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1055
28화
한끼식당 맞은편에 있는 오피스텔 건물 앞에 선 이혜미가 문득 건물을 보다가 턱을 쓰다듬었다.
“그런데 몇 호실이지?”
생각을 해 보니 오피스텔에 산다는 말만 들었지, 몇 호에 산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이 없다.
잠시 오피스텔을 보던 이혜미가 일단 안으로 들어갔다. 생각을 해보니 여기에 최윤정 말고 다른 귀신이 살고 있었다.
이혜미가 안으로 들어가자 노인 귀신이 웃으며 손을 들었다.
“혜미 씨, 어쩐 일이야.”
기분 좋게 웃으며 손을 드는 노인 귀신은 경비원 복장을 하고 있었다.
이 분도 저승식당 단골 중 한 명인데, 이곳에서 경비원으로 일을 하다가 과로사를 하신 분이었다.
“안녕하세요.”
“나야 안녕하지. 그런데 어쩐 일이야?”
경비원 귀신은 심심했는데 잘 됐다는 듯 웃으며 말을 걸었다. 그에 이혜미가 웃으며 말했다.
“여기에 윤정 씨 좀 보러 왔어요.”
“아! 1305호 아가씨.”
“윤정 씨가 1305호에요?”
“그렇지.”
말을 한 경비원 귀신이 한숨을 쉬며 위를 올려다보았다.
“저 젊은 나이에 죽은 것도 서러운데…… 장례도 못 치르고 안쓰러워.”
경비원 귀신의 말에 이혜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저 올라가 볼게요.”
“벌써?”
“윤정 씨 보러 온 거라서요. 저녁에 오세요.”
“그래. 가.”
아쉬운 눈으로 보는 경비원 귀신의 모습에 이혜미가 고개를 숙이고는 비상계단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싶지만 누가 언제 13층으로 갈지 모르니 걸어서 올라가는 것이 나았다.
살았을 때야 걸어서 올라가는 것이 힘들겠지만, 죽어서 귀신이 된 지금 계단을 많이 오른다고 다리가 아프거나 할 일은 없었다.
살아 있을 때 걸어서 13층을 올라간다면 몇 번은 쉬고 올라가야 했겠지만, 이혜미는 쉬지 않고 걸어 13층에 올라왔다.
비상계단 문을 뚫고 13층 복도로 들어온 이혜미가 1305호를 찾아 앞에 섰다.
“윤정씨!”
이혜미가크게외치고는잠시기다렸다.하지만안에서는별다른반응이없었다.그에이혜미가다시소리쳤다.
“윤정씨,저저승식당이혜미에요.안에계세요?”
이혜미의외침에잠시후문을뚫고최윤정의얼굴이나타났다.
사람이라면기겁을할모습이지만이혜미야귀신이고자주보던모습이니놀라지않았다.
“저를 부르는 소리인지 몰라서 죄송해요.”
“아니에요. 제가 갑자기 온 걸요.”
이혜미의말에최윤정이의아한얼굴로그녀를보았다.
“그런데 혜미씨가여기는어쩐일이세요.”
“할이야기가있어서요.”
싱긋웃으며이혜미가문을보았다.
“저들어가도돼요?”
“집요?집이……많이어수선한데.”
“괜찮아요. 저도 자취할 때는 집 어수선했어요.”
이혜미의말에최윤정이고개를끄덕였다.
“그러세요.”
최윤정의허락을받은이혜미가문을통과했다.
스르륵!
문을뚫고들어간이혜미는현관에있는신발들을볼수있었다.
편하게신는샌들하나와구두와 운동화가 놓여 있었다. 그런데 여자 혼자 사는 집에는 어울리지 않는남자작업화가하나놓여있었다.
“응?이건?”
작업화를보며이혜미가의아해하자,최윤정이웃으며말했다.
“아빠가여자혼자살면이런신발하나는있어야한다고해서요.”
“아…….”
이혜미가무슨말인지알겠다는듯고개를끄덕이자,최윤정이쓰게웃으며작업화를보았다.
“저이사올때아빠가놓고갔는데……처음에는싫더라고요.”
“왜요?”
“너무새 거놓으면일부러놓은것같으니쓰던것놓는것이좋다고……신던 것 그대로 가져다 놓으셨거든요.”
최윤정의말에이혜미가작업화를보았다.확실히작업화는흙도묻어지저분한상태였다.
“아버님이세심하시네요.”
“…….”
이혜미의말에최윤정이한숨을쉬며고개를끄덕였다.
“많이무뚝뚝한분이신데……이걸보면저한테는세심하셨던것같아요.”
“저희아버지도평소에는많이무뚝뚝하세요.”
세상에모든아빠들은모두딸에게세심하지만……그걸잘표현을하지않으니말이다.
고개를저은최윤정이집으로들어가자이혜미가그녀를따라안으로들어갔다.
집은복층구조였다.
“강남에이정도원룸이면월세엄청비싸겠어요.”
최윤정이쓰게웃으며고개를저었다.
“강남에서한번살아보고싶어서들어왔는데……잘못들어왔어요.너무비싸요. 월급의 반은 여기 월세로 나간 것 같아요.”
“그렇게나요?”
“그냥 강남에 살면 강남 사람처럼 멋져질 줄 알았나 봐요.”
최윤정이 작게 고개를 젓는 것에 이혜미가 그녀를 보다가 웃으며 말했다.
“젊을 때는 그런 실수 한 번은 하는 거죠. 한 번은 내가 살고 싶은 곳에서 살아봐야죠.”
“그런 마음이었던 것 같아요.”
최윤정의 말에 이혜미가 고개를 끄덕이다가 그녀 뒤를 보았다.
흐릿흐릿한최윤정의몸뒤로그녀의시신이침대에누워있었다.
살짝 돌아누운 편안한 자세로 이불을 덮고 있는 최윤정의 몸.
자신의시신을보는이혜미를 향해최윤정이작게한숨을쉬며말했다.
“그리보기좋은모습은아니죠.”
최윤정의말에이혜미가피식웃었다.
“왜웃으세요?”
최윤정의물음에이혜미가고개를저었다.
“다른것이아니라…….”
이혜미가자신의양팔을벌렸다.
“제모습보다는괜찮은것같아서요.”
이혜미의말에최윤정이아, 하고는고개를끄덕였다.
사실최윤정은귀신이되고난후다른귀신들을보고많이무섭고두려웠다. 자신도귀신이지만,귀신이되고난지얼마되지않아생각하는건사람하고같았으니말이다.
그래서이혜미와강선영을봤을때너무무서웠었다.
무섭게죽은것으로는원탑수준인 두귀신이었다.
이혜미에비하면자신의죽은모습은그리무섭거나이상한축도아니라는생각을하며최윤정이자신의시신을내려다보았다.
그런최윤정의옆에선이혜미가시신을가만히보았다.죽은 지얼마안된최윤정의시신은자는것과별로다르지않았다.
그런최윤정을가만히보던이혜미가주위를둘러보았다.
“집이깔끔하네요.”
“딱히뭐가없어서그래요.”
최윤정의말에이혜미가고개를끄덕였다.가구라고할것이침대와한쪽에있는TV, 탁자정도라딱히뭐가없었다.
이런구조는그저바닥만깨끗해도깔끔해보이기는했다.
스윽!
이혜미가집을둘러보다가주방쪽을보았다.그런대로깔끔해보이던방과달리주방쪽은좀지저분했다.
싱크대에는설거지를안한그릇들도보이고,날파리도날아다니는것이보였다.
죽기 전날 라면을 먹었다고 하더니 그것을 설거지하지 않고 잔 모양이었다.
이혜미가싱크대쪽을보자최윤정이민망한듯말했다.
“아침에일어나서설거지를하려고했는데…….”
최윤정의말에이혜미가싱크대로다가가서는설거지거리들을보다가입맛을 다셨다.
먹고 남은 라면 그릇에 남은 면발들이 보기 싫게 말라붙어 있었다.
그모습을보던최윤정이슬며시물었다.
“그런데무슨일이세요?”
아무래도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니 화제를 돌리고 싶은 모양이었다.
“일단저희가게로가요.강진씨가할이야기가있대요.”
“사장님이요?”
“네.”
그리고는이혜미가걸음을옮기며최윤정을보며말했다.
“가요.”
“그런데낮에가도되는지…….”
“그럼요.저도있고,밤에오는다른손님들도있어요.어서가요.”
이혜미가웃으며앞장서걷자,최윤정이그모습을보다가그뒤를따라걸음을옮겼다.
***
강진은잡채와전같은음식몇가지를만들어놓고최윤정과마주앉아있었다.
“이건저승에서가져온식재로만든거라아주색다르실겁니다.”
“저승요?저승에도가세요?”
최윤정이놀란눈으로보자강진이웃으며고개를끄덕였다.
“귀신을상대하는음식점을하니까요.저승초입에잠깐씩왔다갔다합니다.”
“그럼……저기저승은어때요?”
자신이나중에가야할저승이어떠한곳인지궁금하고두렵기도한모양이었다.
그에강진이웃으며말했다.
“저승이라고해서별다를것은없어요.”
강진이가게문을보며말을이었다.
“저기길에있는건물과같은것들이있고,은행이있고,편의점이있고……그냥이승의거리가저승에그대로있다고생각하시면돼요.아!생활하는것도이승하고비슷해요.먼곳갈때는차타고배타고비행기타고그렇더라고요.”
“여기하고그렇게비슷해요?”
“저승이이승을따라변화한다고해요.아무래도이승에서살다가죽은사람이오는곳이저승이라너무많은것이다르면적응하기힘들테니까요.”
그리고는강진이음식을가리켰다.
“제가전하고잡채가먹고싶어서했는데마음에드실지모르겠어요.”
“잔칫날음식이네요.”
“잡채하고전이별건가요.그냥전은전이고잡채는잡채죠.그리고이거생각보다손많이안가요.”
맞는말이었다.잡채가좀거창한음식같지만생각해보면어려운음식이아니다.당면물에불렸다가삶고,거기에손질한돼지고기와야채넣고같이비벼서먹으면끝이니말이다. 재료도정말없으면그냥간장하고참기름,그리고단무지만좀썰어서먹어도맛이좋았다.
물론그렇게하면잡채가아니라비빔당면이겠지만말이다.
강진의말에최윤정이앞에놓인젓가락을집었다.
스윽!
그리고젓가락이들리자최윤정이그것으로음식을집어먹었다.
“아!”
그리고는최윤정이놀란눈으로강진을보았다.
“놀라시네요.”
강진이 웃으며 하는 말에 최윤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맛이좋아요.세상에…….”
자신이귀신이라는것도잊을만큼너무맛이좋은것에최윤정이놀란눈으로강진을보다가잡채를집어서는입에넣었다.
“후루룩! 후루룩!”
잡채 면발을 면치기를 하며 먹은 최윤정의 얼굴에미소가가득퍼졌다.
귀신의입에는저승음식이너무잘맞고맛있는것이다.
그런최윤정의모습에강진이고개를갸웃거리고는말했다.
“음식이맛있어서놀라신거예요?”
“네?네.정말맛이좋아요.”
최윤정이미소를지으며하는말에강진이말했다.
“젓가락을잡고계신데……그건안놀라세요?”
“네?”
“젓가락을들고있고……지금음식을진짜로드시고계시잖아요.”
강진의말에최윤정이의아한얼굴로그를보았다.
“저여기에서몇번음식먹었는데요.”
최윤정의말에강진이그녀를보다가웃었다.
“하긴윤정씨는여기말고는다른곳에서아직음식을못먹어봤겠네요.”
“그렇죠.”
그리고는최윤정이의아한듯물었다.
“다른곳에서음식을먹으면다른가요?”
최윤정은여기에서만음식을먹었기에음식을먹을 수 있는것이당연하다생각을하고있었다.
그에이혜미가웃으며말했다.
“집에서물건을잡으려고해도안잡히죠?”
“그렇죠.”
“여기도마찬가지에요.저승식당시간11시부터1시까지는현신을해서물건을집고하지만,지금은저승식당시간이아니라서…….”
이혜미가다른식탁에놓여있는수저통을손으로잡았다.
스윽!
손이수저통을통과하자이혜미가웃으며말했다.
“여기서도이렇게물건을집을수가없어요.”
“어?그럼이건?”
최윤정이자신이들고있는젓가락을보자강진이웃으며말했다.
“그것도저승에서온물건이라윤정씨가쥘수있는겁니다.”
“아……그렇구나.”
“후!하지만지금은이게중요한것이아니죠.”
그리고는강진이최윤정을보았다.
“제가 윤정 씨 집을 신고하려고 해요.”
“저희 집을 신고요?”
최윤정이 놀란 눈으로 보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장례 치르셔야죠.”
강진의 말에 최윤정이 멍하니 그를 보았다.
외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