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1052
25화
강아지 육포가 맛이 있나 생각하던 강진에게 임수정이 슬며시 말했다.
“오빠가 알게 돼서 데리고 왔어요.”
강진이 보자 그녀가 말했다.
“제가 이런 설명을 하면 안 될 것 같아서요. 사장님 허락도 있어야 할 것 같고…….”
임수정의 말에 강진이 가게 문을 열고는 말했다.
“혜미 씨, 저 차 두 잔…… 아니, 세 잔 좀 가게 밖으로 주세요.”
“가게 밖으로요?”
“건우가 같이 와서요. 그리고 문우 씨가 건우 간식을 먹었대요.”
“강아지 간식을요?”
강진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안 이혜미가 가게 문을 한 번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이혜미가 주방으로 가자 강진은 슬며시 카운터 쪽으로 몸을 기울여서는 서랍에서 강아지 육포를 꺼냈다.
그러고는 가게 앞에 있는 의자를 가리켰다.
“일단 여기 좀 앉으세요.”
강진의 말에 최문우가 의자에 앉았다. 그에 강진이 그 옆에 앉으며 들고 나온 애견 간식을 하나 꺼냈다.
“그런데 이걸 드셨어요?”
강진이 육포를 들어 보이는 것에 최문우가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건우 이 녀석이 얼마 전부터 저한테 육포를 가져다줬습니다.”
말을 하던 최문우가 문득 육포를 보며 말했다.
“혹시…… 이 육포를 먹으면 귀신을 보게 되는 겁니까?”
그러고는 최문우가 건우를 보았다.
‘그러고 보면 건우 이 녀석이 얼마 전부터 이상하게 허공을 보고 꼬리를 흔들더니 계속 나를 끌고 왔던 것도 같은데…… 이 육포를 먹고 수정이를 보게 된 건가? 그래서…….’
“나도 수정이 봤으면 해서 육포를 그렇게 내 얼굴에 올려놓은 거야?”
멍! 멍!
건우가 크게 짖자 최문우가 녀석의 얼굴을 보다가 웃었다.
“내가 너 먹여 주고 재워 준 보람이 있네. 내 생각을 그렇게 해 주고. 고맙다.”
최문우는 기특하다는 듯 건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멍!
그에 건우가 기분 좋게 짖고는 임수정을 보았다. 마치 엄마도 칭찬해 달라는 듯 말이다.
건우의 그런 시선에 임수정이 웃으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한 사람과 한 귀신, 그리고 한 강아지를 보며 강진이 웃을 때 가게 안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강진 씨, 음료 가져왔어요.”
이혜미의 말에 강진이 일어나 문을 열었다. 그리고 이혜미가 들고 있는 쟁반을 받아 들었다.
“고맙습니다.”
“이야기 마저 하세요.”
강진은 쟁반을 들고 다시 가게 밖으로 나왔다. 그는 쟁반을 손님들 쉬라고 놓아둔 의자에 올려 두고는 그것을 가리켰다.
“이야기가 길 것 같으니 음료수 좀 드세요.”
“네. 고맙습니다.”
최문우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찻잔을 들어 임수정에게 내밀었다. 그 모습에 임수정이 웃으며 찻잔을 받으려고 하자 강진이 슬며시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툭!
강진의 손바닥 위로 찻잔이 가볍게 떨어졌다.
찻잔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받치듯 손을 편 것이다.
“괜찮으세요?”
“괜찮습니다.”
웃으며 강진이 임수정을 보았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귀신은 물건을 쥐지 못해요. 그리고 이승의 음식을 먹지도 못해요. 대신…….”
강진은 임수정의 손에 들려 있는 불투명한 잔을 가리켰다.
“저렇게 먹죠.”
“아…….”
“제삿밥이라고 하죠. 귀신은 저렇게 먹는 겁니다.”
“제삿밥이…… 정말 있는 거군요.”
최문우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그러니 제삿밥은 고인이 좋아하는 것으로 해 주세요. 오셔서 맛있게 먹게요.”
“그렇군요.”
말을 하던 최문우가 문득 강진을 보았다.
“그런데 강진 씨는 어떻게 귀신에 대해 잘 아십니까?”
의문이 담긴 최문우의 시선에 강진이 잠시 그를 보다가 말했다.
“일단, 저는 귀신을 봅니다.”
“그렇군요.”
“그리고 짐작을 하고 계시겠지만, 문우 씨가 귀신을 보게 된 건 건우 간식을 먹어서입니다.”
강진의 말에 최문우가 육포를 보다가 물었다.
“혹시 환각제나 그런 약이 포함된 겁니까?”
“전혀 아닙니다. 이건 사람 몸에도, 개 몸에도, 그리고 귀신 몸에도 아주 좋습니다.”
강진은 육포를 손으로 이리저리 꼬아 조금 뜯었다. 그러고는 그것을 입에 넣어 보았다.
무슨 맛인지 궁금하기도 했고, 최문우도 먹었다는데 못 먹을 이유가 없었다.
그냥 개 전용 육포라고 해서 조금 꺼려질 뿐이었다.
육포를 입에 넣어 씹어 본 강진이 피식 웃었다.
“이거 진짜 맛있네요.”
“그렇죠?”
최문우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말했다.
“일단 이걸 먹으면 귀신을 볼 수 있습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 거죠?”
“그건…….”
잠시 최문우를 보던 강진이 말을 이었다.
“자세한 설명은 하기 어렵습니다.”
“네?”
“귀신에 대해서 많이 알아서 좋을 것이 없습니다.”
“그런가요?”
강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문우 씨는 귀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귀신요?”
“네.”
강진이 보자 최문우가 잠시 있다가 임수정을 보았다.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그건 수정 씨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다른 귀신은 다르죠.”
그러고는 강진이 주위를 보다가 말했다.
“혹시 다른 귀신 못 보셨어요?”
“못 봤습니다.”
“못 보셨어요?”
강진이 의아한 듯 주위를 보았다. 지금 주위에도 귀신들이 몇 있었다.
늘 같은 곳에 오가는 지박령도 있었고, 가게에 자주 오는 단골 귀신들도 있었다.
그들은 밤이 되면 다시 와야 하니 멀리 안 가고 근처에서 배회하곤 했다.
그런데 그런 귀신들을 못 봤다니?
강진이 의아한 듯 그를 볼 때, 임수정이 웃으며 말했다.
“여기 올 때 저만 보고 있어서 주위를 못 봤어요.”
임수정의 말에 최문우가 슬며시 말했다.
“지금 상황이 꿈같아서…… 꿈이 깨기 전에 이 사람을 더 오래 보고 싶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지켜보는 건 늘 즐겁고 행복한 일이죠.’
속으로 중얼거린 강진이 말했다.
“그럼 일단 주위를 한 번 보세요.”
강진의 말에 임수정이 그의 손을 잡았다.
“걱정하지 마. 난 늘 당신의 옆에 있어.”
임수정의 말에 최문우가 그녀에게 눈을 떼 슬며시 주위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던 그의 얼굴이 서서히 굳어졌다.
“저…… 저…….”
최문우가 보는 곳에는 귀신들이 있었다.
임수정을 봤을 때는 안쓰러움과 그리움, 그리고 사랑스러움을 느꼈다. 하지만 다른 귀신들은 달랐다. 보는 순간 등골이 오싹했고 두려웠다.
표정이 굳은 최문우를 보며 강진이 말했다.
“무섭죠?”
강진의 말에 최문우는 이렇다 할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런 최문우를 보던 강진이 육포를 들어 보이며 말했다.
“이 육포를 먹으면 수정 씨를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귀신들도 보게 됩니다.”
“수정이만 볼 수 없는 겁니까?”
“보고 싶은 것만 볼 수 있는 세상이 아니라는 걸 아시잖아요.”
최문우가 한숨을 쉬며 육포를 보았다.
“그럼 저는 귀신을 보고 살게 되는군요.”
“안 보고 살 수도 있습니다.”
“어떻게요?”
“육포를 안 드시면 됩니다.”
“이미 먹었는데요.”
“밥도 하루에 세 번을 먹잖아요. 이것도 그와 같습니다. 먹고 시간이 지나면 효과가 사라집니다.”
강진이 최문우를 보며 말을 이었다.
“귀신을 보고 싶지 않으면 안 드시면 됩니다.”
“그럼 수정이를…….”
“못 보시는 겁니다.”
강진의 말에 최문우가 임수정의 손을 쥐었다.
꾸욱!
그런 최문우의 손길에 임수정이 웃으며 말했다.
“나는 괜찮아. 내가 안 보여도 당신 옆에 내가 없는 건 아니잖아.”
임수정의 말에 최문우가 잠시 있다가 말했다.
“저 이 육포 좀 더 사고 싶습니다.”
최문우의 말에 강진이 작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문우 씨한테 파는 건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약도 자주 먹으면 내성이 생기는 거 아시죠?”
“혹시 많이 먹으면 육포를 먹어도 귀신을 못 보게 되는 건가요?”
“그게 아니라…… 육포를 안 먹어도 귀신을 보게 될 수 있습니다.”
“그런…….”
최문우가 눈을 찡그리자, 강진이 말을 이었다.
“제가 설명을 드릴 수 있는 건 여기까지인 것 같습니다.”
“이것만요?”
임수정이 의아한 듯 강진을 보았다. 강진이 귀신에게 밥을 주는 저승식당 사장이라는 것을 말해 주지 않았으니 말이다.
“귀신에 대해 많이 알아서 좋을 것이 없습니다. 많이 알면 알수록 이승의 삶을 사는 데 좋지 않아요.”
사람은 자기가 살고 싶은 대로 살아야 한다. 하지만 귀신에 대해 알고 저승에 대해 알면 사는 데에 여러 제약이 생긴다.
‘이런 일을 하면 죄를 받을 텐데.’ 하는 것 말이다. 강진이 거짓말을 할 때마다 혓바닥 걱정하는 것과 비슷한 걱정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럼 사장님은 이쪽을 왜 아시는 겁니까?”
말을 한 최문우가 문득 강진을 보았다.
“혹시 무당이십니까?”
무당이라는 말에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강진의 말에 최문우가 임수정을 보았다. 그러고는 잠시 있다가 입을 열었다.
“그럼…… 수정이를 보다 보면 제가 계속 귀신을 볼 수 있다는 거군요.”
“그렇습니다.”
“그럼 저는 앞으로 귀신을 보고 살겠네요.”
최문우의 말에 임수정이 급히 말했다.
“나 때문에 그러지 마.”
임수정의 말에 최문우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너 때문이 아니라 나 때문이야.”
임수정을 가만히 보던 최문우가 말을 이었다.
“너를 보면서 살고 싶어. 설령 앞으로도 계속 귀신을 봐야 한다고 해도…….”
최문우의 말에 임수정이 입술을 깨물고는 말했다.
“하지만 나 언젠가는 떠나야 해.”
“그럼 그때까지는 당신을 볼 수 있는 거네.”
싱긋 웃는 최문우의 모습에 임수정이 작게 한숨을 쉬었다.
“괜찮겠어?”
“아니. 안 괜찮아.”
그러고는 최문우가 미소를 지었다.
“너무 좋아.”
최문우의 말에 임수정이 그를 보다가 웃었다.
“고마워.”
“고맙기는…….”
최문우가 강진을 보았다.
“강진 씨한테 고맙고 감사하죠.”
최문우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말했다.
“귀신을 보는 삶이 순탄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렇겠죠.”
“그리고 귀신을 본다는 것을 알면 그들이 말을 걸 겁니다.”
“말을요?”
“무서울 겁니다.”
강진의 말에 잠시 가만히 있던 최문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수정이가 제 옆에서 저를 지켜줄 겁니다. 수정이는 제 수호령이니까요.”
“그래도 힘드실 겁니다.”
“수정이 못 보는 것이 더 힘들 겁니다.”
“수정 씨도 승천할 날이 올 겁니다.”
승천이라는 말에 최문우가 웃으며 하늘을 보았다.
승천이라는 단어는 자신도 아는 단어였다.
“하늘에 오르는…… 그때까지는 같이 있을 수 있잖아요.”
최문우가 웃으며 임수정을 보았다.
“그때는 잘 가라는 말도 못 했는데, 지금은 잘 가라는 말을 할 수 있으니 좋습니다. 이번에는 잘 가라는 말 꼭 해 줄게.”
최문우의 말에 임수정이 미소를 지었다.
“나는 잘 지내라는 말을 해야겠다.”
“그래. 그러자.”
최문우와 임수정은 서로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잘 먹었습니다.”
“또 올게요.”
가게에는 건우를 데리고 들어갈 수 없어 푸드 트럭에서 식사를 한 최문우와 임수정이 고개를 숙이며 건우를 데리고 골목을 걸어갔다.
한 손에는 임수정의 손을, 한 손에는 건우의 목줄을 잡고 걸어가는 최문우의 뒷모습을 보던 강진이 작게 한숨을 쉬었다.
“보기 좋은데 왜 한숨을 쉬냐?”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시고는 옆을 보았다. 옆에는 이혜미와 박선영이 나란히 서서 걸어가는 최문우 가족을 보고 있었다.
“이게 좋은 일인가 안 좋은 일인가 모르겠네요.”
강진의 말에 강선영이 최문우의 뒷모습을 보다가 말했다.
“귀신을 보는 삶이 좋은 건 아니죠.”
“그러니까요.”
강진의 답에 이혜미가 말했다.
“그래도 문우 씨가 선택을 한 거잖아요.”
“그전에…… 제가 준 건우 간식을 먹어서 이렇게 됐으니까요.”
자신의 책임이 있는 것 같아 강진이 고개를 젓자, 배용수가 웃었다.
“강아지 간식을 먹을 줄 네가 어떻게 알았겠냐.”
“그건 그런데, 앞으로는 조심해야겠다.”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척 하니 그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리고 너무 걱정하지 마. 일단…….”
배용수는 최문우의 등을 가리켰다.
“저렇게 행복해 보이잖아.”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최문우의 뒷모습을 보았다. 등만 보이고 있지만…… 걷고 있는 모습이 무척 행복해 보였다.
임수정이 살아 있었다면, 그저 평범한 신혼부부가 강아지 산책을 시키러 나온 모습이었을 것이다.
“내일이 아니라 오늘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삶…… 문우 씨는 귀신을 보는 나중보다 수정 씨를 보는 지금이 더 행복할 거야.”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시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도 그렇기는 하네.”
“그래도 앞으로 저승 사료나 음식 같은 건 관리하기는 해야겠다.”
배용수는 최문우를 보며 말을 덧붙였다.
“지금은 행복해도 나중에는 슬플 텐데…… 슬픔을 한 번 더 겪게 해선 안 되니까.”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와 같은 이유로 강진은 이혜미나 강선영 등 저승식당 식구들의 가족에게도 저승 음식을 주지 않는 것이다.
죽은 자식을 만나면 부모님이 정말 기뻐하고 행복할 것을 알지만…… 또다시 자식을 잃는 슬픔을 겪게 하고 싶지 않아서 말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귀신으로 다시 만나는 것.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다시 떠나보내는 것…….
둘 다 뭐가 좋다, 나쁘다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작게 고개를 저은 강진이 뒷문을 열었다.
“자, 들어가죠.”
직원들이 하나둘씩 뒷문을 통해 가게 안으로 들어가자 강진이 문을 닫았다.
덜컥!
–
작가의 말.
외전 1부가 끝났습니다. 외전이라 가볍게 썼습니다.
앞으로도 외전 형태로 2부, 3부, 그리고 로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아! 그리고 이번에 배용수 스토리에서 용수 보내는 줄 아시고 많이들 이야기해 주셨는데요.
용수의 이야기는 이미 일 년 전에 완성을 했습니다. 문득 ‘용수가 간다면…….’이라는 생각에 그 장면을 떠올렸고 썼습니다.
그때 참 가슴이 먹먹했는데…….
그 이야기는 정말 저승식당 영업이 끝나는 날 연재가 될 것입니다. 그러니 독자님들이 보는 날은 아주 먼 훗날이 될 것입니다.
그럼 다음에 외전 2부, 혹은 로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외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