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1051
24화
스르륵!
갑자기 문이 열리자 임수정이 놀라 뒤로 몸을 뺐다.
천천히 열린 화장실 문 너머에서 최문우가 그녀를 정확히 바라봤다.
“수, 수정이?”
놀란 눈으로 자신을 보는 최문우의 모습에 임수정이 당황한 얼굴로 그를 볼 때, 건우가 멍! 하고는 달려들었다.
곧장 임수정의 품에 뛰어든 건우가 그녀의 얼굴을 혀로 핥기 시작했다.
“이게…… 이게 대체?”
최문우는 지금 이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죽은 아내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에 환청인가 싶었다. 하지만 뭔가 이해되지 않는 건우의 행동과 환청의 말 때문에 문을 열었다.
그런데 화장실 안에 임수정이 있었다.
환청을 넘어서 환각까지 보는 건가 싶었는데, 임수정에게 달려간 건우가 그녀를 핥고 있었다.
건우도 환청을 보는 것이 아니라면, 지금 건우는 자신과 같은 사람을 보고 있다는 것이 된다. 바로 자신의 아내를 말이다.
“이게…….”
놀란 눈을 하고 있는 최문우를 보며 임수정이 어색하게 손을 들었다.
“오빠, 안녕?”
임수정의 말에 최문우가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흡! 후우!”
그러고는 길게 숨을 토한 최문우가 화장실 벽에 있는 수납장을 열었다.
그 안에서 수건을 꺼낸 최문우가 살며시 무릎을 구부리고는 임수정을 보았다.
스윽!
최문우가 자신의 머리에 흐르는 피를 향해 수건을 갖다 대려고 하는 것에 임수정은 말리려 했다.
수건이 머리를 뚫고 들어가는 것을 보면 놀랄 테니 말이다.
손을 들려던 임수정이 한숨을 쉬며 손을 내렸다. 말리는 것보단 실제로 겪어 보는 것이 이해에 도움이 될 것 같으니 말이다.
그녀의 예상대로 수건은 얼굴을 뚫고 들어갔다. 그에 최문우가 급히 손을 떼어냈다.
“괜찮아?”
최문우의 말에 임수정이 그를 보다가 말했다.
“나 안 무서워?”
“내가 왜 당신을 무서워해.”
최문우는 수건을 내려놓고는 그녀의 얼굴을 가만히 보았다. 그러고는 손을 내밀었다.
“상처…… 아직도 있네.”
아내의 얼굴 쪽으로 손을 뻗은 최문우의 얼굴에 의아함이 어렸다.
방금 전 수건이 그녀의 얼굴을 통과했던 것처럼 자신의 손도 그럴 줄 알았는데…… 임수정의 얼굴이 자신의 손에 닿았다.
조금은 서늘하게 느껴지는 감각에 최문우는 살짝 당황했지만 손을 떼어내거나 하지 않았다.
조금 서늘하기는 했지만…… 그토록 닿고 싶었던 아내의 몸이니 말이다.
그는 한 손을 더 내밀어 양손으로 임수정의 얼굴을 감쌌다. 자신의 온기가 임수정에게 전해지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임수정의 얼굴을 양손으로 감싼 최문우가 말했다.
“안…… 아파?”
“안 아파.”
“아파 보이는데…….”
최문우가 머리에 난 상처를 보는 것에 임수정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정말 안 아파.”
임수정은 상처가 있는 곳을 손으로 쓰다듬다가 슬며시 머리카락으로 상처를 가렸다.
“지금 상황, 당황스럽지?”
“아니라고는 못 하겠네.”
“그런데 왜 안 물어? 내가…….”
‘왜 귀신인지?’
뒷말을 속으로 삼키는 임수정을 보며 최문우가 미소를 지었다.
“당신이 내 앞에 있으니까. ‘왜’, ‘어떻게’보다…… ‘언제’라는 것이 더 중요해.”
“언제?”
무슨 의미냐는 듯 보자, 최문우가 미소를 지었다.
“바로 지금, 당신을 이렇게 보고 있다는 게 더 중요해.”
최문우의 말에 임수정이 미소를 지을 때, 건우가 짖었다.
멍!
건우는 두 사람의 무릎을 툭툭 발로 치고는 화장실을 나왔다. 그 모습에 최문우가 웃었다.
“나와서 이야기하라는 모양이네.”
“그러게. 우리 건우 정말 똑똑해.”
말과 함께 임수정이 몸을 일으키자, 최문우가 손을 내밀어 그녀를 잡고는 벌떡 안아들었다.
“꺄악!”
비명을 지르는 임수정을 보고 최문우가 웃으며 말했다.
“가자. 우리 침대로.”
“침대?”
“응.”
웃으며 최문우가 그녀를 안고 화장실을 나서자, 임수정이 급히 말했다.
“나…….”
“나 뭐?”
임수정은 고개를 숙인 채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나…… 귀신이야.”
“…….”
임수정의 말에 최문우가 그녀를 잠시 보다가 말했다.
“그렇구나.”
그러고는 안방으로 가는 최문우의 모습에 임수정이 급히 말했다.
“나 귀신이라 당신이랑 못 자.”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응?”
“당신 편히 쉬라고 눕혀 주려고 그러는 거야.”
최문우가 웃으며 임수정을 보았다.
“하여간 엉큼해.”
“그, 그게 아니라…… 내려줘.”
몸을 버둥거리며 최문우의 품에서 내려온 임수정이 한숨을 쉬고는 말했다.
“궁금한 거 많을 거잖아. 우리 이야기해.”
“이야기?”
임수정이 고개를 끄덕이자 최문우는 그녀의 손을 잡고 소파로 향했다.
최문우가 먼저 소파에 앉자 그 옆에 임수정이 앉았고, 뒤이어 건우가 소파 위로 올라왔다.
건우는 임수정의 무릎에 자신의 머리를 올려놓았다. 그런 건우의 모습에 최문우가 슬며시 임수정의 손을 잡았다.
그러자 건우가 자신의 발을 최문우의 손 위에 올렸다. 그 모습에 최문우가 웃었다.
“이러고 있으니 예전 같네.”
최문우의 말에 임수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이러고 있으니…….”
임수정은 뒷말은 하지 않았다. 자신이 죽기 전 같다는 말을 하면 자신이 죽었다는 것이 새삼 떠오르니 말이다.
지금은 자신이 죽은 것이 아니라 그저 평소처럼 퇴근 후 남편과 같이 여유를 즐긴다고 생각하고 싶었다.
그렇게 잠시 서로의 손을 잡고 있던 임수정이 웃으며 입을 열었다.
“뭐 궁금한 거 없어?”
“그러는 당신은 나한테 궁금한 거 없어?”
“나는…….”
잠시 생각하던 임수정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나는 당신을 늘 보고 있었어.”
“나를 계속 보고 있었어?”
“왜, 무서워?”
“아니? 좋지.”
최문우는 무의식적으로 임수정의 얼굴을 쓰다듬으려다가 머리에서 흐르는 피를 보고는 멈칫했다.
“정말 안 아파?”
“귀신은 안 아파.”
“그렇구나. 다행이다.”
임수정을 보던 최문우가 말했다.
“그런데 나를 보고 있었어?”
“그…… 기분 나빠?”
임수정의 말에 최문우가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손을 잡았다.
“미안해서 그러지.”
“미안해?”
“당신은 내 옆에 늘 있었는데, 내가 당신을 못 알아봤잖아. 그동안 서운했지?”
최문우의 말에 임수정이 웃었다.
“당신은 늘 말을 예쁘게 해.”
임수정의 말에 최문우가 웃으며 그녀를 보았다.
“그래서, 나를 늘 지켜보고 있었어?”
“응.”
대답한 임수정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나 귀신은 귀신인데 수호령이야.”
“수호령?”
“당신을 옆에서 수호해 주는 귀신인 거야.”
“그렇구나. 수정이가 나를 지켜주다니 정말 든든하다.”
최문우는 임수정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런 최문우의 모습에 임수정이 말했다.
“그런데 정말 궁금한 것 없어?”
“궁금한 거?”
“응. 나 귀신이잖아. 이런 상황인데 궁금한 거 없어?”
임수정의 말에 최문우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궁금한 거 없어.”
“정말?”
“그냥 너를 이렇게 다시 볼 수 있고, 이렇게 만질 수 있고…….”
최문우는 손으로 임수정의 얼굴을 어루만지다가 조심스레 그녀를 품에 안았다.
“안을 수 있는 지금이 좋아.”
최문우의 말에 임수정이 미소를 지었다.
“알았어. 그럼 지금은 그냥 이렇게 있자.”
“그래. 지금은 그냥 이렇게…… 우리 같이 있자.”
한 사람과 한 귀신, 그리고 한 강아지는 오랜만에 함께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다.
아침부터 점심때까지 가만히 소파에 앉아 아내를 보고만 있던 최문우가 문득 물었다.
“근데 나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어.”
“뭔데?”
“나 어떻게 당신을 보게 된 거야?”
“아!”
최문우의 말에 임수정이 건우를 보았다.
“건우야, 육포.”
멍.
작게 짖은 건우가 소파에서 폴짝 뛰어내려서는 화장실 앞에 떨어져 있는 육포를 물고 왔다.
아까 최문우가 너무 놀라 화장실 앞에 떨어뜨린 것이었다.
건우가 육포를 물고 오자, 임수정이 손을 내밀었다.
툭!
건우가 손 위에 육포를 내려놓자, 임수정이 그것을 들었다.
“영화 속 귀신은 물건도 움직이고 하는데 실제 귀신은 그런 거 못 해.”
“근데 그건 들고 있잖아.”
“이건…….”
임수정은 잠시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일단 한끼식당에 가자.”
“한끼식당?”
“거기를 먼저 가야겠어.”
“왜?”
“이유는…… 가서 이야기해 줄게. 그리고 당신 밥도 먹어야 하잖아.”
말과 함께 임수정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건우야, 목줄 가져와. 산책 가자.”
임수정의 말에 건우가 자신의 침대에서 목줄을 들고는 달려왔다.
헥헥헥!
산책을 간다는 것에 기분이 좋은 듯 꼬리를 연신 흔드는 건우를 쓰다듬어준 임수정이 최문우를 보았다.
“가자.”
임수정의 말에 최문우가 그녀를 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살아 있는 임수정이 뭔가를 해 달라고 해도 다 해 줄 판인데, 죽은 임수정이 귀신이 되어 해 달라고 하는데 안 해 줄 이유가 없었다.
“가자.”
***
“또 오세요.”
식사를 마친 손님이 가게를 나가자 강진이 웃으며 그들을 배웅해 주고는 식당 안으로 들어오며 문을 잠갔다.
“장사 끝. 자, 정리하고 좀 쉬죠.”
강진의 말에 주방에 있던 이혜미와 강선영이 나와서는 홀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요즘 점심 손님들이 더 늘어난 것 같아요.”
이혜미가 웃으며 하는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요. 요즘 저희 가게 손님들이 더 늘었어요.”
“이러다가 강진 씨 부자 되는 거 아니에요?”
“이승에서도 부자, 저승에서도 부자. 제 꿈이네요.”
강진의 말에 이혜미가 주먹을 움켜쥐며 말했다.
“강진 씨의 꿈, 응원해요!”
그에 강진이 웃으며 주먹을 움켜쥐었다.
“응원 정말 감사합니다.”
웃으며 강진이 쟁반에 그릇들을 올리고 막 주방으로 들어가려 할 때, 문이 흔들렸다.
띠링! 띠링!
풍경이 흔들리는 소리에 강진이 고개를 돌렸다. 그와 동시에 직원들이 후다닥 주방으로 다시 들어갔다.
직원이 다 들어간 것을 확인한 강진이 가게 문을 열었다.
띠링!
문 너머엔 최문우와 임수정, 그리고 건우가 서 있었다.
강진은 임수정에게 작게 눈인사를 하고는 최문우에게 말했다.
“어서 오세요.”
“가게 영업 끝났습니까?”
“아닙니다. 들어오세요, 라고 해야 하는데…….”
강진이 건우를 보자, 건우가 헥헥거리며 강진의 무릎에 발을 척 하니 댔다.
그에 미소 짓던 강진은 건우의 눈썹이 살짝 은색으로 변해 있는 것을 보았다.
‘너도 이제 머리가 많이 좋아졌겠다.’
잠시 돼랑이를 떠올리던 강진에게 임수정이 슬며시 말했다.
“사장님.”
임수정의 부름에 강진이 그녀를 힐끗 보았다.
그 순간, 최문우가 의아한 듯 소리를 냈다.
“어? 수정이를 보세요?”
최문우의 말에 강진이 놀라 그를 보았다.
“네?”
“방금 수정이가 사장님을 부르니 쳐다보셨잖아요.”
“어? 문우 씨가 어떻게?”
두 사람이 놀란 눈으로 서로를 볼 때, 임수정이 슬며시 말했다.
“오빠가 건우 육포를 먹었어요.”
“건우 육포?”
강진이 건우를 보았다.
“그건 강아지 간식인데? 그걸 드셨어요?”
강진의 말에 최문우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꽤 맛이 좋았습니다.”
“그래요?”
“제가 이때까지 먹어 본 육포 중에서는 최고로 맛있었습니다.”
최문우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입맛을 다시며 가게 쪽을 보았다.
‘그렇게 맛있나?’
외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