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1054
27화
엄마의 벨소리에 최윤정이 입을 틀어막고는 핸드폰을 보았다.
멍하니 핸드폰을 보고 있을 때 잠시 후 벨이 끝났다.
“엄마…… 나 어쩌면 좋아.”
핸드폰을 보며 멍하니 있을 때, 카톡이 울렸다.
띵동.
카톡 오는 소리에 최윤정이 급히 액정을 보았다. 늦게 보면 액정이 꺼져서 볼 수 없으니 말이다.
뒤에 내용이 더 있는 듯 했지만 뒷내용은 보이지 않았다. 액정에 표시되는 건 짧은 전문 정도니 말이다.
하지만 그걸로도 최윤정은 어머니가 하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았다.
“딸 전화 한 번 해줘. 목소리 듣고 싶어. 그리고 밥은 꼭 먹고 다녀야 해. 젊었을 때 밥 잘 안 챙겨 먹으면 속이 곪아서 나이 먹어서 고생해.”
이런 의미였다.
“하아!”
그리고 그런 의미를 지금에야 알게 된 최윤정은 깊은 한숨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전화…… 잘 받을걸.”
***
오늘 어머니에게 온 전화를 떠올리며 최윤정이 한숨을 쉬었다.
그런 최윤정의 모습에 강진이 입맛을 다시고는 잔에 소주를 따라주었다.
“급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며칠 지내다 보면 좋은 소식 있을 겁니다.”
“네.”
최윤정의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다가 웃으며 말했다.
“혹시 좋아하는 음식 있으세요?”
“좋아하는 음식요?”
“있으면 말씀하세요. 내일 저녁에는 그걸로 준비해드릴게요.”
“아…… 저녁에 하시는 거 말하시는 거죠?”
“저녁요?”
“제가 여기가 궁금해서 검색을 해봤거든요. 저녁에는 손님들이 원하는 음식을 해준다고 적혀있었어요.”
싱긋 웃는 최윤정의 모습에 피식 웃었다.
“검색을 하실 정도로 궁금하셨으면 정말 한 번 오지 그러셨어요. 길 건너면 바로인데.”
“죄송해요.”
“아니에요. 그냥 오셨으면 좋으셨겠다 싶어서 그러죠.”
“그러게요. 올 걸 그랬어요.”
아쉬워하는 최윤정을 보며 강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좋은 시간 보내세요.”
“네, 감사합니다.”
최윤정이 웃는 것을 보고는 강진이 몸을 돌려 배용수가 앉아 있는 곳으로 가서는 앉았다.
배용수의 앞에는 여자 귀신 둘이 앉아 있었다. 이 두 분도 얼마 전에 죽은 귀신들인데, 배용수와 친하게 지내고 있었다.
“내가 그래서 말이죠.”
“정말요?”
무슨 이야기를 재밌게 하는지 배용수가 연신 웃으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 모습에 강진이 옆에 앉으며 말했다.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재밌게 해?”
“아! 나 운암정에서 음식 하던 이야기.”
“음식?”
“운암정에 한 번은 재료들이 들어왔는데 재료가 안 싱싱하더라고. 그래서 내가 뭐라고 하니까 이 정도는 괜찮다는 개소리를 하지 뭐야. 그래서 내가…….”
입에서 침까지 튀기면서 이야기하는 배용수의 말을 강진이 웃으며 들어주었다.
딱히 재밌는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이야기할 때 상대가 잘 들어줘야 말하는 상대 기분이 좋으니 말이다.
어쨌든 이야기를 나누며 강진이 두 여자 귀신을 보았다.
“그런데 두 분은 같이 다니세요?”
“딱히 따로 갈 데도 없고 해서 둘이 같이 다녀요.”
“두 분 나이도 같으셨죠?”
“네.”
두 여자 귀신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서로 의지할 분이 계셔서 다행이네요.”
“그러게 말이에요.”
웃으며 두 귀신이 서로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두 귀신 다 비슷한 시기에 귀신이 돼서 외롭고 당황스러웠다.
그런데 저승식당에서 자신과 같은 처지인 귀신을 만나게 된 것이다.
그래서 다행이었다. 그런 두 귀신을 보며 강진이 슬며시 말했다.
“괜찮으시면 식사만 하러 오지 마시고 아침에 심심하시면 저희 가게에 놀러도 오세요.”
“아침에요?”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모르겠지만, 저희 가게에 있으면 저희 직원…….”
말을 하며 강진이 배용수를 힐끗 보았다. 그리고는 다시 아가씨들을 보며 말을 이었다.
“들하고 드라마도 보고 웹툰도 보고 하면서 시간 보내시면 덜 심심하실 거예요.”
“드라마하고 웹툰요?”
“드라마하고 웹툰 안 좋아하세요?”
강진의 물음에 두 귀신이 고개를 저었다.
“좋아해요.”
“저도 일 할 때 웹툰 많이 봤어요.”
두 귀신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저희 직원들을 아침에 핸드폰하고 태블릿으로 시간들 보내거든요. 어디 가셔서 시간 따로 보낼 곳 있지 않으시면 저희 가게 와서 시간 보내세요.”
“그래도 되나요?”
“그럼요. 되죠.”
그리고는 강진이 손가락을 하나 들었다.
“단, 핸드폰과 태블릿으로 아는 사람에게 문자를 보내거나 전화를 하는 것은 안 됩니다.”
“아…… 그렇군요.”
“핸드폰이 있으면…… 부모님한테 연락을…….”
생각을 못했던 듯한 두 귀신을 보며 강진이 말했다.
“사람이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은 것이 맞지만…… 절대 안 되는 건 안 되는 겁니다.”
“그…… 돈이 나가서요?”
귀신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돈도 있지만…… 사실 돈이 많이 들어도 할 수 있다면 부모님에게 전화 한 번 드리고 싶으실 거예요.”
강진의 말에 두 귀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강진의 말대로 부모님에게 자신의 안부를 전하고, 사랑한다고 말을 할 수 있다면 돈이 얼마가 들어도 하고 싶었다.
하지만…….
“제가 다른 분들에게도 하는 이야기인데…….”
강진이잠시말을멈췄다가말을이었다.
“죽은자식한테연락이오면그 때는무척기쁘고,가슴이먹먹하시겠지만……그게마지막통화잖아요.그럼자식을잃었다는슬픔을다시한번겪으셔야해요.”
그리고는강진이두여자귀신을보았다.
“그고통이어떠한지옆에서지켜보셨잖아요?”
고독사를한최윤정과달리,이두귀신은자신의장례식에서멍하니그저……숨만하악!하악!쉬고있는부모님을보았다.
뭐라고말도못하고그저고통에찬숨만몰아쉬면서울고있는부모님을…….
그에두여자귀신이한숨을쉬었다.
“무슨말인지알겠어요.”
두여자귀신의말에강진이고개를끄덕이고는웃으며말했다.
“자주찾아오세요.”
‘용수가두분중누구를좋아하는지는모르겠지만.’
속으로중얼거린강진이배용수에게소주를따라주며살짝눈을찡긋했다.
그윙크에배용수가살짝달아오른 얼굴로슬쩍식탁밑으로손을내렸다.
그리고는강진의무릎을살짝토닥였다.
마치잘했다는것처럼말이다.
그에강진이피식웃으며배용수를보았다.
“너도장가갈때가되기는했지.”
강진이작게입모양으로말을하자배용수가환하게웃었다.
전에는이런생각을해본적이없었다. 귀신이 무슨 여자인가 싶었으니 말이다.
하지만이혜미와최호철이사는것을보니내심부러웠다.
그러던차에자신과비슷한또래는아니지만예쁜아가씨귀신둘이나타나니마음이움직인것이다.
그런배용수를보던강진이슬쩍저승식당을둘러보았다.
‘생각을해보면……이거꼭사람이운영을할필요는없지않나?게다가용수도저승식당에인정을받아서저승식당 사장 손맛도조금은 생겼고…….분점을하나차려서용수한테맡겨도괜찮을것같은데.’
정식으로분점을하나차리는것에대해생각을하던강진이고개를끄덕였다.강두치와상담을한번해야봐야겠다고말이다.
***
점심장사를마무리한강진과직원들은문을닫아놓고차를한잔마시고있었다.차를마시던강진이가게안을둘러보았다.
가게안에는어제왔던젊은여자귀신둘이배용수와함께태블릿을보고있었다.
그모습을흐뭇한눈으로보던강진이이혜미와강선영을보았다.
평소의둘이라면핸드폰이나태블릿으로웹툰을보거나뉴스를보고있겠지만오늘은그냥차를마시며TV를보고있었다.
이유는간단했다.둘이핸드폰이나태블릿을하면여자귀신둘이자신들에게올까싶어서였다.
태블릿을보는사람이배용수혼자여야여자귀신둘이그에게다가갈테니말이다.
‘역시우리직원들은배려의아이콘이라니까.’
속으로웃으며직원들을보던강진이몸을돌려가게문을열고는앞에보이는빌딩을보았다.
가만히 빌딩을 보고 서 있는 강진의 모습에 이혜미가다가왔다.
“뭘그리봐요?”
“경찰차가와있나해서요.구급차나. 그런데 별 일이 없네요.”
강진의말에이혜미가앞에보이는빌딩을보다가말했다.
“윤정씨요?”
이혜미의말에강진이고개를끄덕였다.
“시신이수습이되어야장례식도치르고하지않겠어요.”
최윤정이 발견이 됐으면 경찰차와 구급차가 왔을 테니 말이다.
“그건그러네요.”
죽은 지삼일이지나서이미승천을해야하지만,못하는건아마도시신이수습이되지않아서일것이다.
“그런데걱정이에요.”
“뭐가요?”
“윤정씨친구도없고,연락오는데도집밖에없는것같던데…… 요즘 같은 세상에 옆집 사람이 안 보인다고 신고를 하겠어요.”
“그런것같더라고요.”
강진이고개를끄덕이자,이혜미가한숨을쉬었다.
“그리고이렇게연락을안받으면윤정 씨걱정돼서부모님이오실것같아서요. 그럼 그것도 참…….”
이혜미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젓자 강진이 입맛을 다시며 빌라 건물을 보았다.
“그것도 큰일이네요.”
연락이한두번안되는것이야그렇다쳐도,몇번을더했는데도연락이안되면걱정이돼서부모님이오실것이었다.
그리고부모님은…….
죽은 지오래된최윤정의시신을보게될것이다.그럼마음이어떨까…….
생각을할수없었다.
죽은딸을보는것도마음찢어지겠지만,죽은 지한참이나 지난딸의시신은더가슴이찢어질것이다.
잠시말없이빌라를보던이혜미가강진을보았다.
“어떻게생각하세요?”
이혜미의물음에강진이잠시생각을하다가말했다.
“모르면몰랐어도……이렇게계속두는건좀그러네요.”
강진의말에이혜미가고개를끄덕이다가문득물었다.
“그런데이런거귀신의일인데,강진씨가막알려도문제생기지않을까요?”
“그것도제가생각을해봤는데……딱히문제가될것같지는않아요.”
“그래요?”
“전에카스아빠 오동민 어르신이죽었을때제가일처리를했잖아요.”
카스의전주인인오동민도고독사였다. 물론그가죽을때카스가옆에있었으니고독사는아니었지만,그래도사람들이보기에는 고독사였다.
지인들은모르던죽음이었으니말이다.
그때카스가집의방충망을뚫고강진에게찾아왔었다.피를철철흘리면서말이다.
카스가찾아와오동민의죽음을알게된강진은그날그의죽음을수습했다.
“그때두치 씨나신수호씨가별다른말을하지않은것을보면문제될것은없어보여요.”
“하긴, 처음도아니니까요.”
“그리고좀문제가되면어때요.”
강진이빌라건물을보며말을이었다.
“죽어서도저렇게외롭게있는건……아니잖아요.”
강진의말에이혜미가고개를끄덕였다.
“그건그러네요.갈때는북적북적해야죠.”
이혜미는최윤정을많이이해했다.이혜미도나쁜 놈한테당해서혼자아무도모르는죽음을겪었으니말이다.
그래서최윤정이어서발견이되고장례식을치렀으면하는마음이었다.
이혜미도강진을만나지않았다면아직도나쁜 놈주위를맴돌며지박령으로살았을테니말이다.
그래서강진이최윤정을도와줬으면하는마음이었다.물론그것을쉽게입 밖으로내뱉지는않았다.
“일단 오늘 윤정 씨 오면 이야기 들어보고 하게요.”
“그런 거라면 제가 가서 데리고 올까요?”
“윤정 씨를요?”
“길 하나 건너면 바로잖아요.”
싱긋 웃으며 이혜미가 서둘러 가게를 나서자, 강진이 그 모습을 보다가 주방으로 들어갔다.
최윤정이 오면 뭐라도 먹으면서 이야기를 하려고 말이다.
외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