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101
101화
퇴근 시간이 되어 가자 강진이 슬쩍 주위를 보고는 몸을 일으켰다.
“수고하셨습니다.”
강진이 일어나는 것에 직원들이 가볍게 손을 들었다.
“내일 봐요.”
가볍게 인사를 하는 직원들에게 고개를 숙인 강진이 최동해에게 손을 들어 보이고는 사무실을 나섰다.
사무실을 나서며 강진은 입을 열어 작게 중얼거렸다.
“최호철, 최호철, 최호철.”
최호철의 이름을 세 번 부른 강진이 주위를 보았다. 최호철은 보이지 않았다.
‘슬슬 걱정이 되네.’
오늘 일을 하면서 가끔 최호철의 이름을 불렀다. 하지만 그는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에 강진이 지갑을 꺼내 명함을 하나 꺼냈다. JS 금융 강두치의 명함이었다.
귀신들을 상대하면서도 명함이나 전화번호가 있다니 신기한 일이다. 핸드폰 번호까지 쓰여 있는 JS 금융 강두치의 명함을 보던 강진이 전화를 걸었다.
[친절히 모시겠습니다. JS 금융 강두치입니다.]“한끼식당 이강진입니다.”
[물론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쩐 일이십니까?]“최호철 귀신에 대해 혹시 아시는 것 있으십니까?”
[최호철 씨?]“살아 있을 때 제가 알던 형인데, 요즘 식당에 안 오셔서 걱정이 되는군요.”
강진의 말에 강두치가 잠시 말이 없다가 말했다.
[귀신들도 개인 정보 보호법이라는 것으로 보호가 됩니다. 그래서 최호철 씨에 대한 것을 제가 말을 해 드리기는 어렵습니다.]“그게 귀신도 적용이 됩니까?”
[죽었냐 살았냐의 차이일 뿐이지, 산 사람하고 귀신하고 다른 건 없습니다.]“그렇군요.”
[도와드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강두치의 말에 강진이 말했다.
“그럼 승천을 했는지 아닌지만 말을 해 주실 순 없나요?”
강진의 물음에 잠시 답이 없던 강두치가 말했다.
[그 정도는…… 잠시 기다려 보십시오.]타타탓! 타탓!
그리고 수화기 너머로 자판 두들기는 소리가 들렸다.
[승천은 하지 않았습니다.]“그렇군요.”
[도와드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아닙니다.”
[아! 혹시 시간 되시면 저희 은행에 한 번 와 보시겠습니까?]“JS 금융에요?”
[이 세상에 발을 들였으니 한 번 와 보시는 것도 도움이 되실 겁니다.]강두치의 말에 강진이 명함을 보았다. 명함에는 강두치의 이름과 번호가 적혀 있었지만, 주소는 딱히 적혀 있지 않았다.
“주소가 안 적혀 있는데요.”
[저희 회사가 한 곳에 지점을 두는 형태는 아니라서요.]“그럼 어떻게 가죠?”
[지금 계신 거기에 지하층이 있습니까?]“네.”
[지하로 향하는 문을 잡고, 제 명함을 문에 대고 여세요.]더 설명이 있을 거라 생각을 하던 강진은 강두치가 말이 없자 말했다.
“그게 끝입니까?”
[그게 끝입니다.]“간단하면서…… 좀 마법 같네요.”
“그럼 마법도 있는 건가요?”
강진이 놀라 묻는 것에 강두치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하하하! 그냥 인간 세상에 과학이 있는 것처럼, 이쪽 저승에도 그와 같은 과학이 있다고만 하겠습니다.]강두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엘리베이터를 타고는 말했다.
“그럼 마중 나와 주실 건가요?”
[알겠습니다.]그걸로 통화를 끝낸 강진이 명함을 보다가 주머니에 넣었다. 잠시 후, 그렇게 일층에 내려선 강진은 비상계단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러고는 계단을 통해 지하 1층에 내려간 강진은, 지하로 통하는 문을 잡고는 강두치의 명함을 꺼내 문에 가져다댔다.
“내가 참 이상한 세상에 발을 디뎠어.”
작게 중얼거린 강진이 문을 열었다.
덜컥!
그러자 강진의 눈에 하얀 공간이 보였다. 바닥과 천장, 그리고 모든 것이 다 하얀 곳이었다.
절대 회사 1층에 위치한 지하 주차장은 아니었다. 게다가 그곳에는 사람들이 무척 많았다.
강진이 놀란 눈으로 주위를 볼 때 뒤에서 문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덜컥!
그에 고개를 돌린 그의 얼굴에 의아함과 놀람이 어렸다. 자신이 열고 들어온 문 말고도, 뒤쪽은 온통 문투성이였다.
셀 수 없이 많은 문이 뒤에 자리하고 있었다.
“와…….”
수십 개, 아니 셀 수 없이 많은 문은 늘어서 있는 것만으로도 무척 공포스러운 모습이었다.
덜컥! 덜컥!
그리고 문이 열릴 때마다 사람들이 하나둘씩 들어왔다. 깔끔한 정장을 입은 사람들부터 일상복을 입고 있는 사람들까지…….
“어떻습니까?”
옆에서 들린 목소리에 고개를 돌린 강진은 강두치를 볼 수 있었다.
그는 깔끔한 검은색 정장을 입은 채 강진을 보고 있었다.
“놀랍네요.”
“처음 오시는 분들은 많이 놀라시죠.”
그러고는 강두치가 문 쪽을 보았다.
“문이 좀 기괴하죠?”
“조금 그렇네요.”
“이 사장님처럼 여기 문 보신 분들은 다 놀라더군요.”
웃으며 강두치가 손으로 안을 가리켰다.
“들어가시죠.”
강두치의 말에 강진이 걸음을 옮기며 주위를 다니는 사람들을 보았다.
“그런데 여기에 산 사람이 와도 되는 겁니까?”
“그럼요. 저희 JS 금융은 인간과 귀신을 가리지 않고 영업을 하니까요.”
“그럼 여기에도 산 사람이 있습니까?”
강진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주위에는 많은 사람들이 다녔지만, 사람은 아닐 것이다.
JS 금융이 사람과 귀신을 가리지 않고 영업을 한다고 하지만, 주 고객은 귀신이니 말이다.
“산 사람도 오기는 하지만 자주 오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이 사장님뿐입니다.”
“그럼…….”
강진이 슬며시 다시 주위를 보았다. 주위에 있는 수많은 자들이 모두…….
“귀신?”
“모두는 아닙니다. 저희 직원도 있고, JS 입국 관리자도 있고…… 그렇습니다.”
“그럼 두치 씨는 귀신이 아닌 겁니까?”
“귀신이라…….”
강진의 물음에 강두치가 잠시 턱을 쓰다듬다가 웃으며 말했다.
“일단 사람은 아닙니다.”
“그럼?”
강진의 물음에 강두치기 고개를 저었다.
“저도 정확히는 잘 모릅니다. 천사와 악마가 반씩 섞여 있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천사와 악마?”
“VIP에게는 천사의 모습을 하지만, 빚이 많은 자들에게는 악마의 모습으로 다가가지요.”
“무서운 분이셨네요.”
“원래 돈놀이하는 사람들이 다 무섭죠.”
그러고는 강두치가 걸음을 옮겼다. 걸음을 옮기던 강진은 한쪽에 길게 줄을 서 있는 사람, 아니 귀신들을 볼 수 있었다.
줄을 서 있는 귀신들을 보자 강진의 머릿속에 배용수가 겁을 먹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줄을 서야 해.
“귀신들이 무서워하는 줄 서기군요.”
강진의 말에 강두치가 웃으며 말했다.
“이야기 들으셨나 보군요.”
“네.”
“귀신들한테 일을 시킬 수도 없으니, 저렇게라도 해서 시간을 때우게 하는 겁니다.”
“시간을 때운다?”
“시간은 돈입니다.”
말을 하며 강두치가 다시 앞장서서 걸어가서는 한쪽에 있는 문을 열었다.
“제 사무실입니다.”
사무실 안으로 들어간 강진은 작은 책상과 의자, 그리고 노트북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사무실이 아늑하네요.”
“아늑하기보다는 작죠.”
웃으며 안으로 들어간 강두치가 한쪽에서 캔 커피를 가져왔다.
“드셔 보세요.”
강두치의 말에 강진이 캔 커피를 받다가 얼굴에 의아함이 어렸다. 캔에 있는 그림이 조금 이상했던 것이다.
“이건 못 보던 디자인이네요.”
캔 커피의 한쪽에는 커다란 솥 그림이 있고 그 밑에는 펄펄 끓어오르는 화염이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그림 밑에는 한자가 곁들여진 멋스러운 필체로 ‘대초열지옥(大焦熱地獄) 커피’라고 쓰여 있었다.
“JS에서 요즘 인기 있는 커피 브랜드입니다.”
“JS? 그럼 저승 커피?”
“이름 그대로 대초열지옥에서 만든 커피 브랜드입니다. 거기 화력이 좋아서 그런지 커피를 볶으면 맛이…….”
말을 하던 강두치가 캔 커피 뚜껑을 땄다.
타각!
소리와 함께 강두치가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는 미소를 지었다.
“이승에서는 절대 먹을 수 없는 맛이죠.”
강두치의 말에 강진이 캔 커피를 보다가 뚜껑을 땄다.
타각!
경쾌한 소리를 들으며 강진이 커피를 마셨다.
쭈릅!
한 모금 입에 머금은 강진이 눈을 찡그렸다.
‘으!’
한 모금 입에 넣는 순간 너무 썼다. 눈을 찡그리는 강진의 모습에 강두치가 의아한 듯 말했다.
“입에 안 맞으십니까?”
“너무 쓰고…… 탄 맛도 나는데요?”
강진의 말에 강두치가 웃었다.
“커피는 원래 그런 맛으로 먹는 겁니다.”
말과 함께 한 모금 더 마신 강두치가 미소를 지었다.
“좋지 않습니까?”
강두치의 말에 강진이 다시 한 모금을 입에 넣다가 눈을 찡그리고는 슬며시 내려놓았다.
“아무래도 제 입에는 안 맞네요.”
강진의 말에 강두치가 웃었다.
“그럴 수도 있죠.”
그러고는 강두치가 한쪽에서 다른 캔을 가져왔다.
“쓴맛이 싫다면 이건 입에 맞으실 겁니다.”
강두치가 주는 캔을 본 강진이 미소를 지었다.
“캔이 화려하네요.”
캔에는 꽃밭 사진이 있었다. 화사하고 따스한 느낌의 꽃밭 사진 밑에는 브랜드가 적혀 있었다.
“서천꽃밭에서 나는 꿀로 만든 음료입니다. 숙취 해소로 기가 막히죠. 드셔 보세요.”
“서천꽃밭?”
“저승에 있는 화원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강두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뚜껑을 따서는 음료를 마셨다.
“음…… 이건 맛있네요.”
“그렇죠.”
“달달하면서도 너무 달지도 않고, 기분 좋은 단맛이네요.”
강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두치가 노트북을 가져다가 앞에 놓았다.
“오신 김에 계좌 확인이나 한 번 하시겠습니까?”
“할 수 있나요?”
“그럼요. 이 사장님 계좌인데요. 보시겠습니까?”
강두치의 말에 강진이 노트북을 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모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안 보시겠습니까?”
“돈이 많으면 조금은 나쁘게 살아도 될 것 같고, 돈이 없으면 죽고 난 후가 걱정될 것 같네요.”
강진의 말에 강두치가 웃으며 노트북을 덮었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그러고는 강두치가 고개를 슬쩍 들어 문 쪽을 보고는 강진에게 말했다.
“제가 관리하는 이 사장님 부탁도 있고 해서, 제가 최호철 씨에 대해서 좀 알아봤습니다.”
“그래요?”
“물론 개인정보 보호법 때문에 제가…….”
강두치가 노트북을 툭툭 쳤다.
“JS 금융 정보를 통해 알아낸 것은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
“그럼?”
“여기 귀신들한테 수소문을 해 봤습니다. 그건 저희 JS 금융과 최호철 씨 상의 계약에서 알아낸 정보가 아니라서 제가 알려드려도 상관없을 것 같더군요. 그저 목격 정보일 뿐이니까요.”
“유도리가 있으시군요.”
“세상 모든 일이 다 정론대로 돌아갈 수 있겠습니까?”
싱긋 웃으며 강두치가 말을 이었다.
“제가 알아본 바에 의하면 이틀 전에 노원에서 최호철 씨를 본 귀신이 있습니다.”
“노원에서요?”
“그러니 너무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설마하니 죽기야 하겠습니까?”
웃으며 농담을 하는 강두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별일 없으면 됐지.’
강두치의 말대로 귀신이 죽을 일은 없는 것이다.
“고맙습니다.”
“좋은 일 하시는 분인데, 이 정도는 해 드려야죠.”
그러고는 강두치가 몸을 일으켰다.
“중요한 이야기는 이거면 된 것 같고…… 어떻게, 쇼핑 좀 하시겠습니까?”
“쇼핑요?”
“저희 고객분들은 저승 가시기 전에 여기서 돈 인출도 하고 그 돈으로 쇼핑도 하고 밥도 먹고 가십니다. 이 사장님이야 가게에서 좋은 음식 많이 드시니 편의점 한 번 가보시지요.”
“편의점?”
“저희 JS 금융에서 운영하는 JS 편의점에 좋은 물건이 많습니다.”
“편의점도 운영하나요?”
“저승 가기 전에 간단하게 필요한 것을 팔고 있습니다.”
“저승 편의점이라…… 궁금하네요.”
“그럼 가시죠.”
강두치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강진이 남은 음료를 마저 마시다가 캔을 보았다.
‘JS 편의점이면…… 거기 물건들도 저승에서 만든 것들인가?’
그런 생각을 하던 강진이 강두치의 사무실을 나섰다.
‘무슨 물건을 팔지 궁금하네.’
편의점에서도 아르바이트를 많이 해 본 강진이다 보니 JS 편의점에서는 뭘 파는지 궁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