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1056
29화
“장례 치르셔야죠.”
강진의 말에 멍하니 그를 보던 최윤정이 입을 열었다.
“제…… 장례요?”
“언제까지 집에 그렇게 있을 수는 없잖아요.”
“그건…… 그런데 어떻게요?”
최윤정의 물음에 강진이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켰다.
“제가 신고를 해야죠.”
“사장님이요?”
“사실 귀신의 일에는…….”
강진이 관여를 잘 안 하려 한다는 말을 하려다가 고개를 저었다.
생각해보면 자기처럼 귀신들 일에 관여를 많이 하는 저승식당 사장도 없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저승식당 사장들의 선택이었다.
돕고 싶으면 돕고 하기 싫으면 안 하면 되었다. 지켜야 할 선만 지키면 저승에서도 그에 대해서 상관하지 않았다.
아니, 지켜야 할 선도 돈으로 해결이 되었다.
돈만 있다면 죽은 사람의 영상을 찍어 가족에게 보내는 것도 가능하니 말이다.
다만 강진도 그 정도까지는 하지 않았다.
그 정도로 남을 도우려면 강진의 모든 JS예금을 써도 저승에서 삼각김밥 하나 못 사 먹을 테니 말이다.
“일단 제가 경찰에 신고를 해서 윤정 씨가 발견이 되게 해드릴 생각이에요.”
“그럼 저야 너무 감사한데…… 어떻게요?”
“제가 거짓말을 좀 잘 해요. 그래서 경찰한테는 연락이 안 된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면…….”
“그건 좀 생각을 해 보셔야 할 것 같아요.”
이혜미의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았다.
“네?”
“혜미 씨 핸드폰에 강진 씨 번호가 없잖아요. 그럼 연락을 나눴다는 건 안 되죠.”
“거기까지 조사를 할까요?”
“일단 사람이 죽었으니 조사를 하기는 할 거예요. 게다가 젊은 사람이 죽었으니까요.”
그리고는 이혜미가 말을 이었다.
“차라리 우리 고객인데, 도시락을 주문해서 배달 갔는데 이상해서 신고했다고 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아요.”
“하긴 그건 괜찮겠네요.”
이혜미가 최윤정을 보았다.
“윤정 씨 핸드폰에 우리 가게 검색한 목록이 있을 테니까요. 그리고 결제는 현금으로 했다고 하면 될 테고…….”
그리고는 이혜미가 강진을 보았다.
“그리고…… 한 가지 더 했으면 하는 일이 있어요.”
이혜미의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았다.
“한 가지? 뭔데요?”
“집 청소를 했으면 해요.”
“집 청소?”
강진이 의아한 듯 보다가 물었다.
“집이 더러워요?”
“안 더러워요.”
최윤정이 급히 하는 말에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런 의미가 아니었어요.”
“그…….”
최윤정이 뭔가 말을 할 듯하다가 고개를 젓자, 이혜미가 웃으며 말했다.
“제가 방금 들어가서 봤는데 집 깔끔해요.”
“그런데 무슨 청소를?”
“윤정 씨가 죽기 전날에 라면을 드셨는데, 내일 설거지 하려고 싱크대에 담가 두셨더라고요. 근데 결국 그걸 못 하셨죠. 그래서 그걸 설거지 좀 했으면 해요.”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요?”
강진이 의아한 듯 묻는 말에 이혜미가 최윤정을 보며 입을 열었다.
“윤정 씨 시신 수습이 되면 나중에 부모님이 와서 집 정리하실 거예요.”
“그렇……겠죠.”
최윤정이 자신의 짐을 정리할 부모님을 떠올리며 한숨을 쉬자 이혜미가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두 분께서 우리 딸이 마지막 먹은 것이 라면인 걸 알면 마음이 안 좋으실 것 같아요.”
“아…….”
이혜미의 말뜻을 안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를 보았다.
“세심하시네요.”
“저도 죽어봤잖아요.”
조금 씁쓸하게 웃는 이혜미를 보며 최윤정이 그녀에게 말했다.
“그래서 제 방을 보려고 오신 거예요?”
“나중에 부모님이 집을 보실 때 청소 잘 되어 있고 깔끔하면 딸이 잘 살다가 갔다고 생각하실 것 같아서요.”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셨어요?”
강진의 물음에 이혜미가 한숨을 쉬었다.
“엄마가 가끔 제 자취방에 오면 집 꼬라지 이러고 산다고 많이 혼났거든요. 나중에 엄마가 제 자취방 치우러 왔을 때 마음 안 좋았을 것 같더라고요.”
“그러셨구나.”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무슨 생각하세요?”
“설거지 하는 건 별로 문제 될 것은 없지만…… 일단 호철이 형 좀 불러야겠네요.”
“오빠요?”
“일단 사람이 죽었으니 경찰이 조사를 할 거예요. 그리고 혹시라도 윤정 씨 죽고 난 후에 사람 출입 흔적이 있으면 문제가 있을 수 있어요.”
“아…… 강진 씨가 범인으로 몰릴 수도 있겠군요.”
“그것은 괜찮을 거예요. 윤정 씨는 자연사고, 살해당한 것이 아니니까요. 의심을 받아도 곧 풀리겠죠.”
그리고는 강진이 최윤정을 보며 말을 이었다.
“그래도 부모님께서 윤정 씨 죽음에 의문을 가질 수도 있으니 그건 막아야죠.”
“그럼 설거지는 안 하셔도 되요.”
최윤정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형수 말대로 자식이 마지막에 먹은 것이 라면이면 가슴 아프실 거예요.”
그리고는 강진이 말을 이었다.
“그래서 호철 형이 오셔야 해요. 형이 조심해야 할 것을 이야기 해주면 그에 따라 하면 되고, 내가 나갈 때 형이 마지막에 한 번 더 점검해주면 좋을 것 같아요.”
“그 호철 씨가 형사라고 하셨죠?”
최윤정의 물음에 이혜미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일단 음식 좀 드세요.”
그리고는 강진이 옆으로 고개를 돌려서는 말했다.
“최호철, 최호철, 최호철.”
강진의 부름에 희미한 빛과 함께 최호철이 모습을 드러냈다.
화아악!
모습을 드러낸 최호철이 의아한 듯 강진을 보았다.
“무슨 일 있어?”
“형 도움이 필요해서요.”
“도움? 뭐?”
최호철의 물음에 강진이 사정을 이야기했다. 그 말에 최호철이 고개를 끄덕였다.
“잘 불렀네.”
“그렇죠.”
“괜히 네 흔적 남으면 골치 아파진다.”
고개를 저으며 최호철이 말을 이었다.
“너는 들어가지 말고 장갑만 안에 넣어줘. 그럼 흔적 남을 일 없을 테니까. 그리고 설거지 하고 물기 잘 닦고…… 신고는 오늘 하지 말고 내일 하자. 내일 한 번 더 들어가서 흔적 확인 더 하게.”
“알겠습니다.”
“그럼 가자.”
최호철의 말에 강진이 최윤정을 보았다. 가자는 말을 들어서인지 최윤정은 일어나 있었다.
“음식 좀 남았는데 좀 더 드시죠?”
“다 먹었어요.”
최윤정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주방에 들어갔다. 주방에서 비닐장갑을 몇 장 챙긴 강진이 홀로 나왔다.
“그럼 가시죠.”
“나도 같이 갈래요.”
강선영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가게 문을 열었다.
“깜짝아!”
가게 문을 열자 막 문을 열려던 강상식이 놀라 뒤로 물러났다.
“형 오셨어요?”
강진과 귀신들이 입구에 모여 있는 것에 강상식이 의아한 듯 물었다.
“그래. 그런데 어디 가?”
강상식도 귀신을 보는 삶을 선택해서 이제는 저승 음식을 먹지 않아도 귀신을 볼 수 있었다.
“저기 앞에 건물에 볼 일이 있어서요.”
“건물?”
강상식이 고개를 돌려 앞에 있는 빌딩을 보았다.
“그런데 식사하러 오신 거예요?”
강진의 물음에 강상식이 피식 웃으며 양손에 들린 쇼핑백을 들어 보였다.
“용수 쇼핑 도우미하고 왔다.”
“용수요?”
강진이 의아한 듯 말을 이었다.
“용수 손님 둘하고 마트 구경하러 갔는데?”
“그 마트로 나오라고 용수가 톡을 보냈더라. 내가 무슨 힘이 있나. 용수가 나오라고 하면 나와야지.”
강상식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사고 싶은 것이 있는데, 자기는 못 사니까.”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눈을 찡그렸다.
“형 바쁜데…… 안 바쁘셨어요?”
“바쁘기는 했는데…… 용수가 나오라잖아.”
강상식이 웃으며 살며시 말했다.
“그리고 용수가 이렇게 따로 보자고 한 적이 처음이라 기분도 좋았고.”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피식 웃었다.
무슨 상황인지 이해가 된 것이다. 마트 구경 간다고 하더니 아마도 강상식에게 톡으로 연락해서 쇼핑 도와달라고 한 모양이었다.
그에 강진이 쇼핑백 안을 보았다. 쇼핑백 안에는 여자 옷들이 들어 있었다.
‘여자 분들한테 점수 따려고 옷 사러 간 거였구만.’
“그나마 백화점으로 형을 오라고 안 한 것이 다행이네요.”
마트 매장에서 파는 옷이니 그렇게 비싸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백화점도 용수가 오라고 하면 가야지.”
금액이 문제가 아니라 배용수가 부르면 가는 것이다.
“너무 많이 사신 건 아니에요?”
강상식의 양손에 쇼핑백이 여러 개 들려 있었다.
“아니야.”
그리고는 강상식이 슬쩍 배용수를 보고는 말했다.
“그런데 용수는 둘 중 누구한테 마음이 있는 거야?”
배용수가 말은 하지는 않았지만, 강상식도 눈치가 있으니 대충 상황을 안 것이다.
“그건 저도 잘 몰라요. 부끄러운지 말을 안 해주네요.”
“두 분 다 용수하고는 어울리던데.”
말을 하던 강상식이 슬쩍 손을 들었다. 그에 보니 배용수가 이쪽을 보며 손을 흔들었다.
배용수는 저쪽에서 여자 귀신 둘과 이야기를 나누며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배용수가 다가와서는 강상식을 보았다.
“들어오세요. 제가 맛있는 거 해드릴게요.”
“됐다. 회사 들어가 봐야해.”
강상식이 할 일 없이 부르면 오는 것 같지만 그도 대기업 사장이다.
갑작스럽게 스케줄을 변경하는 건 강상식에게도 조금 번거로운 일이었다.
“그럼 오늘 감사합니다.”
“그래.”
그리고는 강상식이 여자 귀신 둘을 보며 말했다.
“오늘 저녁 저승식당 때 한 잔 같이 해요.”
“아…… 네.”
여자 귀신 둘이 고개를 숙이자 강상식이 도로로 향했다. 그러자 주차되어 있던 차에서 비서가 내려서는 문을 열어주었다.
차를 타고 강상식이 가자 배용수가 들어오며 말했다.
“쇼핑백 좀 들고 들어와.”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일단 쇼핑백을 홀 탁자에 올리고는 말했다.
“너무 많이 산 건 아니지?”
“무슨…… 그냥 우리 식구들 옷하고 수정 씨, 초롱 씨 옷 한 벌씩 샀어.”
“우리 옷을 샀어요?”
이혜미가 보자 배용수가 웃으며 강진을 보았다.
“구두쇠 사장님이 우리 옷을 잘 안 사주잖아요. 우리 옷도 한 번 바꿀 때가 됐는데.”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직원들을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보면 아주 예전에 중고 옷 가게에서 옷을 한 번 사고는 그 후로 옷을 산 적이 없었다.
“내가 미처 생각을 못 했네. 미안해요. 옷 좀 사고 했어야 했는데.”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알면 됐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최윤정을 보았다.
“윤정 씨도 잘 왔어요. 그렇지 않아도 윤정 씨 옷도 한 벌 샀어요.”
“제 옷요?”
“옷 불편해 보이셔서요. 어울릴만한 옷으로 초롱 씨가 골라줬어요.”
그리고는 배용수가 쇼핑백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거기에 있으니 이따가 강진이가 태워줄 겁니다.”
“옷을 태워요?”
“옷을 태우면 귀신도 옷을 갈아입을 수 있거든요.”
배용수가 웃으며 주방에 들어가 비닐장갑을 끼고 나왔다.
“자, 옷들 좀 보세요.”
배용수가 옷들을 꺼내는 것에 강진이 말했다.
“일단 너는 두 분하고 가게에 있어.”
“응? 어디 가게?”
“윤정 씨 집 갔다 오려고.”
“윤정 씨 집을?”
배용수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최윤정을 보았다. 그에 최윤정이 살며시 웃으며 말했다.
“사장님이 저 장례 치러 주신대요.”
“장례요?”
배용수의 물음에 이혜미가 설명을 해주었다.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잘 생각했네. 장례는 빨리 해야지. 그래야 가족들도 빨리 알게 될 거고.”
배용수의 말에 강진도 고개를 끄덕였다.
“시신이 더 상하기 전에 부모님들이 얼굴이라도 봤으면 해.”
“그래, 알았다. 다녀와.”
“갔다 온다.”
귀신들과 함께 가게를 나온 강진이 문을 잠그고는 횡단보도로 걸음을 옮겼다.
외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