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wo heirs RAW novel - Chapter 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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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는 무슨 말을 하느냐는 듯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전 세공사입니다. 복원은 못 합니다.”
“말은 똑바로 하게. 더 이상 안 한다고 말하는 것이 맞겠지.”
“…….”
“좀 더 정확히 말할까? 더 이상 위조는 안 한다고 해야 하나?”
하운은 표정을 굳힌 프레이를 바라보았다. 겉으로 보면 평범한 노년의 여성일 뿐이다. 손가락 끝의 지문이 닳아 없어졌고, 손톱이 엉망이긴 하지만 보석과 관련된 사람들이 가득한 소르디아 안에서는 평범한 일이다.
오랜 시간 이 세공소에서 일하며 능력 좋은 세공사로 알려진 프레이가 사실 소르디아를 발칵 뒤집었던 전설적인 위조범이라고 하면 누가 믿을까.
“그런 표정 지을 것 있나. 호슨 공작이 나를 여기에 데려왔던 이유가 그냥 세공사 한 명 소개해 주려고 그랬겠나?”
“…….”
“세공사로 이름을 알렸지만 그 전에 망가진 보석의 복원가로 더 유명했었지. 그리고 복원에 능할수록 위조에도 능하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하운은 프레이를 보며 옛날 일을 떠올렸다.
***
어릴 적, 힘겹게 이곳을 혼자 찾아온 하운은 호슨 공작을 노려보면서 투덜거렸었다. 세공소 하나 찾아오라고 사람을 이렇게 굴릴 필요 있느냐고. 그러자 호슨 공작은 우아하게 찻잔을 들며 말했었다.
“이 정도는 고생해야 공짜로 소개해 줘야 하는 내 속도 좀 달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잘 기억해 두고 친분을 유지하세요, 대공. 언젠가 그녀를 필요로 할 날이 올지 모르니.”
차를 마시며 호슨 공작은 프레이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었었다.
오래전, 소르디아, 정확히는 아이디얼 컷에서 호슨 공작에게 비밀리에 연락을 해 왔다. 아이디얼 컷의 감정사들이 알아챌 수 없을 정도로 교묘하고 완벽한 가짜 보석을 만들어 내는 자가 있다고.
그 때문에 아이디얼 컷의 경매에서 판매된 보석 중에 가짜가 섞이게 되어 드높은 소르디아의 명예에 큰 흠이 나게 생겼으니 수사를 도와 달라는 연락이었다.
때마침 팰 드래곤도 없어 심심했던 호슨 공작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흥미진진한 일이 생기다니. 돈을 받기는커녕 자기가 돈을 주고 제발 맡겨 달라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생각하며 호슨은 소르디아로 달려갔다.
“이게 그 가짜 보석입니다.”
아이디얼 컷의 감정사들이 내민 보석을 받아 든 호슨 공작은 어이없다는 눈으로 말했다.
“이거 내가 되팔았던 보석이잖아?”
그들이 내민 것은 언젠가 더 좋은 보석을 구하기 위해 그녀가 되팔았던 보석이었다. 그렇기에 보석의 특징은 아주 잘 기억하고 있었다. 국지적으로 지진을 불러오는 힘을 가졌으나 위력이 아주 대단한 건 아니었는데, 젊고 잘생긴 남자 보석술사만 유난히 따르는 어이없는 보석이었던지라 호슨 공작과는 잘 맞지 않았다.
그래서 몇 번 싸우다 네 행복을 찾아 떠나라며 내보낸 보석이었는데….
호슨 공작은 곧바로 보석을 집어 들어 힘을 사용해 봤다. 잠시 바닥이 떨리며 테이블 위의 컵들이 흔들리는 소리를 내었다. 그 모습에 호슨 공작은 혀를 찼다.
“가짜네.”
예전 같으면 남자 보석술사를 데려오라며 떼를 쓰듯 몇 번이나 거부를 한 다음에 힘을 빌려주었을 텐데 지금은 너무 쉽게 힘을 허락했다. 게다가 분명 예전에 썼을 때보다 힘은 약해져 있고.
“그런데 이게 가능해?”
가짜 보석이야 얼마든지 존재한다. 하지만 약하긴 해도 복제하려는 보석의 힘까지 그대로 갖고 있는 가짜는 들어 본 적도 없었다.
“그래서 저희들도 바로 알아차릴 수 없었습니다. 힘은 물론이고, 보석의 외양적 특징도 기록된 것과 동일했으니까요.”
“그럼 어떻게 알아차렸어?”
“이 가짜 보석을 만든 자로부터 편지가 왔거든요.”
“호오?”
위조범이 직접 편지를 보내다니. 호슨 공작은 아이디얼 컷의 직원이 내민 편지를 받아 들었다. 그녀는 편지를 읽더니 미소지었다.
“재미있네.”
보통 이런 편지는 속아 넘어간 자들을 비웃으며 자신의 능력을 자랑하고, 또 다른 범죄를 예고하는 특징이 있다. 하지만 편지의 내용은 간단했다. 네가 산 것은 가짜다. 다른 말을 제외하면 중요한 내용은 오직 그것뿐. 그렇다면 편지를 보낸 목적은 하나였다. 가짜를 산 자의 속을 뒤집는 것.
호슨 공작은 신나서 수사를 시작했다. 수사를 할수록 위조범의 재능이 대단하다는 것과 함께 문제가 된 보석들의 출처가 하나같이 애매하다는 것을 알았다.
소르디아에 나오는 보석들은 크게 두 가지다. 광산에서 채굴되어 보내졌거나 아니면 주인이 있던 것들이 다시 나오거나. 문제가 된 보석들은 전부 후자였다.
한 달 후, 호슨 공작은 소르디아에 자신의 능력으로는 더 이상 알아보는 것은 무리라고 말하며 받은 돈을 돌려주고 카르디아로 돌아갔다.
다행히 그 이후로 더 이상의 위조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다. 아이디얼 컷의 사람들도 바보는 아니었기에 호슨 공작이 범인을 찾아냈지만 정체는 묻어 두기로 했으며, 더 이상의 위조를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 낸 것을 알았다.
하지만 호슨 공작에게 따질 수는 없었다. 어차피 계속 떠들어 대 봤자 아이디얼 컷의 명예만 실추되는 일이었기에 아이디얼 컷에서 구매자들에게 보상을 하는 것을 끝으로 조용히 마무리됐다.
***
‘그 위조범이 프레이였지.’
그때 호슨 공작은 프레이에게 약속을 받아 냈다고 했다.
“알고 계시니 말씀드리지만… 저는 호슨 공작님께 그날 이후로 더 이상 복원과 위조를 하지 않기로 약속 드렸답니다.”
“알고 있어.”
“그런데도 저를 찾아오셨습니까?”
“내가 알 게 뭔가? 그 약속은 호슨 공작과 한 거지 나와 한 게 아닌데.”
하운의 뻔뻔한 대답에 프레이는 잠시 질렸다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
“…당신이 호슨 공작이 직접 끼고 가르친 유일한 사람이었다는 걸 제가 잠시 잊고 있었습니다.”
“…웃으면서 욕하지 말게.”
하운과 프레이는 침묵으로 이제 세상에 없는 호슨 공작을 잠시 추모했다. 물론 그녀가 듣고 있다면 ‘장난하냐?’라고 하겠지만.
머뭇거리던 프레이가 하운에게 질문했다.
“원하시는 게 복원입니까, 복제입니까?”
“둘 다. 그래서 자네를 찾아온 거야.”
“이유를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아니, 그보다….”
프레이는 그 어느 때보다도 심각한 얼굴이 되었다.
“지금 이 일은… 카르디아 왕실의 뜻입니까? 아니면 당신의 뜻입니까?”
***
프레이가 방을 나가고 나서 하운은 한참 동안 가만히 앉아 있었다. 그가 꺼내 놓았던 나무 상자는 텅 비어 있었다. 안에 들어 있던 헤마타이트를 프레이가 들고 가 버렸기 때문이다.
그녀가 호슨 공작과의 약속을 잘 지키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더욱이 제 제안을 받아들일 것이라 생각했다. 자신의 협박에 못 이겨 어쩔 수 없이 다시 복제의 길에 손을 대었다고 스스로에게 변명을 할 수 있으니까. 게다가 일부분이긴 해도 이미 다른 보석들과 남다른 헤마타이트는 더더욱 그녀의 열망에 불을 지폈으리라.
어차피 돈으로 움직일 수는 없는 사람이었다. 호슨 공작과 비슷한 성격의 프레이는 호슨 공작처럼 흥미를 채우는 일에 더 흔들릴 터였다.
“…….”
하운은 굳은 얼굴로 턱을 괴었다.
이 행위는 반역이다.
그는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살면서 단 한 번도 왕실의 명령을 어긴 적이 없었다. 그래야만 했다. 자신이 왕위를 노리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할 유일한 방법이었으니까. 굳이 어길 이유도 없었고. 하지만 레티시아가 헤마타이트의 파괴를 명령한 순간, 하운은 알 수 있었다. 자신은 이 보석을 완전히 파괴하기 싫다고.
보석술사의 탐욕 때문일까? 하운은 제가 헤마타이트를 포기하기 싫은 이유를 스스로에게 몇 번이고 물었다. 보석의 특이한 힘에 끌렸다고 해도 할 말이 없었다. 하지만… 과연 그것뿐일까?
호슨 공작이 마지막에 남겼던 편지가 생각났다. 그녀는 제가 어떤 방법으로 무슨 보석을 사용해 보석의 방을 만들었는지 알려 주었다. 호슨 공작 때문에 겪었던 일을 되짚어 보던 하운은 그녀가 단지 제 사회생활만을 걱정한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호슨 공작이 자신으로 하여금 연습하게 한 것은 너무도 전략적인 것들이었으니까.
첫 번째 방에서 상대했던 보석들도 그렇고, 마지막 벽에서 나왔던 가짜 호슨 공작을 상대했던 준비들도 그렇고 전부 어지간한 전투 이상으로 준비해야 하지 않았던가.
하운은 깨달았다. 호슨 공작은 무엇인가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분명 헤마타이트를 움직이게 한 시발점이 있을 텐데….’
이상하게 호슨 공작은 그것을 적어 두지 않았다. 그게 분명 다가올 위험과 관계가 있을 텐데 말이다.
어쨌거나 헤마타이트를 파괴하라는 레티시아의 명령을 듣는 순간, 하운은 마음먹었다. 그렇게 하지 않기로.
살면서 처음으로 하는 명령 거부였다. 게다가 이것은 다른 이들과 의논할 수 있는 종류의 문제도 아니었기에 모든 고민은 하운 혼자서 품어야 했다. 아주 가끔, 그러니까 하르메아와 관련된 보고서를 쓰면서 짜증이 날 때 정도를 제외하면 하운의 머릿속에는 계속 이 일에 대한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지금도 복잡한 마음은 여전했다. 제가 옳은 선택을 했는가에 대한 두려움 때문일 것이었다. 하운은 식은 차를 한 모금 마신 다음 자리에서 일어났다. 너무 시간을 끌었다.
‘리엘라 혼자 있진 않겠지만.’
일부러 리엘라가 누구인지 세공소의 사람들에게 말했다. 그녀가 호슨 공작의 상속인임을 안 순간 그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과거 호슨 공작은 이곳의 단골이었다. 이제 이곳은 대를 이은 새로운 단골을 만들고 싶어 할 것이 분명했다.
‘보나 마나 온갖 비싼 보석들을 가져와 구입하라고 설득하고 있겠지.’
나쁜 일은 아니었다. 저와 함께 온 데다가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면 이곳의 사람들은 리엘라를 아주 극진히 모실 터였다. 그도 그럴 것이 리엘라가 다른 곳과 거래를 하면 과거 호슨 공작과 거래를 하며 쌓아 올렸던 자신들의 명성이 흔들릴 테니까.
게다가 자신과 왔기 때문에 시답잖은 수작을 부리지도 않을 터였다. 리엘라가 혼자 왔어도 사기를 치거나 하지는 않았겠지만, 굳이 필요하지 않은 보석을 이런 좋은 기회가 없다며 구입하라 속살거릴 것은 분명했다.
하운은 방 안에 얼마나 많은 보석들을 늘어놓았을지 생각하며 문을 열었다.
“미안, 오래 기다리게 했….”
“그러니까아, 이렇게 네 개 구입하면 하나 정도는 더 주셔도 되잖아요?”
“세상 어디에도 보석을 그렇게 파는 법은 없습니다!”
“그럼 이번 기회에 한번 해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이것 봐요. 다섯 개가 들어있다는 것은 네 개 사면 한 개 더 주라고 되어 있는 구성 아닌가요? 게다가 마지막 이거. 이건 다른 보석들보다 작은데… 덤으로 주기에 딱인 것 같아요.”
“하, 하지만….”
“그리고 분명 아까 설명하지 않으셨나요? 내포물이 있으면 값어치가 떨어진다구요. 게다가 알려 주신 대로라면 이쪽 면에 내포물이 있어서 아무리 커팅을 잘해도 훤히 보이는 탓에 값어치가 올라갈 것 같지는 않은데요?”
하운은 눈을 깜빡이며 방 안을 바라보았다. 자신이 생각했던 대로 온갖 보석이 가득 놓여 있고, 리엘라 앞에는 판매를 위해 보여 주는 카탈로그가 펼쳐져 있었다.
하지만 이곳의 사람들이 울먹이며 리엘라에게 매달리고 있고, 리엘라는 그들의 영혼까지 털어 버릴 기세로 보석들을 놔두고 흥정을 하고 있는 모습은 하운이 상상하지 못했던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