 멈추지 않았었다.
“조선이라는 나라는 참으로 위대한 듯합니다!
듣자 하니 수백만의 백성들이 모두 굶주림을 모르고, 집집마다 지붕과 벽을 황금 벽돌로 지으며, 플라토(Platão, 플라톤)가 말한 바와 같은 철인 군주가 다스리고, 수십 레구아(Légua, 약 5,555미터)를 하루 만에 움직이는 수레가 있다 들었습니다!
물론 과장이 심하겠지만…”
“거기서 황금 벽돌만 빼면 다 옳은 듯하옵니다.”
“노 문도(No Mundo, 세상에나)! 카마라다 이, 소문이 사실이었단 말입니까?”
“물론입니다, 허허.”
흠, 생각해 보니 이징옥 동지가 대부분의 원인을 제공한 것 같기도 하고.
거기에 외교관이란 자각이 없는 통역들과 이아구가 신이 나서 떠벌린 바들도 한몫했다.
국가의 정보들이, 기밀까지는 아니더라도 줄줄 새어 나가니 로밀리로서는 머리가 아파 왔으나 커다란 문제를 일으킨 적은 없기에 가만두었다.
애초에 애들도 아니고 다 늙은 양반들을 어디 가둬 둘 수도 없는 노릇이니.
“하여, 태조대왕께서 역적 신우(辛禑)와 신창(辛昌)을 몰아내고 그렇게 역성혁명을 일으키신 것입니다.”
“아… 그런데 기존의 개성의 왕 가문(Casa de Wang de Kaesong)과 지금 왕조인 전주의 이 가문(Casa de Yi de Chonju) 사이에 혈연이 없다고 하셨습니까? 실례지만, 그러면 반역이 아닙니까?”
“절대 그렇지 않사옵니다! 의화궁주(義和宮主) 안씨가 왕실의 웃어른으로서 교서를 내리시어 태조대왕께서 즉위하셨으니 이는 천도와 인심에 따른 것이 아니겠습니까? 맹자에서도 임금에게는 다만 인의만이 있을 뿐이라 하였거늘, 인의를 잃은 자가 어찌 임금이라 할 수 있겠습니까?”
“흠… 하지만 국가의 주권이란 하늘(Céu)에서 내리시는 바가 아닙니까?”
“제 말이 그 말이옵니다! 천리(天理)란 곧 민심을 통하여 나오니 어찌 나라의 주권이 민심을 따라 오가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거기다 가끔씩 이징옥이 왕세자와 나누는 한담을 들어 보면, 대부분 이징옥이 중국과 조선의 고사들을 들려주고 거기에 왕세자와 문답을 나누는 형식이라 무해했다.
“왕세자 저하도 아시겠사오나 작금에 포르투갈이 부강하지 못하게 됨은 곧 역신들이 조정을 채워 제 잇속만을 살피기 때문입니다. 인의가 바로 세워지지 않아 신하가 임금처럼 행하니, 만물이 그 이름에 맞지 않게 되어 도의가 어그러집니다.”
“…카마라다 이, 당신의 조언에 무한한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유자로서 당연한 말을 했을 뿐입니다.”
가끔은 이렇게 의미심장한 대화를 나누기도 하지만. 중요한 정보는 없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나름 평화로이 흘러가던 어느 날이었다.
“카마라다 로밀리, 접니다.”
“왕세자 전하.”
평소와 다르게 주앙이 로밀리 혼자 있을 때 말을 걸어온 날이었다.
“카마라다 이께서 다른 통역과 함께 계시기에 지난번에 물었던 고사에 대해 더 물어보았더니 이상하게도 세부 내용을 말씀해 주지 않으셨습니다.”
“무엇을 말씀이십니까?”
“정… 몽주라는 자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조선의 태조(Taejo de Choson)와 함께 고려(Koryo)를 개혁하고자 하였고, 새로운 왕국이 개창될 때도 절개를 지켰다는 충신이라고 말씀해 주시더군요.”
“예, 모두 맞는 말씀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최후에 대해서는 얼버무리시더군요.”
아.
‘나중에 형제까지 다 죽이고 쿠데타로 왕이 되는 미친 살인마 왕자가 백주 대낮에 철퇴로 대가리를 깨서 죽였습니다. 하핫! 근데 그게 지금 우리 국왕 증조부이시군요!’
…라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이징옥 동지가 당연히 우물쭈물할 수밖에.
“결국에 그 ‘좋은 대나무의 다리(善竹橋)’라는 곳에서 조선의 3대 왕인 태종이 콱, 하고 죽여 버립니다.”
뭐, 내가 상관할 바는 아니지.
로밀리는 그냥 아는 대로 다 털어놓았고, 그제 주앙은 사정이 이해가 간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이건, 못 들은 걸로 하는 게 낫겠습니다. 카마라다 이께도 제가 물어봤다는 이야기는 말아주십시오.”
“알겠습니다.”
왕세자 주앙은 약간 얼얼하게 맞은 듯한 표정이었다.
하기사 이징옥 동지가 그렇게 인의를 부르짖었으니 그에게 조선은 명예와 신의의 나라였을 텐데, 그렇게 피투성이로 건국되었다니 놀라울 테지.
플라톤적인 이상 국가처럼 조선을 바라보던 환상도 어느 정도 깨어진 듯 그 뒤로 이징옥의 이야기에 반박하거나, 더욱 적극적으로 캐묻고 질문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로밀리로서는 그저 왕자에게 좋은 지적 자극을 주었구나, 생각하고 넘어갔다.
지금 돌이켜 보면 그때 길게 생각해 보았어야 했다.
선죽교의 고사를 이야기했을 때, 왕자의 얼굴을 채운 것은 경악의 감정이었는가? …아니면 깨달음의 충격이었는가?
어쩐지 주앙의 곁에 수상하고 험상궂은 이들이 부쩍 자주 따라다니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는가? 단순히 ‘외국의 귀빈분들께도 신변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경호를 늘린 것인가?
따지고 뜯어보면 그 사소해 보이던 부분들이 모두 앞날의 징조였으나 소련에서 온 일행 중 누구도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러나 이미 모든 일은 개개인이 막아 내기에는 치밀하게 진행되고 있었으니.
아마 로밀리가 다시 그 순간으로 돌아가 다르게 행동했더라도, 어쨌든 결과는 비슷했으리라.
그렇게 로밀리의 무관심과 이징옥의 천진함 속에서 시간은 흘러가고.
운명의 그 날이 오고야 만다.
신세계로부터 (4)
아버지는 무능했다.
누구든 6살일 때부터 훌륭한 군주일 수는 없는 법이다. 그러나 12살이 되고, 18살이 되어서도 여전히 어릴 적의 유약함을 간직한다면 그는 왕이 될 수 없다.
지금도, 브라간자 공작의 배후 협잡에 크게 분노하고 실망하시다 결국 앓아누우시지 않으셨던가?
그래서 아버지는 왕이 아닌… 카마라다 이가 얘기해 준 고사에서의 ‘필부’인지도 모른다. 누가 보아도 아버지는 왕재가 아니었으니.
허나 아버지가 왕이 아니라면, 이 나라의 누구도 왕이 될 수 없다.
저 독사 같은 브라간자의 페르난두도, 그 외의 호시탐탐 아버지의 자리를 노리는 대귀족들도.
―“신하와 인군의 사이에는 오로지 의(義)와 충(忠)만이 있어야 합니다. 그러지 않은 신하는 모두 그 마음부터 역심을 품고 있는 것입니다.”
이징옥이 말해 주었듯, 이 지상의 어느 왕국에서는 그저 임금을 모욕하는 글귀를 남겼다는 이유 하나로 권신이 죽는다.
그것이 문명국의 모습이다. 조선이란 곧 이 야만을 몰아내고 위대한 법률과 적법한 통치로써 반역자들을 다스려 낸 문명국의 선두다.
로마서에서 상 파울루(São Paulo, 성 바오로)가 이른 바와 같이 권세는 주님으로부터 나지 않음이 없나니,
“저하, 준비가 어느 정도 진행되었습니다.”
모든 권세는 다 주님께서 정하신 바라.
주님께서 지상을 둘러보시다, 결국 ‘아비스 왕가(Casa de Aviz)’에 정당한 권세를 내리셨으니 이에 대항함은 모두 주님의 권세에 반하는 것이리라.
“병사들의 수는?”
“많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조약식 이후 리스본에 머무르는 소련 대사들과 접촉하기 위하여 귀족들이 시가지에 몰려 있으니 지금이 기회입니다.”
“…성문을 잘 봉쇄하라.”
“예, 저하.”
밤이 저물어 가고 있다.
행인들은 제각기 귀가하는 발걸음을 서두르며, 연일 시끄럽던 항구의 고함 소리조차 이제는 잠잠해진다.
움직일 때가 왔다.
* * *
약 100년 전 보르고냐 왕가(Casa de Borgonha)의 마지막 군주였던 페르난두 1세는 도시를 둘러싸는 거대한 성벽을 건설하였다.
리스본의 성장 속도가 가팔랐던 만큼 시가의 일부는 성벽 바깥으로 삐져나왔지만, 성곽은 도시의 대부분을 아울렀다. 지금 귀족들이 머무르는 숙소 전체가 그 안에 있을 정도로.
귀족들은 미지의 강대국에서 온 대사들과 교분을 쌓으려 안간힘을 썼다. 그들은 대부분 대사들이 머무르는 상조르주 성에 손님으로서 머무르거나 그 근방에 숙소를 잡았다.
그러나 오직 페르난두는 도시의 북녘 끝자락에 따로 저택을 구입해 머물렀다.
일종의 과시였다.
대어(大魚)는 잔챙이들에 비해 천천히 몸을 움직이는 법이니.
다른 귀족들이 그렇게 새로운 승전국에 아양 떨려 노력할 때, 이 몸은 포르투갈의 지배자로서 결코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메시지를 던져 주는 것이었다.
물론… 일신상의 안전을 따진 것도 있었고.
‘리스본에 병력이 급격히 집중되고 있다.’
이제 일흔에 접어든, 브라간자 공작의 눈이 투명한 유리알처럼 타오르는 벽난로를 되비쳤다.
그 눈에는 이런저런 고민이 서려 있었다.
물론 말도 안 되는 규모의 함선과 강대한 총포로 무장한 외국 병력이 수백씩 리스본에 머무르게 되었으니,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병력을 증강하는 일은 타당했다.
수도의 경비는 더욱 강화되어야 마땅했으며, 비록 패전국일지라도 포르투갈의 국력이 결코 소련에 뒤처지지 않는다는 인상을 주어야 했기에.
그러나 포르투갈의 막후 지배자가 신경 쓰는 바는 군사가 모인다는 사실 그 자체가 아니었다.
“주앙….”
이번 병력의 재편성과 배치에 왕세자가 적극 나섰다는 이야기가 나돈다.
그 쥐새끼 같은 얼굴로 이리저리 잔머리 굴리는 꼴은 우습기 그지없지만, 그놈이 무슨 흉계를 꾸미고 있을지 모르니 일단 개인적으로 요새화가 가능한 저택에 머무르는 것이었다.
창밖을 바라보니, 이제 날은 저물고 행인들은 제각기 제집으로의 걸음을 재촉한다.
그 자신도 이제 집무용 책상에서 일어나 어깨를 돌린다. 낡은 관절이 삐그덕 소리로 신음한다.
이제 슬슬 내실로 돌아가 잠을 청해야 할 때,
마침 하인이 문을 두드리니, 가볍게 답하자 문이 열린다. 이제 잘 데운 세숫물과 침대가 기다리는 휴식처로 돌아가라는 뜻이다.
길을 나서자 좁다란 복도. 촛불들이 방문 여닫는 그 미세한 진동에도 흔들림을 멈추지 않는 어둑하고 기다란 공간.
“오늘 사용한 내실은 어디지?”
“네, 각하. 3층으로 올라가시면 됩니다.”
“알겠네.”
매일 침실을 바꿔 가며 몸을 사리고, 모든 음식은 하인들이 먼저 입을 대게 하며, 어디를 가나 호위를 붙이고 다닌다. 귀찮은 일이었으나 지위가 고결한 이들에게는 세금처럼 어쩔 수 없는 의무이니.
그리 생각하며 계단을 올라 3층 맨 끝의 방으로 따라간다. 하인이 문을 열자 아직 어둑한 공간에 들어간다.
텅 비어 있다.
“이보게, 여기 아무것도….”
상대는 말에 말로 대답하려는 생각이 없었다.
달빛이 강철로 만든 이빨에 튕겨 어둠 속에 호선을 그었다. 페르난두는 반사적으로 왼팔을 들어 단도를 막아 냈다.
“크억….”
칼날과 찢긴 비단옷의 조각이 살 속으로 파고든다. 다행히 뼈에 부딪히지는 않았으니 당황한 하인을 몸으로 밀쳐 내어 넘어뜨린다.
―쿠당탕.
“경호! 경호! 여기 암살자다! 너희들의 고용자를 죽이기 위하여 왔다!”
“공작 각하가 위험하시다!”
“당장 죽여 버려!”
“잠깐! 배후를 캐묻기 위해서는 살려 두어야….”
그러나 페르난두가 뭐라 더 말할 필요도 없이, 경비병들은 암살자를 난도질해 형체조차 알아볼 수 없는 고기 조각으로 만들어 버렸다. 당혹한 페르난두에게 경비대장이 다가와 말했다.
“죄송합니다. 아래가 난리라 대처가 늦었습니다.”
“어째서 저자를 살려 두지 않았나! 그리고 아래의 일이라니….”
“지금 배후는 너무도 명확합니다. 각하, 당장 리스본을 빠져나가셔야 합니다!”
“그게 무슨….”
“반역자 브라간자 공작을 잡아라!”
“우와아아아아아!!!”
빌어먹을.
실외에서 들려오는 고함 소리가 경비대장 대신 대답해 주었다.
주앙은 아마 그에게 여유를 내주려 하지 않았나 보다.
창밖으로는 피투성이로 끌려다니는 시체들, 그리고 횃불을 들고 달려 다니는 병사들이 보인다.
어느새 민가들은 모두 대문과 창문을 꽁꽁 닫은 채 악몽 같은 오늘 밤이 빠르게 지나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미친놈… 이렇게까지…?”
“각하, 우선 북문으로 빠져나가겠습니다!”
공작의 팔에 붕대를 두르던 경비가 외치니 다들 스릉, 소리와 함께 칼을 뽑아 든다.
곧 나무판이 부서지는 소리가 나더니 고함과 금속음이 계단 아래서부터 울려 퍼진다.
“적들이 저택 내부에까지 들어왔다! 뒷문으로 간다! 공작 각하를 위해 길을 터라!”
곧 칼과 창과 방패와 살과 근육이 부딪히며 피비린내 나는 사람의 그물을 이룬다. 그 혼란 속에서 페르난두는 부상을 당한 노인네라고는 믿을 수 없는 기력을 발휘하며 빠르게 피신했다.
그렇게 뒷문으로 나와 대로로 달려가니, 그제야 혼란은 눈앞으로 다가온다.
거리 위로 무수한 죽음이 뿌려지고 있었다.
* * *
“이, 이게 무슨 일입니까? 분명 바깥에 비명과 칼 소리가 나는데!”
“세료느 징오구 이, 세뇨르 아구 이, 부디 기다려 주십시오. 바깥에 다소 소란이 있으나 곧 진정될 것입니다.”
“이는 단순 소란이 아니잖소! 궁내에서의 대규모 유혈이 아니오? 내 국왕 전하의 안위를 확인해야….”
“왕명입니다. 두 분 각하를 안전히 모시라는 전하의 명이 있었습니다.”
“…그렇다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