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wo heirs RAW novel - Chapter 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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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엘라는 클로에가 보낸 편지를 읽고 있었다.
…다행히 그다음에 보낸 꽃은 공주님께서 무척 마음에 들어 하셨어요! 그냥 마음에 든다는 정도가 아니라 우리들에게 너무 예민하게 굴어 미안하다 하시며 따로 선물까지 보냈다고요. 여기 리엘라 것도 같이 챙겨 보내요. 그 후에 샤를로테 공주님께서 따로 정원과 온실에도 방문하셨어요. 테티아의 장미라는 별명을 가진 분답게 장미꽃들에 무척 관심이 많으시더라고요. 정말 열심히 보시는 느낌이랄까. 누가 보면 뭘 찾으시는 줄 알았을 거예요.
그 후로도 클로에의 편지는 계속 이어졌다. 대부분 샤를로테 공주의 이야기와 일은 여전히 많으니까 왕궁에 오는 걸 언제든지 환영한다는 내용이었다. 리엘라가 멜다 부인의 마들렌을 집어 먹으며 계속 편지를 보자 맞은편에 앉아 있던 리나가 툴툴거렸다.
“누가 보낸 편지길래 그렇게 실실 웃으면서 봐?”
“으응, 왕궁의 정원 관리부의 클로에 양이 보낸 편지야. 또 와서 도와주면 좋겠대.”
“와서 일 도와 달라는 게 그렇게 좋아?”
“입장 바꿔 생각해 보면 알잖아. 너 그 유명한 알프레도 셰프가 너에게 우리 가게에 놀러 와서 일이나 좀 도와 달라 말하면 안 갈 거야?”
리나가 좋아하는 셰프의 이름을 대자 그녀의 표정이 단번에 바뀌었다.
“걸레질만 해도 영광이라고 하고 싶다.”
“거봐.”
리엘라가 핀잔을 주자 리나는 팔짱을 끼고 툴툴댔다.
“그래도 마음에 안 들어. 너 요즘 왕궁 이야기만 하고…. 어쩐지 내 친구를 빼앗긴 것 같단 말이지. 이거 봐. 놀러 와도 나는 상대도 안 하고 편지만 읽고.”
리나의 말에 리엘라는 어이없다는 표정이 되었다.
“양심이 좀 있어 봐라. 여기 오자마자 멜다 부인이 만든 간식 먹으면서 레시피 노트 다 적을 때까지 말 걸지 말라던 사람이 누구인데!”
“내가 그랬던가?”
리엘라와 리나는 서로가 네가 먼저라며 한참이나 입씨름을 하다 결국 멜다 부인이 더 가져온 새로운 과자를 받아 들고는 답이 없는 대화를 끝냈다.
“아가씨, 새로 온 편지가 있는데, 가져다 드릴까요? 보낸 사람의 이름이 없는 편지라서 일단 제가 먼저 열어 보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이름이 없는 편지요? 혹시 편지 봉투 위에 이상한 꽃 두 송이가 그려져 있지 않아요?”
“꽃이요? 괴물 두 마리가 아니라?”
네아가 되묻자 리엘라가 이마를 짚었다.
“우리 둘째 언니 편지 맞는 것 같아요….”
잠시 후, 네아가 여전히 미심쩍다는 표정으로 편지를 들고 오자 기웃거리던 리나가 웃음을 터트렸다.
“푸하하! 너희 언니 그림 실력 여전하시네!”
편지 봉투 위에는 도대체 무엇을 그렸는지 모를 동그라미들이 있었다. 그것을 보자 리엘라는 다시 한숨을 쉬었다. 우리 언니의 처참한 그림 솜씨는 여전하구나….
“언니라면….”
“양을 치러 다닌다는 아일리 언니요.”
어릴 때부터 세 자매 중에서 가장 활발했던 아일리였다. 꽃을 비롯한 식물을 좋아하는 리엘라와 달리 아일리는 동물을 좋아했다. 수도로 오기 전에 시골에 살았을 때는 집 뒤에 있던 마구간에서 하루 종일 시간을 보냈었다.
“수의사가 될 줄 알았는데 성인이 되자마자 갑자기 양치기를 하겠다면서 독립했어요.”
그럼 그냥 수도 근처에서 해도 되지 않느냐 했더니 먼 곳의 국경 지대 주변의 주인 없는 초원을 돌며 수만 마리의 양을 계속해서 이동시키며 길러야 하는 일이라고 했다. 그렇게 해서 겨울이 되기 전 양 주인들에게 양을 넘기고 머릿수로 돈을 받는다나 뭐라나.
그래서 아일리는 겨울에나 잠시 집에 들렀다. 그런다고 계속 집에 있는 것도 아니었다. 겨울에는 또 겨울에 기르는 가축들이 있다고 했다. 게다가 겨울 철새들을 보겠다며 짐을 꾸려 훌쩍 떠나는 게 부지기수였다. 덕분에 아일리가 집에 돌아와 있는 날은 1년에 겨우 일주일 정도였다.
“항상 이렇게 이름 대신에 그림을 그려 보내는 바람에 처음에는 이상한 편지인 줄 알고 버릴 뻔했었죠. 그나저나 이쪽으로 편지가 온 걸 보면 언니가 제가 보낸 편지를 무사히 받긴 했나 봐요.”
언제나 돌아다니는 탓에 편지를 받을 주소가 없는 아일리다. 그렇기에 도중에 그녀가 들르는 큰 여관의 사서함으로 보내 놓았는데 다행히 읽은 모양이었다. 리엘라는 편지를 뜯었다. 그러자 안에서 마른 풀잎이 우수수 떨어졌다.
“이게 뭔가요?”
네아가 경계를 하며 물어보자 리엘라는 웃으면서 풀잎 중 하나를 네아에게 건넸다.
“네잎클로버예요. 언니가 양 치면서 찾은 거래요. 이번에도 많이도 보냈네. 리나 너도 좀 가져갈래?”
“응, 줘. 네 이름 붙인 세트 세 개 이상 시킨 사람들에게 ‘리엘라의 행운이 있는 네잎클로버’를 준다고 하면 더 많이 팔 수 있을걸?”
“아, 좀!”
작작 좀 하라는 듯 리엘라가 리나의 등을 때리자 리나는 낄낄거리면서 기어이 클로버 여러 개를 챙겼다. 리엘라는 네아에게도 클로버를 하나 건네주었다. 네아는 그것을 코에 가져가 킁킁대며 맡더니 의아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언니분께서는 양을 친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맞는데요? 왜 그래요?”
“그런데 왜 피 냄새가… 아, 아니에요. 신경 쓰지 마세요. 아, 차 좀 더 가져다 드릴까요? 차가 지겨우시면 멜다 부인이 만들어 두었던 레몬청으로 시원하게 만든 음료수는 어떠세요?”
“저 그거 두 잔 주세요!”
리나가 잽싸게 부탁하자 네아는 알겠다 말하고 웃으며 방을 나갔다. 그사이 리엘라는 편지를 읽었다. 여관에서 급하게 쓴 것일까. 주문 내역이 그대로 적힌 종이의 뒷장을 이용한 편지였다.
리엘라, 언니다. 잘 먹고 잘살고 있지? 네 편지 읽었다. 네가 호슨 공작님의 상속인이 되었다길래 얘가 갑자기 웬 농담을 하나 싶었는데 여기 있는 신문에까지 네 이야기가 있더라고? 우리 동생 갑자기 부자 됐네? 언니 500골드만 주라. 우리 오래 알고 지냈잖아. 응?
“이 언니가 진짜….”
심각함이라고는 조금도 보이지 않는 편지에 리엘라는 끄응, 거리며 앓는 소리를 내었다.
어쨌건 조심해라. 원래 돈이 이상한 것들을 불러들인대잖아. 특히 어린 여자애가 돈이 많으면 이상한 남자들이 붙어요. 호슨 공작님이라면 아마 그런 것까지 잘 처리하셨을 것 같지만…. 언니가 경고하는데 갑자기 결혼하자고 하면서 옆에 들러붙는 남자들을 특히 조심해. 멀끔하게 생겼는데 그런 소리 하는 놈이면 더더욱. 절대 가까이하지 말고 말도 섞지 마.
그런 사람 이미 있는데. 같은 저택에 계시는데… 지금은 왕궁 가셨지만….
아일리가 들을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면서 리엘라는 계속해서 편지를 읽었다.
…이쪽 일은 여전해. 이상한 일도 있긴 했네. 우리가 데리고 다니는 게 아닌 양 한 마리가 죽은 걸 발견했는데 머리가 없더라. 어떤 짐승이 잡아먹었나 싶어서 주변을 살펴봤는데 발자국 하나도 없었어. 마치 그 시체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처럼 말이야.
리엘라는 소름이 돋았다. 언니는 뭐 이런 일을 편지에 적어?
너 지금 왜 이런 걸 편지에 적어서 사람 소름 끼치게 하냐고 생각하고 있지? 어때? 좀 무서웠어?
“…알면서 이런 짓 한다 이거지.”
어릴 적부터 동생을 놀려 먹는 재미로 살았던 둘째 언니다. 커서도 그 버릇은 여전한 모양이었다.
어쨌든 두 달 후에 수도로 돌아갈 예정이야. 이번에는 네 일도 있겠다 조금 쉬어 보려고 해. 나도 좀 피곤하기도 하고, 이쪽 일도 안정이 되었으니 몇 달은 쉴 생각이야. 그럼 그때 보자!
편지는 그렇게 끝났다. 그사이 슬쩍 네잎클로버를 더 챙기려던 리나의 손등을 때리며 리엘라는 편지들을 정리했다.
‘다행히 샤를로테 공주님의 편지는 오늘 없네.’
샤를로테는 만나지 못해 아쉽다, 그러면 언제쯤 시간이 되겠느냐 끈질기게 편지를 보내왔다. 하지만 며칠 전부터 샤를로테의 편지는 더 이상 오지 않았다. 클로에의 편지에서 공주가 갑작스레 왕실의 정원을 전부 보고 다닌댔으니 바쁜 모양인 것 같았다.
리엘라가 편지를 정리하는 걸 물끄러미 보던 리나가 과자 하나를 더 입에 물면서 말했다.
“그러고 보니 너는 꽃 축제 기원 연회 이런 거 안 가? 슬슬 신문에 이야기 나오더라. 이번에는 더 화려할 거래. 샤를로테 공주가 와 있는 탓에 다른 귀족 영애들이 더 힘주어 꾸민다던데.”
“귀족 영애들이 왜?”
“왜긴 왜야. 하운 대공님 보내기 싫다 이거지.”
“갑자기 대공님이 왜 나와?”
보내기 싫다니? 하운이 어디 간다고 했나?
“샤를로테 공주가 대공님 노리고 왔다는 소문이 파다했잖아. 신문 보니 국경선 때문에 매일같이 회담 중이래. 그런데 원래 사람이라는 게 항상 같이 있다 보면… 알지?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 게다가 두 분 결혼은 양 국가 관계에 이득 되는 게 많아서 지지하는 사람이 많대.”
“…….”
“어쨌거나 꽃 축제 연회에서 하운 대공님이 샤를로테 공주님의 파트너가 될 건 확실하고, 두 분이 춤도 함께 추실 테니….”
“안 추실 거야.”
“응?”
“대공님은 샤를로테 공주와 춤 안 추신다고.”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어, 그게….”
리엘라는 머뭇거리다 대답했다.
“대공님 몸치야.”
“그래?”
“끔찍하게 못 춘댔어. 스텝이고 뭐고 하나도 모르신대.”
“그건 처음 듣는 이야기인데.”
리나가 신문에서 보지 못했던 이야기에 눈을 빛냈다.
“어쨌든 그래서 지금까지 안 춘 거라고 하셨어. 그러니까 샤를로테 공주와는 춤 절대로 안 추실 거야.”
단호하게 말하는 리엘라의 모습에 리나는 더 말하지 않았다. 하운 대공이 몸치라는 사실은 그렇다 치고 얘는 그걸 말하면서 왜 이렇게 화를 내?
한참 리엘라를 바라보던 리나는 곧 알겠다는 듯이 말했다.
“리엘라 너… 하운 대공님 좋아해?”
***
리엘라는 재빨리 제 방문을 닫았다. 멀리서 리나를 태우고 돌아가는 마차 소리가 들려왔지만 지금 리엘라의 귀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리엘라는 욕실로 들어가 찬물에 얼굴을 씻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들어 거울을 봤지만 여전히 제 얼굴은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으아아….”
제 얼굴을 본 리엘라는 다시 찬물을 손으로 받아 얼굴에 뿌렸다. 계속해서 리나의 말이 귓가에 울렸다.
“너 하운 대공님 좋아해?”
“아니야!”
그 말을 떠올린 순간 저도 모르게 버럭 외치고 말았다. 리엘라는 한참이나 더 찬물로 얼굴을 씻었다. 시간이 지나자 달아오른 얼굴과 목덜미가 겨우 진정이 되었다. 어찌나 물을 뿌려 댔는지 목 주변은 물론이고, 소매와 가슴 부분이 다 젖어 버리고 말았다.
“갈아입어야겠다….”
리엘라는 옷을 벗고 옷장을 열었다. 어떤 옷으로 갈아입을까 생각하는 사이 다시 리나의 말이 떠올랐다.
“너 하운 대공님 좋아해?”
“…….”
그 질문에 대답 못 하고 어버버하다 그런 게 아니라고 소리쳤다. ‘그런 게 아니면 뭔데?’라고 되묻는 질문에는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러자 리나는 흐응거리는 콧소리를 내며 자기는 이만 갈 테니 넌 잘 생각이나 해 보라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리엘라는 몸을 돌려 창가로 다가갔다. 그곳에는 두 개의 화분이 있었다. 호슨 공작에게 선물로 주었던 화분과 하운에게 선물 받은 엘피안 꽃.
호슨 공작에게 주었던 화분에는 몇 달이 지나도 여전히 활짝 피어 있는 노란색의 빛나는 꽃이 있었다. 그리고 하운이 준 엘피안은….
‘조금씩 빛나고 있어.’
이렇게 밝은 빛 아래에서는 자세히 보지 않으면 모르지만… 이제 이것도 어느새인가 조금씩 빛을 갖기 시작했다. 당연한 일이었다. 하운에게 꽃이 빛나면 절반을 주기로 약속한 이후 정말 정성 들여 엘피안을 돌보고 있었으니까.
빛나는 꽃을 주면 하운도 무척 기뻐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더욱 정성을 쏟았다. 그런데… 정말 그 이유뿐인가? 왜 하운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생각한 거지?
리엘라의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지고 있을 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네아가 온 건가 생각하며 리엘라는 문을 열었다.
“무슨 일…!”
하지만 문 앞에는 네아가 아닌 하운이 서 있었다. 그의 시선이 리엘라의 얼굴을 보다 아래로 내려간 순간 그대로 굳어 버리는 것이 보였다. 하운이 왜 저러나 의아해하던 리엘라는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지금 옷을 벗고 있다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