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wo heirs RAW novel - Chapter 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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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님, 준비 끝났습니다!”
왕실과 원탁회의의 보석술사들이 하운에게 보고했다. 그사이 네아와 루시안은 열심히 보석들을 정비했다. 처음 보는 보석들이 두 사람의 손에 가득했다. 루시안이 보석들을 하나하나 놓는 모습을 보며 리엘라는 옆으로 다가갔다.
수호의 힘을 가졌다는 문스톤들이 제일 많았지만 그사이에 다른 보석들도 있었다. 맑고 투명한 보석들부터 신기한 무늬가 있는 불투명한 것들까지.
리엘라가 관심있게 바라보고 있는 것을 안 루시안이 먼저 설명했다.
“몇 개를 빼고는 대부분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보석들입니다. 제자리에 돌려놓는다면 만져 봐도 상관없습니다. 지금은 잠시 위치를 잡는 것뿐이니까요.”
리엘라는 루시안이 놓은 보석들이 아닌 옆에 적당히 섞여 놓여 있던 보석들 중, 제일 작은 보석을 집어 들고는 잠시 바라보았다.
“이 보석은 이름이 뭔가요?”
“그건 특별한 이름이 없습니다.”
“보석들은 모두 이름이 있는 게 아니었나요?”
“모두는 아닙니다. 그랬다가는 이름이 부족할걸요. 잔영의 크리스털처럼 전체를 부르는 이름이 있기도 하지만 보통은 특정 보석을 칭하는 이름입니다. 오늘 볼 질풍의 파이로프나, 심야의 옵시디언 같은 보석들이 그런 것들이지요. 강한 힘을 가진 보석들이 이름을 갖게 되는 겁니다.”
“그래요? 아쉽네요.”
제 눈에는 다 똑같이 예쁜 보석들인데 힘이 있고 없고로 이름조차 받지 못한다니. 또 보석들에 대해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는 게 재미있어 그녀가 루시안에게 더 말을 붙이려 할 때 뒤에서 서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루시안, 잠깐 이야기 좀 하지.”
하운이었다. 루시안은 잠시 다녀오겠다 말하고 하운에게 다가갔다. 그사이 하운과 아주 잠시 시선이 마주쳤다. 그것을 인지한 순간 리엘라는 보란 듯이 고개를 돌렸다.
“…해서… 하게 되니까… 막으려면….”
“언제 이런 걸…. 네, 알겠습니다.”
하운과 루시안의 이야기가 생각보다 길어지자 리엘라는 루시안에게 더 설명을 들을 생각을 포기한 채, 네아에게 다가갔다.
“아가씨, 잠깐 뒤돌아보세요. 머리 좀 다시 묶게요.”
“아, 맞다. 바람 강했죠.”
“네. 이번에도 그럴 게 분명하니 조금 더 단단히 묶을게요.”
네아가 머리를 다 묶고 나자 루시안이 돌아왔다.
“이제 들어갈 겁니다. 마음의 준비는 되었나요?”
“네.”
긴장에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드디어 저길 다시 여는구나.
“다들 각자 위치로.”
하운이 지시하자 보석술사들이 주변으로 흩어졌다. 리엘라는 긴장한 채로 네아의 손을 꼭 붙잡았다. 하운이 문 앞으로 다가가 손잡이에 손을 올렸다. 모두가 준비되어 있는 것을 확인한 그는 천천히 손에 힘을 주어 문을 밀었다.
무거운 나무로 만들어진 문이 소리 없이 부드럽게 열렸다. 그 순간 기다렸다는 듯이 거센 바람이 안에서 몰아쳤다.
휘이이익!
위험한 것을 전부 치워 버린 큰 복도를 바람이 휘젓고 지나가자 섬뜩한 소리가 울렸다. 예전의 일이 떠오른 리엘라는 네아의 팔을 단단히 잡았다. 하지만 지금은 저번과는 달랐다. 질풍의 파이로프가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이쪽 역시 그것을 대비해 모든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바람이 불어온 것과 동시에 바닥이 빛났다. 동시에 휘청거리던 몸이 누가 붙잡은 것처럼 단단하게 바닥에 붙었다. 사정없이 얼굴을 때리던 바람도 약해진 것이 느껴졌다. 모두가 안전한 것을 확인한 하운은 문을 완전히 열어젖혔다.
리엘라는 고개를 들고 문 너머를 살폈다. 저번과 같이 엄청난 빛 무리가 방의 저편에 있었다. 쏟아지는 찬란한 빛에 손을 들어 눈을 가렸을 때 갑자기 모든 빛이 사라졌다.
“어?”
“뭐, 뭐야?”
모두가 놀라 문 너머를 바라보았다. 조금 전까지 빛이 가득했던 그곳은 이제 공작저의 평범한 방의 모습으로 바뀌어 있었다.
하운은 그 안에서 주변을 둘러보더니 세 사람을 불렀다.
“들어와. 보석들이 잠시 물러난 듯하군.”
하운의 말에 세 사람은 조심스럽게 안쪽으로 들어갔다. 방 안으로 들어간 리엘라는 주변을 살펴보았다. 넓긴 하지만 공작저의 방들과 똑같이 생긴 방이었다. 다른 점이라면 창문 없이 모든 벽에 큰 장식장이 있다는 것.
마지막에 들어온 루시안이 문을 닫았다. 달칵하는 소리가 조용한 방 안에 울렸다.
‘생각과 너무 다른데?’
사실 들어오자마자 빛이 번쩍번쩍하며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래서야 그냥 공작저에 있는 큰 방에 들어온 것뿐이다.
리엘라는 장식장 안을 바라보았다. 안에는 크고 작은 나무 상자들이 놓여 있었다. 어느 것 하나 그 색과 장식들이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는, 장인들이 만들었을 것이 분명한 상자들. 그 안에 무엇이 있을지는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열어 봐도 되겠나?”
하운이 묻자 리엘라는 고개를 끄덕여 대답을 대신했다. 하운은 제일 가까이에 있던 나무 상자 위에 손을 올렸다. 루시안이 있기에 정찰의 재스퍼를 사용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직접 열어 확인할 수밖에. 가져왔던 문스톤들의 힘을 잠시 빌려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충격을 대비한 그는 천천히 상자를 열었다.
함정이 있지 않을까 했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안전하다는 것을 안 하운이 상자를 꺼내어 방의 가운데 있는 돌로 된 테이블 위에 올렸다.
“가까이 와도 돼. 위험하지는 않은 것 같군.”
하운의 말이 끝나자마자 리엘라와 루시안, 네아는 기다렸다는 듯 테이블로 다가와 그가 꺼낸 보석을 바라보았다.
“상자 하나에 하나씩 보관하셨던 모양이군요.”
상자를 살펴본 루시안은 급히 방 안에 있는 나무 상자가 몇 개 정도 되는지 헤아렸다. 보이는 곳에만 해도 어림잡아 백 개가 넘었다. 아마도 다른 곳까지 하면 수백 개는 될 것이리라.
짐작했던 것보다 더 규모가 큰 첫 번째 방에 루시안이 넋이 나가 있을 때 리엘라는 유리 액자 안에 있는 보석을 보았다.
누가 보아도 힘을 잃은 보석이었다. 어두운 색에 광택 하나 없는 보석.
“이건….”
보석을 보던 리엘라는 액자 아래에 붙어 있는 종이를 발견했다.
“…균열의 아게이트?”
이것이 이 보석의 이름임이 분명했다. 처음 듣는 이름을 리엘라가 중얼거리자 하운과 루시안,네아의 얼굴이 굳었다. 그리고 동시에 말했다.
“그게 왜 여기에 있어?”
“그게 왜 여기에 있습니까?”
“그게 여기 있었네요?”
셋의 반응에 놀란 리엘라가 당황하며 질문했다.
“이거 유명한 보석이에요? 전 처음 들어보는데요.”
리엘라의 질문에 루시안이 말했다.
“혹시 훼렐 협곡을 알고 있습니까?”
“알고 있어요. 중앙 평원의 가운데에 있는 깊은 협곡 아닌가요?”
“그걸 만들어 낸 보석입니다.”
“…네?”
훼렐 협곡은 신문에 올라온 삽화로 본 적이 있었다. 밀로 가득한 중앙 평야의 가운데 있는 협곡은 무척 신기했다. 지질학자들은 자연적으로 생겨난 곳이 아니라 했기에 사람들은 창세 신화에서 하늘에서 내려온 빛이 떨어진 자리라고 말했다. 그래서 리엘라도 그런가 보다 했었는데 그걸 만들어 낸 보석이라고?
“대재앙 이전 시대의 보석이고… 그 당시에 무기로 쓰였던 보석입니다. 사라진 지 오래되어 원탁회의에서도 완전히 소멸된 것으로 판단해 따로 위험 등급을 붙이지 않았는데. 이건 위험 등급으로 따지만 맹약의 헬리오도르급일걸요?”
맹약의 헬리오도르라는 말에 잠시 네아의 몸이 움찔했다. 하운은 네아를 잠시 바라보다 말했다.
“이런 이름이 적혀 있다고 해서 이 보석이 정말 그 보석인지는 알 수 없어. 레플리카일지도 모르고.”
“레플리카?”
“복제품이라는 뜻이다.”
“보석도 복제를 할 수 있… 아니, 설명은 나중에 네아에게 들을게요. 하던 일 계속하세요.”
하운에게 계속해서 물어보려던 리엘라는 시선이 마주치자 급히 말을 끊고 네아와 함께 뒤로 물러났다. 리엘라의 행동에 하운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방해되지 않도록 조금 떨어져서 보고 있도록 해.”
하운의 말에 네아가 입 모양으로 ‘재수 없어’라고 하는 게 보였지만 리엘라는 말리지 않았다.
다행히 보석의 방 안에는 테이블뿐만 아니라 의자도 있었다. 리엘라는 네아와 함께 그곳에 앉아 하운과 루시안이 보석들을 점검하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시간이 꽤 걸리겠네요. 이 많은 걸 일일이 확인하려면.”
“배고프세요? 가져온 음식 좀 드릴까요?”
긴장을 해서 그런지 아침을 거의 먹지 못했다. 그 탓에 조금 허기가 졌지만 지금은 더 넘어갈 것 같지 않았다.
“아직 괜찮아요. 그것보다 저 보석들 좀 구경하고 싶은데….”
“그대로 움직이지 말고 앉아 있어. 네아, 너도 마찬가지다. 보석은 루시안 자네가 갖다줘.”
작게 중얼거리듯이 한 말이었는데 하운이 곧바로 대답했다.
‘귀도 좋네.’
리엘라는 속으로 혀를 차며 루시안이 가져다준 액자를 받았다. 처음 보았던 균열의 아게이트였다.
“이거 꺼내 봐도 될까요?”
리엘라의 말에 루시안은 하운을 보았다. 하운의 얼굴이 굳자 리엘라는 허겁지겁 액자를 옆에 내려놓았다.
“위험한 것이면 안 할게요. 방해되기도 싫고.”
방해라는 말에 하운은 짧게 한숨을 쉬더니 다가와 액자를 들었다.
“…한 번 더 확인하고 주지.”
그는 액자의 앞에 붙어 있는 잠금장치를 옆으로 돌렸다. 달칵하는 소리와 함께 유리가 있는 부분이 들어 올려지자 하운은 아게이트를 집어 들어 살폈다. 그의 부름에 반응하지도 않고 광택도 보이지 않는다. 균열의 아게이트란 이름답게 보석 안에 있는 물결 같은 줄무늬만 겨우 눈으로 식별할 수 있었다.
하운은 그것을 다시 액자 안에 있던 천 위에 올려 리엘라에게 건네주고는 테이블로 돌아갔다. 그가 놓고 간 액자를 만지작거리던 리엘라는 아게이트 옆의 천을 더듬다 이상함을 느꼈다.
‘뭔가 있어?’
천 아래 바스락거리는 것이 만져졌다. 아게이트를 살짝 옆으로 밀고 천을 들쳐 보았더니 제일 밑에 종이봉투가 들어 있었다.
“이게 뭐죠?”
“글쎄요. 어? 이거 공작님 글씨인데.”
봉투 겉에 적힌 글씨를 본 네아가 놀라 그것을 붙잡았다.
“야, 이거 열어 본다.”
“네가 열도록.”
별다른 힘이 느껴지지 않았기에 위험할 리는 없겠지만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야 했다. 네아 역시 몇 번이고 봉투를 만져 보고 흔들어 보고 구겨도 본 다음 안에 있는 게 종이뿐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봉투의 입구를 열었다. 안에는 봉투에 맞게 접은 종이 한 장이 있었다.
“어디 보자. 961년 4월 14일 획득. 획득 장소 훼뤨 강의 하류. 이 아게이트는…!”
네아가 다음을 읽으려는 순간 갑자기 방 안이 칠흑 같은 어둠으로 덮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