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otsky and our Joseon Royals RAW novel - chapter 92
“예수스 크리스투스(Jezus Chrystus)! 망할 타타르의 황제가 다시 돌아왔다는 말인가?”
“맙소사, 이교도 야만인들이 다시금 유럽으로 들이닥친다!”
“말 위에 탄 재앙이 온다! 이교도 카간은 사람의 피로 목을 축이고 한 손으로도 성인 남성 서넛의 목을 비튼다!”
“카간도 무슬림이라지? 오스만의 사탄들과 손을 잡고 기독교도의 피로 목욕하려 한다는 소문이 있네!”
“그 소식 들으셨습니까? 지금 루스에서는 연일 피바람이 몰아치고 있다는….”
로마 제국의 멸망이 유럽인들에게 ‘충격’이었다면, 이번 루스 정벌은 ‘공포’라는 색채와 의미를 입고 다가오는 소식이었다.
훨씬 강력해졌다는 카간의 재림, 200여 년 전 공포로써 세계를 통치하던 피로 물든 제관(帝冠)의 부활.
루스에서의 사태는 온갖 윤색과 과장을 거쳐 ‘유럽의 대재앙’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얻었다.
그만큼 폴란드-리투아니아의 드넓은 영토를 다스리는 카지미에시 4세는 머리를 싸맬 수밖에.
“…왜 하필 지금, 여론이 이리 흘러가는 것이냐?”
“다른 것보다도 저 카간이라는 이름이 뭇 유럽의 공후들에게 두려움을 불러일으킨 듯하옵니다. 그 두려움을 이용하여 튜튼 기사단국이나 신성 로마 제국에서의 견제가 들어온 듯하여….”
가신은 주군의 표정이 어두워지자 말을 멈춘다.
“젠장, 일이 이렇게 될 줄이야….”
루스를 견제하기 위해 칸과 손을 잡는 것은 지난 세기부터 이어 왔던 외교적 전략이다.
사실 저 루스 놈들도 이교도를 막느니 어쩌니 하면서 카심 칸을 봉신으로 두거나 크림 칸국과 슬슬 밀월 관계를 구축하는 등 술수를 쓰지 않았던가?
그렇기에 큰 고민 없이 이번에도 에센이라는 카간의 손을 잡았다. 모스크바 대공위를 주장하던 드미트리의 아들 이반을 출격시켰고, 그렇게 루스를 쳐서 동쪽 변경을 안정시켰다.
…여기까지는 좋았는데.
“참으로 간악한 위선자들이 아닌가? 언제부터 그놈들이 루스를 신경 썼다고? 정교회 신도라며 밀어낼 때는 언제고?”
유럽 각국이 ‘카간의 부활’이라는 커다란 사건에 집중하기 시작하면서 졸지에 카지미에시는 이교도에게 루스를 팔아넘긴 배교자 취급을 받게 생겼다.
심지어 보헤미아의 후스파(가톨릭에 대항해 종교 개혁가 얀 후스의 가르침을 따르던 기독교 종파) 국왕을 견제하려 카지미에시를 은근히 지원하던 교황청까지 그를 등 떠민다.
안 그래도 폴란드 왕위 계승 문제로 치세 초반부터 내홍을 겪었고, 전통적으로 강성한 폴란드의 귀족들을 억누르느라 칼끝을 걷듯 조심스레 움직이고 있는데….
“…방법은 하나뿐이로군.”
오스만도 견제하고 몽골도 대적하는 유럽의 수호자… 아니, 유럽의 고기 방패 노릇을 폴란드가 맡아야 하리라.
젠장, 차라리 교황보다 카간 쪽이 더 신의 있는 동맹이겠다.
“…망할 놈들.”
아아, 서러운 폴란드의 운명이여.
한편 카간의 등장으로 머리를 싸매고 있는 건 폴란드뿐만이 아니었으니.
* * *
그로부터 이역만리 조선에서는 한창 손님맞이가 이어지고 있었다.
“대원국(大元國) 야선(也先)이 조선 국왕에게 삼가 인사 올립니다. 이전부터 귀국의 사신과 토산물을 받아 변변찮은 나라의 살림에 보태어 백성들의 배를 불릴 수 있었으니 이미 폐하께 후의(厚意)를 받은 바가 큽니다.”
뭐, 여기까지는 그냥저냥 예의 바른 인사치레가 이어질 뿐.
특이점이라면 이홍위를 폐하라 높여 부른 것뿐. 그 구절에 이르자 이홍위의 입꼬리가 조금 올라가고 조정의 분위기가 알게 모르게 밝아진다.
그러거나 말거나 에센이 보낸 사신은 막힘없이 서계(書契)를 읽어 내려갔다.
“…저희는 서방의 여러 갈라져 나간 동포들을 다시금 규합하고 역신들을 소탕하며 도적들을 물리쳐 국경을 안정시키고 나라를 크게 융성케 하였습니다.
오늘날 화림(和林, 카라코룸)에 주위 열국(列國)의 사신들과 장사치들이 오가니 곧 조선국에 입은 은혜를 갚을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어 기쁠 뿐입니다.”
…이 부분부터는 투자자인 조선을 향한 실적 보고.
곧 실질적으로 중요한 내용이 나올 것으로 예측되자 근정전 내 군왕과 대신들의 귀가 기울여진다.
“오늘날, 동찰합태 한국(東察合台汗國, 모굴리스탄 칸국)부터 멀리 출적 한국(朮赤汗國, 킵차크 칸국)에 이르기까지 1만 리에 걸친 옛 원의 자손들이 다시금 대가한(大可汗)의 품으로 귀속되었습니다.”
1만 리.
옛 칭기즈 칸 시절 몽골의 강역을 생각한다면 결코 과장이나 상투적인 표현이 아니라는 사실을 조선의 신료들은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만큼 전율하였다.
“특히 출적 한국의 한에게 반역하던 나선(羅禪)의 무리들을 정벌하여…”
“뭣…!”
순간 트로츠키의 반응에 모두의 이목이 끌리고, 사신의 말이 가로막힌다. 급히 자제심을 되찾은 트로츠키가 헛기침을 한 뒤 고개를 가로젓는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오. 무례에 사과드리오.”
“…감사합니다. 그럼 계속 읽겠습니다. …정벌하여 그 왕자인 이반을 볼모로 잡아 화림으로 데려왔습니다.
하여 나선 무리의 난적들이 다시금 마땅한 군왕에게 불궤를 범하지 못하도록 총관부를 두어 다스리고자 하는데 아국(我國) 내에 마땅한 이가 없어 조선에서 천거받고자 하옵나이다.”
그리고 다시 자질구레한 문안 인사가 나오고 바쳐온 토산물들의 이름이 열거되었으나 누구도 그에 신경 쓰지 않았다.
당장 주상 전하의 옆에서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긴장하는 섭정의 모습에 모두의 관심이 끌려갔으므로.
* * *
“…이게 뭔지 아나?”
“글쎄요? 그냥 모피 아닙니까?”
트로츠키의 저택에는 한양에 파견된 소련계 인사들이 모여 있었다. 블레어부터 해서 마이어, 에티앙블, 바빌로프 등등….
하, 시발. 이 상황을 뭐 어떻게 설명하지?
“…러시아산일세.”
“뭐, 뭐라고 하셨….”
뜻밖의 대답에 뇌가 버벅거리는 듯한 에티앙블을 위해 트로츠키는 친절한 설명을 덧붙였다.
“우리의 다정한 친구 에센이 러시아를 싹 한번 털어 버렸다네.”
“이런 정신 나간….”
에티앙블과 마이어 등은 트로츠키의 말이 사실이 맞는지 믿을 수 없어 블레어의 표정을 살펴보았으나, 거짓말에 서툰 블레어의 태도를 보아하니….
“…농담이 아니군요.”
“차라리 농담이었다면 좋았을 것이오.
내 바빌로프 동지께 더 재미있는 소식을 전해 드리리다. 지금 모스크바 대공국의 공자 이반이 카라코룸으로 끌려갔소.”
“공자… 이반?”
“지금은 1460년이라오. 잘 한번 생각해 보시오.”
“맙소사, 맙소사!”
항상 온화하던 바빌로프까지 자리에서 일어나 펄쩍펄쩍 뛰어다니니 러시아 역사에 무지한 이들은 영문을 몰라 트로츠키와 바빌로프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이반 3세! 이반 대제(Иван III Великий)가 지금 에센의 포로라는 말입니까!”
“맞소. 허허, 이제 러시아의 부상 따위는 좆이나 까라지.
우리가 알던 역사는 몽골인의 손에 의해 죽었소.”
원래대로라면 바실리 2세의 대에 킵차크 칸국은 산산조각 나서 무너지고, 이반 3세의 모스크바 대공국이 루스 일대를 통일해 러시아의 기틀을 마련한다.
멸망한 동로마 제국의 황녀와 결혼해 정교회의 수호자로서의 정통성을 확보하고, 농노제를 강화하며 국가 체제를 정비한다.
즉, 러시아라는 국가를 처음으로 만들어 낸 것이 바로 이반 3세라는 말이다.
이제는 아니지만.
“이 사실이 소련에 알려진다면….”
“당연히 알려질 것이네. 왜냐하면 에센의 칙사께서는 혈맹인 소련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듬뿍 담아 직접! 직접 원산까지 가실 터이니 말이야!”
“그러면 러시아 민족주의자들이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
“알고 있네, 에티앙블 동지! 나한테도 생각이라는 걸 할 시간을 좀 주게나!”
이렇게 빨리? 4년 만에? 러시아까지 먹는다고?
에센이 이렇게나 유능한 인물인 줄 알았더라면 그리 힘을 실어 주는 게 아니었다. 교역로 확보라는 목표를 이렇게 과도하게 성실히 달성해 줄 줄 알았더라면….
“제 생각에는 에센이 유능해서일 뿐 아니라 우리 때문도 있을 겁니다.”
“…그게 무슨 말이오, 마이어 동지?”
“우리가 제공한 강철이 이 시대에 무슨 취급을 받을지 생각해 보십시오.”
“…아.”
압도적인 강도, 뛰어난 품질. 그걸 두드려 검을 만든다면 희대의 명검과도 같으리라.
그런데 그 희대의 명검을 수천 자루, 아니 수만 자루 뽑아낼 수 있도록 소련의 제철, 제강 노동자들이 몽골에 큰 선물을 해 주었다.
“아무튼 우리가 좆 된 것은 분명하오.”
“…맞습니다.”
“그나마 민족주의자들의 세를 눌러 놓던 게 소련계인데, 이제 그 소련계의 대부분인 러시아인들이 발작하겠지.”
당연하다. 조국이 건국되지도 못할 말도 안 되는 사태에 누가 진정할 수 있을까?
그리고 당연히 트로츠키의 예측은 적중하였다. 불행히도.
* * *
“이건 시발 말도 안 돼! 의장 나와! 트로츠키 나오라고 해!”
“당장 한양으로 달려가서 농성해야지! 지금이라도 에센에게 탄원해서 이반 3세를 풀어 달란 말이야!”
의용군 중 구(舊)소련계 인구는 약 3할. 그중에 다시 8할 정도는 러시아계니 소련의 4분지 1 정도가 러시아인이라 할 수 있겠다.
이들 중에서도 사회주의적인 이상에 입각하여 애써 무덤덤한 태도를 취하는 이들, 그리고 러시아 민족주의적인 감성에 크게 조응하지 않는 이들이 반이라 하더라도….
소련 투표권자 총원의 1할이 넘는다. 이들의 분노가 표출되는 것은 당연지사.
“이반 3세가 왕이 안 되면 러시아… 는….”
물론 그 표출이 공공연할 수는 없었지만.
사회주의자가 ‘정당한 왕위 계승’ 따위를 논하는 모순, 그 지점을 깨닫자 러시아인들은 다시 목소리를 죽였다.
비(非)러시아계 소련인들의 비웃음을 사고, 여타 의용군들의 눈총을 받게 되니 말이다.
순간의 충격에서 나오는 거친 발언들이 펍에서, 식당에서, 흡연실에서 드문드문 이어지더니 결국 멎어들었다.
대신 보다 정제된, 보다 가식적인 이야기들이 공적인 자리에서 오가게 된다.
“크흠, 이번 제23 농민 소비에트의 회의 의제로 삼고 싶은 바는 바로 몽골의 러시아 정책입니다.
마르크스도 이야기한 바같이 몽골 제국의 지배는 러시아에서 발전하던 사적 소유를 붕괴시키고 동양적인 전제주의를 퍼뜨려 러시아를 반동의 중심지로 만들었습니다. 이를 타개하려면….”
“이 토론회에서 다시 생각해 봅시다. 토지를 경작하는 농민의 머리 위에 봉건 영주뿐 아니라 이민족 군주라는 피부양자를 늘리는 게 옳은 일일까요? 피착취인들의 운명을 바라볼 때….”
러시아인들의 민족주의적 열망을 가리기 위해, 다양한 명분이 동원되었다. 계몽된 공산주의자들로서, 이들은 몽골의 러시아 지배에 반대할 수백 가지 이유를 끌어 올 수 있었으니.
“우리는 애초에 잘못 판단하고 있었습니다! 세계의 역사에 이렇게까지 간섭해서는 안 되었습니다!”
개중에 러시아인 이외에게도 소구력을 가졌던 명분은 바로 이것.
사실 의용군들 중 많은 이들이 15세기 조선이라는 장소를 이세계처럼 생각했다.
당연하다. 완전히 다른 언어, 다른 문화, 다른 인종에 둘러싸여 있으니 이곳이 자신들 세계의 과거라는 감각은 까마득하게 느껴질 뿐.
그런데… 러시아?
그 낯익은 지명을 듣고 나서야 소련인들의 뇌리에 ‘역사 개변’이라는 두 단어가 뇌리에 똑똑히 박힌다.
과거에 개입한다는 행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고민하기 시작한다.
이런저런 의제들, 청원들이 보다 다양한 근거들을 갖추고 논의되었고. 이것들이 결국 인민위원평의회에까지 올라오게 된다.
어떻게든 이 빗발치는 요구 사항들을 충족시켜야 하게 된 것이다.
…라는 소식이 원산에서 직통으로 전해졌으니, 다시금 트로츠키에게 두통이 일어나는 것은 당연지사.
“…블레어 동지, 현재 상황은?”
“조선 조정에서는 어느 정도 합의가 드러났습니다. 나선총관(羅禪摠管)은 소련에서 뽑아 가는 게 당연하나 한 명쯤 조선에서도 자문역을 데려갔으면 한답니다.”
“후, 그나마 다행이군. 아예 조선 쪽에서 총관을 파견하겠다고 나서 줬으면 했지만… 그건 힘들겠지.”
이 상태면 총관으로 누구를 천거하느냐 하는 문제가 소련에서는 뜨거운 감자로 나타날 게 뻔하다. 그냥 조선 쪽에 떠넘기는 게 낫지.
…물론 몽골 쪽에서 바라는 건 루스에 대한 이해가 있는 인사의 파견이니 조선인을 내보내는 건 쉽지 않으리라. 그걸 알기에 조선도 입맛을 다실 뿐 자문역 정도만 ‘부탁’한 것일 테다.
“…하, 이 상태에서 러시아 민족주의자를 총관으로 보낸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어떻게 알겠나?”
총관이라고 보내 놨더니 러시아인들을 비호한답시고 몽골에 대들면? 아니면 러시아를 근대화하겠다며 헛짓거리를 한다면?
…흠, 상상만 해도 끔찍한 시나리오들이 주르륵 펼쳐진다. 그런 일만은 없어야 한다.
“하지만 그렇게 안 해 주면 당장 폭동이 일어납니다. 지지율 생각도 하셔야죠.”
“…골치 아프구만.”
사실 루스에 대한 이해쯤이야 근처에 러시아사 연구가 한 명만 붙여 주면 그만이다. 총관으로서 정말 중요한 덕목은 오히려 직접 부대낄 몽골에 대한 이해, 북방 민족에 대한 이해다.
거기에 민족 정책이란 것에 대한 이해가 있으면 좋고, 소련 국내의 러시아 민족주의자들을 신경 쓸 만큼의 정치적 안목이 있는 인재라면….
“…나만 그 생각 하나?”
“아마 이 자리에 있는 이들 모두 똑같이 생각할 겁니다.”
트로츠키가 돌아보니 한 명 한 명씩 고개를 끄덕여 보인다.
…좋다. 좋아. 그 빌어먹을 놈에게 한 번만 더 기회를 줘 보자고.
며칠 뒤, 이아구와 체스나 두고 있던 에드워즈에게 한 통의 전보가 수신되었다.
“…나 보고 지금 어딜 가라고?”
남들은 없어서 못 가는 해외 출장의 기회.
그 기회를 움켜쥔 행운의 사나이 에드워즈는 너무도 기뻤는지, 집무실의 가재도구는 집히는 대로 던져 버렸다 전해진다.
믿거나 말거나.
우리가 집에 남아 있었기에 (2)
한양, 트로츠키의 자택.
“…자네, 소련에서 자네 정도면 거물이라 할 수 있네. 민족 정책에 대한 이해도도 소련에서 가장 높은 실무자고.
나와의 관계에서 보나, 업적 면에서 보나, 거느리고 있는 세력이라는 측면에서 보나 자네 정도의 인사라면 누구도 무시할 수 없지.”
그때 트로츠키는 여느 때와 다르게 다정하고 친근한 말투로 말했다.
갑작스러운 전근 소식에 이를 갈며 따지러 왔던 에드워즈가 제대로 대응도 못 하고 그가 따라 주는 차를 잠자코 받아 마실 정도로.
“그런데 자네 지위가 지금 어떻게 되지?”
“저, 저야 뭐….”
에드워즈는 대답하려다 관두었다.
에드워즈의 지금 지위는 정확하게 ‘북청 만주족 자치구 임시 행정 자문’… 인데. 이름에서 알 수 있다시피 임시직이다.
그동안 조선 팔도 방방곡곡에서 그렇게 개같이 굴렀는데, 주어진 지위가 고작 임시직?
트로츠키가 은근히 묻고 있듯이 에드워즈에게는 불만족스러운 상황이다.
“내가 보기에 자네는 보다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자격이 있네. 예를 들어… 나나 블레어와 함께 국정을 논의한다거나.”
…지금 트로츠키가 이야기하려는 바는 분명하다.
“제게, 인민 위원 자리를 주신다는 겁니까?”
“요사이에야 우리 소련이 다민족 사회라는 점이 떠오르더군. 그런데도 민족인민위원회가 설치되어 있지 않다니 이상하지 않은가?
…그리고 마침 내 앞에 그 수뇌에 앉을 적임자가 앉아 있군.”
“제가 루스 문제를 완벽히 해결하고 오겠습니다!”
“좋아! 훌륭해! 바로 그 자세야!”
트로츠키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에드워즈의 손을 꽉 쥐고 악수한다!
“이번 일만 잘 처리하게나! 그렇다면 자네는 이제 인민 위원 동지일세!”
“하하하하, 감사합니다!”
그렇게 호탕하게 트로츠키와 웃어 젖히고 기분 좋게 돌아왔을 때 깨달은 사실 하나.
…’이번 일만 잘 처리하게’ 되는 데 얼마나 걸리는가?
아마 조선에서 모스크바까지 가는 데만 한 1년 걸릴 것이고, 거기서 또 세월아 네월아 있다 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