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112
112화
임상옥은 강진과 최광현을 데리고 노원 경찰서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경찰서 밖에는 기자들이 잔뜩 몰려 있었다.
기자들이 임상옥을 알아보고 핸드폰이며 마이크 따위를 들이밀었다.
“임상옥 교수님, 어제 검거한 피의자가 수원 여대생 살인 사건과 덕구산 시체들과 관련이 있습니까?”
“교수님, 한 말씀만 해 주십시오.”
기자들의 인터뷰에 임상옥이 급히 경찰이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임상옥이 다가오자 경찰들이 급히 기자들을 제지했다.
“이러시면 안 됩니다.”
“잠시 물러나세요!”
“이렇게 막는다고 해서 감춰지는 것이 아닙니다!”
“아직 수사 시작도 하지 않은 사건입니다.”
“시체가 몇 구가 나왔는데 아직 수사 시작도 안 했다는 말입니까! 이것이 지금 경찰의 현재 입장입니까!”
“물러나세요!”
“들어가면 안 됩니다!”
말과 함께 경찰이 강진과 최광현도 막으려 하자 임상옥이 말했다.
“나와 같이 왔습니다.”
임상옥의 말에 경찰이 두 사람을 안으로 들이자, 강진과 최광현이 서둘러 임상옥을 따라붙었다.
“기자들이 많네요.”
“누가 한 제보 때문이지.”
“그…… 죄송합니다.”
“아니야. 그런데 왜 제보를 한 거야? 제보하기 전에 나한테 먼저 상의할 수도 있었잖아?”
“저도 어제 갑자기 알아낸 상황이었고…… 놈이 다른 피해자를 물색하는 중이었습니다.”
“그 이야기는 들었는데…… 노원에서 지하철로 경화대를 열흘 넘게 왔다 갔다 했다지?”
“네.”
“네 말대로 그건 다음 타깃을 찾으려고 하는 행위일 거야.”
그러고는 임상옥이 강진을 보았다.
“나한테 상의한 것보다 어쩌면 그게 더…….”
말을 하던 임상옥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편의점에서 난동을 피워서 경찰서에 왔다고 하던데, 설마?”
“제가 좀 관여했습니다.”
“위험한 일이었어. 상대는 연쇄 살인마일 수도 있는 놈인데.”
“조심했습니다.”
“다음부터는 그렇게 하지 말고 나나 광현이한테 바로 전화해.”
말을 하며 경찰서로 들어가던 임상옥이 강진을 보았다.
“귀신 본다는 건 감출 거지?”
“네.”
“하지만 정보는 있어야 해.”
“궁금하신 것 있으면 제가 물어볼게요.”
강진의 말에 임상옥이 멈췄다.
“지금 물어볼 수 있나?”
“그놈한테 죽은 귀신들은 지박령이라 그놈한테서 떨어질 수가 없어요.”
“지박령이면 그놈한테 묶여 있는 건가?”
“어떻게 아세요?”
“귀신을 믿지는 않아도 지박령이라는 단어 정도는 알지.”
“그렇군요.”
“그럼…… 질문을 하려면 그놈 옆에 있어야 한다는 건가?”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지금 그놈 옆에 제가 아는 귀신 형이 있습니다.”
“귀신 형?”
“경찰을 하다가 귀신이 된 형인데…… 그 형이 수원 여대생 살인 사건 피해자를 알아보고 따라다녔어요. 그래서 제가 이 일을 알게 된 거고요.”
“그래서 그 형이 알려 줄 수 있다는 건가?”
“그 형이 지박령들에게 가서 물어보고, 그 이야기를 저한테 해 주고…….”
“네가 나한테 전해 준다는 말이군.”
“네.”
강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임상옥이 걸음을 옮기자 강진과 최광현이 그 뒤를 따랐다.
복도를 지나가다 보니 경찰들이 많이 모여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중 임상옥을 본 한 중년 경찰이 급히 다가왔다.
“교수님.”
중년 경찰의 말에 임상옥이 살짝 고개를 숙였다.
“제가 잠시 볼일이 있어서 나갔다 왔습니다.”
“괜찮습니다. 놈은 어떻습니까? 범인 같습니까?”
“그건 좀 더 봐야 할 것 같은데……. 이쪽은 제 제자들입니다. 필요한 자료가 있어서 가져오라고 했습니다.”
임상옥의 말에 중년 경찰이 최광현과 강진을 보았다.
“광현이는 자주 봤는데…… 이 학생은 처음이군요.”
“이강진입니다.”
“만나서 반가워요. 앞으로 잘 부탁해요.”
중년 경찰이 손을 내밀자 강진이 악수를 했다.
“저는 잠시 제자들과 할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럼 놈은 언제 다시 보시겠습니까?”
“이십 분 후쯤에 상담해 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경찰이 가자 임상옥이 강진을 보았다. 그 시선에 강진이 물었다.
“어디에 있어요?”
“저기.”
임상옥이 한쪽에 있는 문을 가리키자 강진이 배용수를 보았다.
“형 좀 데리고 와줘.”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문으로 스르륵 들어갔다. 그리고 잠시 후 최호철이 배용수와 함께 나왔다.
“어? 임상옥 교수님?”
“아세요?”
“몇 번 같이 일을 한 적이 있지.”
최호철의 말에 강진이 임상옥을 보았다. 그리고 강진의 말투와 행동을 본 임상옥이 눈을 찡그렸다. 경찰이었던 귀신이라고 해서 그런가 보다 했는데…… 자신을 아는 것 같았다.
그래서 속이 쓰렸다. 아는 경찰이 죽었다고 하니 말이다.
“아무래도…… 내가 아는 분인가 보군.”
임상옥이 작게 한숨을 쉬고는 강진이 보던 곳을 향해 작게 고개를 숙였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임상옥의 말에 최호철이 웃었다.
“귀신 생활도 그리 나쁘지 않습니다.”
강진이 최호철이 한 말을 전해 주자, 임상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마 다행이군요. 그런데 누구신지?”
“최호철입니다.”
“최호철…… 아…… 음성 경찰서 강력계 2팀.”
기억이 난다는 듯 임상옥이 말을 하자 최호철이 미소를 지었다. 자신을 기억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최호철이 말했다.
“왜 불렀어?”
최호철의 말에 임상옥이 메모지를 꺼내서는 말했다.
“피해자가 총 몇입니까?”
“13명입니다.”
“……13?”
“네.”
잠시 말이 없던 임상옥이 다시 메모지에 글을 적었다.
“피해자 이름과 나이, 신분, 죽은 날과 장소에 대해 알 수 있습니까?”
“이혜미, 22살, 직장인…….”
강진의 입을 빌려 최호철이 말을 하자, 임상옥이 메모지에 글을 적어 내려가다가 강진을 보았다.
“여섯뿐인데요?”
“지박령으로 남은 여자들은 여섯뿐입니다.”
“그럼 13명이라는 것은?”
“가장 오래전에 죽은 이혜미가 기억하는 수입니다.”
최호철의 말에 임상옥이 눈을 찡그렸다.
“이혜미 양이 퍼스트가 아니라면 이전이 더 있을 수도 있다는 거군요.”
“네.”
최호철의 말에 임상옥이 한숨을 쉬고는 메모지를 스윽 보았다. 메모지에는 조금 알아보기 힘든 글이 쓰여 있었다.
정확히는 글도 아니었고, 낙서 같은 것이었다. 뒤죽박죽 쓰여 있어 다른 사람은 알아보기 힘든 임상옥만의 암호였다.
아직 신문도 제대로 하지 않았는데 임상옥이 모범 답안을 가지고 들어가면 오해를 받을 수 있으니 자신만 알아볼 수 있게 글을 적어 놓은 것이다.
잠시 그것을 보던 임상옥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케이!”
그러고는 임상옥이 중년 경찰에게 다가갔다.
“들어가겠습니다.”
“부탁드립니다.”
중년 경찰의 말에 임상옥이 강진을 보았다.
“핸드폰 잘 가지고 있어.”
“네.”
말과 함께 몸을 돌리던 임상옥이 문득 멈춰 서서는 강진의 귀에 작게 속삭였다.
“그놈이 귀신을 보는 건가?”
“네.”
“어떻게?”
“글쎄요.”
강진의 말에 임상옥이 그를 한 번 보고는 몸을 돌려 문에 다가가자 경찰이 문을 열어주었다.
임상옥이 안으로 들어가고 잠시 후 최호철과 귀신 한 명이 밖으로 나왔다.
“무슨 일 있어요?”
“교수님이 놈이 대답을 할 때마다 귀신을 밖으로 내보내 준다고 했어. 그리고 교수님이 안에 귀신이 몇이나 있는지 물어보는 것 같더라.”
“몇인데요?”
“23명.”
“많이도 있네.”
중얼거림과 함께 강진이 핸드폰에 숫자를 적다가 말했다.
“형 포함해서요?”
“지금 한 명 나왔으니 나까지 포함하면 22명.”
숫자를 적어 보낸 강진이 최호철을 보았다.
“교수님이 신호를 보내면 한 명씩 내보내세요.”
“알았어.”
스윽!
최호철이 문을 통해 들어가자 강진이 한숨을 쉬다가 옆을 보았다.
어느새 최광현은 저 멀리 떨어져서 그를 보고 있었다.
“무섭지 않다니까요.”
“무서워.”
단호한 최광현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젓고는 말했다.
“형도 혹시 최호철 형사 알아요?”
“그 죽었다는 분?”
“네.”
“나는 잘 모르겠어.”
최광현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일 때 한쪽 문이 벌컥 열리며 잔뜩 흥분을 한 중년 경찰이 나왔다.
“서장님, 놈이 자백했습니다. 네! 지금 자기가 덕구산에 시체 묻었다고 자백했어요. 그리고 지금 다른 자백들도 할 것 같습니다.”
말을 하는 사이 귀신 하나가 더 밖으로 나왔다.
“재밌었는데…….”
아쉽다는 듯 중얼거리는 귀신과 함께 중년 경찰이 나온 방에서 다른 사람이 나왔다.
“증거가 자기 집 싱크대 뒤에 있대요.”
“증거? 증거가 있답니다. 네! 청장님에게 보고해도 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러고는 중년 경찰이 다시 안으로 들어갔고, 그 뒤를 이어 귀신들이 하나씩 밖으로 나왔다.
‘자백을 잘하나 보네.’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귀신들은 한 명씩 더 나왔다. 나쁜 놈이 임상옥의 질문에 제대로 된 답을 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
[속보입니다. 노원 경찰서에서 수원 여대생 살인 사건과 덕구산 시체 암매장 사건 피의자에게서 사건 일체의 자백을 받았습니다. 아니, 이제는 피의자가 아니라 범인이라 칭해야 할 것 같습니다. 현재 경찰은 범인의 집에 수색 영장을 긴급으로 받아 수색을 시작했습니다.] [속보입니다! 피의자 강모 씨 자택 주방 싱크대에서 피해자 여성들로 추정되는 머리카락들이 발견되었습니다.] [현재 검찰과 경찰에서는 구속 영장을 청구하기 위해…….] [한편 이 사건을 제보한 제보자에 대한 궁금증과 호기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제보를 한 사람은 희생자들이 나오는 동안 왜 가만히 있었는가? 왜 지금에야 제보를 하는 것인가?]일은 빠르게 진행이 되었다. 임상옥이 귀신을 하나 뺄 때마다 나쁜 놈은 술술 자백을 했다.
그놈이 한 나쁜 짓과 용의주도함을 생각하면 너무나 빠른 항복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놈이었다. 약자한테는 잔인할 정도로 강하지만, 자신이 상대할 수 없는 강자 혹은 존재에게는 고개도 들지 못하는 것이 바로 놈이었다.
지금 그놈은 자신이 잔인했던 것만큼 겁먹은 개처럼 꼬리를 말고 낑낑거리며 자백을 할 뿐이었다.
그 대가로 귀신들이 자신에게서 멀리 가기를 바라며 말이다.
어쨌든 놈의 자백을 통해 경찰은 집을 수색해 증거를 찾았고, 증거를 통해 바로 공개 브리핑을 했다.
경찰을 통해 온 제보도 아니고, 기자들을 통해 들어온 제보로 이뤄진 사건이었다 해도 어쨌든 범인은 경찰 손에 있었고 자백도 그곳에서 이뤄졌으니 말이다.
하지만 강진이 예상하지 못한 일이 하나 더 발생했다.
“야이! 개자식들아! 그 자식 얼굴이나 보여 달라고!”
“죽여 버리겠어!”
“저기! 우리 딸, 우리 딸 이름 좀 확인해 주세요!”
“강하루! 우리 딸 이름이에요. 4년 전에 실종됐어요. 제발 확인 좀…… 제발 죽었는지 살았는지 확인이라도 좀 해 주세요!”
강진은 창밖을 보고 있었다. 노원 경찰서 앞에는 어느새 기자들 외에도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었다.
그들은 범인 나오라고 소리를 지르거나 경찰서 내로 진입을 하려 하고 있었다.
그리고 다른 이들은 덕구산에서 발견이 된 피해자 신분 확인을 원하고 있었다. 자기 딸이 몇 년 전에 실종이 됐는데…… 피해자 명단에 그 이름이 있는지 알기 위해서 말이다.
제발 그 피해자 명단에 이름이 없기를 바라면서도 몇 년 동안 실종이 된 딸의 행방을 지금이라도 알고 싶은 마음에 말이다.
그들은 이름이 있어도 슬프고 이름이 없어도 슬픈…… 부모들이었다.
***
[강영강에 의해 희생이 된 피해자 14인의 합동 장례식이 금일 광화문 광장에서 치러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장례식에 국회의원들이 망신을 당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오늘 여당과 야당 국회의원들이 문상을 왔었습니다. 하지만 문상을 하지 못하고 입구에서 저지를 당했습니다.] [장례 위원회를 차린 유가족들이 처음부터 국회의원과 정치인들의 문상을 거절한다고 말을 했는데…… 굳이 왜 거기를 갔는지 모르겠습니다.] [오지 말라고 해도 가야 할 것 같은 분위기이기도 했지만…… 어쨌든 국회의원들은 망신을 당한 셈입니다.] [하지만 그 이후의 행보도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문상을 거절당한 야당 의원들이 현 정권의 무능한 치안을 성토했는데요. 따지고 본다면 강영강 씨의 범죄는 십 년 동안 이뤄졌습니다. 그렇다면 현 정권이든 전 정권이든 이 무능한 치안의 책임을 피할 수 없는 일 아니겠습니까.] [맞습니다. 해서 여론도 지금 그 국회의원 미친 것 아니냐는…….]